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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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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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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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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에필로그

DUMMY

100화 - 에필로그


빛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곳. 바닥엔 갖가지 오물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누군가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열네살 정도는 되어 보일까? 허리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검은 머리, 바다처럼 시원한 눈동자를 가진 소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오물이 튀어도 소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익숙한 발걸음이 그녀가 입은 주홍빛 원피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으음, 분명 이곳이었는데...”


소녀는 입을 오물거리며 지도를 살폈다. 대충 만든 지도. 한 눈에 알아보기엔 너무도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붉은색점이 있는 부분을 짚었다.


“분명 여기가 맞는데? 숨어버린 걸까?”


투둑. 작은 돌멩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녀는 소리가 난 부근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역시나. 자신이 올 걸 알고 숨어 있던 거였다.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으레 하던 것처럼 두 눈을 감고 붉은빛이 감도는 목걸이를 꼭 잡았다.


“부디 이 아이들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기를.”


간단한 기도였다. 소녀는 두 눈을 뜨고 자신을 골탕 먹인 아이들이 숨은 곳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길을 둘러싼 단단한 벽 밑에 아이 한 명이 들어갈까 말까할 정도의 구멍이 있었다. 녀석들은 이곳으로 출입을 했던 모양이었다. 소녀는 고민하지 않았다. 이 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더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숙명처럼 느껴졌다.

그 사람을 만나고 자신과 부모님은 구원을 받았다. 또한,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 그 사람은 모습을 감췄지만, 소녀는 믿고 있었다. 언젠가 이곳으로 돌아올 것을.


“너무 감상적으로 변해버렸네. 자, 얘들아, 예쁜 언니가 간다.”


소녀는 끙끙거리며 겨우 구멍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의외로 이 안은 아늑하고 따뜻했다. 추운 겨울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이불이며 옷들이며 여러 가지가 구비되어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훔치거나 주워온 것이겠지만. 소녀는 자신을 골탕 먹인 8명의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남자 아이 5. 여자 아이 3. 그러나 표정은 하나였다.

소녀는 이 아이들이 입은 헤진 옷들을 보곤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무서운 어른들처럼 너희를 헤칠 생각은 없어.”

“거짓말! 거짓말 하지마!”


이 아이들을 이끄는 리더로 보이는 남자 아이였다. 그나마 두려움을 이겨내려 큰 소리를 친 모양이지만, 아이의 몸은 떨고 있었다. 소녀는 조심히 다가가 안아주었다. 처음엔 거부하려 했던 아이는 소녀의 아름다운 미소에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소녀는 그런 아이를 조심스레 끌어 당겼다. 그러자 아이는 히끅거리며 울음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소녀의 품으로 들어왔다. 소녀는 따뜻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언니랑 함께 가자. 내가 너희들을 보살펴줄게.”


아이들은 소녀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답답했지만, 소녀는 마음을 열어준 아이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한바탕 눈물을 흘린 아이들은 배시시 웃었다. 무리 중 가장 어려보이는 여자 아이가 소녀에게 물었다.


“어, 언니, 그곳에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어요?”

“당연하지! 이래보여도 이 언니가 꽤 유명한 사람이야! 무려 세자 저하와 알고 지내는 사이라구!”


소녀의 자부심 넘치는 말투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번엔 다른 아이가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언니가 바로 빛의 천사, 엘렌이에요?”

“헤헤, 쑥스럽네.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니 맞겠지?”


엘렌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바라보며 다시 그 사람을 떠올렸다. 자신의 멘토이자 찬란하게 빛나는 별. 테사이르 왕국을 구해낸 영웅, 엘렌 S 슈네이도르. 엘렌은 그녀가 보고 싶었다.


‘엘렌 언니, 언니가 저를 보셨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요? 언니에게 받은 마음. 이제 아이들에게 돌려줄게요.’


