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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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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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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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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축제 전야(2)

DUMMY

56화 - 아카데미 축제 전야(2)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이반을 제 집으로 보내버리곤 다시 한 번 편지를 개봉해야 할지 고민했다. 솔직히 세자 저하가 내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이유가 단지 우리 가문의 힘을 빌리기 위함인 줄 알았다. 그래서 세자 저하의 말을 모두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막상 이반의 말을 듣고 보니 나에게 관심 있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이미 나는 다른 사람의 애인이 되었는데 말이다. 이반의 타이밍이 기가 막힌 것도 있었고 세자 저하의 접근이 부담스러운 점이 잘 맞물린 결과라 볼 수 있었다.


“하아, 분명 나와 이반이 가까운 사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왜 편지를 보낸 걸까? 아!”


이틀 후, 아카데미 축제가 시작된다. 세자 저하는 자신에게 초대장을 보내라는 말을 꺼냈었다. 나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했고. 뭐, 축제 초대장을 보내는 거라면 해줄 순 있다. 나름 친.구.니.까. 나는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편지를 개봉했다.

역시나 대충 내용을 훑어보니 아카데미 축제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였다. 세자 저하가 노린 건지는 몰라도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지인 한 명만을 초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걸 자신에게 써먹으라는 거고.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편지를 서랍장에 넣었다.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태워버릴 수도 없는 참으로 계륵 같은 존재다. 왕족의 편지는.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초대해 놓고 이반이랑 놀러 다니면 되겠지.”


하지만 이건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는 걸 이틀 후에 알게 되었다.


***


아침부터 내 기분은 저기압이다. 저기서 실실 웃고 있는 녀석의 정강이를 발로 차주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야, 그만 두자. 내가 이반을 때린 이후로, 그는 나를 두려워했다. 아무리 비밀리에 연애하고 있다 해도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으니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그에게 약속했다. 다시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계약서까지 썼다... 기분이 참 그렇다. 그런데 이 앞에 있는 망할 녀석은 그런 내 기분도 모르고 촐랑댄다.


“헤이, 잘 쉬다 왔어?”

“... 내가 왜 여기로 와야 해? 그것도 축제 첫날에!”

“무슨 소리야? 너 보드게임부의 총무잖아. 간부가 빠져서야 되겠나.”


프리드먼은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며 내 손목을 잡고 부실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미 에스텔과 이반, 그라시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표정들이 하나 같이 썩은 사과가 웃는 것 같았다. 다들 어쩔 수 없이 온 것이리라.


“자자, 너무 굳은 표정은 좋지 못하다고.”

“프리드먼, 뒤지게 맞고 싶지?”


에스텔이 웃으며 프리드먼에게 다가오자 그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그리곤 이 살벌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일부러 크게 웃었다.


“하하하. 난 비폭력주의자인데?”

“호오. 미안하지만 나와 엘렌은 폭력주의자인데?”


거기서 나는 좀 빼줘. 이반의 몸이 움찔했잖아.


“에, 에스텔, 말로 하자. 말로... 으억!”


나는 프리드먼의 상체가 90도로 접혀 지는 걸 보곤 고개를 돌렸다. 에스텔은 자신의 시간을 방해한 프리드먼을 용서할 수 없던 거다.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사람이다. 우리가 시선을 돌리고 있을 때, 그라시아스만 물끄러미 녀석이 맞고 있는 걸 지켜보았다. 얘는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


형벌의 시간이 끝나고 생명을 건진 프리드먼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녀석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나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합당한 처벌이었다는 쪽이 더 우세했다. 이러고 보면 나도 폭력주의자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아으, 아파라. 검술 학과에 다니는 녀석들은 모두이런가? 으헉!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으악!”


에스텔의 주먹이 올라가자 기겁하는 프리드먼. 아마 녀석이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그 망할 입부터 꿰매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프리드먼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에스텔은 미안한 표정으로 프리드먼을 바라보았다. 하긴 나 같아도 억울하긴 하겠다.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맞아야 했으니까. 그래도 긍정왕 프리드먼이니 스무스하게 넘어갔다.


“그러니까 네 말은 우리가 나서서 홍보를 해야 한다는 거지?”


이반의 말에 프리드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나를 슬쩍 바라보는데 뭔가 알고 있다는 눈치였다. 설마 내 본모습을? 그건 아닐 거다. 리우리케가 말을 슬쩍 바꿔 집어넣어 우리 동아리라는 것을 숨겼기 때문이다. 만약 본모습인 내가 보드게임부의 회원이라고 소문이 났다면 여긴 이미 쑥대밭이 되었을 거다.


“많이 할 필요는 없어. 인원수만 채우면 되니까.”

“아아, 평민 한 명을 가입시켜야 하는구나.”

“맞아. 내가 이리저리 뛰어다녀봤지만, 다들 꺼리는 눈치더라구.”


그러자 에스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이 동아리가 뭐하는 곳인지는 다 알고 있겠지.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들어온 거고.”

“나는 빠지겠어. 쓸데없는 일에 심력을 쏟고 싶진 않아.”


나는 손을 들며 말했다. 내 손이 시발점이 되었는지 차례대로 손을 올리는 회원들.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은 프리드먼 혼자였다.


“다들 이러기야? 너무해!”

“회장이 알아서 해야지. 나야 폐부되면 더 좋고.”


나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매정하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남들 앞에서 영입전략을 펼치거나 그러는 게 싫다. 내 적성에도 안 맞고. 그냥 조용한 동아리부에 들어가서 조용히 지내다 오는 게 나을 듯!


“그라시아스 너마저!”

