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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4,007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6.30 19:05
조회
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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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1쪽

1화 - 안녕하세요? 엘렌입니다.

DUMMY

1화 - 안녕하세요? 엘렌입니다.


우리 가문은 아주 특별했다.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대마법사처럼 엄청난 마법을 사용한다거나 검을 잘 다루는 그런 것과는 전혀 달랐다. 차라리 그런 희귀한 재능으로 치우쳐져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사람들에게 선망의 눈빛을 받으며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을 텐데.


물론, 내가 원하는 건 자유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 부분을 억제하는데 한몫하고 있는 우리 가문의 내력이 미치도록 싫었다. 사람들이 모르고 있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 영지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가문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어느 정도냐면, 우리 왕국 국왕 전하의 이름을 모르는 평민들이 대다수인데 우리 가문의 이름이나 내력을 줄줄이 읊을 수 있는 사람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이제 감이 오는가? 왕립 아카데미 역사 시간에도 나오는 가문이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궁금하면 네가 읽어보든가. 아무튼, 지금은 이 상황이 더 짜증 난다.


“엘렌! 뭘 그렇게 생각해? 나도 알려줘!”


감히 내 사색을 방해하다니 하나뿐인 친구라는 놈은 당최 도움이 되질 못 한다. 뭐, 배운 거라곤 사람을 베는 칼질뿐이니 지적인 머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한 마디로 바보천치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머리를 다친 이후로 이렇게 변했다. 저 잘생긴 얼굴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뭐, 친구니 대답 정도는 해줘야겠지. 안 그럼, 삐질테니까.


“지랄염병할 생각.”

“그거 근사한 생각인데? 나도 같이하면 안 될까?”


내가 이래서 이 녀석과 같이 있는 걸 싫어하는 거다. 뭐든지 내가 말하면 손뼉 치며 좋아라하고 생각이라곤 ‘어떻게 하면 칼질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우아하지 못한 문장을 만들어내니 미칠 노릇이다.


잘생긴 건 둘째 치고 지식수준이 어느 정도는 맞아야 놀아주지. 이건 유아 수준보다 못한 놈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앞서 말했듯이 하나뿐인 친구인 것을. 10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한 녀석이니 내가 맞춰줄 수밖에.


“안 돼. 넌 저기 가서 칼질이나 해.”


단호한 말에도 녀석은 계속 엉겨 붙는다.


“혼자 검술 수련하는 건 재미없단 말이야. 같이 하자. 엘렌, 같이 하자.”

“싫어. 됐어. 땀 냄새나는 운동은 질색이야. 나랑 놀고 싶으면 책 가져와. 독서토론 정도는 해줄게.”

“난 책 읽기 싫단 말이야.”

“그럼, 저기에 찌그러져 있어.”

“엘렌 너무해!”


녀석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진다. 수도에나 있다는 거대한 분수가 터질 것 같은 나의 신통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군. 남자 주제에 눈물은 허벌나게 많다. 이래서 내가 싫어하는 거야.


“아저씨한테 다 이를 거야!”

“이르든지 말든지. 어여 가라.”


나는 녀석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람의 휘날리는 깃발처럼 흔들어댔다. 음, 오랜만에 허리케인급이군.


“흥! 난 갈 거야!”

“그래. 제발 좀 가라.”

“정말로 간다?”


녀석의 확인절차를 고개 끄덕임으로 동의해주었다. 그제야 녀석은 울면서 방을 뛰쳐나갔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라 10년 동안 있었으므로 전혀 두렵지 않았다. 아! 이제야 방이 좀 조용해졌군. 오랜만에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겠어. 그런데 또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나의 둘째 누님이 되시겠다.


“엘렌... 언니한테 맞을래요? 아니면 죽도록 맞을래요?”


이 난폭한 말의 소유자는 바로 내 친누나다. 유전적으로 나와 전혀 닮지 않았다. 게다가 여전히 괄괄하신 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뭔가 호칭에 오류가 있지 않은가?


“엘렌, 내 귀여운 여동생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빨리 선택하지 못하겠니?”


