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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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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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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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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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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DUMMY

60화 -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설마, 눈치 챈 건가? 목표물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상대는 테사이르 왕국의 세자다. 너무 방심하지 마.”

“흥! 누가 방심했다고 했나? 그저 사실을 말한 거다. 그리고 아무리 녀석이 테사이르 왕가의 핏줄을 이어받았다고 하더라도 지금 세대는 허약하니 문제없다.”


그러자 금발의 남자는 고개를 흔들며 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들에겐 오늘이 절호의 기회였다. 세자만 죽일 수 있다면 조직의 입맛대로 국왕을 앉힐 수 있었다. 물론, 방해하는 세력들을 제거하는데 힘써야겠지만, 그들에게는 레이첼 공주가 있었다. 제르딘 세자의 이복 여동생이 조직의 인물이기에 왕위를 바꾸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다만, 협력자인 케이샤 후작이 살짝 반발하겠지만 말이다. 가우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옆에 있는 레트리어트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계속 궁시렁거렸다.


“그냥 길거리에서 죽이면 되지 않나? 그게 더 극적이고 화려한데 말이야.”

“한심하군. 은발의 마녀까지 상대하고 싶은 건가? 그리고 아카데미 교수들의 힘을 너무 얕보고 있군.”

“흥! 네 놈이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어! 은발의 마녀? 고작 계집 따위가 얼마나 강하다고 숨어 다니는 거지? 이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아!”

“도저히 네놈의 장단에 맞춰줄 수 없군. 그나저나 메넬레스는 어디에 있는 거지?”


그러자 레트리어트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겁쟁이니 도망갔겠지! 역시 음흉한 녀석은 믿을 게 못 된 다니까.”

“웃기는 소리로군. 레트리어트, 난 그대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거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란 레트리어트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주변을 살폈다. 녀석으로 보이는 자들은 없었다. 모두 젊은 학생이었다.


“뭐하는가? 이러다 놓치겠네. 다들 조심히 따라와라.”

“예!”


가우린의 재촉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쫒았다. 여전히 의심스러웠지만,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이 사라지자 한 소년이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의 모습은 중년인으로 변했다.


“이거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군... 르펜 자식은 세자가 죽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단지 부상만으로 충분하다 했지... 후우. 여기서 이반 녀석이라도 만났다간 큰일 나겠군.”


메넬레스는 다시 학생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의 능력은 인간복제. 노인이든 중년인이든 마력 고유의 속성이 같다면 복제할 수 있었다. 꽤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이미 많은 복제 대상을 소유하고 있었다. 제네쉬 가문의 가주를 치료하는 역할도 담당하긴 했지만, 그건 부차적인 일이었다.


“어쨌든 이 모습으로는 들킬 리는 없다... 컥! 무슨?”

“야, 네 놈이 왜 여기에 있냐?”


난데없이 나타난 무리에 메넬레스는 눈을 껌뻑껌뻑했다. 뒤통수를 너무 강하게 맞았는지 아직도 얼얼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왜 모르는 남자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지.


“뭐야? 이 새끼 왜 그래? 한 대 맞고 멍청해졌나?”

“킥킥킥. 원래 멍청한 새끼잖아. 마음씨가 넓은 우리가 이해해야지.”

“당연한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우선 도망친 이 녀석을 처벌해야지.”


남자 세 명이 메넬레스를 보며 살벌한 미소를 짓자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원래의 주인은 왕따 내지 괴롭힘을 당하는 녀석인 듯 했다.


‘그래서 내 능력에 쉽게 복제 된 건가... 후우, 난감하군. 그래도 귀족가 자제라 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일이 꼬여버렸군.’


이들을 죽이고 떠나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뒤처리가 문제였다. 분명 스승님은 아카데미 학생을 죽이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목표물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블랙 아미의 등장을 알리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닥쳐오니 솔직히 짜증났다. 이미 동료들은 세자를 잡으러 떠난 상황이었다.


“하아... 애새끼들이 지랄이군. 따라와라.”


메넬레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와서 훈육이라니. 임무에도 없던 일을 하려니 이건 추가 수당이 필요했다. 귀족 나부랭이들의 정신 개조는 꽤 많은 힘을 써야 했으니까.


“오오오! 우리 에넬이 많이 컸네? 기어오를 줄도 알고?”

“뭐, 멍청한 녀석이니 우리 선에서 마무리 짓자고 괜히 가문까지 들고 일어나면 귀찮아 지니까.”

“가볍게 팔 다리만 부러뜨리고 정신교육 정도만 시켜주면 되겠지. 그럼, 알아서 길 거 아냐.”


그들은 흥미가 동했다. 마냥 눈치만 보며 설설 기기만 했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제 발로 반발해주니 오히려 기뻤다. 이에 메넬레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귀족 사이에서도 소위 말하는 급이 존재하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아직 어린 학생들까지 물들이고 있으니... 역시 테사이르 왕가를 비롯하여 7 가문은 망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필요하지. 블랙 아미가 말이야.’


그는 빠르게 끝내고 다시 동료의 뒤를 밟기로 했다.


“빨리 따라오너라. 내게 시간은 충분하지 않으니.”


그의 도발에 소년 셋은 시시덕덕거리며 어떻게 하면 그를 맛있게 요리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꼬치구이! 정말 맛있었어!”


