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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읽

차원이 다른 카페 1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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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읽
작품등록일 :
2022.05.16 18:52
최근연재일 :
2022.06.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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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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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 습격의 후유증

DUMMY

은접초 만큼이나 구름우유 나무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땅을 파고 들어가 뿌리를 갉아 놨는데 다행히 성장에는 큰 지장이 없는 듯했다. 화초 형태의 작물과 달리 나무는 크기가 커서 그나마 피해를 잘 버틴 것이다.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아오···!”


방어전은 쉽게 끝났으나 후유증은 꽤나 컸다.

더 끔찍한 사실은 이 피해를 복구하는데 인과율이 소모된다는 것이었다.

필요한 인과율을 잠깐 산정해보았는데 그 수에 손이 나도 모르게 떨릴 정도였다.

계획에도 없던 큰 지출은 모든 현대인들의 손발을 떨리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새로운 레시피 개발로 인해 기뻤던 기분이 순식간에 수직 하락했다.

어떻게 알뜰살뜰 모은 인과율인데 피해 복구를 위해 사용해야 된다니.


만약 캐트시가 내게 공동육아를 제안하지 않았다면, 내가 네코마타들을 돌봐주는 걸 거절했다면, 많은 인과율을 단기간에 모으기 힘들었을 테다.

피해 복구에 쓸 인과율이 없어서 손 놓고 내버려 뒀을지도 모르지.

인과율을 소모해야 한다는 사실은 뼈아팠지만 그래도 키즈 카페 운영으로 인해 고정 획득처가 있으므로 겨우 쓰린 속을 달랠 수 있었다.


생쥐들이 갈아 엎은 텃밭은 노동력을 투자해 복구할 수 있었다.

물론 죽은 은접초는 다 버려야만 했다.


“은접초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무는 정말 속이 아픈데.”


과수원에 심어진 3그루의 구름우유 나무 중 2그루가 생쥐에게 공격을 당했다.


“상태가 심각하구나.”


옆에서 함께 이를 살피던 카일룸이 자연 재생이 불가능한 상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페를 공격한 생쥐들은 평범한 생쥐들이 아니었다. 악신의 끄나풀이니 끼치는 악영향도 특별했다.

내가 악몽의 공격을 받고 꿈을 통해 후유증을 앓았던 것처럼 나무도 단순히 다친 것 외에 더 큰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었다.

나무에 생긴 상처가 수확률을 하락시킬지, 아니면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었지만 내버려 둘 수만은 없었다.


“다행히 복구는 가능할 것 같네요. 인과율 덕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행히 나무들을 치료하는 데에도 인과율을 사용할 수 있었다.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다친 나무를 전부 뽑고 새로 심거나 두 척의 인과율을 소모하여 두 그루를 모두 살려내던가.

전자의 경우 다시 열매를 맺는 걸 기다리기까지 18일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후자의 경우 보다 인과율을 아낄 수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까? 새로 심을까요?”


내 질문에 카일룸은 엉망이 된 은접초 텃밭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나무들은 크기가 커서 피해를 버텼겠지만, 새로 심게 된다면 땅속의 열매에 지나지 않을 테니. 혹여 이후에 또 그런 생쥐들이 침범한다면 덜 자란 것이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구나.”

“아···.”


카일룸의 말이 맞았다.

어쩐지 침입한 6마리의 생쥐가 전부일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비슷하게 생쥐들이 침입해올 수도 있었다.

그때마다 확정적으로 외부를 내어줘야 한다면, 작물들이 피해를 입는 건 불 보듯 뻔했다.


구름우유 나무가 자라다가 피해를 입고 또다시 뽑아서 심는 걸 반복한다면···.

그 기간동안 구름우유 열매를 수확하는 건 아예 포기해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답은 복구였다.

구름우유 나무를 치료하기 위해 인과율을 2척 사용했다.


“이놈의 쥐새끼들···. 덤불도 상태가 말이 아닌데? 초토화네.”


다음은 보석 베리 덤불.

나무와 달리 생쥐들의 주둥이가 닿는 높이에 바로 따먹기 좋은 과실들이 맺혀 있었다. 미처 따지 못했던 익은 열매들과 더불어 막 맺힌 설익은 열매들까지 죄다 따먹어버려서 덤불이 텅텅 비어 있었다.

높은 곳의 과실을 따먹기 위해 잔가지를 밟고 올라가는 짓도 서슴없이 벌여 잎이 찢어지고 수형이 망가진 덤불이 대다수였다. 또한 마치 흔적을 남기듯 곳곳에 새까만 오물도 진득하니 묻어 있어서 복구가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인과율을 쓰기엔 가망이 없는 상태라는 거다.

