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카사드라는 말을 타도 한 달이 넘게 걸리는데 어떻게..."
"그건 제게 맞기시고, 일단 돈을 드릴 테니 배를 건조하는데 에 힘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인은 아공간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골드로 5000골드, 그리고 여러 보석들입니다. 영지 재산으로 등록하시고, 관리하시면 됩니다."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이번에 블랙 와이번 기사단이 오신걸 아실 겁니다."
"예, 며칠 전에 와서, 벌써 만 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사냥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그러겠습니다."
"그럼, 저는 출발 하도록 하죠."
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냈다. 인원은 자신과 린. 그 둘뿐,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간다면 이동 시간이 길어질 것을 염려해 최소한으로 추린 것이었다. 나인도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이참에 2주 동안 마법 수련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나인은 두고 살 생각이었다.
로인이 이렇게 급하게 출장을 준비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영지 자금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 재산을 만들 방법이 없었다. 가죽을 팔아야 돈이 되는데, 가죽을 팔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배를 만들라 지시를 한 것이었다. 배를 만들면 자신이 없어도 가죽을 파는 것이 가능하니 말이다.
지금이 최적의 시기였다. 블랙 와이번 기사단 덕분에 몬스터로부터 일단 안전 할 것이었다. 주변의 몬스터들을 쓸어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곳에 있던 몬스터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안 다른 몬스터들이 올 것이었다. 최대한 빨리 갔다 와야했다.
"마스터,"
가볍게 뛰어가던 로인은 린이 부르자, 고개를 돌려 린을 바라보았다.
"왜."
"우리 지금 데이트 하는 거야?"
"...그래. 2주 동안 데이트 하는 거야."
"근데 굳이 이렇게 뛰어야해?"
"어, 빨리 갔다 와야하니까."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칫, 나는 마스터랑 데이트 오래 하고 싶은데."
"...얼마나 하고 싶은데?"
"음... 한 10년 동안?"
"차라리 결혼을 하자고 해라."
"그래? 그럼 결혼하자!"
린은 해맑게 웃으며 로인에게 말했다. 로인은 린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은 안 돼."
로인은 고개를 저었다.
“왜?”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니까?”
“그럼 나랑 결혼하고 그 여자하고 또 결혼 하면 되잖아.”
린은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 말했다. 능력 있는 남자가 여러 명의 아내를 가지는 것이 이곳에서는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후...”
로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로인은 그 부분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내는 한 명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로인의 머리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결혼은 나중에 생각하자.”
로인은 말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린은 투덜거리며 로인의 뒤를 따랐다.
“모, 모두 합해서 3200골드입니다.”
가죽 상인이 큰 금액에 말을 조금 더듬으며 말했다.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가죽 상점은 몇 게 없었다. 이번이 3번째 가죽 상점이었고,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지금까지 판 가죽이 총 13500골드. 더 이상 파는 것은 무리일 것 같고... 다른 도시로 가거나 아니면 가죽 상점이 아닌 상단을 찾아야하겠군.’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가죽 상점을 나왔다. 13500골드를 벌었지만, 아직 가죽은 몇 배나 더 남았다. 13500골드라면 그리 크지 않은 라쿠스 영지가 별 무리 없이 몇 년은 지낼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로인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로인은 라쿠스 영지를 최고의 영지 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지를 지켜낼 힘을 가지고 있고, 주민들이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영지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일단 기술이 발전해야하고, 무력도 있어야한다. 그것을 이루는 데에는 돈이 필수지.’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단을 찾기 위해서였다. 큰 도시이니, 상단이 2 개에서 3개 정도는 머물고 있을 것이었다.
“마스터.”
“응?”
로인은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의 팔을 붙잡는 린의 모습에, 고개를 돌려 린을 바라보았다.
“나 저거 사줘.”
린은 손가락으로 대장간에 진열 되어있는 쇼트 소드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로인은 대장간에 가까이 다가가 쇼트 소드를 바라보았다. 쇼트 소드는 검이라고 하기에는 뛰어난 예기를 가지고 있었다. 도에 가까운 쇼트 소드는, 살짝 휘어져 있었다.
‘린이 쓰기에 좋은 검이기는 하군.’
로인은 쇼트 소드를 휘두르며 말했다.
[빛나는 쇼트 소드
내구력: 55/55
공격력: 45
소량의 미스릴이 들어간 합금으로 만들어진 쇼트 소드이다. 실력 있는 드워프 장인, 우갈핸드가 만든 것으로, 내구력과 공격력이 뛰어나다.]
‘드워프제?’
로인은 눈을 빛내며 검을 바라보았다. 도시가 크기는 하지만, 드워프는 쉽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떡하니 드워프가 만든 검이 대장간에 진열되어 있다?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얼마에요?”
로인은 검을 들으며 물었다.
“검을 볼 줄 아시는 분 같으니... 별 말 안하겠습니다. 90골드입니다.”
“사겠습니다.”
로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값을 지불했다.
“이 검을 만든 사람을 보고 싶은데... 어디서 만날 수 있습니까?”
로인은 직원을 보며 말했다.
