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4,090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8.26 19:10
조회
272
추천
7
글자
11쪽

지금 내 앞에서 연애질이더냐?

DUMMY

53화 - 지금 내 앞에서 연애질이더냐?


커드넬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슈네이도르 가문이 왜 그 일을 덮으려 했는지. 또 엘렌을 감쌀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 파고 또 파낼수록 새로운 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드넬은 왜 이 남자가 그 사건을 자신에게 알아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생각할수록 무서운 인간이었다.


“정말 위험한 남자야. 소름끼치도록 말이지. 어떻게 이 정보를 알고도 지금까지 기다릴 수가 있지?”


분명 자신이었다면 터트리고도 남았다. 정체된 왕국에 거대한 바람이 불어 넣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자 변화. 이걸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블레다인 공작의 일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자신은 이용할 수 없는 정보였다. 이 정보를 위험한 남자가 손에 쥐고 있는 이상 자신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하나 섣불리 이 일을 터트린다면? 그 생각을 하자 오싹해졌다.


“그 남자에게 죽을지도 모르지. 블랙 아미와 비슷하면서도 궤를 달리 하는 놈들이니까.”


블랙 아미가 혁명이라면 남자가 이끄는 조직은 한 마디로 말해 지옥이었다. 거슬리는 자들은 모두 죽였다. 커드넬은 몇 년 동안,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이득을 챙겼다. 슈네이도르 가문을 도와주다 블랙 아미에게 붙었다 다시 남자가 이끄는 조직에 협력했다. 박쥐라고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었지만, 정보조직이라는 게 그랬다. 돈이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조직. 그게 바로 커드넬의 신조였다.


“그럼, 슈네이도르 가주와 협상을 해볼까. 후후후.”


이 정보를 들이댄다면 아마, 꽤 볼만한 얼굴을 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치부였으니까. 어쩌면 무대의 주인공인 엘렌에게 다가갈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일지도 모른다. 커드넬은 종이뭉치를 챙겨 방을 빠져나왔다. 이제 고인 물을 빼내고 새로운 물로 채워야 했다. 지금 이 대륙은 너무나도 많은 부조리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


“벗어.”

“싫어.”

“벗으라니까.”

“싫다고!”


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이반을 노려보았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요구다. 갑자기 벗으라니. 누가 보면 오해... 누군가 내 방을 열고 들어왔다. 다름이 아닌 리우리케 왕비마마였다. 물론, 먼 미래의 일이지만.


“어라? 너희들 아직도 그러고 있니?”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에 나와 이반은 황급히 떨어졌다. 그러자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후훗. 그럼, 일들 봐. 아 참! 난 아무것도 못봤어.”


그녀는 키득거리며 다시 방을 나갔다. 나와 이반은 서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먼저 웃음이 터진 건 나였다. 정말이지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일부러 알고 들어오는 건지 몰라도 딱 오해받기 좋은 상황이었다. 이반도 나를 따라 웃었다. 그리곤 살짝 걱정어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오해 받았겠지?”

“그러니까. 왜 아티팩트를 벗으라고 하냐구.”

“그야 네 본래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렇지... 정말 안 되겠어?”


솔직히 안 될 건 없다. 이반이라면 몇 번이라도 보여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좋지 못했다. 내가 리블레다인 공작과 엘루미아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본 모습으로 다닐 수 없었다. 두 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으니까. 그리고 내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테사이르 왕가라던가 아니면 블랙 아미 등등. 그러고보니 지금 이러는 것도 다 그들의 귀에 들어가는 거 아냐? 하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은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나는 미안함을 담아 이반에게 대답했다.


“미안. 지금은 안 돼.”


너무 단호하게 말했을까? 이반은 보채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망한 기색은 없었다. 왜냐하면,


“괜찮아. 이제 엘렌은 내 것이니까.”

“사람을 소유물로 취급하지 말아줄래?”


이렇게 말해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 남자를 여기서 놓쳤다간 큰 후회를 남길 것 같았으니까. 바로 잡아 챈 거다. 서로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눈으로, 심장으로, 호흡으로 알 수 있었으니 얼마나 효율적인 일인가. 그래도 뭔가 허전했다. 이반에게 직접 듣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직 사, 사랑한다는... 하아, 말 꺼내기도 힘들다. 내가 이런 감정에 약할줄이야...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걱정되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리의 관계를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수는 없으니까. 리우리케 선배의 입이 무거운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문의 눈을 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아, 아버지께는 무슨 말씀을 드리지?”

“허락하지 않으실까?”