연못을 빙 둘러 심었던 베리 덤불 중에 살아남은 것은 겨우 셋.

이 마저도 카일룸이 빨리 나가 생쥐들을 해치우지 않았다면 전멸이었다.


피해를 입은 덤불을 전부 뽑아내는데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열매를 심고 자라기를 어떻게 기다려왔는데.

보석 베리를 이용한 레시피를 개발한지 하루만에 재료 공급이 막히고 말았다.


“텃밭들은 최소한의 방어가 필요해···.”


울타리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야외에서 텃밭을 가꿀 때 야생 동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세운다.

큰 짐승도 단번에 뛰어서 넘을 수 없을 만큼의 높이에 작은 짐승들이 뚫고 들어올 수 없도록 촘촘하게.


좀 전에 봤던 생쥐들의 몸집을 떠올리며 최적의 울타리를 생각해냈다.

높이는 내 키 정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그물 형태에 쉽게 갉아먹을 수 없는 철 소재, 또한 외관을 버릴 수 없어 아름다운 정원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새하얀 칠이 된 울타리. 드나들 수 있는 여닫이 문까지 있다면 완벽.

나중에 텃밭의 크기를 넓힐 것 감안하여 둘레는 넉넉하게 잡았다.

각각 은접초 텃밭과 연못의 보석베리 덤불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니 인과율이 또 2척 소모되었다.


마지막으로··· 사실 작물들보다 더 중요한 곳이 있었다.

바로 아기새 카페의 외벽, 아웃테리어였다.

더 오랜 시간을 보고 지내는 내벽은 인테리어를 끝냈지만, 사실상 외벽은 방치 상태나 다름없었다.

내가 처음 이 공간에 떨어졌을 때와 비교하여 간판과 전면 유리창이 생기고 출입문이 달라진 것이 고작이었다. 곧 무너질 것처럼 음산한 지붕과 곳곳이 갈라지고 흉측한 외벽은 그대로였다.

생쥐들의 몸통 박치기로 인해 더욱 망가진 모습에 결국 외벽 공사에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외벽을 손보는데 고작 인과율 1척 가지곤 모자라겠지.”


카페 외형을 바꿀 거란 걸 알게 된 카일룸은 은근히 내게 에펠타르트 저택을 언급해왔다.

고상한 저택의 외형을 반영하라는 뜻이었다.

물론 거대한 호수를 끼고 지어진 그 저택은 굉장히 멋있었지만, 아기새 카페의 외형으로 채택하기엔 다소 과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원래 살던 세계에서 카페를 방문했던 경험을 떠올려 봐도, 다들 상가에 한 자리 끼고 들어간 것이 대부분이라 난감했다. 인터넷에 어느 카페가 멋있더라 하는 글이 올라와도 한 번 보고 감탄한 후 잊어버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거 좀 많이 어려운데···.”


방비를 강화하자고 철옹성과 같은 성벽으로 짓자니 미적 점수가 심각하게 떨어진다.

아름다운 외형은 좋은 홍보효과가 된다.

물론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이 신규 레시피 빨을 받는 거지만 첫인상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음료에 끌려왔는데 카페가 주는 인상도 그럴싸하면 손님들의 인과율 지갑이 더 열리지 누가 알아?


마침내 카페 외관을 정했다.

내 실제 경험보다 게임과 만화, 영화 등에서 봤던 건물들을 참고하여 퓨전 느낌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곳은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이니 좀 더 판타지스럽게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떠오른 빛덩어리 두 개가 낡은 지붕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전체적으로 둥근 느낌을 주는, 아치형의 연한 남색 지붕이 되었다.

뒤이어 세 개의 빛덩어리가 낡아빠진 외벽에 닿자,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하는 8개의 기둥과 회색 빛이 도는 하얀 돌벽으로 뒤바뀌었다.

그 위로 아기새 카페의 나무 간판이 자리했다.


전체적인 색감이 구름우유 나무와 잘 어우러져 순식간에 주변이 화사해진 느낌을 받았다.

아웃테리어에 총 5척의 인과율이, 정원 피해 보수 공사에 4척의 인과율이 소모되었다.

21척의 인과율 중 순식간에 9척이 증발해버린 순간이었다.


“제법 감각이 좋구나.”


완성된 외관을 보며 카일룸이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지만, 이젠 정말 내 라떼아트 혹은 카일룸의 권능을 올릴 만큼의 인과율밖에 남지 않게 되어 착잡한 마음뿐이었다.


카페 아웃테리어를 막 끝냈을 때였다.


「매니저 모드 오픈!」

─매니저: 공이운 (보유 인과율: 12척)

─소속: 아기새 카페

─존재감 등급: 3 (다음 등급까지 3척 남음)

─방어 수준: 5 (건물 외관에 사용된 인과율만큼 방어 수준 상승)


난데없이 매니저 모드가 날 불렀고 그곳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항목을 발견했다.

