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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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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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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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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축제 전야(1)

DUMMY

55화 - 아카데미 축제 전야(1)


“갑작스러운 연락은 곤란한데?”

“미안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그러자 남자는 살짝 감탄 어린 목소리를 냈다. 마냥 사냥개로만 알았던 아이가 어느덧 훌쩍 커버린 느낌이었다. 그는 시원한 커피를 홀짝이며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국왕을 제거하지 않겠다는 건가?”

“그렇다. 어차피 내가 하지 않아도 그는 죽지 않나?”

“죽는다라... 재미있는 말을 하는구나. 커드넬이 말했나?”


이반은 고개를 저었다. 커드넬이라면 분명 아카데미에서 자신에게 지령을 내린 자였다.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자. 이반은 그를 끔찍이도 싫어했다.


“너와 커드넬은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그럼, 볼 일은 끝났으니 가보겠다.”


이반이 자리에 일어서자 남자는 재미있다는 말투로 그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호오. 아버지를 버리고 사랑을 선택하시겠다?”


약간 비꼬는 의미. 하지만 이반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들에게 이용당할 바에야 차라리 아버지를 곱게 보내드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어둠의 루트를 통해 접촉한 블랙 아미가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다지만... 왠지 절대 고칠 수 없을 것 같았다. 남자는 단호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이반의 모습에 좀 더 캐내보기로 했다. 무엇이 그를 바꿨을까? 궁금했다. 정말 사랑이라는 걸 믿는 건지 말이다.


“엘렌은 네 놈들에게도 중요한 인물일 텐데?”

“중요하지. 아주 중요하고 말이야. 블랙 아미와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엘렌 아가씨지.”

“왜 엘렌이지? 엘렌은 고작 한 가문의 자제일 뿐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래서 슈네이도르 가주의 부탁을 받고 기억을 봉인 당한 엘렌 아가씨와 소꿉친구로 지낸 게 아니던가?”


역시나 이 남자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분명 소수의 인원만이 알고 있는 진실이었다. 이제는 이 남자가 어떻게 알았을 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왕국 곳곳에 스파이들을 심어놨다는 건가?’

“이반 군,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네. 우리는 그저 엘렌 아가씨의 지위를 돌려놓고 싶을 뿐이야.”

“돌려... 놓는다고? 설마?”


남자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리블레다인 가문의 재건이다. 엘렌 아가씨는 리블레다인 가문의 마지막 혈육이자 가주께서 남기신 마력을 지니고 계시지. 블랙 아미 녀석들이 책의 주인이다 하며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야.”


남자는 쓰디쓴 커피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이반의 얼굴이 절로 찡그려질 정도였다.


“그래서 블랙 아미와 다르다고 한 거군.”

“녀석들은 그저 테사이르 왕국의 왕족들만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 된다고 믿고 있지. 포교는 천천히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야. 우리 미래의 제네쉬 가주님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겠지만.”

“... 지배계급은 절대 바뀌지 않아.”

“정답! 녀석들은 분명 실패해. 그런 급진적인 개혁은 항상 리스크를 몰고 오지. 교리로 지배계급을 가르쳐서 피지배계급들에게 가르침을 줘? 정말 개소리지. 그래서 우리 리블레다인 공작 각하께서 녀석들의 말에 넘어가 실패하신 거야.”


이반은 궁금했다. 왜 고위 귀족계급이었던 리블레다인 공작이 그런 괴상한 조직에게 빠졌는지 말이다. 하지만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남자는 기분을 내는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말렸지. 이 자들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하지만 리블레다인 공작 각하는 뭔가 짚이는 점이 있으신지 그들을 모두 받아들이라고 재차 명령을 내리셨지.”


이반은 곰곰이 생각했다. 리블레다인 공작과 블랙 아미는 접촉한 적이... 한 번 있었다.


“설마, 20년 전의 일과 관련 있나?”

