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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능력자도 못되네? 능력자 협회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
승기는 석우를 보며 말했다. 승기는 능력자 협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쓰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지금은 물론 자연스럽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말이다.
"너는... 내가 한 달 만에 트롤은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주마."
석우는 말했다.
"...뭐, 한 달 동안 학교를 빠지라고만 하지 마."
"내가 그럴 사람은 아니다."
"알아, 그냥 농담한 거야. 아, 근데 이거 무슨 음료수야? 맛있네?"
승기는 로임 주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거 내가 판테아 대륙에서 가지고 온 거야."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승기는 로임 주스를 마셨다.
"근데... 어떻게 한 달 안에 트롤을 상대 할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거야?"
"실전. 트롤하고 싸워보면 되지."
"트롤은 이 세상에 없잖아."
"대신 트롤하고 비슷한 게 있다."
가이스는 트롤과 크기가 비슷했다. 외향은 조금 달랐지만, 같은 대형 몬스터이니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트롤과 비슷하게 재생도 가능했고 말이다.
"...뭐, 알겠어."
승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한테 학교 빠진다고 확실히 말했지?"
"응. 뭐, 형이랑 약속 있다고 하니까 알겠다고 하시던데."
"그럼 가자."
"어딜?"
"그냥 따라와."
석우는 계산을 하며 말했다.
석우와 승기가 도착한 곳은 한 건물이었다. 석우가 자주 이용하는 훈련장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 지아와 대련을 할 곳을 마련해야 했다. 석우는 지아에게 그것을 말했고, 지아는 일주일 만에 3층짜리 건물을 구했다. 일주일에 3번씩은 와서 지아와 대련을 하고, 훈련을 했다.
"여기는 어디냐..."
승기는 두리번거렸다. 훈련기구들이 마련되어 있고,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훈련장은 승기가 호기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가이스, 소환."
가이스가 소환되었다. 트롤보다는 조금 큰 크기, 승기는 놀라 뒷걸음질 쳤다.
"저, 저거 뭐야!"
승기는 당황하며 소리침과 동시에 자신의 능력을 발현했다. 승기의 손이 불로 뒤덮였다. 승기의 능력이었다. 불을 다스린다. 처음에는 촛불의 불을 다스리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불을 생성까지 할 수 있는 능력자다.
'뭐야... 저 정도면 3급 능력자가 낼 수 있는 능력인데... 4급? 장난하나?'
석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능력자 협회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아빠를 두고 있으니, 능력자에 대해 잘 알수 밖에 없었다. 석우의 아빠, 정천성는 2급 능력자 중에서도 상위 능력자다. 거의 1급에 이르는 능력자.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능력자다.
지금 승기가 보여준 능력은 3급 능력자에 맞먹는 능력이었다.
'의외로 실력이 상당하네. 능력을 보는 건 2년 만인데... 엄청 성장했네.'
석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라면 별로 애쓸 필요 없었다. 지금 당장 능력자 협회에 들어가도 3급 능력자로 판정을 받을 것이었다.
'트롤을 상대 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게 만들라... 일단 능력을 활용하는 건 알아서 해도 될 것 같고... 몸을 써야지.'
사실 손이 불로 뒤덮여 있어도 좋은 것은 없다. 그대로 있다면 그저 보이기 위함일 뿐이다. 몸을 움직여 상대를 쳐야만 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었다. 석우는 승기의 무술을 단련시켜 줄 생각이었다.
"일단... 내가 소환한 골렘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공격해봐."
석우는 승기에게 말했다. 승기는 놀라며 석우를 바라보았다.
"형이... 소환한 거라고? 형 골렘술사였어? 대박!"
승기는 석우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공격해봐. 일단 네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봐야하니까."
석우는 아무런 요동 없이 말했다. 승기는 석우에게 다가가다 말고 몸을 돌려 가이스를 바라보았다.
"한번 해보자..."
승기는 중얼 거리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기의 몸이 빠르게 가이스를 향해 움직였다.
승기는 능력자인 엄마를 두고 있다. 그의 엄마는 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당연히 승기는 어렸을 때부터 반 강제적으로 여러 가지 무술을 배워왔다. 태권도, 합기도 그리고 검도도 조금 배웠다. 게다가 엄마의 친구라는 능력자에게서도 알 수 없는 무술을 배웠다. 무력은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약점은 있다. 승기는 화염으로 뒤덮여 있는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오."
석우는 놀랐다는 듯, 눈을 떴다. 생각보다 파괴력이 대단했다. 게다가 몸도 날렵했다.
'실력이 녹슬었을 줄 알았는데, 열심히 했나보네. 더 발전했어.'
석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렸을 때에는 승기와 자주 대련을 하곤 했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서로 공부하느라 바쁘고, 환경도 따라주지 않은 터라 가끔 밥이나 같이 먹는 것이 전부였다. 몸을 같이 움직일 기회가 없었으니, 승기의 실력을 제대로 알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 지금 보니, 중학생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가이스의 무릎 안쪽을 주먹으로 친 승기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덩치가 크더라도 무릎 안쪽을 친다면 쓰러지기 마련이다. 승기는 곧바로 몸을 돌려 가이스의 머리를 내려칠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승기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가이스의 발을 보며, 서둘러 옆으로 피했다. 무릎 안쪽을 친 충격에 넘어 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가이스는 오히려 승기가 때린 충격을 이용해 몸을 돌려 발을 휘두른 것이다. 가이스의 움직임도 점차 부드러워 지고 있었다.
