5-31
로인은 자신의 저택에 있는 탑에서 여러 목재들을 옮기며 겨울을 날 준비를 하는 영지민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기술이 떨어져서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해 겨울을 나야했던 것이다. 로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나무는 부피도 크고 오래 저장하는 것이 어려웠다. 다행인 것은 근처에 파인 트리라고, 불에 오래 타는 나무가 많다는 것이었다.
로인은 멀린을 돌아보았다.
“그래서, 개발은 확실하게 됐나?”
로인이 물었다. 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근처에 마나가 많이 함유된 땅을 찾았고, 농민들을 위한 기기 또한 발명했습니다.”
로인은 멀린의 대답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전쟁이 마지막이 아니야. 전쟁은... 우리의 시작이 될 거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전쟁은 한 걸음, 아니, 수십 걸음을 한 번에 도약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멀린이 로인의 말에 답했다. 그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자신의 무력 만으로도 대단하니 로인의 이름을 걸어 자신의 무력을 선보인다면 저절로 로인의 작위는 올라 갈 수 밖에 없었다. 고클래스의 마법사는 보통 나라에 들어가는 것 만 해도 남작의 작위는 그냥 받으니, 그런 자를 수하로 두고 있는 로인이 그 이상의 작위를 받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멀린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요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제자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나인이라는 마법사는, 정말 뛰어났다. 그녀는 마나 친화력 또한 뛰어났고, 비상한 머리로 하나를 가르쳐 주면 다섯을 알았다. 그녀가 정보부를 관리하느라 많은 시간 동안 마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아니더라도, 린이 있었다. 멀린이 보기에 린 또한 인재였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고, 그녀의 검술은 조금 더 체계적으로 잡히고 있었다. 그녀는 암살 기술도 뛰어났지만, 굳이 암살이 아니더라도 마나 유저 이상의 기사들은 상대 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가졌을 것이라 판단되었다. 절대 적인 강함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빠른 속도로 적을 유린 하는 모습은 멀린이 보기에도 대단했다.
‘그녀를 직접 가르치는 크론벨 또한 엄청나지.’
크론벨. 그와 처음 만났을 당시에 언데드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져 정확히 대처하지 못해 제압당했었다. 그로서는 황당한 경험 중 하나였다. 더 황당한 것은, 더욱 더 성장한 그는, 이제 자신이 보기에도 일반 사람과 같아 보였다. 목소리 또한 거북하지 않게 변했고, 충기는 분위기 또한 어두운 빛에서 황금빛으로 변했다. 그는 영지민들의 처녀들의 첫사랑 상대가 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세상 그 어느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로인의 말에, 멀린이 미소를 지었다. 멀린과 로인 만이 알고 있는 계획. 그것은 전쟁이 끝나면 모두가 알게 될 것이었다. 멀린은 평민 출신의 로인이 전쟁에서 보여줄 면모가 기대되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의 개발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직, 테스트 단계입니다만.”
“상당히 어려웠나 봅니다?”
“뭐... 마법사에게 마법을 사용하지 말고 마법과 비슷한 위력을 낼 수 있는 물건을 만들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입니다.”
멀린의 대답에 로인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멀린에게 한 가지 물건을 주문했다. 바로 폭탄. 마법사가 고급 인력인 만큼 만드는 과정에서 마법사가 꼭 필요한 물건들만을 만들 수는 없었다. 폭탄은 마법사가 굳이 필요가 없으니 폭탄을 만들라고 주문을 한 것이었다.
멀린은 당연히도, 마법사답게 여러 지식을 알고 있었고 그중 가루로 만들어 기름과 섞어 반죽을 하고, 그것이 물과 만나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금속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거뭇거뭇 해서, 그냥 버리기 쉬운 금속이었지만, 그는 고열을 필요로 한 마법 실험에 자주 사용된다며 바로 의견을 제시했다.
기름과 섞어 반죽을 하는 것은 좋은데, 물과 만나게 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반죽 안에 조그마한 물주머니를 넣고, 줄을 잡아당기면 물주머니가 풀러져 폭발을 일으키는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위험한 만큼,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어서 의외로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었다. 게다가, 가장 좋은 효과를 내는 물과 반죽의 비율을 찾아낸다고 열심이었다.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는 만들어서, 전쟁에 쓸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놔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군요.”
로인은 조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죠. 이제 다른 것들의 개발은 모두 끝났고, 양산화는 나인에게 시키면 되니, 시간이 남아돕니다.”
멀린의 말에, 로인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의 말에 거짓이라는 것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멀린은 항상 바빴다. 로인이 준 설계도를 수정하며, 마법 물품을 만들어 내느라 바빴고, 나인을 가르치느라 바빴다. 게다가 이번에는 몇몇의 아이들에게 마법의 기초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아니라도, 저번에 로인이 체계적인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을 했었고, 멀린은 그것을 받아들여 학교를 세우려고 하고 있었다. 아마 교육은 멀린이 전담을 해야 할 것이었다. 겨울에는 농민들도 할 것이 없으니 아마 공부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학교로 찾아 올 것이니 멀린은 상당히 바빠질 터였다.