“이런! 이미 그쪽까지 알고 있었나? 뭐, 이쯤에서 그만두지. 스스로 외부인이 되겠다고 했으니 더 말해준 없지.”


이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때, 남자의 중얼거리는 말이 심히 거슬렸다.


“엘렌 아가씨가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모습을 보고 싶긴 하지만... 블랙 아미 녀석들이 움직이니 우리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항상 유념해 두도록.”

“그 말은 엘렌을 납치라도 하겠다는 건가?”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이반의 검이 반쯤 뽑혀져 있었다. 여차하며 이 자리에서 남자를 베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남자는 피식 웃으며 이반을 향해 상체를 내밀었다. 거리가 있었지만, 그의 실력이라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벨 수 있다면 베 봐.”

“내가 못할 줄 아는가!”


이반의 검에 푸른빛의 기가 둘러지자 남자는 살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호오. 역시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그래서 우리 직원들을 떼놓고 일을 처리했었군. 하지만 그 검 휘두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무슨 뜻이지?”

“내가 자네의 검에 베어지는 순간 그 즉시! 엘렌 아가씨를 우리 조직으로 데려올 테니까.”


그 즉시 이반은 남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초승달 모양의 푸른 검기가 빠르게 쏘아져 나아갔다. 하지만 남자는 그 자리에서 이반을 보며 웃었다. 그의 검기가 베어낸 건 남자가의 목이 아닌 테이블이었다.


“이거 이거, 정말 위험했군.”


검기에 휘말린 금발이 잘려진 테이블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이반은 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이제는 내 뜻대로 하겠다. 네놈들이 엘렌을 이용하는 날은 절대 없을 거다.”

“과연 그럴까? 이미 엘렌 아가씨는 선택을 내린 것 같은데... 뭐, 이건 곧 알게 될 일이니 상관없겠지만. 충고 하나 해주지. 세자를 조심해.”

“세자? 어차피 힘없는 자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주면 엘렌 아가씨를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니 정말 고맙군.”

“세자가 엘렌을 노리나?”

“후후후. 그건 아카데미에서 열릴 축제에서 알아보도록. 아마 꽤 재미있는 날이 될 거야.”


남자는 이 말을 끝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


결국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꽤 공들여 쓴 자퇴서는 자동으로 기계에 갈아버리게 되었다. 아이고. 아까 워라. 이틀 쉬다 올 거였으면 그냥 휴강 때리는 건데 말이다. 어쨌든 기숙사로 돌아오니 에스텔은 울먹거리며 내게 안겼고 카나폰 언니 패거리들은... 생략. 반면 리우리케와 이반은 심각한 얼굴을 하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마 내 신변에 대한 이야기였나 보다. 이반이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대충 들었다. 블랙 아미가 나를 노린다는 것과 내가 리블레다인 공작의 딸이라는 것. 흐음, 핵심적인 내용은 다 알고 있었네. 생각해보니 나쁜 놈이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 그동안 모른 척 했던 거야? 나쁜 놈! 나쁜 놈! 리우리케가 가면 정강이를 확 걷어 차버려야지.


“많이 기다렸어?”


이반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니 모든 것이 리셋 되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쁜 놈이라고 외쳤던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이런 남자를 앞에 두고 이상한 마음을 먹다니! 엘렌, 반성하자.


“아, 아니야. 리우리케 선배와는 이야기 끝났어?”

“응, 전공시간은 선배가 호위하시고 나머진 내가 하기로 했어. 기숙사는 에스텔에게 맡겨야지.”

“에스텔?”


뭔가 신뢰가 안 간다. 검술 학과 퍼스트 클래스에서 넘버 원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상황을 잘 모르는 에스텔이라면 분명... 귀찮게 굴거야.


“에스텔도 나름 눈치가 빠른 아이니까 괜찮을 거야.”

“하긴 그래서 내가 널... 아, 아니야!”


나는 스스로 자폭하려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이놈의 입은 정말 꿰매 버리든지 해야지. 내가 먼저 좋아했다는 사실을 고백할 뻔 했네! 다프네 언니가 말하길, 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 거라며 신신당부했다. 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엘레엔! 편지 왔어! 왕궁에서 온 거야!”