"흐음..."
아슬 아슬 하게 가이스의 다리를 피하는 승기의 모습에, 석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승기는 땅을 구른 후,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땅을 박찼다. 승기의 발차기가 가이스의 머리로 날아들었다. 승기의 발은 이미 화염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가이스는 고개를 움직여 승기의 발을 피하려했다. 석우를 보며 배운 대로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가이스는 석우가 아니었다. 가이스는 골렘이었고, 당연하게도 목이 사람의 그것처럼 잘 움직이지 않았다.
파앙!
폭음과 함께 승기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사람이 돌덩어리를 찼으니 반발력으로 뒤로 나가떨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에 반해 가이스는 얼굴에 조금의 손상이 있을 뿐이었다. 놀랄 일이라면 가이스가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는 것일까?
가이스가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자, 석우는 흥미로운 듯 미소를 지었다.
처음의 공격으로 승기의 파워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이스를 뒤로 물러나게 할 만한 파워가 있을 줄은 몰랐다.
가이스는 승기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석우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보아서 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승기는 바닥을 몇 바퀴 구른 덕에 온몸이 쑤셨지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땅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에 불을 온몸에 감싸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문제라면 승기의 화염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마나가 거의 다 떨어져 간다는 것이었다.
석우는 승기의 문제점을 단번에 간파했다. 승기의 불꽃이 처음보다 약해진 것이 보였다. 석우는 인벤토리에서 마나 포션을 꺼내 승기에게 던졌다.
"이거 받아라."
"뭔데?"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가이스를 확인한 후, 승기는 마나 포션을 받았다.
"마셔, 도움이 될 거다."
승기는 주저하지 않고 마나 포션을 마셨다.
"후하... 이거 뭐야... 기분 엄청 좋은데?"
승기는 온몸에서 느껴져 오는 활력감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시 싸워라."
석우가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시에 가이스가 움직였다. 승기는 자신을 항해 주먹을 휘두르는 가이스의 모습에, 자신 또한 주먹을 휘둘렀다.
'미친. 무식한 놈.'
석우는 속으로 생각하며 인벤토리에서 트롤의 피를 꺼내었다. 승기가 다치면 치료를 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승기는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무언가를 강하게 칠 때 이렇게 잡고 치지 않으면 손목이 부러질 수 있다는 것은 싸움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승기의 손의 불꽃이 빠른 속도로 커졌다. 가이스의 주먹과 부딪힐 때에는 승기의 불꽃은 이미 사람 머리통 만해져있었다.
콰앙!
폭음이 울렸다.
"크윽."
억제된 신음소리. 승기가 뒤로 날아갔다.
퍼억.
벽에 부딪힌 승기는 몸을 축 늘어트리며 쓰러졌다.
"아... 무식한 놈... 바위에다가 계란은 왜 던지냐..."
석우는 중얼 거리며 서둘러 승기의 곁으로 다가갔다.
툭 투둑.
승기의 팔에 트롤의 피를 발라주려던 석우는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저건 무슨..."
가이스의 주먹이 부셔져 있었다. 주먹이 여러 조각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가이스는 곧 회복을 시작했다. 그 모습에 로인은 멍하니 가이스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승기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주먹에 있던 뼈가 조금 드러나고, 벽에 부딪혀 부상을 입은 것 외에는 별다른 부상은 없었다. 팔이 부러지지 않은 것이 황당할 정도였다.
"대단하군. 가이스의 주먹을 부술 정도의 위력이라니. 이 정도 위력이면 트롤은 확실히 상대할만한데? 트롤도 무식하니까... 뭐, 재생력만 없다면 쉽게 이기겠어. 재생력이 있으니 이기지는 못하고... 버티는 것은 가능하겠군. 한방에 주먹을 머리에 꽂아 넣으면 이기는 거고."
석우는 중얼 거리며 승기의 입에 포션을 부어 넣었다. 맛은 별로 없지만, 회복력 하나는 대단했다.
"가이스 역소환."
굳이 가이스를 소환하고 있어서 마나를 소모할 필요는 없었으니, 석우는 가이스를 역소환했다. 승기가 정신을 차리려면 조금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석우는 고개를 돌려 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이스와 승기의 싸움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듯, 무고를 가지고 열심히 굴리며 놀고 있었다. 석우는 그런 린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린도 이제 레벨 50이 넘었다. 이제 거의 레벨 60에 이르렀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저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여도 그녀는 웬만한 검사보다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외향은 무력과 상관이 없는 거지."
석우는 중얼거리며 린에게 다가갔다.
석우는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어 린에게 던졌다. 날이 서있지 않은 연습용 단검이었다.
휘익.
단검을 공기를 찢으며 린에게 달아갔다. 린은 눈을 빛내며 자신의 검을 꺼내어 단검을 막았다.
빠른 반응 속도. 석우가 유일하게 부러워하는 것이 빠른 속도였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 반응을 하는 속도. 뛰어났다. 레벨이 맞지 않도록 뛰어났다.
"잘 막았어."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린을 칭찬했다. 린은 석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검을 집어넣었다.
석우는 린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승기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린과 함께 놀아줄 생각이었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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