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석우는 서둘러 무대로 올라가 성은의 앞에 섰다.
“성은아, 정신 차려. 내가 지켜 줄 테니까, 아무런 걱정 하지 말고 내 뒤에 있으면 되. 알겠지?”
석우는 빠르게 말했고, 성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석우는 몸을 돌려 단검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푸른 머리의 남자가 있었다.
석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자신의 단검이 막힌 것이 당황스러운지, 허둥지둥 대며 또 다른 단검을 꺼내고 있었다.
“린, 성은을 보호해. 혹시나 다른 사람이 또 있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주위를 경계하고.”
석우는 린에게 명령하고, 인벤토리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이번에는 목검이 아니고 진검이었다. 성은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분명했고, 성은을 지키기 위해서는 진검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석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단검을 바라보았다.
‘이번 건 아까보다 느리다. 하지만... 무언가... 달라.’
석우는 속으로 생각하며 검을 들어 단검을 막아갔다.
츠츠즈
석우는 움찔하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갑자기 단검주위에 푸른색의 안개 같은 것이 끼며, 한기를 내뿜어 대었다.
‘능력자!’
뒤에는 성은이 있어서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석우는 어쩔 수 없이 검을 휘둘러 단검을 막았다.
카앙!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관중들이 그제야 웅성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이벤트인가?!”
“오옷!”
석우는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속도는 느렸지만 속에 담겨져 있는 힘이 엄청났다.
‘게다가 손바닥으로 한기가 올라오고 있어...’
석우는 검을 더욱더 세게 잡으며 생각했다. 손에서 한기가 올라와 손이 시릴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검을 놓을 수는 없었다.
‘계속 이대로 있다가는 단검에게 당할 것 같다. 단검만 이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겠지만... 능력까지 함께라면 힘들어... 차라리... 내가 공격을 하는 게 낫겠다!’
석우는 생각을 마치자마자 앞으로 달려 나갔다. 푸른 머리 남자를 향해서였다.
“린! 성은이를 꼭 지켜라!”
석우는 린에게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자신이 성은에게서 떨어진다면 성은이 위험 할 수도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속도 하나는 빠른 린이라면 습격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터였다.
석우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자, 푸른 머리 남자는 허둥대며 단검을 다시 꺼내었다. 하지만 이미 석우가 너무 가까이와 단검을 날려보았자 큰 피해를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푸른 머리 남자는 단검을 포기하고 자신의 손을 앞으로 뻗었다.
석우는 푸른 머리 남자의 머리 위를 힐끗 쳐다보았다.
[변성진, 레벨:92]
물건에 특정 속성을 띄게 하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른 머리 남자 아니, 변성진의 레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석우는 그리 높지 않은 레벨에 안심하며 검을 휘둘렀다. 변성진은 자신의 팔을 들어 석우의 검을 막았다. 석우는 그 모습에 기겁하여 검을 멈추었다. 아무리 성은을 공격했더라도,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이상 그의 신체에 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검은 휘두르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었다. 이미 석우의 검은 변성진의 팔을 가격하고 있었다.
캉!
석우는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들리자, 황당하다는 듯 변성진의 팔을 바라보았다. 변성진의 팔은 약간 푸르게 변해있었고, 마치 얼음 인 것 마냥 반투명했다.
‘크윽’
석우는 손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한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손바닥이 얼얼했고, 한기가 온몸을 퍼져 몸이 살짝 떨릴 정도였다. 석우는 그래도 팔이 잘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검을 내렸다.
“이제 그만하시죠? 어차피 계속 하시더라도 곧 능력자 협회에서 사람이 올 겁니다.”
“...”
변성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석우에게 달려들었다. 석우는 뒤로 물러나 변성진의 공격을 피해 내었다. 변성진의 공격은 막는 것보다 피하는 것이 더욱 이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피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가이스 소환.”
석우는 변성진의 공격을 피하고, 그의 가슴을 발로 차 그를 쓰러트림과 동시에 말했다. 평소 때라면 쓰러트리고 그 위에 올라타 그를 제압했겠지만 두 팔에서 한기를 내뿜는 변성진의 위에 올라탈 용기가 없었다.
변성진은 서둘러 일어나다가, 거대한 가이스를 보고 뒤로 물러났다. 몸놀림도 그렇고, 겁에 질려있는 모습을 보니, 석우는 변성진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번에 새로 능력을 각성한 능력자 인 것 같았다.
변성진은 능력자 협회의 사람이 나온 줄 알았는지,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하며, 두 팔에 사용했던 능력을 풀었다.
석우는 그 모습에 조그마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석우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는 변성진에게 다가갔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하지만 석우는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석우야!”
석우는 천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네. 오셨어요?”
석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저도 잘 모르는데...”
석우는 말을 흐렸다. 그는 정말 아는 게 없었다. 단지 변성진이 성은을 공격했고, 석우는 그것을 막은 것뿐이었다.