잘도 그러겠다. 나라는 여자는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독이 되면 독이 되었지. 이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정체를 안다면... 나와 거리를 둘까? 섣불리 물어볼 수도 없다. 이 행복감을 깨기 싫었다.


“안 하실걸?”

“그럼, 내가 직접 말씀드릴게.”

“응? 그, 그건 안 돼!”


내 외침에 이반은 놀라지 않고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따뜻한 손길에 잠시 몸을 맡겨도... 아니야! 정신 차려 엘렌! 이대로 이반을 아버지께 보낸다면 큰일 날 거라구! 나는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그래도 이반의 손길은 차마 내치지 못했다.


“비밀로 하자. 응? 다프네 언니도 아직 모르시는 것 같은데 내가 먼저 밝힐 수는 없잖아...”


말도 안 되는 논리지만, 조금은 먹혀 들었다. 워낙 착한 심성을 가진 이반이라 내 말을 잘 들어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품 안으로 이끌었다. 따뜻했다. 균형 잡힌 근육이 안녕? 엘렌? 이런 기분은 처음이지? 하며 반기는 것 같았다. 또 누가 보기 전에 나와야 하는데... 정말 싫다. 이대로 녹아들고 싶었다.


***


프시케는 르펜이 말한 배달 장소를 알고 있었다. 슈네이도르 가문의 가장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 프시케는 긴 머리를 끈으로 묶고 말에서 내렸다. 하루 종일 달린 백마가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르펜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 스승인 데니츠를 데려가야 했다. 그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산을 올라갔다. 이 산에 처음 올라왔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었다. 아버지인 리로엘은 아무 말 없이 어린 자신을 이끌고 이 산을 올라왔다. 그때는 아버지와 함께 단 둘이 소풍간다는 기분이 들어 들떠 있었다. 하지만 그 장소에 도착하고 나서 아버지가 비밀을 알려주었을 때... 그 충격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존경했던 스승이자 삼촌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말에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네가 가주가 되려고 한다면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건 우리 가문의 치부니까 말이다.’


엘렌이 엘루미아 고모의 딸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프시케는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냈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자리엔 조그마한 무덤 하나와 묘비가 있었다. 그 옆엔 데니츠가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프시케는 떨리는 손을 붙잡고 돌아가신 고모에게 미안한 감정을 담아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엘루미아 고모님, 그동안 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프시케는 품에서 노란 꽃을 꺼내 무덤 앞에 바쳤다.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이름 모를 꽃이었다. 슈네이도르 영지에서만 나는 잡꽃이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발견하기 어려워 부르는 게 값이기도 했다.


“엘루미아 고모님, 제가 이 자를 데려가겠습니다. 그 값으로 엘렌을 지키는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노여움을 푸시길 바랍니다. 아직 이 자는 갚아야 할 죄가 많으니. 아직 죽어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그러자 그녀의 말에 대답하기라도 하는 듯 어딘 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따뜻한 바람. 프시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데니츠를 업었다. 용서받지 못할 남자, 그러나 프시케는 이 자를 살려야 했다. 엘루미아의 묘 앞에서 했던 말처럼 아직 죽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으니까. 프시케는 떨리는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백마가 다가와 울음소리로 맞이했다. 마치 그녀를 위로해주는 듯했다. 프시케는 말을 쓰다듬으며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 만 더, 나를 위해 달릴 수 있겠느냐.”


히이이잉! 프시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맙구나. 슈네이도르 영지로 가자구나.”


프시케의 말을 알아 듣기라도 한 듯 총명한 말은 그녀를 태우곤 슈네이도르 영지를 향해 달렸다. 프시케는 엘렌이 걱정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크나큰 충격을 받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그녀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참 난감했다. 프시케 언니가 집으로 오실 줄이야... 괜히 이반을 하루 더 붙잡았던 걸까? 이반은 세자 저하와 다르게 바로 들켰다. 내 침대 밑에 숨은 것을. 정말이지 명탐정이 따로 없었다.


“엘렌.”


내 심장이 멈춘 듯 이 서늘한 분위기에선 프시케 언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이반도 무서운 지 조금은 몸을 떨었다. 워낙 어릴 적부터 많이 맞았던 터라 그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나 보다. 나는 프시케 언니 몰래 뒤로 그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러자 마음이 안정되었는지 더는 떨지 않았다. 하지만 이걸 눈치 채지 못할 명탐정 프시케가 아니리라. 더욱 험악한 표정으로(그래도 너무 아름다우시다.) 말씀하셨다.


“지금 내 앞에서 연애질이더냐?”


우리는 황급히 맞잡은 손을 떨어뜨렸다.


“하, 하하하. 제가 언제 그랬...”

