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저, 저기 옵니다!”
성벽위에 있던 병사가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저 멀리서 크론벨이 다가오고 있었다. 낮에는 없었던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는 크론벨의 모습은 당당했다.
“시, 신라에는!”
“화랑.”
크론벨은 달려오며 나직히 말했다. 그리 크게 외친 것 같지도 않은 크론벨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성벽위에 있던 병사가 듣기에 충분했다. 병사는 서둘러 성문을 열었다. 크론벨과 50의 기사들이 성을 들어섰다.
로인은 크론벨이 성에 들어서자, 서둘러 성벽을 내려가 크론벨을 맞았다.
“드디어 오셨군요.”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몬스터들이 난리를 치기에, 처리를 하느라 늦었습니다.”
크론벨은 말에서 내려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동시에 뒤에 있던 50명의 다크 나이트들도 한쪽 무릎을 꿇었다.
“머물 곳을 안내해 드리죠.”
로인의 말에, 크론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인이 안내한 곳은 로인의 집과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예전에, 이곳의 영주의 기사들이 쓰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14명의 기사와 15명의 예비 기사들이 쓰고 있는 곳이었다. 전체적으로 사각형 모양을 한 훈련장은, 사방에 네 개의 건물과, 중앙에 여러 훈련 시설이 있는 식이었다.
그중 두 개의 건물이 비어져 있었는데, 로인은 그곳을 쓰라고 할 생각이었다.
“일단... 훈련장은 밤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니 마음대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이곳에 있는 시설들은 다른 사람들의 숙소 말고는 모두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로인은 말했다. 크론벨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저희는 기사입니다. 기사의 의무는 약한 자들을 도와주고 영지민들을 위협하는 몬스터를 해하는 것,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오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
로인은 크론벨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일단... 좋아. 밤에 활동하는 언데드니까 밤이라 위험할 일은 없고... 몬스터들을 없애준다면 고맙지.’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될 수 있다면 몬스터의 가죽을 회수해 오실 수 있으십니까?”
로인은 크론벨에게 말했다. 크론벨과 그의 기사들이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을 사냥할지는 모르겠지만 몬스터의 가죽은 돈이다. 발전이 급한 라쿠스 영지는 돈이 필요했다.
“몬스터의 가죽... 예, 역시 영지민이 되었으니 영지를 도와야겠죠.”
크론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도 따라 갔으면 하는데... 가능 하려나요?”
대부분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들이다. 그런 실력자들의 검을 본다면 배우는 것이 많을 것이었다. 다크 나이트 한명 한명이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나니 조금 위축이 되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자신은 게임 능력이 있었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성장이 훨씬 빠르다. 지금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라도, 자신이 더욱 더 노력하고, 그들에게 배우면 자신이 그들보다 강해질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물론입니다. 저희의 무력을 확인 하는 것도 영주의 일이겠죠.”
크론벨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로인은 입을 벌렸다.
‘이런 미친...’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단칼에 잘린 트롤의 머리를 보았다. 이들이 생각하는 사냥은 로인이 생각하는 사냥과는 규모가 달랐다. 로인이 생각하는 사냥은 오크 마을 하나 정도였다. 그 정도가 무리 없이 가장 적당한 정도였다. 거기에 중간 중간 트롤과 오우거를 만나니, 그 이상은 힘들었다.
하지만 블랙 와이번 기사단이 생각하는 사냥은, 로인이 생각하는 학살에 가까웠다. 사냥을 시작한지 이제 두 시간. 오크 마을 2개를 몰살 시키고, 트롤은 총 17마리, 오우거는 6마리를 사냥했다.
‘이제 트롤 18마리...’
로인은 굴러 떨어지는 트롤의 머리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황당했다. 이제 겨우 두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두 시간 만에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것도 모자라 이들은 지친 기색도 없었다.
로인은 다크 나이트들이 몬스터를 죽임과 동시에 다가가 몬스터의 가죽을 벗기고 있었지만, 다크 나이트들이 몬스터를 죽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오크만 무려 700여 마리다. 로인이 벗긴 오크의 가죽은 겨우 100여 마리 뿐이었다.
‘오크 가죽이 3 골드에서 4골드 정도 하니까... 3 곱하기 700은... 2100골드라... 두 시간 만에 적어도 2100골드를 벌었단 말이지... 트롤하고 오우거의 가죽도 상당히 값이 나갈 거고, 트롤의 피도 있으니 돈 엄청 벌었네.’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2시간 만에 번 돈이 얼마인지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일단 돈이 생겼으니, 기술을 발전시켜야겠다.’
로인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지구에는 모터라는 것이 있다. 이곳에서는 아마 쓰지 못할 것 같다. 기름은 있지만, 대부분의 현대 기술은 이곳에서 사용이 불가능했다. 모든 전자기기나 심지어 폭죽 같은 것도 사용이 불가능 했다.
조금만 복잡하거나 이곳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기술이 들어있으면 사용이 불가능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간단 한 것들은 사용이 가능했다. 이곳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바로 라이터였다. 라이터는 한 번에 불을 붙일 수 있으니, 어딘가로 여행을 갈 때 유용했다.
