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나도 작위를 받으면 이렇게 사치를 부릴 수 있으려나."
로인은 중얼 거렸다. 작위, 가장 낮은 준남작의 작위이지만, 작위는 작위였다. 신분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것이 주는 무게는 대단했다. 작위를 얻는다고 해서 스스로가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겠지만, 왠지 이렇게 사치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푸훗."
로인의 말에 실비아가 작게 웃었다. 로인은 고개를 돌려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작위는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야. 그 작위에 올라와 있는 사람이 대단하냐. 대단하지 않냐. 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남작이라고 해도 대단한 사람이면 백작만큼의 힘을 행사할 수 있은 정도로 대단할 있는 것이고, 공작이라도 대단하지 않다면 남작 정도의 힘만을 행사할 수도 있는 거지."
"..."
로인은 실비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작위가 대단한 것이 아니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대단한 것이었다. 그 자리에 올라와 있는 사람이 대단하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작위였다.
"나는... 어떨 것 같냐?"
"...글쎄... 뭐, 초반에는 실수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잘할 것 같은데 아마 잘만하면 남작까지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아. 너는 능력이 있으니까. 나도 현자라는 칭호를 받기 직전이거든 현자의 칭호를 받으면 저절로 남작이 되. 뭐, 나라에 묶이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나는 묶여 있는 몸이니..."
실비아는 말했다. 로인은 고개를 들어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너... 여기서 사는 것, 행복해?"
"..."
갑작스런 로인의 질문에, 실비아는 답하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런 질문을 받으면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었다.
"행복하다라... 모르겠어. 아직은 그런 거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은데. 하루하루 살아가기 벅찬데 행복하다라... 생각해 봐야할 것 같아... 쉬운 질문은 아니잖아?"
실비아의 대답에,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여기서 사는것, 행복해?"
실비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로인이 입을 열었다.
"나는 말이다... 요즘에는 조금 행복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 지구에 살면서 행복이 뭔지 생각해본적도 없는데, 여기와서는 행복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나는... 행복해."
"..."
실비아는 의외의 대답에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왜...? 여기서 사는거 힘들지 않아? 나야 편하게 살았다지만... 너는 엄청나게 고생했을 텐데."
"힘들었지. 앞으로도 힘들거고. 하지만... 행복해. 내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
지구에서는 뭔 개소리냐고 했을 만한 말인데... 여기에서는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지만 행복해."
"...하... 의외로 감성적이다?"
실비아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로인도 미소로 화답했다. 수도로 떠난 지 첫째 날의 일이었다.
* * *
석우는 책을 읽다가 전화가 오자, 핸드폰을 집었다.
"여보세요."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로 답한 석우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판테아 대륙과 지구를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석우다. 정신적으로 피곤할 수 밖에 없었다.
석우은 스스로에게 방학을 주기로 결심하고,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게임을 할까 생각해보았지만, 삶 자체가 게임이 되어버린 석우로서는, 게임이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어제도 보석 등을 진원에게 건내준 것 때문에 밖에 나갔다 와서 독서를 한 것 말고는 별로 한 것이 없었다.
-석우야. 누나야.
"아, 누나!"
석우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황지민였다. 24살의 나이로, 젊은 나이지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PD가 되어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천우에게 도움을 받아 석우와 알게 되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석우와 친하게 지내며 가끔 밥을 먹는 사이였다.
-혹시 오늘 시간 돼?
"어, 오늘 나 아무것도 없어."
지민의 말에 석우는 바로 대답했다. 어차피 주말이니 학교도 않 가고, 자신도 아무것도 안 하기로 마음을 먹은 터라,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그럼 나랑 같이 밥 먹자!
"밥? 좋지. 점심?"
석우는 바로 답했다.
-어, 한 12시에 그... 일산 웨스턴 돔에 부대찌개집 알지? 거기서 만나자.
"그래, 알았어. 그럼 12시에 만나자."
석우는 대답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 오늘 별에서 온 그녀 찍는 날 아닌가? 시간 별로 없을 텐데..."
별에서 온 그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였다. 성은이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지민은 별에서 온 그녀를 찍는 주요 PD중 하나였다.
석우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지민이 알아서 생각하고 말을 했을것이다. 자신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석우는 샤워를 하고, 11시 30분 정도가 되자 집을 나섰다. 일산 웨스턴 돔이라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 금방 도착할 것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일산 호수공원에서 별에서 온 그녀 촬영을 한다고 했지...'
석우는 버스를 타며 생각했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별에서 온 그녀를 촬영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이다.
"석우야!"
석우가 식당으로 들어가자마자 지민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석우를 불렀다. 석우 또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 지냈지?"
석우는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지민은 밝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잘 지냈지. 요즘에 별 그녀가 엄청나게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잘 못 지낸다고 하면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지."
지민이 말했다.
"그냥 부대찌게 이 인분으로 하나 시킬게,"
"어, 먹고 싶은 거 시켜."