바로 카페의 ‘방어 수준’.

소속 직원들까지 카페의 존재감 등급을 따라가는 것과 달리 방어 수준이라는 항목은 독립적인 수치였는데, 무려 내가 아웃테리어에 사용한 인과율만큼 방어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머리가 맹렬히 돌아갔다.

방어 수준이 오직 사용된 인과율에만 영향을 받는다면, 성벽을 짓든 흙벽을 짓든 재료나 형태에 전혀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방어도와 미적감각을 저울질할 필요없이 정직하게 인과율을 투자한다면 그만큼 방어 수준이 향상된다니!


더불어 이는 새로 알게 된 방비법이기도 했다.

어렵사리 액막이를 얻는 것 외에도 그저 외관에 인과율을 투자하는 정도로 기초 방어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주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방비법이긴 했다.


그렇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곧바로 외부 방어에 인과율을 투자할 수 없는 것이···

벌써 다음 존재감 등급 상승까지 겨우 3척만 남은 상황이었다.


3등급 땐 생쥐들이 쳐들어왔다.

4등급이 된다면 뭐가 쳐들어올지 가늠이 전혀 되지 않았다.


모든 피해복구를 마친 후 뒷목을 주무르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덕분에 작물들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생쥐들을 처리한 카일룸을 향한 치하가 이제야 이뤄졌다.

그가 전략 상의 없이 멋대로 카페 밖으로 뛰쳐나갔을 땐 당황스럽고 화도 났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빠르게 행동해주었기에 더 큰 피해없이 남은 작물들이라도 지킬 수 있었다.


“널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단다, 동생아.”

“네네, 다음번에도 잘 부탁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직도 겁에 질려 있던 돼지새가 울면서 엉겨 붙어왔다.

폭신한 인형 같은 게 부딪혀 오니 무겁긴 해도 온몸이 노곤해진다.

한창 자고 있을 시간에 봉변을 당한터라 뒤늦게 졸음이 몰려왔다.

긴장이 풀려서 더욱 피곤했다.


“그래, 많이 무서웠지? 나쁜 놈들은 저기 저 사람이 다 해치웠으니까 안심해.”


돼지새가 안정될 때까지 달래 주고 잠에 들 때까지 곁을 지키는 건 도저히 무리였다.

그래서 카일룸을 시켜 돼지새가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돕게 한 후, 난 둥지에서 쿠션 몇 개를 주워 품에 안았다. 그냥 내 방에서 재울 생각이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으로 악신과 연관된 것들을 맞닥뜨렸으니 충분히 무서울 만했다.

그러니 평소라면 털 날린다고 방에 들여놓진 않겠지만, 당분간만 데리고 재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방해를 받았던 밤이 조용히 지나갔다.

그날 더 이상 무언가가 침입해 잠을 깨우진 않았기에 간만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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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029. 소망석(所望石) +3 22.06.02 3,111 168 12쪽
29 028. 습격자들의 정체 +5 22.06.01 3,144 15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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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6. 첫 습격 +2 22.05.30 3,153 159 12쪽
26 025. 새로운 장비 마련 +4 22.05.29 3,269 174 12쪽
25 024. 청의동자의 액막이 제조법 +4 22.05.28 3,293 168 13쪽
24 023. 보석 베리 +4 22.05.27 3,350 164 12쪽
23 022. 진심 +5 22.05.27 3,438 172 12쪽
22 021. 고양이 키즈 카페 +5 22.05.26 3,573 175 13쪽
21 020. 새로운 종업원 +5 22.05.25 3,700 170 13쪽
20 019. 살아 움직이는 액막이 +9 22.05.25 3,704 178 13쪽
19 018. 어떤 차원의 결말 +5 22.05.24 3,742 167 14쪽
18 017. 라떼아트의 발현 +6 22.05.23 3,775 157 12쪽
17 016. 꿈의 주인과 악몽의 정체 +6 22.05.22 3,789 153 12쪽
16 015. 숨은 악몽 찾기 +5 22.05.21 3,821 1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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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3. 꿈의 지배자 +3 22.05.20 4,330 179 12쪽
13 012. 고양이 신의 방문 +5 22.05.20 4,281 1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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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10. 악신을 쫓기 위한 방비법 +7 22.05.19 4,339 197 12쪽
10 009. 메뉴의 기본, 라떼 +8 22.05.18 4,384 194 12쪽
9 008. 카페 마스코트 합류 +7 22.05.18 4,497 195 12쪽
8 007. 인테리어 개선 +7 22.05.17 4,515 18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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