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
실비아는 블랙 와이번 기사단을 보며 입을 벌렸다. 로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실비아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저런 기사단을 키워낼 수 있었던 거야? 아니, 소드 익스퍼트에 이르는 실력자들을 몇 달 만에 키울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너... 나한테 숨기고 있었던거야? 이런 기사단을?”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로인은 차마 블랙 와이번 기사단이 언데드라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실비아가 기겁할 것이었다.
“어떻게 나한테도...”
실비아는 고개를 숙였다. 로인은 피식, 웃었다. 서운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장난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미안.”
로인의 말에, 실비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이런 기사가 있어서 다행이네.”
“있었기에 영지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지.”
“하긴, 없었으면 불가능했겠다.”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 병사들은 어떻게 할 거야?”
“솔직히 이미 몬스터들 쪽은 안정이 된 상태야. 영지의 건물을 지을 때 활용하고 싶어.”
실비아는 죽어가는 트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비아가 생각해도 저런 기사단이 있는 이상, 몬스터는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베르시아 기사단과 대등할 것 같았다. 제국의 최고 기사단이라고 칭송받는 베르시아 기사단과 대등한 실력이면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그럼 내가 책임자에게 말할게.”
“부탁해.”
로인의 말에, 실비아가 싱긋, 웃었다. 로인은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스터.”
로인은 린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응?”
“...아니야.”
린은 고개를 저었다. 로인은 그런 린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아, 린아.”
린은 고개를 돌려 로인을 바라보았다.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한 5명 정도... 찾아서 교육시키고 있어.”
로인이 부탁한 것. 그것은 바로 린과 같은 어쌔신을 키워내는 것이었다. 이미 자질이 있는 5명의 고아를 찾아 훈련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어쌔신이라고 표현했지만, 정보 수집을 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잘 하고 있어. 고마워.”
로인의 말에 린이 수줍게 미소 지었다.
로인은 가만히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저녁을 먹고, 실비아가 조용히 만나고 싶다고 한 것이다. 가볍게 대화나 나누고 싶어 할 줄 알았던 실비아의 표정이 의외로 심각하자, 로인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
로인이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비아는 주저하는 눈치였다. 로인은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실비아가 이렇게나 주저할 만한 이야기라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닐 것이었다. 여유를 주는 것이 좋았다.
“너만 알고 있어야해.”
짧지 않은 고민 끝에 실비아가 입을 열었다.
“뭔데 그래.”
“정말 너만 알고 있어야해. 약속할 수 있어?”
“...약속할게.”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로인은 실비아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단지 대륙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가지고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케센 왕국이 군사를 움직이고 있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야?”
“응.”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센 왕국은 페르엔 제국의 약 4분의 1정도 크기를 가지고 있는 왕국 치고는 큰 영토를 가지고 있는 왕국이었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왕국 중 하나였다. 군사력도 만만치 않아, 만약 케센 왕국이 죽자 살자 달려들면 제국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게 무슨 문제지?”
하지만 그 정도였다. 아무리 대단해도 왕국은 왕국이었고, 로인은 왜 실비아가 케센 왕국이 군대를 움직이는 것에 그렇게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전쟁이 일어나도 당연하게도 제국의 승리일 것이고, 로인이나 실비아나 전장은 구경도 못해 볼 것이 뻔했다.
케센 왕국에 마스터가 한 명이 있어 그 것이 마음에 조금 걸리지만 이쪽에도 마스터가 한 명 있다. 심각하게 걱정을 할 상대는 아니었다.
“케센 왕국은 어리석지 않아. 자기 혼자 우리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
로인은 가만히 실비아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문제야. 카밀라 제국이 케센 왕국의 편을 들것 같아.”
“카밀라 제국이?”
로인은 그제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카밀라 제국. 페르엔 제국보다 영토가 크지만 평야지대가 별로 없어서 식량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제국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엄청난 자금으로 주변 국가의 식량을 사들여 지금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다.
카밀라 제국은 그런 특성 때문인지, 주변 왕국의 영토를 호심탐탐 노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이번 겨울이 지나가고, 내년 봄에 전쟁이 터질 거야. 일 년도 남지 않았어.”
실비아의 말에, 로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카밀라 제국이 얼마나 개입하리라 생각해?”
로인의 말에, 실비아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초기에는 눈치를 보겠지. 아마 케센 왕국이 잘 공격을 한다면 지원군을 보내고. 지원군을 보내게 된다면 적어도 5만의 군대는 보낼 거야. 카밀라 제국의 힘도 충분히 비축되어 있고, 영토를 노리고 있으니...”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대륙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걸 원하는 것 같아. 적어도 동대륙 전체가 전쟁을 하기를 원하는 것 같아. 아무리 카밀라 제국이라도 세르미온 제국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원하지 않겠지.”
실비아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로인이 입을 열었다.
“너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아, 카밀라 제국이 굳이 그걸 숨기지는 않는 모양이지?”