이런 말을 하면 엘렌은 부끄러워서 도망칠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소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언제쯤 돌아올지. 엘렌은 엘렌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오늘도 평화로운 여행은... 물 건너갔다. 뭐, 이제 여행은 마무리하는 거지만 이 왕국의 수도란 곳은 어쩜 이리 한결 같을까? 괜히 외모변조 마도구를 두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정확히는 부서졌다고 해야겠지. 그나저나 이 놈들을 어떻게 한다...


“아름다운 아가씨, 저희와 함께 가시죠.”

“도련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라? 이 녀석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나는 오래전, 후미진 구석에 처박아 놓은 기억을 힘들게 꺼냈다. 역시나... 네놈들이었구나? 어떻게 10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냐? 뭐, 외모는 세월의 흐름을 비껴나가지 못했지만 말이다. 나는 귀찮은 얼굴로 녀석들에게 말했다.


“좋은 말로 할 때 꺼져.”


그때도 이런 말을 내뱉었었지.


“푸헤헤헤. 우리보고 꺼지란다.”

“말이 좀 거칠어도 얼굴이 반반하니 뭐든 못하겠어.”

“하아, 어쩔 수 없지. 학습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이 방법이 최고더라구. 네그라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는 오랜만에 그녀를 소환했다. 주변을 휩쓸어 버릴 듯한 바람이 내 주변을 중심으로 일어나자 녀석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져 버렸다. 드디어 눈치 채신 건가? 근데 어쩌랴. 이미 소환해버렸는데.


-엘렌... 이 녀석들은 어떻게 만난 거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건데? 얘들 아직도 이러고 사나봐. 이번엔 정신 차리라고 저 멀리 보내드려.”

-네 말에 동의한다.-


네그라도는 녀석들의 변명을 듣지도 않고 성문 밖으로 보내버렸다. 그러자 멍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 아차, 또 주목을 받아버렸다. 나는 슬쩍 짧은 청바지를 아래로 내리며 그녀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내 옷차림도 테사이르 왕국과는 거리가 머니 주목받는 건 당연한 건가.


“이럴 땐, 줄행랑이겠지?”

-타라. 목적지는?-


나는 그리운 표정을 하며 네그라도의 물음에 답했다.


“내 집. 슈네이도르 저택.”


***


슈네이도르 영지는 여전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정문에 섰다. 이 안엔 누가 있을까? 어머니하고 다프네 언니 부부, 아리엘, 샤이드 경 정도일까... 프시케 언니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셨지. 사실, 프시케 언니는 5년 전, 우연히 여행하다 만났다. 언니의 옆엔 한 남자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개 변태자식, 르펜이었다. 나를 보며 해맑게 미소를 짓는 르펜. 프시케 언니가 너무나 아까웠다.

내 말에 프시케 언니는 실소를 흘리며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르펜과 만났던 지난 이야기, 리우리케 선배의 부탁 등등 지금은 프시케 언니의 행복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단다. 르펜은 언니를 지켜주는 호위역할이고 말이다. 프시케 언니는 보네한과의 혈투 이후 다시는 검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약해진 몸으로 비기를 사용했던 대가였다. 그래도 프시케 언니 덕분에 메를린 가문의 야욕을 막을 수 있었고 왕국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아무튼, 우리는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했다. 아, 마지막으로 프시케 언니가 약간 부끄러워하며 나에게 해준 말이 있었다.


‘엘렌, 넌 언제나 귀여운 동생이야. 그러니 언제든 우리에게 기댔으면 해. 내가 다시 돌아가는 날, 세 자매끼리 즐겁게 놀자구나.’


나는 옛 추억을 생각하며 조심히 문을 열었다. 여전히 잠가놓지 않는구나. 나는 피식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깜짝 놀란 얼굴로 울먹거리는 여인이 한 분 계셨다. 바로 어머니셨다. 산책하는 중이셨나 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어머니에게 안겼다. 드디어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


“이 언니가 제 이모에요?”


다프네 언니를 닮은 듯 안 닮은 듯한 아이가 나를 가리키며 제 엄마에게 물었다. 다프네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말했다. 뭔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엘렌, 너무 오래 걸린 거 아니니?”

“미안. 여행이라는 게 꽤 즐겁더라구.”

