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
실비아는 자신의 앞에서 몸을 움직이는 로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루 배운 거 치고는 잘하는데?”
“칭찬이냐?”
“아니”
“헐...”
실비아의 대답에 로인은 웃었다.
“야.”
로인은 손을 실비아의 허리에 올렸다. 실비아는 갑작스런 로인의 행동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왜.”
“너 몸매 좋구나?”
“이제 알았냐?”
“관리 하냐?”
“여잔데, 당연하지.”
실비아는 점점 밑으로 내려가는 로인의 손을 살짝 친 다음 말했다.
“너, 그런 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아까 새로 시녀를 들였다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했어...”
“야, 그런 거 아니라고.”
“그런 거 아니기는. 시녀를 몇 명씩 두는 귀족들이 있으니 봐주기는 할 텐데... 적당히 해라. 귀족 되자마자 시녀를 들이고... 별로 보기에 안 좋다.”
실비아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헐... 야, 그런 거 아니라고. 나한테 왜 그래. 내가 그럴 사람 아닌 거 너도 잘 알잖아.”
로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
실비아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런 실비아의 모습에 로인은 몸을 움직여 실비아와 몸을 밀착했다.
“네가 믿든 안 믿든, 나는 아니니까. 알아서 판단해라.”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비아는 로인이 자신의 허리를 감으며 몸을 밀착시키자, 거세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느끼며 얼굴을 붉혔다.
세상의 그 어떠한 여자라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와 이렇게 몸을 가까이 맞대면 심장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알아서 판단 잘하니까 걱정마라.”
실비아는 허리를 감고 있는 로인의 손을 치우며 말했다. 로인은 실비아의 허리에서 손을 때며 미소를 지었다.
로인도 남자였다. 실비아와 같이 아름다운 여자와 춤을 추고, 몸을 가까이 하면 당연히 심장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별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실비아의 허리에 손을 올릴 때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로인은 실비아와 몸을 떨어트리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로인은 고개를 들었다가 젊은 귀족과 눈이 마주치며 멈칫했다.
젤루스였다. 그는 불편한 눈빛으로 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실비아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그에게서 시선을 때었다. 로인은 젤루스에게서 시선을 때었지만, 젤루스는 계속해서 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비아와 춤을 춰? 감히 준남작이?’
젤루스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아는 실비아는 절대로 준남작 따위와 춤을 출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이 남자라면 더더욱 말이다.
오늘이 지나고, 사교계는 한번 들썩일 것이다. 실비아와 함께 입장까지 하고, 춤을 춘 남자가 있다? 그것은 엄청난 이야기 거리였다.
실비아의 이미지에게도 타격이 갈 것이었다. 하지만 실비아는 그런 것은 생각하지 못했는지, 로인과 입장을 하고, 춤을 춘 것이다. 젤루스는 실비아가 그런 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 뭐지? 설마... 그런 것보다 저 준남작 애송이가 뛰어나다는 것인가?’
젤루스는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최악의 경우다. 그런 것 때문에 준남작 따위와 입장을 하고 춤을 춘 것이라면, 절대로 안 되었다.
“야, 우리 정원으로 나갈까? 밖에 달이 이쁠 것 같은데.”
로인은 실비아의 귀에 소근 거렸다. 저녁에 시작했던 무도회는 밤이 되도록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럴까?”
실비아는 답답했던 와중에 잘됐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인은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미소를 지었다.
사교계에서 중요한 실비아인 만큼, 사라진다면 찾을 사람이 많겠지만 그것은 로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는 그저 조금 북적거리는 분위기의 무도회 장을 벗어나 실비아와 산책을 즐기고 싶었다.
무도회장을 빠져나와 정원으로 나온 로인과 실비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이거 상당히 피곤하네.”
“그렇다니까. 계속 미소 지으면서 이야기해야 하고... 중간 중간 춤도 춰야하고... 그냥 조그마하게 하면 더 재미있는데 황궁이라 좀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서 더 피곤 한 것 같다.
실비아는 하늘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판테아 대륙의 달은 지구의 달과 조금 달랐다. 지구의 달과 비교했을 때, 조금 컸고, 게다가 색깔이 푸른색이었다. 이곳에서 달을 그릴 때에는 노란색으로 달을 그리지 않고 푸른색으로 달을 그렸다.
로인은 달을 바라보는 실비아를 바라보다가 몸을 움직여 실비아의 앞에 섰다. 실비아는 고개를 내려 로인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우신 레이디, 저와 춤을 추시지 않겠습니까?”
로인은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내밀었다.
“푸훗.”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며 자신의 앞에 서자, 조금 긴장했던 실비아는 웃음을 흘렸다.
“한곡만 추도록 하죠.”
실비아는 손을 내밀어 로인의 손을 잡았다. 로인은 무도회장에서부터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연주를 들으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비아는 로인의 리드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춤의 중간 부분에서, 로인은 손을 실비아의 허리에 올렸다. 실비아는 미소를 지으며 미동 없이 로인의 리드를 따랐다.
“야. 여기서 이렇게 귀족 생활하는 거. 힘들지 않냐?”
“힘들지. 죽을 맛이다.”
“...”