나와 이반은 기뻐하는 에스텔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실상은 안도의 한숨. 다행히 에스텔에게 들키지 않았다. 물론, 영원히 들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보단 낫다. 아마도... 우리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체험을 하며 소화도 시킬 겸 해서 신나게 놀았다. 에스텔은 마법 도구들을 신기해했다. 나야 마법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으니 그다지 신기하진 않았다.

솔직히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마법 도구였다. 통신 구슬이라던가 영상 편지, 영화, 녹화, 사진까지. 별의 별 물건들이 모두 마법으로 만든 상품인거다. 주로 마탑에서 만들었지만, 현재는 여러 가문에서 만들고 있었다. 특히, 메를린 가문의 상품이 유명했다. 검술로 유명한 가문이지만, 최근엔 높은 품질의 마법 도구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왕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의심도 받았지만, 실상은 아무도 몰랐다. 분명 뭔가 숨기고 있을 텐데...


“엘렌, 무슨 생각해?”


이반이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보폭을 맞췄다. 어느새 내가 살짝 뒤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반이 꽤 신경 써준 모양인데 나는 생각으로 가득차서 눈치 채지도 못했다. 으, 엘렌, 실수투성이구나.


“엘렌, 고민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 내가 다 해결할 수는 없다 해도 너에게 있는 짐을 함께 짊어질 수 있도록 해줘.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이반에게 말했다.


“네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괜찮아. 고민이라고 할 것도 없거든. 그냥 마법 도구를 보고 생각해본 거라서 말이지.”

“마법 도구라... 메를린 가문을 생각했어?”


이반의 물음에 나는 살짝 놀랐다. 내 생각이 그렇게 티가 났나? 하지만 이반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누구나 의심할 수는 있지. 갑자기 통신 구슬이 생기고 그걸 공급하는 가문이 메를린이니... 왕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너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자 이반은 머리를 긁적이며 애매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우리가 메를린 가문의 가주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일이잖아.”

“그래, 그렇겠지. 아무튼, 이런 생각은 치우고 지금을 즐기자. 저기 봐. 에스텔의 눈이 별처럼 빛나고 있잖아. 우리도 저런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내 말에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저것 구경하던 우리는 에스텔과 점차 멀어졌다. 때가 온 것인가! 내 생각을 들여다봤는지 이반이 나를 보며 물었다.


“엘렌, 갈까?”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인생은 타이밍이지! 나와 이반은 슬쩍 골목길로 돌아 거리에서 빠져나왔다. 우리가 온 곳은 꽤 한적한 장소였다. 축제의 중심에서 멀어지니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하긴 원래 아카데미 학생들의 수가 적긴 하지.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다 잔잔한 호수가 보이는 벤치를 발견했다. 그리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그곳으로 걸었다. 이 동네 분위기가 원래 이랬었나? 연인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마치 수문장처럼 말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그 안에서 꽃 피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 우리는 분위기가 압도 되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왠지 말하면 이 분위기가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한동안 나는 멍하니 호수가를 바라보았다. 그건 이반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겠지. 그렇다고 믿고 싶다. 어느새 우리는 서로의 몸에 기대고 있었다.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머리는 기억 못하는데 몸은 기억한다는 그 망할 이론이 생각났다. 교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으아! 이 분위기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슬쩍 이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이반은 우수에 찬 눈빛으로 호숫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망할 놈... 잘못한 게 없는 이반이지만, 이번만큼은 망할 놈이라 부르고 싶다. 나는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자 내 움직임을 느꼈는지 이반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굳게 닫힌 입술이 열렸다.


“엘렌, 내 어깨가 불편해?”


반갑다! 목소리야! 하지만 나는 시치미 뚝 떼며 대답한다.


“아니, 괜찮아. 만족해.”


뭘 만족한다는 거니... 내 망할 입술아. 그 주둥아리 좀 닥치자. 그러자 이반은 피식하고 웃었다.


“왜 웃어? 손님이 만족하면 좋은 거 아냐?”

“후훗. 그냥 엘렌이 하는 말이 웃겨서 그래.”

“그래, 나 웃긴 여자야, 그러니 너도 웃긴 남자 해.”

“으음, 나는 별로 남을 웃기는 사람이 아닌데? 대신 감동을 줄 수 있어.”

“응? 감동? 그건 무슨 소리야?”


내가 궁금하다는 듯이 묻자 이반은 침을 꼴깍 삼켰다. 뭔가 느낌이 쎄한데? 설마 그건 아니겠지? 이반은 대답대신 내 입술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하아... 정말 그거였냐? 이렇게 불평하면서도 정작 내 몸은 피하지 않았다. 이반의 속도는 참으로 느려 터졌다. 그냥 와서 확 해버리면 될 것을. 덜덜 떨리는 눈으로 오니 내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움직였다. 물론, 내 의지가 아니라... 주둥아리의 의지로! 말릴 틈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입술이 서로 닿으려 할 때,

퍼엉! 엄청난 굉음과 함께 호숫가의 물이 우리를 덮쳤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나와 이반은 서로를 보며 웃을 수 없었다.


“느꼈니?”

“엘렌도?”


우리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분명히... 프시케 언니의 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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