또 좋지 못한 버릇이 튀어나왔다. 사람의 속을 뒤집는 스킬이 가히 대마법사의 메테오급이 되시겠다.


“다프네 누님, 전 남자입니다만?”

“쯧쯧쯧. 넌 여자야. 아직도 남자라고 믿고 있다니. 이 상냥하고 아름다운 언니는 매우 걱정스럽구나.”


착각착각 열매를 오크통 채 드셨나. 할 수 있다면 다프네 누님의 머릿속을 해부하고 싶었다. 아차! 이런 우아하지 못한 생각을 하다니 수행 부족이다.


“전 남자입니다. 여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어머? 과연 그럴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보는데?”

“세례식 때 알게 될 일입니다. 그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 일로 온 것 같진 않아 보이는데.”


다프네 누님이 입을 살짝 막으며 놀란다. 휴, 여전히 연기력이 부족하군요. 수도가 바로 코앞인데 거기서 뭘 배우신 겁니까?


“내 정신 좀 봐. 아무튼! 너 또 이반을 울렸지? 하나뿐인 친구를 울리다니 이 언니는 너에게 매를 들 수밖에 없다는 걸 용서해라.”


이건 무슨 왈왈 소리인가? 친구 사이에 일어난 일 가지고 매를 들겠다니. 언제부터 내 교육을 맡았다고 이런 말을 하시는 걸까?


“돌아가 주십시오. 혼자 있고 싶습니다.”


우리 괄괄한 누님은 그럴 맘은 눈곱만큼도 없나 보다. 여전히 내 방에서 가정교사로 둔갑해 있었다. 남자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이반을 핑계로 때리겠다니 이런 남매가 어디에 있는가? 무지한 건 이 분도 마찬가지다. 하긴, 어느 집에건 이런 사람은 꼭 한 명씩 있더라. 시간이 남으면 이걸로 연구를 해보게나.


“사춘기냐? 질풍노도의 시기?”

“누님이 사춘기겠죠.”

“언니라고 해야지. 언니. 따라 해 봐. 다프네 언니.”


나는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신경 끄겠다는 고급스러운 행동이다. 이걸 파악하지 못한다면... 정말 못했군. 자동으로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이제 장난은 그만 하시고 여기서 나가주시죠. 아카데미에서 온 이후로 계속 이럴 겁니까?”


그러자 아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어.”

“제가 누님 의도대로 움직이는 장난감으로 보이십니까?”

“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박자감과 음정이었다. 내가 심사 위원이었다면 100점 만점에 99.9점을 줬을 텐데. 여기는 내 방이지 심사하는 장소가 아니라 아쉽다. 아무튼! 이 찰거머리를 떼어내야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다. 아카데미에서 날아온 성적을 부모님께 확 공개해 버릴까? 아니야. 그건 좀 치졸한 방법이야. 좀 우아하게 누님의 시선을 돌릴 순 없을까?


“심심하세요?”

“어.”

“이반을 핑계로 제 방에 찾아온 거죠?”

“어. 뭐, 겸사겸사 하나뿐인 여동생도 볼 겸.”


나는 아파오는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며 누님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남자라고 했습니다.”

“아직 정해진 것도 아닌데 너무 그쪽으로 가지마.”


나는 깊은 한숨으로 대신 대답하곤 책을 펼쳤다. 더 이야기해봤자 내 기분만 상할 뿐이다. 해결? 그딴 건 버린 지 오래다.


“우리 엘렌 기분 상했어요?”


갑자기 다정다감하게 다가오니 온몸에 닭살이 돋을 지경이다. 이 정도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거머리 중의 왕거머리다. 어쩌면 무언가 노리고 나에게 접근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프네 누님은 그런 여자였으니까.


“용건만 간단히.”

“헤헤. 내가 내일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데...”


어이 거기 스탑. 우리 다프네 누님이 이렇게 나온 이유가 있었네. 엉겨 붙은 이유가 있었어. 나는 단숨에 접근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이 누님도 큰일 났네. 큰일 났어. 벌써 거짓말을 수프 먹듯이 하다니 이건 안 될 일이다. 하나뿐인 동생으로서 나쁜 버릇을 고쳐줘야지.