“엘렌이 들었으니까. 이 동아리가 폐부되면 아카데미 교수님들이 매우 기뻐하시겠지.”

“크윽! 친구라는 놈이 내 뒤통수를 때릴 줄이야.”

“그건 네놈이 아닌가?”


그라시아스의 되물음에 프리드먼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그러네. 후우, 이대로 폐부되었다간 누나한테 뒤지게 맞을 텐데... 엘렌, 어떻게 안 될까?”

“어, 안 돼. 다른 사람 알아봐.”

“으으음, 이것 까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리우리케 선배님이 나에게 말씀하시더라구.”


나는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설마, 내 본모습을 말한 건 아니겠지? 나는 다급히 녀석의 목을 부여잡았다. 그러자 프리드먼은 켁켁 거렸다.


“뭐라고 했어? 리우리케 선배가 뭐라고 했냐고! 빨리 대답 안 해?”

“이, 이것 좀, 켁켁, 놔주고 말, 켁.”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내 손아귀가 쎈 편도 아닌데 프리드먼이 약골인 모양이다. 하긴 그러니까 마법 학과지. 그런데 정신에도 좀 문제 있는 것 같은데 잘 하고 있는 건가? 신경 쓰지 말자. 중요한 건 아느냐 모르냐니까.


“그, 그냥 이 말만 하면 된다고 했어. 그럼, 엘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면서...”


리우리케 왕비마마가 정신이 나갔나 보다. 설마 이걸 미끼로 사용할 줄이야. 나는 녀석의 목을 풀어주곤 이반의 반응을 살폈다. 이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 네 놈의 동아리 홍보를 도와주지. 대신 그 말 입 밖으로 꺼냈다간 뼈도 못 추릴 줄 알아.”

“오케이! 자자, 한 시가 급하니 다들 내가 준비한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자고!”


태세전환은 정말로 빠른 녀석이었다. 참고로 머리회전도 빨랐으면 좋겠다.


***


“아카데미 축제라... 참 재미난 일을 벌이는군요.”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우리가 건재하다는 것을 녀석들에게 각인시키는 일이니까요.”

“그럼, 레이첼 공주에게는 비밀로 하는 겁니까?”


르펜의 물음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첼 공주님이 비록 책의 주인 중 한 분이시지만, 이번 일에서는 빠지는 게 좋을 게야.”

“스승님의 말씀은 잘 알겠으나 어쩌면 섭섭해 할 지도 모릅니다.”


르펜의 말에 다들 표정이 좋지 못했다. 저렇게 대놓고 레이첼 공주를 두둔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스승의 앞에서 말이다. 하지만 르펜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노인의 말을 기다렸다. 노인은 인자한 웃음을 드러내며 그에게 물었다.


“그것이 네 뜻이더냐. 아니면 레이첼 공주님의 뜻이더냐?”


날카로웠다. 르펜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자신의 계획을 눈치 채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으나 이렇게 빨리 들통 날 줄은 몰랐다. 아마 경험에서 우러나는 직관력이리라. 르펜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레이첼 공주님의 뜻입니다.”

“그렇구나. 그럼, 되었다. 이번 일에서 르펜과 레이첼 공주님은 제외한다.”


스승의 말에 르펜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 대답은 아직 자신의 계획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니까.


‘역시 이렇게 되는군. 스승님께는 내가 어떻게 할 지 다 알고 계신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을 제외할 이유는 없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도 회의는 계속되었다.


“세자가 참가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렇다면 절호의 기회가 아닙니까? 설령 권력이 없는 왕족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놓칠 수 없는 대어입니다!”

“그런데 세자가 엘렌 아가씨에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 파다하다는 말은 음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말이었다. 르펜은 흥미진진하게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어쩌면 세자라는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들이 움직일 수도 있었다.


“세자와 엘렌 아가씨와는 접점이 없었는데...”

“아니지. 작년, 트레디오스 공작부인 파티 때 잠깐 본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때는 아직 성별이 정해지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엘렌 아가씨는 아름다우셨으니까.”


그 한 마디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전 안주인이던 엘루미아 공작부인의 얼굴을 쏙 빼닮은 엘렌이었다. 그들이 그토록 엘렌에 목매다는 이유였다.


“지금쯤이면 아카데미 축제 첫날이 시작되었겠구나.”


노인의 말에 사람들을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그럼, 그들이 움직이기 전에 우리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려야지 않겠느냐? 메넬레스, 가우린, 레트리어트,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알겠습니다. 블랙 아미의 귀환을 전 대륙에 알리고 오겠습니다.”

“엘렌 아가씨에게 이목이 쏠리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그리고... 방해가 된다면 은발의 마녀는 죽여도 좋다. 엘렌 아가씨에게 폐만 끼칠 테니까.”


지시를 받은 세 명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르펜은 슬쩍 메넬레스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관계였으니까. 길고 길었던 회의가 끝나자 르펜은 메넬레스와 함께 자리를 빠져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르펜은 이번 일에서 제외되었고 세력이 없는 자였으니까. 메넬레스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그들은 마음껏 복도를 누빌 수 있었다. 르펜의 방으로 들어간 그들은 다과와 함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르펜이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메넬레스, 세자를 지켜라."

"그게 무슨 소리지?"

"분명 그들이 나타날 것이다. 아직 세자는 죽을 때가 아니야. 무대의 조연 정도는 만들어줘야 하지."

"어려운 말을 지껄이는군. 알겠다. 네 지시에 따르지."


작가의말

후 드디어 3챕터도 끝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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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슈네이도르 가문의 유전인가 보구나. +2 17.09.25 238 6 12쪽
83 반란의 징조 +4 17.09.25 18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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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4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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