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모두에게 전할 말이 있다.”
로인의 얼굴은 조금 굳어 있었다. 병사들은 그런 로인의 얼굴에, 그들 또한 진지한 얼굴로 로인을 바라보았다.
“모두 바하드 자작을 알 것이다. 그가 영지전을 신청해 왔다.”
웅성웅성
병사들과 기사들은 웅성거렸다. 하지만 동요하지는 않았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무력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나니까. 이틀 뒤, 영지전은 시작된다.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저 항상 상대하던 몬스터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철저히 수비를 한다.”
로인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있었다. 만약 자신이 바하드 자작을 치러 간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기사들은 자신을 따라가려고 할 것이었다. 그리고, 병사들이 입을 잘못하여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바하드 자작이 경계를 더욱더 강화 할 수도 있었다. 그에 말을 조심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만약 자신이 바하드 자작을 칠 것이니 안심하고 있으라고 말했다가 바하드 자작이 자신의 예상보다 빠르게 군사를 진격해 오면 큰일이었다.
“각 부대장들은 병사들과 술을 즐기도록. 영지전이 시작되면 술을 마실 기회가 없을 테니. 오늘 술값은 내가 내도록 하지.”
로인의 말에, 병사들이 환호했다.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단상을 내려왔다.
“능숙하신데요?”
나인의 말에, 로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무대에 서본 적이 있거든.”
“별 경험을 다 해보셨네요.”
나인이 웃으며 말했다.
“린은?”
“대원 5명과 산 속으로 들어갔어요. 식량까지 가지고 간 것으로 보아 오늘은 산 속에서 잠을 자고 올 생각인 것 같은데요.”
“애효...”
로인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어린아이 같이 구는 린의 모습에, 머리가 아파왔던 것이다.
‘뭐, 그래도 알아서 잘하겠지. 어디 가서 다칠 실력은 아니니까.’
린은 빠른 몸놀림으로 오우거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있었다. 만약 전이라면 산에 들어갔다고 했을 때 바로 자신이 달려갔겠지만, 이제는 린도 충분히 실력이 있었고, 산에도 많은 몬스터가 죽은 상태였다. 걱정할 만한 몬스터는 없을 것이었다.
“나인, 정보부는 너한테 맡긴다. 돈은 필요한 만큼 주고, 필요하다면 기사들도 동원해. 정보길드 하나를 흡수 하던지, 만들던지. 두 달 안에 우리 영지 직속 정보부를 하나 만들어.”
“걱정 마세요. 이번 영지 전에서 마스터가 승리한다면 한 달 안에 만드는 것이 가능 하니까.”
나인이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마법사인 만큼, 머리를 잘 썼다. 이미 생각해둔 방법이 있는 것 같았다.
“알아서 잘 할 거라 믿어.”
로인의 말에 나인은 수줍게 볼을 붉혔다.
‘내가 카사노바 기질이 있나...’
로인은 볼을 붉히는 나인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여자들이 끌릴 수밖에 없는 게 로인이란 남자였다. 외모, 뛰어났다. 대륙에서 잘생긴 남자 10위 안에는 들어갈 만한 외모였다. 게다가, 무력도 갖추고 있었고, 재력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여자들이 끌릴 만한데, 거기에 다정하다. 여자들이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로인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영지전이 이틀 남았다. 바하드 자작은 준비를 마쳤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 이틀 후부터 진격을 해오리라. 이틀 후부터 진격을 하더라도, 아직 몬스터들이 토벌 된 것이 아니었기에,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느릿느릿 움직일 것이 뻔했다.
길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시간을 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하루에서 이틀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이곳까지 오는 시간이 있으니 아마 일주일은 기본적으로 걸릴 것이었다. 로인은 영지전이 시작되기 전, 출발해서 국경을 넘을 생각이었다. 달리면 5일이면 도착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블랙 와이번 기사단은 각자 말이 있기 때문에, 속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말이 셰도우호스이기 때문에 밤에만 사용이 가능했지만, 일반 말보다 빠르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일단 최대한 빠르게 바하드 자작령으로 가서 영지전이 시작되면 바로 바하드 자작 저택을 습격할 생각이었다. 로인 본인과 크론벨, 그리고 두 명의 블랙 와이번 기사단이라면 충분했다. 데스나이트에 올랐다면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크론벨은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 소드 익스퍼트의 검사들은 흔하지 않다.
특히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자는 제국에도 100명이 겨우 넘는다. 그런 실력자가 직접 가는데 실패할리는 없었다. 거기에도 기사단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마 절반 이상은 자신의 영지를 치러 갔을 것이다. 다시 말해, 빈집이나 다름이 없었다.
‘작전명 빈집털이.’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고 웃었다.
챙길 것은 별로 없었다. 어차피 블랙 와이번 기사단은 음식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고, 로인은 인벤토리나 아공간이 있었다. 로인은 영지의 일을 나인과 여러 사람들에게 분할하여 맡기고, 서둘러 출발 하였다.
“꽤나 발전이 잘 되어 있는데?”