모터는, 로인이 생각하기에 이곳 사람들이 원리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만 수정을 한다면 이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것 같았다. 마나 석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서 사용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로인은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마나석의 가격과, 회로를 만드는데 필요한 미스릴과 금, 은 등의 가격 때문에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못되겠지만, 배 같은 것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었다. 라쿠스는 항구도시이다. 물론 몬스터 때문에 그리 많은 배들이 오지는 않지만.
어쨌든 항구 도시인 만큼, 조선소가 있었고, 스스로 배를 만들 힘은 있었다. 일단 배를 만들어 무역을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었다. 배에다가 모터를 달면, 배의 속도는 이곳의 배보다 몇 배는 빠를 것이었다. 결국 몇 배는 더 많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차근차근 움직이는 거지.’
로인은 벌써 트롤 가족 하나를 모두 죽이고 트롤의 피를 담고 있는 다크 나이트를 보며, 자신도 병을 꺼내들고 트롤의 피를 담기 시작했다.
“마스터.”
나뭇가지에 앉아 다크 나이트들이 오크 마을을 공격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로인에게, 린이 말을 걸었다. 로인은 고개를 돌려 린을 바라보았다.
“나 졸려.”
로인은 린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폴리모프 풀고 자. 내가 안고 다니면 되니까.”
하지만 린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다시 토끼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마스터는 나를 여자로 봐주지 않을 거야.’
린은 속으로 생각하며 입을 벌려 하품을 했다. 로인은 졸린 눈을 애써 깜박이는 린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졸리면 내 어깨에 기대서 자. 아마 조금 시간이 거릴 것 같으니까.”
로인의 말에, 린이 냉큼 로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이번 오크 마을은 규모가 상당했다. 어림잡아도 오크의 수가 500 가까이 되는 듯 했다. 오크 워리어의 수도 상당했다. 잠시 눈을 붙일 시간은 있을 것이었다.
“후...”
로인은 고개를 올려 달을 바라보았다. 다크 나이트의 검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점점 초라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뭐, 더 노력해야지...’
로인은 린의 허리를 감싸며 생각했다.
로인은 다시 고개를 돌려 블랙 와이번 기사단을 바라보았다. 크론벨이 오크 킹을 상대하고 있었다. 오크 킹은 연신 밀리고 있었다.
쿠와아아!
순간 오크 킹이 함성을 질렀다. 로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오크 킹의 함성과 동시에, 지금까지 잠잠했던 천막에서 오크들이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들이 보통오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크 나이트, 다른 말로는 울프 라이더. 늑대를 타고 있는 오크 기사였다.
로인은, 처음 보는 오크 나이트의 모습에 눈을 빛내었다. 어차피 블랙 와이번 기사단이 잘 처리를 해줄 것이다. 지금까지 전투를 하면서 자잘한 부상만이 있을 뿐, 한 번도 치명상을 입은 적이 없는 블랙 와이번 나이트들이니 말이다.
‘늑대를 타고 다니는 기사라... 멋있잖아?’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일단 늑대는 말보다 기본 전투력이 뛰어나다. 늑대 위에 타있는 기사도 상대를 공격하고, 늑대도 상대를 공격한다면 상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물론, 오크 나이트와 블랙 와이번 기사단처럼 실력차이가 많이 난다면 소용이 없지만 말이다.
‘늑대를 길들인다라... 불가능 한 일은 아니지만 늑대를 타는 것이 문제, 돈이 상당히 들것 같고, 늑대를 길들여 타는 것도 힘들 것 같다. 아쉽지만... 무리.’
로인은 고개를 저으며 결론을 내렸다.
"오크 마을을 섬멸했습니다. 로드."
크론벨이 다가오며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검을 뽑아들었다. 이제 오크 가죽을 벗길 시간이었다. 쓰러진 오크들이 500, 이제 오크 가죽만 1000장이 넘었다.
'돈 벌기 쉽네.'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시장님."
"예, 영주님."
시장은 로인의 부름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응답했다.
"배를 하나 만들고 싶군요."
"배를요? 갑자기 배는 왜..."
"가장 빠르고 많이 물건을 나를 수 있는 이동수단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주일 내로 도면을 만들어서 드리겠습니다."
"아니, 도면은 제가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로인은 자신의 책상에 올려져 있던 종이 몇 장을 시장에게 건넸다.
"크군요."
"그 정도 크기의 배를 만들만한 기술이 있습니까?"
"확신은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일단 배를 만들 재료가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구해야 할지."
"돈은 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배를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동시에 조선소를 확장합니다. 지금 드린 배의 두 배 크기를 가진 배도 건조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춘 조선소가 필요합니다."
로인의 말에, 시장이 입을 벌렸다.
"돈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일단 5000골드를 드리겠습니다."
"..."
시장은 로인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5000골드라면 엄청난 돈이다. 이런 조그마한 영지에서 볼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저희 영지는 그만한 돈이 없습니다."
"제가 가진 돈을 드리죠."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현재로써는 가죽 등을 팔 수가 없으니 제가 알아서 팔겠습니다. 마법 주머니가 있으니, 가죽을 모두 담아서 빨리 갔다 오죠. 가죽을 팔만한 영지의 도시는 바로 옆 영지인 로멘 영지의 카산드라. 2주 만에 갔다 오도록 하겠습니다."
시장은 로인의 말에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 작가의말
얍얍얍! 요즘 불타오르고 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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