“남자친구랑 가시죠?”


내 한마디에 다프네 누님의 표정이 긴급 상황으로 전환되었다. 언제나 해맑게 웃고 다니시던 그 여유로운 얼굴은 어디로 갔을까나?


“바른대로 말씀하시면 부모님 귀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겁니다.”

“그, 그게 말이야. 그분께서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하셔서... 아잉 몰라!”


저저저저! 가증스러운 애교보소. 내 눈이 저절로 썩는구나. 나는 썩은 눈을 가린 채, 누님의 말을 손짓으로 끊어내곤 포문을 열었다.


“해서 그 집으로 가겠다는 겁니까? 혼자?”

“호, 혼자는 아니야! 정말이야! 믿어줘!”


아주 다급한 상황에서도 온 힘을 다해 거짓말을 하고 계시다니 누나라는 포지션이 아까울 뿐이었다. 조사하면 다 나오는데 내 앞에서 거짓말이라니 다프네 누님은 20년을 헛먹은 게 분명했다.


“알았어...혼자야. 혼자. 이제 됐어?”


내 단호한 눈빛에 체념해버리는 다프네 누님. 첫째 누님 포커페이스의 반의반이라도 나왔다면 내가 몰랐을 텐데. 당신의 거짓말은 들통났소.


“원하는 건 뭡니까? 설마, 알리바이 만들어 달라는 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정답이로군. 완벽한 범죄를 꿈꾸고 계셨어. 이제 갓 20살이 넘은 팔팔한 숙녀가 이런 망측한 짓을 벌이려고 하다니 개탄스럽구나.


“뭐야. 그 표정은? 고작 17살 주제에.”

“17살이라고 해도 알 건 다 압니다. 아무튼! 전 반대입니다.”

“왜!”

“누님 혼자 속이 시커먼 늑대에게 보낼 순 없으니까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제가 같이 동행하죠!”


그런데 다프네 누님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걸려들었다는 그런 종류인데? 설마?


“딩동 댕동! 정답입니다!”

“귀찮은 일에 휘말렸군. 이미 부모님은 아시고 계셨군요. 다 연극이었어!”

“미안. 네가 인간관계가 부실하다 보니 부모님이 걱정하고 계시잖아. 그래서 내가 꾀를 좀 내봤지!”

“안 갑니다.”

“그렇게는 안 될걸? 이미 공작부인께서 너를 콕 집어 초대장을 보내셨거든!”


내게 고급스러운 봉투를 내밀고 승리의 미소를 짓는 다프네 누님. 확인사살하는 방법을 언제 배우셨나? 설마? 아카데미에서 배우신 겁니까? 가르친 교사를 확 잡아 족치고 싶네요.


“호호호! 무슨 소리야. 이게 다 우리 엘렌 덕분이지! 나도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진 않다고!”


공작부인의 초대장이라. 이건 귀족자제들의 사교계에 데뷔하라는 말과 같았다. 그러나 아직 세례식도 받지 못한 내가 나갈 수는 없는 일. 나는 정중히 거절의 편지를 쓰려 했다. 그런데 내 팔목을 붙잡는 가느다란 손이 있었다.


“노노노노. 그 부분은 공작부인께서도 허락하셨어. 내가 특별히 부탁드렸거든.”


생각해보니 다프네 누님은 왕국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었다. 그러니 공작부인과 친분이 있는 건 당연했다. 사교계의 아이돌로 손꼽히는 누님이시니 공작부인을 요리해 먹는 건 쉬운 일이리라.


결국, 나는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감히 공작부인의 말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일개 백작 자제가 말이다.


“하아, 그래서 언제 가야 합니까?”

“오늘이 8월 14일이니까...모레네? 히힛!”


저 웃는 낯짝을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 일까? 저 하늘거리는 하늘색 머리카락들을 잘근잘근 씹어주고 싶다. 왠지 비릿한 바다 맛이 날 것 같은데.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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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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