“즐거운 것도 정도가 있지... 너도 떠나고 프시케 언니도 떠나니까 집이 너무 휑해서 얼마나 쓸쓸했는지 모른다구. 네 형부한테 물어봐. 안 그래요 여보?”


그러자 쌍둥이와 놀아주던 클레오 형부는 허허 웃으며 아이들에게 불꽃 마법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착하신 형부의 모습에 참 다행이다 싶었다. 우리가 없는 자리를 훌륭하게 메꿔주셨다. 슈네이도르 가문의 가주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힘든 자리였으니까.


“그래, 이젠 어떻게 할 거니? 결혼은 할 거지?”

“응? 어... 그건 생각한 적이 없는데?”

“뭐야? 그럼 혼자 살 거니? 이 언니는 절대 용납 못한다. 엄마,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지?”

“엘렌, 올해 안으로 결혼하거라. 내가 혼처 자리를 알아볼테니...”

“괘, 괜찮아요! 천천히 생각해도...”


다프네 언니는 물러설 생각이 없나보다. 이건 어머니도 마찬가지.


“네 나이가 벌써 스물여덟이야! 스물여덟! 네 친구인 에스텔은 아카데미를 마치자마자 시집갔어! 심지어 문제아 카나폰 언니도 갔다고!”

“내 나이를 짚어주지 않아도 알고 있어.”

“혹시 세자 저하나 이반을 생각하는 것이냐?”


어머니의 강력한 훅에 나는 넉다운이 되었다. 그랬지. 둘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그것도 왕국에선 엄청난 빅 이슈였다. 내가 타국을 여행하는데도 들려왔으니 말 다 한 거다. 근데 웃기는 건 두 가문에선 둘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는 거다. 나를 잡으면 단 번에 세력이 올라간다 뭐라나. 그래서 10년 동안 독수공방이란다... 에휴, 차라리 다시 숨어버릴까?


“너, 다시 여행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갔다간 확 죽어버릴 테니까.”

“네네. 가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결혼 문제는 뒤로 밀었으면 해.”

“왜? 여행하면서 만난 세 번째, 네 번째도 있니?”


말을 말자. 나는 급 피곤해졌다. 다프네 언니는 엄마가 되면서 더 강해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긴 8남매라니... 정말 대단한 분이시다. 클레오 형부의 두 볼이 쏙 들어간 건 업무 때문이겠지?


“아 참, 네가 쓴 일기장 어떻게 할 거야?”

“출판 할 거야.”

“오! 대영웅에 이에 대작가님 나오시는 건가? 책 제목은 정했어? 비어 있던데.”


나는 빙긋 웃었다. 그동안 여행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숙제였다. 내 일상을 적은 이야기. 결국, 이 제목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반짝거리는 조카들의 시선을 받으며 대답했다.


“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작가의말

에필로그를 끝으로 본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후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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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노회한 기사가 이곳에 온 이유(1) +4 17.09.27 213 7 13쪽
87 평화는 없다. +1 17.09.27 219 7 12쪽
86 엘렌과 슈네이도그 가주의 진실한 대화(2) +4 17.09.26 234 5 12쪽
85 엘렌과 슈네이도르 가주의 진실한 대화(1) +1 17.09.26 188 6 11쪽
84 슈네이도르 가문의 유전인가 보구나. +2 17.09.25 238 6 12쪽
83 반란의 징조 +4 17.09.25 180 6 12쪽
82 소녀를 만나다. +4 17.09.24 220 6 11쪽
81 오늘은 여기까지. +4 17.09.23 197 6 12쪽
80 운명의 장난(2) +4 17.09.22 200 6 14쪽
79 운명의 장난(1) +4 17.09.21 246 6 11쪽
78 도둑맞은 유물 +4 17.09.20 257 5 11쪽
77 지금 이 모습이 나라고? +4 17.09.19 26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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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결전(1) +4 17.09.06 262 6 11쪽
63 프시케의 선택(2) +6 17.09.05 229 7 12쪽
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4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5 7 11쪽
59 아카데미 축제(3) +6 17.09.01 24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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