진심이 담긴 실비아의 말에 로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이어질 실비아의 말을 기다렸다.
“맨날 다른 사람 눈치 봐야하고, 웃을 때도 크게 웃을 수도 없고... 미칠 것 같아.”
“나랑 같이 도망갈래?”
“도망? 어디로?”
“내 영지로.”
로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네 영지로 도망가서 뭐하게.”
“그냥... 사교계에서 멀어지는 거지.”
“야. 그건 싫다.”
“왜?”
“너 왠지 나를 더 힘들게 할 것 같아. 막 몬스터 나타날 때마다 나 불러서 몬스터 없애는데 도와달라고 할 것 같아.”
실비아는 로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인은 잠시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냐.”
“니가 그러면 그렇지 뭐.”
실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로인은 실비아의 허리에 올려져 있던 손에 힘을 주어 실비아를 끌어당겼다.
“앗.”
실비아는 짧게 당혹성을 내뱉었다.
“야.”
로인은 실비아의 손을 잡고 있던 다른 손도 실비아의 허리에 감아 실비아를 안았다.
“오, 왜.”
실비아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대답했다. 실비아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로인이 중간에 말을 흐리자, 실비아는 로인의 눈을 마주하며 되물었다.
“달보다 니가 더 이쁘냐.”
로인은 고개를 숙여 실비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실비아는 화끈 거리는 얼굴을 느끼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느꼈다. 로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자신의 몸이 자신의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몸은 자신의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
“어떻게 된 걸까...”
실비아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속삭였다.
“...그건 당연한 거지.”
“그런가?”
“달은 1 등신이잖아. 머리만 있는 애보다 못생기면 그게 사람이냐.”
실비아는 로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로인은 옷 위로 느껴지는 실비아의 숨결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꼈다.
로인은 눈을 감고 실비아의 체온을 느꼈다.
“야.”
실비아는 입을 열었다.
“왜.”
“우리, 친구냐?”
“그럼 친구 아니냐?”
로인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하면?”
실비아는 말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
로인은 갑자기 까치발을 하며 얼굴을 가까이 내미는 실비아의 행동에 당황하여 말을 멈추었다.
“이 상태에서 내가 얼굴을 조금만 움직이면... 입술끼리 닿을 거야. 그래도 우리는 친구인건가?”
“만약에 입술이 닿는다면... 그래도 친구지. 근데, 입술이 닿게 되면 나는 승급을 요청할걸?”
“승급?”
엉뚱한 로인의 말에, 실비아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입을 열었다.
“친구에서 남자친구로. 승급을 요청할거야.”
“승급은 능력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 아니었나?”
“충분히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데?”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로인은 얼굴을 숙였다. 그에 당황한 실비아는 고개를 숙였다.
“너, 두근거렸지?”
“...”
“너 두근거리게 할 정도면, 능력 있는 거 아닌가?”
로인은 손을 올려 실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무리 두근거리게 만들어도, 나 행복하지 못하게 하면 능력 없는 거지.”
“이야... 그런 면에서는 너 정말 능력 있다. 너랑 같이 있으면 나 행복한데...”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비아는 로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마음 같았으면 나도.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능력 있냐?”
로인은 실비아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글쎄. 아직 모르겠네.”
“이거, 실망인데?”
로인은 실비아의 머리에서 손을 때어, 볼을 어루어 만졌다. 실비아는 거부하지 않았다.
“야,”
한참을 그렇고 있던 로인이 입을 열었다.
“왜.”
“그런데 말이다.”
“...”
뜸을 들이는 로인의 말에, 실비아는 로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우리 이렇고 있는 거, 다른 사람이 보면 별로 안 좋지?”
“...누가 보고 있냐?”
“응, 아까 그 젤루스라는 남자가 보고 있는데.”
로인의 말에, 실비아는 로인의 가슴을 밀치며 로인의 품에서 벗어났다.
“...이제 돌아갈까?”
로인은 자신의 품에서 벗어난 실비아를 보며, 말했다.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미안하다.”
“뭐가.”
“생각이 짧았다. 너 나하고 그렇고 있었다는 거, 알려지면 심각해지지 않나.”
“별로, 신경 안 써. 이미지에 타격 조금 받겠지만. 그 정도는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기는, 사교계에서는 이미지가 생명이잖아.”
로인은 실비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실비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무도회장으로 들어섰다.
“아, 실비아. 어디 갔었나 했더니 루푸스 준남작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나 보구나.”
“예. 달이 아름다워서 같이 구경을 하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무도회장에 들어가자마자 실비아에게 다가와 말하는 테이나 후작이었다. 로인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테이나 후작은 고개를 돌려 로인을 바라보았다.
“그래,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나.”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라. 그거 궁금해지는군.”
테이나 후작은 조용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후작님, 이건 저희 둘만의 이야기라...”
실비아는 테이나 후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고, 테이나 후작은 미소를 지었다.
“아, 그저 궁금했던 것일 뿐이야. 실비아, 네가 알아서 잘 하리라 믿는다.”
“믿으세요.”
도대체 무엇을 잘 하리라 믿는 다는 것인지... 라고 생각한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 작가의말
이얍얍! 맞춤법, 오타 지적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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