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5
“황군의 메호안입니다.”
“아, 환영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로인의 얼굴은 환영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냥 올 거면 빨리 오라는 표정. 굳이 필요도 없는 황군이었다. 그는 환영을 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왜 왔냐고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황군 1만, 루푸스 준남작님을 따르라는 명을 받고 준남작님의 군대와 합류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호안이 말했다. 그는 본신의 무력은 겨우 마나유저 초급 밖에 되지 않았지만, 1만의 군사를 이끌고 있는 만인대장이었다. 로인은 그를 마주 앉게 하였다. 일단 군대 배치를 알려주어야 할 것이었다.
“일단 전체적인 모습은 제 군대가 정면에, 황군이 후면에 위치하고 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로인이 입을 열었다. 메호안은 진지한 얼굴로 배치도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메호안은 로인의 말이 모두 끝나자 고개를 끄덕였다. 로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메호안을 바라보았다.
“뭐 하고 싶은 말이나, 의견이 있다면 말해 보십시오.”
“...준남작님의 군사들이 황군만큼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젝슨 백작의 군대를 상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왜 혼자만 가신다고 하였는지 궁금합니다.”
“아... 그건...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제가 젝슨 백작의 군대를 상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요? 저는 오히려 쉬워 보이는데. 병사들은 황군보다 강하고, 병사들뿐만 아니라 고급 인력도 있습니다.”
“고급 인력이라면...”
“기사단과... 저도 있죠. 그리고 마법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젝슨 백작의 군사들도 강합니다. 그들은 적어도 한 번의 전쟁 경험을 가진 유능한 병사들입니다.”
“그러는 제 병사들은, 전쟁 경험이 없을 것이라 보십니까? 제 영지는 라쿠스입니다. 몬스터와 하루에도 몇 번씩 전쟁을 하는 곳이 바로 라쿠스라는거,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로인의 말에, 메호안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메호안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베르시아 백작이 군대를 이끌고 레몽 후작의 군대에게 진격을 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도 준비를 해야 했다. 로인은 나인에게 준비를 하라 일렀다.
“루카스 준남작님, 실비아 베르시아 아가씨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아, 들어와.”
손님이 찾아왔다. 내일쯤이나 올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그녀라서, 로인은 당황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헐... 나는 어제도 봤는데.”
“어제? 나는 왜 못 봤지?
로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되고서 실비아를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군대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실비아를 만날 시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나인이라는 여자랑 아주 신나게 얘기 하고 있던데.”
“...그래서, 무슨 말 하려고 온 거야? 솔직히 시간이 별로 없어.”
전쟁의 사령관이 된 입장으로서, 조금은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고,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실비아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입을 열었다.
“너랑 같이 간다고.”
“젝슨 백작에게?”
“어... 젝슨 백작한테 가는 거였어? 몰랐네.”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로인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일 정도 출발 할 것 같으니까 알아서 따라오면 되.”
로인이 말했다.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쁜 와중에 실비아의 군대마저 신경을 써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일단 이동을 하면서 천천히 군대를 배치시켜야 했다. 어차피 실비아의 군대는 수가 적어서 로인의 본대와 함께 섞어 두어도 괜찮을 것이었다.
“내일?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야?”
실비아는 내일 바로 간다는 말에, 살짝 놀랐는지 반문했다.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빨리 젝슨 백작의 군대를 처리하고 베르시아 백작님의 군대에게 합류해야지.”
“...가능할거라 생각해? 젝슨 백작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닌데. 나는 군대가 적기에 그저 잔당을 처리하는 줄 알았는데...”
실비아의 말에, 로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실비아도 물론 로인에게 생각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로인의 군대의 무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로인을 신뢰하고 있을 뿐. 지금의 물음도 어떤 방법을 사용해 젝슨 백작을 상대할 것이냐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젝슨 백작의 군대는 약 3만. 우리 군대는 약 18000. 황군의 병사 한명이 젝슨 백작의 병사 한명과 동등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되는 상황이야. 그런 병사가 1만이니, 3만중 1만은 황군이 상대 한다고 치면 2만이 남지, 그리고 내 군사들은 한명 한명이 젝슨 백작의 군사 2명을 상대 할 수 있는 무력을 가지고 있고. 그럼 단순 계산으로만 했을 때. 약 4000명의 군사가 남는데, 그 정도는 나하고 너하고 둘만 있어도 상대가 가능하잖아? 마나포션 빨아가면서 노움, 실프에게 마법을 부탁하면 2000명은 그냥 죽을 거고. 나도... 가이스 소환하고 린이 있으면 2000명은 상대 가능하고.”
로인은 책상을 손가락을 두드리며 말했다. 단순한 수학일 뿐이었다. 그저 로인이 습관적으로 계산 한 것에 불과했다. 로인의 능력은 게임. 그 능력을 얻기까지 수많은 게임을 했고, 전쟁 게임도 했다. 결국 전쟁 게임은 숫자 계산. 대충 숫자 계산을 먼저 하고, 전략을 짜서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는 것이 전쟁 게임이었다.
로인은 지금, 마치 게임을 하듯 숫자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건 그냥 숫자계산일 뿐이잖아. 다 같이 죽자며 달려들어서, 결국은 둘 다 몰살.”