로인은 건물들을 보며 중얼 거렸다. 바하드 자작령에 들어섰다. 물론 경계에 있던 병사들 몰래 들어온 것이었다. 이곳은 바하드 자작령에서 두 번 째로 큰 도시, 라마한이었다. 건물도 상당히 잘 지어져 있고,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것으로 보기에만 나쁘지 않았다. 이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잘 살지 못하는 평민들이 거지꼴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빈부격차가 대단했다. 이곳은 평민들 중에서 그나마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영지전도 전쟁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평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었다. 군량미라는 이름으로 식량을 바치라고 할 것이 뻔했다.
“으음...”
로인은 신음을 흘렸다. 밖에서 평민 한 명이 근처 식당을 기웃거리다가 병사들에게 잡혀 간다. 영업방해죄라는 이름으로 잡혀가는 듯 했다.
“내일이면 카시르에 도착하지?”
“예, 길이 워낙 잘 닦여져 있어서 금방 갈 것 같습니다.”
로인의 말에 크론벨이 대답했다.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교통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길이 잘 닦여 있었다.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게 될 것 같았다.
“야, 이번에 영주가 영지전을 신청했다고 했잖아, 그게 어제부터였데. 이미 군대가 출발 했다던데?”
“벌써? 하지만 그 곳에는 몬스터가 많다며? 왜 영지전을 신청한 거지? 어차피 잃을게 더 많을 텐데.”
“이거, 이거. 아직 못 들었나? 그 영지에 새로운 영주가 왔는데 아주 대단하데, 세금도 확 내리고, 몬스터들도 성공적으로 해치워서 영지민들이 몬스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그래?”
“거기 사는 내 친척이 말해는 말이니까, 분명해.”
“이런. 쯧. 우리도 그런 사람이 영주로 오지 왜 개 같은 영주가 있어서는...”
로인은 중년 남자 둘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민심은 자신이 더욱 유리하다. 바하드 자작은 민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민심은 중요하다. 점령하고서도 민심을 잡지 못한다면 그것은 점령하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면에서 로인은 자신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을 점령하게 된다면, 민심은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이미 자신의 영지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었다.
그날 저녁, 로인과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기사들은 급하게 발급받은 용병 패를 내밀어 라마한을 떠났다.
“바하드 자작의 저택을 침입할 특별한 방법이 있으십니까?”
크론벨이 로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니.”
로인은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린을 데리고 와서 저택의 정보를 알아보라고 시켰을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영지전이 이미 시작되었고, 병사들은 경계를 넘었다. 경계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이틀거리. 하지만 대규모로 움직이는 것이니 삼일 정도가 걸릴 것이다.
이미 움직였으니, 내일 모래 정도에 도착한다는 것이 되는데, 내일 도착하여 내일 바로 자작에게 항복을 받아 내도 시간이 모자랐다. 하루 만에 그곳에 갈 방법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크론벨을 보내야겠군.’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직접 갈수도 없었다. 점령을 한다면, 안정화를 시켜야 하는데, 그것을 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다.
‘버텨 주겠지.’
이미 백부장들에게 지시를 해 놓았다. 게다가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기사 10명이 그곳에 가있었다. 바하드 자작의 병사가 몰살당할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그럼 그냥 쳐들어가는 것입니까?”
“그래, 어차피 무리 없잖아?”
“그렇게 된다면 바하드 자작을 잡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걱정 마. 내가 찾아 낼 수 있으니까.”
로인의 말에, 크론벨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잡해 질 수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바하드 자작을 잡는다.”
“알겠습니다.”
크론벨은 로인의 말에 대답했다.
저 멀리서 카시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성문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냥 뛰어 넘는다.”
로인의 말에, 크론벨과 기사들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속도를 높였다. 로인은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위로 도약했다. 하지만 성벽이 높아 성벽을 한번 차고서야 성벽을 넘을 수 있었다. 로인의 움직임은 부드러웠다. 성벽을 지키고 있던 병사는 로인이 성벽을 넘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바하드의 저택을 쳐야할까요?”
크론벨의 말에, 로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데스나이트가 가장 힘을 많이 발휘할 수 있을 때는 해가 없을 때이다. 해가 조금씩 뜨려고 하지만, 지금이 데스나이트가 힘을 발휘하기 좋았다. 시간이 좀 더 지나버린다면 크론벨은 몰라도 두 명의 기사의 움직임은 느려질 것이었다.
“가장 중앙에 있는 거대한 저택을 친다.”
로인의 말에, 크론벨과 기사들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로인과 기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로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로인이 가뿐하게 저택의 담장을 뛰어넘었다.
‘아주 장난 아니네.’
로인은 거대한 저택을 보며 생각했다. 자작의 저택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과하다. 평민들의 세금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 것이 분명하다. 로인이 저택을 보는 사이, 크론벨과 기사들은 주위의 호위들을 기절 시키고 있었다.
털석
호위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로인은 저택의 문을 보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시종들이 이용하는 조그마한 문이었다. 로인은 검기를 사용해 문고리를 베고, 문을 열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오늘 밤, 영지전의 승패는 갈릴 것이다. 그리고 승자는 로인이 될 것이었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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