“응? 왕궁? 왕궁에서 보낼 사람이... 한 분 계시네.”


내가 말을 줄이자 이반은 궁금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그 사람이 누구야?”


이거 어떻게 하지? 이반을 만나기 전부터 세자가 치근덕거렸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그냥 얼버무려야 하나? 하지만 이반의 표정을 보면 절대 그럴 수 없다. 사실대로 말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나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그, 그게 말이지.”

“세자 저하야?”

“뭣? 너 그걸 어떻게 알고 있었어?”


오히려 내가 물었다. 미끼를 물어버렸구먼! 이런 게 바로 적반하장이지! 나는 이반을 쏘아붙였다.


“어떻게 알았냐구!”


그러자 입장이 뒤바뀐 이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쩜 이런 모습도 멋있을 수가... 아니지! 지금은 추국의 현장이야! 반드시 밝혀야 해! 이반의 흑막을!


“3초 준다. 3, 2, 1.”

“네 방에서 봤어!”


이게 뭔 소리여? 이반은 당혹스러운 눈빛이었는데 내 의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러다 대판 싸우겠는데?


“내 방에서 봤다니. 자세히 말해봐. 언제? 어디서는 알고 있고... 무엇을! 어떻게! 왜!”

“그게... 우리가 사귀기로 한 날에 세자 저하가 창문 밖에서 우리를 보고 있더라구. 그래서 직감했어. 세자 저하가 너에게 관심있다는 것을 말이야.”

“설마 그 때문에 나를 안았던 거야?”


이반은 에스텔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품에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너를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어. 설령 세자 저하라 하더라도.”

“그, 그래서 이 여자는 내 거다! 하고 안았다고?”


나는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변했다. 갑작스레 이러면 곤란하다구! 이런 내 마음도 모른 채, 에스텔은 나를 바라보며 키득거린다. 나는 눈짓으로 방에서 나가라고 했지만, 그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리우리케 왕비마마도 마찬가지. 나를 바라보며 입모양으로 말씀하신다.


‘지금이야! 걸어 넘어뜨려.’


... 정말이지 도움이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미안할 일이 있어. 사실 나... 기절하지 않았어.”


빠직! 내 이성은 이미 하늘나라보다 더 먼 곳으로 날아갔다. 돌아오려면 좀 걸릴 거다. 왕복으로 끊지 않았거든! 차라리 모르고 넘어갔다면 좋았을 것을. 그걸 굳이 사실대로 이야기 해야 했니? 오늘 남자친구 교육 좀 해줘야겠다. 내 의도를 단숨에 파악한 에스텔은 이반에게 명복을 빈다는 행동을 취하고 재빨리 빠져 나갔다. 리우리케 왕비마마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자, 이반아?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 우선 가볍게 조인트부터 맞자구나. 나는 녀석의 품을 거칠게 밀어냈다. 그러자 이반은 왜 그러냐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아우, 이 순진한 눈빛 봐. 그래, 그 잘생긴 얼굴로 나를 잘도 홀렸겠다? 프시케 언니한테 맞았던 것처럼 너도 나한테 맞아보자!

나는 이반의 정강이를 강하게 발로 찼다.


작가의말

이반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후후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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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노회한 기사가 이곳에 온 이유(1) +4 17.09.27 213 7 13쪽
87 평화는 없다. +1 17.09.27 21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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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슈네이도르 가문의 유전인가 보구나. +2 17.09.25 238 6 12쪽
83 반란의 징조 +4 17.09.25 18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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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프시케의 선택(2) +6 17.09.05 229 7 12쪽
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4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5 7 11쪽
59 아카데미 축제(3) +6 17.09.01 246 6 11쪽
58 아카데미 축제(2) +3 17.08.31 294 7 10쪽
57 아카데미 축제(1) +6 17.08.30 23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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