“물론, 내가 방금 말한 것은 그냥 숫자 계산이지. 하지만... 전략을 잘 짜면 달라지겠지? 물론, 전략을 짤 필요도 없이, 10% 미만의 피해만을 입으면서 상대가 가능하지만... 이 피해를 1% 미만으로 줄여야지.”
로인은 누구에게 말하는지 모를 정도로 중얼 거리며,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이 열렸다.
“싸일런스.”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멀린은, 입을 열었다. 그의 마법이 발현되었다. 이제 로인과 실비아의 말 소리는 그 누구도 듣지 못하리라.
“일단, 솔직히 말하면... 멀린이 광범위 마법을 사용해서 적어도 5000명은 상대 할 수 있어. 물론 최소한으로 잡았을 때. 하지만 이런 소규모 전쟁에 멀린을 너무 눈에 띄게 하는 것은 좋지 않아. 그래서 멀린은 보조만 하게 할 셈이야.”
“멀린... 그가 그렇게 강했나?”
“물론.”
실비아의 물음에, 로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비아는 멀린을 가까이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마법사인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로인이 가신을 새로 만들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멀린이 높아봐야 4클래스 마법사 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로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였다. 광범위 마법으로 5000명 이상의 병사를 죽일 수 있다면 적어도 6클래스. 그런데 그 5000명이 최소한으로 잡았을 때라고 한다. 그렇다면 7클래스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자를 어떻게...”
“뭐, 우연이지.”
로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솔직히 그가 생각했을 때, 멀린을 가신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우연이다. 바하드 자작의 영지에, 그런 대단한 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고, 만약 멀린이 바하드 자작의 편을 들었다면 로인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보조만 한다면 어떻게 승리하려고?”
“뭐... 전쟁을 하면 알게될거야.”
로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로인은 열심히 걸음을 옮기는 군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흐트러져 각자가 편한 자세를 취하며 걸음을 옮기는 로인의 군대는 다른 귀족들이 본다면, 오합지졸이라고 비웃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로인은 굳이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조금 흐트러져 있는 대열이지만, 로인의 말 한마디면 순식간에 다시 각이 잡힐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로인은 눈을 돌려, 자신의 군대보다 대열이 잘 맞추어져 있는 황군을 바라보았다. 열심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들은, 자신의 앞에서 걸어가는 로인의 군대를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만 흐트러지면 지휘관에게 꾸중을 듣는 그들의 처지로서는 편하게 걸음을 옮기는 로인의 군대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로인은 황군의 체력이 걱정이 되, 메호안에게 말을 하여 조금은 편한 자세로 걸을 수 있게 해주었다. 메호안은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겼으나, 굳이 로인의 말을 거절 하지는 않았다.
“젝슨 백작의 군대는 어디쯤에 있지?”
로인은 자신의 막사에 들어가, 나인에게 물었다. 나인은 기다렸다는 마냥, 입을 열었다.
“젝슨 후작의 군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요. 저희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우회하지 않고 바로 오고 있어요. 레모난 마을에 이틀이면 도착할 것 같아요.”
“벌써?”
“네. 레모난 마을 주민들이 모두 피난을 가서 인명 피해는 없을 것 같지만... 그곳은 식량 창고가 있어서 점령당하면 좋지 않아요.”
나인의 말에, 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레모난 마을까지는 만 하루 정도면 도착이 가능했다. 가서 대비를 할 시간은 있을 것이었다. 마을의 규모가 작아, 1만 명 이상이 머물기에는 무리겠지만 마을 주변이 모두 평야라 막사를 짓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었다.
“그럼 일단 레모난 마을에 가서 대기한다. 체력을 비축해야 하니까, 굳이 급하게 갈 필요는 없어.”
로인은 그렇게 말하고 미소를 지었다. 3만이라는 병사를 이끌고 이틀거리라면, 로인과 린에게는 반나절거리도 되지 않는다. 두 명이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줄 수 있겠냐만은, 로인과 린은 상당히 강했다. 로인이 마음을 먹으면 상당한 수의 병사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로인에게는 아공간이 있기에 절대 안전한 식량이지만, 그들은 아닐 것이다. 식량을 약탈하거나 그것이 안 될 것 같으면 불이라도 지르면 피해가 상당할 것이었다.
나인은 로인의 입가에 생긴 미소를 보고, 입을 열었다.
“뭐... 부대 이탈하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그거 탈영이에요.”
나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로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린과 함께 특수 작전을 시행할거야.”
“...마스터와 린, 둘 만요?”
“우리 둘이 걸음이 가장 빠르니까.”
“에이, 솔직히 린이 훨씬 빠르죠. 마스터는 그냥...”
“그냥 뭐.”
“그냥 린이 혼자 보낼 수는 없으니까 같이 가는 거잖아요.”
“린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살인을 한 적은 없어. 첫 살인은 충격이 크고, 내가 그 옆에 있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어.”
로인의 말에, 나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말하면 자신이 더 뭐라 말 할 수는 없었다.
“잘 다녀오세요.”
“그럼, 아마 지금 출발하면 밤에 도착할 것 같으니까. 한바탕 휘저어 주고 새벽 정도에 돌아 올 것같아. 그렇게 알고 있어. 혹시 늦게 오더라도 걱정은 하지 말고. 도망하는 건 전문이잖아. 블랙 와이번 기사단에게 포위당해도 빠져 나올 수 있으니까.”
로인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작가의말
내용 중복, 수정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서우현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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