“거짓말은 내가 어떻게 한다고 했지?”

“손목을 잘라버린다고요...”

“잘 알고 있구나. 그럼, 내 앞에서 숨길 생각은 하지 말거라.”


나와 이반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네!”

“좋다. 그럼, 둘이 어떻게 된 사이인지 말해 보거라. 엘렌, 네가 할 테냐. 아니면 이반, 네가 할 것이냐.”


나와 이반은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앞 다투어 대답했다.


“사귀고 있습니다!”


역시 영혼의 짝꿍!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연인이 되니 마음도 잘 맞는 것일까? 하지만 프시케 언니는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죽기 싫으면 서로 떨어져라.”


하지만 이번 명령만큼은 따를 수 없었다. 왠지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오히려 서로 바짝 붙었다. 이에 프시케 언니의 이성이 살짝 끊어진 소리를 들은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이반도 들었을 터였다. 이제 우리는 죽거나... 고통스럽게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작가의말

프시케의 분노가 100 올랐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깐 기다려주세요 조금 수정하고 올리겠습니다. +4 17.08.20 217 0 -
공지 연재시간을 알려드립니다. +3 17.06.29 383 0 -
101 후기 +8 17.10.02 399 6 2쪽
100 에필로그 +6 17.10.01 477 4 11쪽
99 마지막 이야기(2) +6 17.10.01 347 5 11쪽
98 마지막 이야기(1) +4 17.10.01 269 5 11쪽
97 기나긴 여행의 끝. +2 17.10.01 218 5 14쪽
96 모두 나를 따르라! +4 17.09.30 197 5 12쪽
95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4 17.09.30 231 4 13쪽
94 과거를 재연하다(2) +2 17.09.30 222 5 11쪽
93 과거를 재연하다(1) +2 17.09.29 216 5 11쪽
92 본래의 주인(2) +4 17.09.29 193 5 13쪽
91 본래의 주인(1) +2 17.09.29 201 5 13쪽
90 아버지는 바보였다. +2 17.09.28 197 5 12쪽
89 노회한 기사가 이곳에 온 이유(2) +4 17.09.28 213 6 12쪽
88 노회한 기사가 이곳에 온 이유(1) +4 17.09.27 214 7 13쪽
87 평화는 없다. +1 17.09.27 220 7 12쪽
86 엘렌과 슈네이도그 가주의 진실한 대화(2) +4 17.09.26 234 5 12쪽
85 엘렌과 슈네이도르 가주의 진실한 대화(1) +1 17.09.26 188 6 11쪽
84 슈네이도르 가문의 유전인가 보구나. +2 17.09.25 239 6 12쪽
83 반란의 징조 +4 17.09.25 181 6 12쪽
82 소녀를 만나다. +4 17.09.24 221 6 11쪽
81 오늘은 여기까지. +4 17.09.23 198 6 12쪽
80 운명의 장난(2) +4 17.09.22 201 6 14쪽
79 운명의 장난(1) +4 17.09.21 247 6 11쪽
78 도둑맞은 유물 +4 17.09.20 258 5 11쪽
77 지금 이 모습이 나라고? +4 17.09.19 263 5 12쪽
76 봉인된 기억(2) +4 17.09.18 241 5 12쪽
75 봉인된 기억(1) +4 17.09.17 224 5 11쪽
74 변심 +4 17.09.16 229 5 10쪽
73 위기의 엘렌!(2) +4 17.09.15 231 5 12쪽
72 위기의 엘렌!(1) +2 17.09.14 218 6 12쪽
71 르펜의 통보 +4 17.09.13 226 6 12쪽
70 저를 기억하고 계시죠? +4 17.09.12 283 6 11쪽
69 다가오는 운명 +2 17.09.11 270 7 9쪽
68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사람. +3 17.09.10 239 6 12쪽
67 20년 전 과거. +2 17.09.09 262 6 13쪽
66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4 17.09.08 260 6 11쪽
65 결전(2) +9 17.09.07 260 6 11쪽
64 결전(1) +4 17.09.06 263 6 11쪽
63 프시케의 선택(2) +6 17.09.05 229 7 12쪽
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4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3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6 7 11쪽
59 아카데미 축제(3) +6 17.09.01 247 6 11쪽
58 아카데미 축제(2) +3 17.08.31 295 7 10쪽
57 아카데미 축제(1) +6 17.08.30 234 6 11쪽
56 아카데미 축제 전야(2) +5 17.08.29 272 5 12쪽
55 아카데미 축제 전야(1) +4 17.08.28 298 6 11쪽
54 피할 수 없다면서요. 그럼, 즐겨야죠. +6 17.08.27 296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