석우는 지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대찌개는 석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지민도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곳으로 오라고 한 것이었다.
"아, 너는 잘 지내지?"
"뭐... 나도 잘 지내지... 요즘에는 한 번에 많은 일이 일어나서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잘 지내. 열심히 살고 있고, 돈도 벌었고... 뭐... 고딩 치고는 엄청나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지."
주문을 하고 물어오는 지민의 말에, 석우는 답했다. 그러자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고딩 치고는 엄청나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기는 하더라. 뉴스에도 나오고 말이야."
"...아, 봤어?"
석우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뉴스에 속보로 하루 종일 떴는데 모를 리가 있냐. 멀리서 찍힌 거지만 내가 너를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
지민은 자신의 앞에서 끓고 있는 부대찌개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 능력자가 된거야? 나한테는 알려주지도 않고 말이야..."
지민은 조금 서운 한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밥을 한숫가락 떠먹었다.
"..."
석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끓고 있는 부대찌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석우야..."
한창 밥을 먹고 있던 석우는 지민이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바꾸며 입을 열자, 고개를 들었다.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되냐?"
"아, 당연하지."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의 부탁이라면 자신이 할수 있는 것이라면 최대한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 네가 알려지는 거 싫어하는 것은 아는데... 그... 혹시 한번만 드라마에 출연할 생각 있어?"
"...무슨 드라마?"
석우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지민이 이러한 부탁을 한 적이 딱 2번 있었다. 둘 다 석우가 거절하자, 그 뒤로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별에서 온 그녀 있잖아. 거기에 그... 써니라고... 알지? 솔로 여가수 중에서는 1, 2위 다투고 있고... 본명이 박성은인가... 아, 네가 그 사람 구하다가 뉴스에 나왔었구나... 어쨌든 그 사람이 역할하고 있는 한유라라는 캐릭터가 산책하다가 팬하고 마주치는 장면인데..."
"...분량은?"
"어? 출연해 줄 거야?"
"뭐, 나한테도 도움 될 것 같고... 출연하지 뭐."
석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한... 3분 정도 되는 씬인데... 10만 원 정도 준다고 하는 것 같은데... 사실 뉴스에 출연하고 지금 동영상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완전 연예인 인기를 가지고 있는 너한테 10만원만 준다는 게 말도 안 되거든... 그러니까 내가 말해서..."
"돈은 적어도 상관없어. 그래서, 촬영 날짜는 언젠데?"
"오늘도 괜찮고... 내일 모래도 괜찮아."
지민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석우가 출연해 주면 정말 고맙지만, 정말로 출연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 오늘 찍지 뭐."
석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후훗."
지민이 낮게 웃었다. 석우는 지민을 바라보았다.
"왜 웃어?"
"아니... 너 써니 좋아하는 구나?"
"어?"
"그렇게 싫어하던 드라마 출연도 써니가 출연한다고 하니까 승낙하고... 오늘 바로 찍자고 하고..."
"..."
석우는 지민의 말에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단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한 결정이었다. 물론 드라마에 출연을 한다면 성은이 출연하는 드라마에 출연을 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쉽게 승낙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게 그런 식으로 보일지는 전혀 몰랐다. 석우는 미소를 지은 다음에 입을 열었다.
"내가 써니의 열혈한 팬이거든. 하핫."
"그래그래. 그럼 밥 먹고 촬영 장소로 이동하자. 가서 내가 극본 줄게. 그거 보고 힘들 것 같으면 내일 찍어도 상관없어."
지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고 잠시 쉬고 있던 성은은 눈을 깜빡였다.
"석우 오빠?"
성은은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석우가 그녀의 차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석우의 손에는 극본이 들려있었다. 성은은 석우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오빠가 여기는 어쩐 일이야? 내 드라마 촬영장으로 와준게 얼마만이냐..."
성은은 석우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석우는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에도 보았지만, 반가웠던 것이다.
"이거... 미안한데... 나는 네 촬영장으로 온 게 아닌데?"
"...그럼? 나 말고 따른 사람 보려고 온 거야? 여기에서 나 말고 아는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의외인데..."
성은은 실망한 듯 한 표정을 잠시 지었다가 이네 다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나 무시하냐? 드라마 촬영하는 사람들 중에서 나 아는 사람 많거든? 나 인맥 넓은 거 잊었냐? 그리고... 다른 사람 만나러 온 거 아니야. 나도 이 드라마에 출연하거든? 한 3분 정도 되는 씬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출연한다."
"...정말로?"
성은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사실 일반인이었던 석우가 갑자기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 그것도 현재 시청률 1위인 드라마에 출연한다니, 쉽게 믿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 작가의말
이얍얍! 요즘에 시험 기간이라 글을 많이 쓰지 못하고 있네요... 시험 빨랑 끝네고 글 썼으면 좋겠습니다! 오타, 맞춤법 지적 환영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제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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