로인은 멀린의 거짓말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믿을 뿐이었다. 그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전쟁에서 다른 군대는 몰라도 우리의 군대만은 피해가 1% 미만으로 나와야 한다는 거. 아시죠?”
잠시 웃으며 생각하던 로인의 입이 열리고 나온 말에, 멀린의 얼굴이 굳었다. 1% 미만의 피해를 입히면서 전쟁을 치른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고클래스의 마법사와 엄청난 기사단이 있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건 제 문제가 아닐 것 같군요. 크론벨 장군에게 말해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멀린은 한 발자국 물러나며 말했다. 로인은 잠시 멀린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인의 말에 멀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로인의 방을 나섰다. 병사들의 목숨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병사들을 지켜달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멀린은 최선을 다할 것이었다. 하지만 병사들의 목숨을 장담하는 것은 그가 절대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사람의 목숨은 알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로인도 그것을 알고 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고개를 끄덕인 것이었다.
* * *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겨울은 마침내 찾아왔고, 로인의 영지는 추운 겨울을 절반 정도 보낸 상황이었다. 판테아의 대륙은 로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하지 않았다. 눈이 가끔 오고, 날씨가 추울 뿐이었다. 지구의 겨울과 다를 바가 없었다.
로인의 신경은 곤두서 있었다. 날씨가 추운 만큼 날씨가 더운 것보다 더욱 더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미 동상으로 죽은 사람만 15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로인이 최대한 애를 쓰며 난방을 보조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였다. 그 전에는 얼마나 많았는지 로인은 상상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날씨도 날씨지만, 사실 한국의 겨울에 비하면 비교적 덜 추운 곳이 이곳의 겨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옷이었다. 겨울에 입고 다닐 만한 옷은 몬스터의 가죽 옷이 최고였는데, 몬스터의 가죽은 얻는 즉시 팔아버리는 형편이니 옷을 만들어 입을 가죽이 없었다. 보다 못한 로인이 직접 오크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저렴하게 팔았지만, 이미 죽은 사람이 10명이 넘어가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팔았음에도 5명이 더 죽어 사망자가 15명이 넘었다. 그로 인해 로인은 매우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였다. 그의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영주로서 영지민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모두 오크 가죽 옷을 가지고 있으니 내년부터는 피해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린은 바깥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로인의 눈치를 살폈다. 로인은 현재 어린 고아 아이가 얼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중이었다. 린은 겨울이 되자 모두 하얀색으로 바뀌어 버린 머리를 찰랑거리며 로인에게 다가갔다.
“마스터. 너무 그렇게 있지는 마. 마스터의 탓이 아니었어.”
린이 빨간 입술을 열어 말했다. 로인은 그녀의 말에도 한 숨을 내쉬었다.
“얼어 죽은 것도 문제야. 하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
로인의 말에 린이 고개를 들었다. 이상한 점이라니?
“이번에 일주일 동안 2 남자 아이가 목숨을 잃었어. 그런데, 공통점이 있어.”
로인은 린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둘 다 나이가 어려. 그 다음에, 모두 고아였다는 점과... 마지막으로 그들이 찾아 간 곳이 바로 쿠아인이라는 사람의 집이야. 둘의 공통점... 서로 그저 같은 마을의 아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아이들인데 공통점이 상당히 많아. 어떻게 된 걸까?”
로인이 중얼거렸다. 린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로인이 자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로인은 스스로 말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후우... 모르겠다.”
로인은 고개를 저었다. 우연이라고 치기에는 이상한 공통점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엄청 이상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마음에 걸릴 정도의 가벼운 이상함이었다. 로인은 이 문제를 나인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쇼파로 걸어갔다.
“린, 이리와.”
로인은 쇼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린을 불렀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는 충분히 많은 업무를 한 것 같았다. 머리를 식혀줄 필요가 있었다. 린이 밝은 표정으로 냉큼 로인에게 다가왔다.
로인은 린이 자신에게 오자마자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린은 로인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포개며 그의 혀를 받았다. 로인의 손이 움직여 린의 몸을 더듬었다. 린이 가볍게 탄성을 지르며 로인과 입술을 때었다. 하지만 로인은 린은 놓아주지 않았다. 로인은 린을 쫒아가며 몸을 돌려 자신의 몸이 린의 몸 위에 있게 했다. 린은 로인의 밑에서 두근 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로인은 다시금 고개를 숙여 린의 입술과, 그녀의 몸을 탐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탐하던 둘은, 로인이 자리에서 일어남으로 떨어졌다. 로인은 자신의 옷을 정리했다.
“이제 휴식 끝.”
로인은 그렇게 중얼 거리며 방문을 나섰다. 휴식 끝, 그리고 이제 잘 시간이었다.
- 작가의말
이얍얍!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