“잘 모르겠어. 나도 아빠가 하는 말을 우연히 들어서 알게 된 거라.”
“흐음...”
로인은 잠시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케센 왕국과 카밀라 제국, 그 둘 뿐인 건가?”
“전쟁이 시작되면 파가 갈리겠지.”
“만약 케센 왕국과 카밀라 제국, 그 둘 뿐이라면 오히려 잘됐는데?”
“...”
실비아는 의외의 로인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로인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일단 알고 있으니, 대비할 시간이 주어지는 거고... 카밀라 제국은 특성상 기사가 많이 없잖아.”
석우의 말대로, 평야 지대가 적은 카밀라 제국은 기사의 수가 적었다. 평야 지대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기사를 키워보았자, 쓸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대신 레인져가 있었지만, 하지만 페르엔 제국에는 산이 많이 없었다. 레인져도 쓸모가 없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상대해야할 마스터가 2명이라는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심각한 상황 같지는 않은데. 오히려 우리 페르엔 제국도 힘이 충분히 있는 상황 아니야? 세르미온 제국의 눈치를 보아서라도 전력을 다하지는 않고, 일부만 움직일 테지 우리 쪽도 여유가 있어. 오히려 케센 왕국을 집어 삼킬 명분이 생기는 셈이야.”
“...”
실비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 듯 했다.
“하아... 나는 잘 모르겠어. 우리 쪽도 훗날을 생각해서 많은 군대를 움직일 수는 없을 테니... 손해 보는 것은 우리 쪽일 거야. 전쟁으로 파괴되는 영토도 우리 제국의 영토겠지. 죽어가는 것도 우리 제국의 사람일 것이고.”
실비아의 말에, 로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최대한 활용을 해야지. 우리는 단 한명의 사람으로 수천수만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잖아? 우리가 가진 것을 활용하면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해.”
로인의 말에,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조금 안심한 표정이었다.
“그렇기는 하겠다.”
실비아의 말에, 로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는 전쟁은 그만 걱정하도록 하고, 오랜 만에 만났는데, 즐거운 대화나 해볼까?”
“푸훗.”
“...?”
자신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실비아의 모습에 로인은 이상한 눈으로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너 방금 엄청 이상한 표정 하고 있었던 거, 알아?”
“이상한 표정?”
“마치 잡아먹기 직전 사냥감에게 보내는 듯 한 표정이었어.”
“...”
로인은 실비아의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 걱정 마. 잡아먹겠다고 하면 반항은 하지 않을 테니.”
실비아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잡아먹기 전에 맛이라도 봐볼까?”
로인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하며, 몸을 움직여 실비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실비아는 조금은 부끄러운, 하지만 기대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로인은 고개를 숙여 실비아의 입술을 항해 입술을 뻗었다.
실비아의 입술과 로인의 입술이 만났다. 로인은 혀를 움직였고, 실비아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로인과 실비아의 혀가 엉켰다. 잠시 뒤, 실비아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하아하아...”
실비아가 진정되지 않은 거친 숨을 토해 내었다. 로인 또한 거친 숨을 고르며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실비아는 시선을 바닥을 향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맛... 어땠어?”
“달콤한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실비아의 말에, 로인이 답했다. 로인의 말에, 실비아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전에도 해본 적 있는 입맞춤이었지만, 이렇게 깊게 해본 적은 없었다. 실비아는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진정시키며,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나머지도 모두 먹을 건가?”
실비아의 도발 적인 말에, 로인은 눈을 감았다 떴다.
“물론.”
이내 로인이 답하며 실비아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아, 아직은 안 돼.”
실비아가 다시 한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로인은 잠시 멍하니 실비아를 바라보다가, 입을 벌렸다.
“푸하하.”
로인이 웃자, 실비아는 당황한 듯 했다.
“조, 조금은 먹어도 되는데... 모두 먹는 건...”
“하하하하.”
로인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모두 먹을 거냐고 물어보던 실비아가 갑자기 아직은 안 된다고 말하는 모습이 귀여웠던 것이다.
“걱정 마. 나는 아껴 먹을 줄 아는 사람이거든.”
“늑대겠지.”
실비아는 로인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오. 정답. 그럼 너는 여우인가?”
“그럴 수도?”
“하하. 어디, 여우가 얼마나 맛있는지 한번 먹어 볼까?”
“모두 먹어 버리는 것은 정말로 안 돼.”
“알겠어.”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도 그럴 생각이었다. 자신과 실비아의 신분상, 끝가지 갔다가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특히 실비아는 타격이 클 것이었다.
로인은 실비아를 안아 커다란 침대로 걸어갔다. 실비아는 저항 없이 침대에 몸을 누웠다. 잠시 누운 실비아의 모습을 바라보던 로인은, 실비아의 옆에 누웠다.
잠시 후, 로인의 입술은 또다시 실비아의 입술을 만나게 되었고, 린은 그날밤 잠을 자지 못했다.
- 작가의말
이얍! 오타, 맞춤법 오류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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