“글쎄요... 그리 쉽게 만날 수 있으신 분은 아니라서 말이죠. 저희도 이 검을 만드신 분이 어디에서 사시는지 모른답니다.”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로인은 눈을 빛냈다. 연기 스킬이 있으면, 자신보다 낮은 연기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연기를 하는지 정말인지 알 수 있다. 지금 이 직원은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툭
로인은 린이 자신의 어깨를 건드리자, 고개를 돌려 린을 바라보았다.
“이 검을 만든 사람... 저기 안에 있어. 냄새가 나.”
린이 로인의 귀에 속삭였다.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드워프라면 로인의 계획을 조금 더 쉽게 만들어 줄 것이었다.
“뭐, 그럼 그분을 아시는 분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요?”
로인의 말에, 직원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날 보자고 했다고?”
덩치 큰 남자가 작업실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로인은 눈을 빛냈다. 남자의 머리위에는 창 하나가 떠 있었고, 그 창은 남자가 드워프 우갈핸드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드워프는 키가 작을 텐데... 이 남자는 나보다 키가 크군.’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네, 이 검을 만든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요.”
“그 검을 만든 사람이 어디서 사는지는 나도 모르네, 단지 가끔 이곳에 들려 무기 몇 게를 팔고 갈 뿐이지.”
로인은 남자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 몸도 그 사람, 아니, 그 드워프가 만든 것이겠죠?”
“...!”
로인은 우갈핸드가 놀라는 표정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조심스럽게 우갈핸드를 지켜보던 로인은, 우갈핸드가 움직임과 동시에 조그마한 기계음이 들리는 것을 눈치 챘던 것이다. 게다가 어딘가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사람이라면 몰라도 드위프라면 기계 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번 찔러 본 것인데 맞은 것이었다.
“자, 자네 누군가?”
“로인 루푸스. 옆 영지인 라쿠스 영지의 영주입니다.”
“라쿠스 영주가 왜...”
“당신을 만나려 왔죠.”
로인의 말에, 우갈핸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아무 곳도 가지 않는다. 자네가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어.”
“...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나를 자네의 영지로 데리고 갈 생각 아닌가.”
“그건 맞는데... 일단 들어보시죠.”
“우리 드워프는 절대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는다.”
“뭐... 그럼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
로인의 말에, 우갈핸드는 답하지 않았다.
“왜 무기를 만드십니까?”
“더 좋은, 더 강한 무기를 만드는 것은 드워프의 숙명이다.”
“왜 꼭 무기여야 하는데요?”
“강함을 측정하는 형태로서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지.”
“강함이라는 것은... 상대 적인 것이죠?”
“아무래도.”
“저와 함께 다른 것과 비교 할 수 없는 예술을 만들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로인이 말하며 종이 몇 장을 꺼내었다.
“인간이 예술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그렇게 말하던 우갈핸드는 로인이 넘긴 종이를 정신없이 보기 시작했다.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성공이다. 로인이 넘긴 것은 별것 아니었다. 로인이 현대의 모터를 개조해,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모터의 설계도였다. 인간에게는 기술력이 부족해 만들지 못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드워프는 아니다.
‘저런 몸도 만드는데... 이거라고 못 만들겠어. 앞으로 일이 수월해 지겠군.’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우갈핸드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분명 대단한 물건이기는 하다만... 용도를 알 수 없군.”
“생각해 보세요. 이것을 수레바퀴에 끼운다면? 수레는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
우갈핸드는 로인의 말에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이건 누가 만들어 낸 것인가!”
“제가 만들었습니다만.”
로인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말했다.
“크으...”
우갈핸드는 갈등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한 번 재안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예술을 만들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하, 하지.”
우갈핸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동력원이 마나석인 것 같은데... 그 양을 세심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물건이 폭발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 그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겠나?”
우갈핸드는 설계 도면을 보며 말했다.
“뭐, 마나석의 마나를 한 번에 빼온다면 분명히 문제가 생기겠죠. 하지만 일정하게 마나를 사용한다면 절대 폭발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원리가 불의 마나와 물의 마나가 서로 당기고, 밀어내는 성질을 이용해 물건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 아닌가. 물의 마나와 불의 마나가 만나면 폭발할 가능성이 높은데 어떻게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하지?”
“우갈핸드님이 알아서 잘 해주실 거라 믿으니까요.”
“...”
우갈핸드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단순했다.
‘하아... 2주... 이 속도라면 엄청 걸리겠군.’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2주 안에 간다고 했는데, 드워프를 데리고 가려니 시간이 엄청 걸릴 것 같다. 자신이 먼저 빨리 영지로 돌아가고, 린과 우갈핸드가 뒤에 따라오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지만, “싫어. 이 못생긴 난쟁이 할아버지하고 단둘이 있는 건 절대 싫어! 아무리 마스터의 부탁이라도 않되.” 라는 린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했다.
고민 끝에,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우갈핸드를 업고 가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한 로인은 우갈핸드를 업었다.
“뭐, 뭐하는겐가?”
“제가 좀 빨리 돌아가야 하는 입장이라서요.”
로인은 우갈핸드의 무게에 나직이 신음을 흘리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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