“...너는 어쩌다 이곳에 와있는 거냐?”
“저야... 성은이 공연 보러 왔죠.”
“저 사람은 왜 저러고 있고?”
“성은이한테 단검을 날려서 제가 제압했죠.”
석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변성진은 이미 천성의 휘하 능력자들이 붙잡고 있었다.
“...일단 성은이 데리고 성은이 소속사로 가거라. 뒤처리는 내가 알아서 하마.”
“네...”
천성의 말에 석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성은아, 진정하고, 일단 나랑 회사로 가자.”
석우는 성은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리며 말했다. 성은은 고개를 저었다.
“집으로... 집으로 가자.”
“...너희 집?”
석우는 성은을 바라보며 물었고, 성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너희 집으로 가자.”
석우는 성은을 부축하며 성은의 매니저에게로 다가갔다. 린이 그 뒤를 따랐다. 홀로 남겨진 지아는 그저 멍하니 석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매니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매니저라는 사람이... 성은이가 공격을 당했는데도 와주지를 않냐... 뭐, 왔으면 더 불편했을 테지만.’
석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형!”
석우는 매니저를 불렀다. 매니저는 그제야 석우의 존재를 눈치 채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석우가 아니었다.
“성은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매니저는 성은을 보자마자 물었다. 석우는 그 모습에 짜증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빨리 성은이 집으로 가요.”
“집으로? 알겠어.”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차에 탔다. 석우는 성은을 차에 태우고 자신도 차에 올랐다.
성은은 석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눈을 감았다.
석우는 성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성은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오빠... 고마워.”
한참을 눈을 감고 석우의 손길을 느끼던 성은이 입을 열었다.
“고맙기는. 당연히 해야 할 일었지, 오빠가 동생을 지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야.”
석우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할 정도로 진정이 되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정말 정말 고마워... 벌써 두 번째나... 나를 살려주고. 이렇게 내 곁에 있어주고... 너무 고마워.”
“...”
성은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석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 왔다.”
매니저가 말했고, 석우는 가볍게 성은을 안아들고 성은의 집으로 들어왔다.
“매니저 오빠, 이제 가요.”
성은의 말에 매니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이 있어줘야지!”
“석우 오빠만 있어주면 되요. 나... 실랑이 할 힘없으니까 빨리 가요.”
성은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말했다. 매니저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진정 되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
매니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문 앞에 서서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문을 닫았다.
“오빠...”
“응?”
석우는 성은의 옷 등을 정리하다가 성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고마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당연한 거라니까?”
“그래도 고마워. 항상 내가 어려울 때마다 곁에 있어주고... 정말 고마워.”
“...”
“두 번이나 나를 구해주고. 나 구하느라 오빠가 고생이 많은 것 같다... 크크”
성은을 말하다 말고 웃음을 흘렸다. 석우는 방송 불가 판정이 날 이상한 웃음소리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생은 네가 더 심하지. 두 번이나 위협을 받았으니 말이야.”
“...”
석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성은을 바라보았다. 성은은 울고 있었다. 석우는 성은에게 다가가 성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왜 울어... 울지 마...”
“그냥... 왜 사람들은 나에게만 이럴까? 왜 나한테만 뭐라 하고, 나만 공격하고... 왜 그럴까? 내가 그렇게 노래를 못하나?”
“그런 거 절대 아니니까 걱정마라. 그냥 이상한 녀석이었다고 생각해.”
석우는 성은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오빠... 나 힘들다...”
“...”
“노래 부르는 것도 힘들고... 연기도 힘들고... 그냥 사는 게 힘들다.”
“사는 게 원래 힘든데... 그래도 힘내야지, 내가 있잖아?”
석우는 과장스럽게 말했다. 성은은 그런 석우의 모습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맞아... 오빠가 있었지...”
성은은 손을 들어 눈물을 닦고, 입을 열었다.
“오빠...”
“...?”
석우는 성은을 바라보았다.
“영원히... 내 옆에 있어줘...”
성은은 그렇게 말하며 석우에게 머리를 기대었다. 석우는 그런 성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연하지, 내가 영원히 네 옆에 있어주마.”
“오빠... 내가 만약 오빠로서가 아니라, 연인으로서 옆에 있어달라고 부탁하면... 들어줄 거야?”
“...”
석우는 예상하지 못한 성은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굳었다. 성은은 그런 석우의 배를 손가락으로 찔렀고, 석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글쎄...”
“...”
석우는 말을 흐렸고, 성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성은은 고개를 들어 석우의 볼에 뽀뽀했다. 석우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나를 구해준 보답.”
“과분하네. 하하.”
석우는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성은의 볼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고마워 오빠...’
성은은 기분 좋게 웃는 석우를 보며 생각했다. 석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르게 웃음을 되찾을 수 없었을 터였다. 물론 지금도 무섭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석우가 곁에 있으니 훨씬 나았다.
- 작가의말
이얍얍! 오타, 맞춤법 지적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추천은 제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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