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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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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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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지막 이야기(1)

DUMMY

98화 - 마지막 이야기(1)


테사이르 왕국을 뒤흔든 지옥의 마수 사건은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애초에 숨길 수가 없던 게... 멀쩡한 왕궁의 절반을 내가 날려 먹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자 궁에 생긴 거대한 결계는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니. 숨기는 게 더 힘들었을 거다. 다행히 왕궁을 파손한 혐의는 받지 않았다. 마음이 바다와 같이 넓으신 우리 국왕 전하께서 모두 용서해주셨다.

나는 이 모든 소식을 내 방에서 들어야 했다. 아직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었고 두 언니들이 좀 더 쉬어야 한다며 극성을 부렸다. 덕분에 강제로 아카데미를 휴학했다.

그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국왕 전하를 필두로 먼 지방에서 온 가문의 가주들까지. 나는 편안히 쉴 날이 없었다. 물론, 공식적인 대접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지만. 그래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자니 인공적인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수확은 있었다. 바로 선물이었다. 개 중에는 다프네 언니가 좋아했던 브랜드 시리즈도 있었고 프시케 언니가 좋아하는 머리핀도... 아 참,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거라고 했지. 빠르게 넘어가자.

리우리케 선배는 유네스 가문에 돌아가기로 했다. 케이샤 가문에서 반발하긴 했지만, 리우리케 선배의 의지가 강해서 가문에서도 몰아붙일 수 없었다고 한다. 이번에야 말로 그녀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고 다 낫고 나면 유네스 가문으로 찾아오라는 말을 들었는데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과거로 돌아온 이유를 밝히려나 보다.

제르딘과 이반은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중이다. 제르딘은 정식으로 세자의 자리에 올랐고 국왕 전하의 밑에서 체계적인 업무를 배운다고 한다. 가끔 나에게 세자 빈 자리가 비었다며 유혹하는 편지를 보내는데... 솔직히 참기 힘들었다. 제르딘이 내세운 몇 가지 조건이 무척 끌렸기 때문이다. 물론, 수락하진 않았다. 아직은 자유로운 새처럼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살아가고 싶었다. 거절할 때마다 제르딘의 풀이 죽은 모습이 상상하는 것도 지루한 일상에서 꽤 즐거운 일이었다.

이반은 에스텔과 함께 아카데미를 다녔다. 벌써 3학년이 되었다니 새삼 놀라곤 한다. 내가 그렇게 오래 누워 있었나 싶기도 했다. 예전엔 아카데미에 가기 싫다며 빠져나갈 궁리를 했는데 이젠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 참고로 이반은 제네쉬 가문의 가주가 되었다. 전 가주님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셨고 그 뒤를 이을 사람은 이반밖에 없었다. 지금은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이니 가문의 업무는 가신들이 나눠 본다고 한다.

메를린 가문과 케이샤 가문의 반역은 눈감아주기로 했다. 몇 가지 회담이 있었다는데... 그 내용은 알 수 없다. 우리 가문에선 프시케 언니가 다녀왔다고 한다. 사실 프시케 언니는 론데르만 가문의 안주인이기는 하나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내가 온전한 몸이 된다면 가문을 떠나 대륙을 여행하겠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그런 프시케 언니를 말리려 했지만, 누가 큰 언니의 고집을 꺾을 수 있으랴. 결국 어머니도 두 손 두 발 다 드셨다. 그래도 다프네 언니의 결혼식은 보고 간다니 다행이었다. 참고로 우리 가문의 차기 가주는... 다프네 언니가 아니라 클레오 형부였다. 물론, 다프네 언니가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 가문의 권위가 매우 심각하게 떨어질 위험이 있었기에 어머니와 프시케 언니 그리고 내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일이었다.

그럼, 나는 왜 가주가 되지 않았냐고? 하아... 할 말이 없다. 그냥 말하기도 싫다.

아리엘은 샤이드 경과 결혼했다. 전에 샤이드 경이 프시케 언니를 조심하라며 조언을 건넸지만, 다행히 둘이 검을 겨루는 일은 없었다. 그 이유를 물었는데 샤이드 경은 이미 지난 일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건지 모르겟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반과 제르딘이 병문안 와서 누굴 선택할 거냐며 난리친 적도 있었고 커드넬이 아버지의 시체를 찾았다며 몰래 내 방에 침입한 적도 있었다. 참고로 아버지 장례는 데니츠 외삼촌과 커드넬 둘이서 치러주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여동생이 테사이르 왕국 어딘가에 생존해 계시다곤 하는데... 커드넬은 말해주지 않았다.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며 잊어도 좋다는 말을 건넸다. 그래서 나는 찾지 않기로 했다.

툭. 그동안 추억이 담긴 일들을 모두 정리했다. 아마 이 책이 아카데미 교과서에 실... 리 없겠지만 출판 정도는 될지 모른다. 아직 책 제목은 정하지 못했다. 엘렌의 일기? 모르겠다. 나도 아버지(리블레다인 공작)를 닮아 작명 센스가 영 꽝인가 보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잘 지어주겠지.

나는 거울 앞에 섰다. 매일 보다보니 질려버린 얼굴이 내 눈에 비쳤다. 외모 변조 가면은 쓰지 않았다. 이젠 숨길 얼굴도 아니었고 리블레다인 가문도 복권이 되었으니까. 물론, 몰락한 가문엔 생존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굳이 찾아본다면 프란 형부 정도랄까?

어느새 머리카락이 골반 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하도 침대 생활을 하다 보니 창백해진 얼굴에 귀신처럼 길게 자라난 흑발을 보니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가위를 들고 머리카락을 어깨가 닿을락 말락할 정도로 싹둑 잘랐다. 정들었던 생머리여 이젠 안녕! 나는 고개를 흔들어 잔 머리카락들을 털어낸 후,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만 가볼까?”


나는 최소한의 짐만 챙기고 조심히 방을 나섰다. 아직 식구들은 깊은 잠에 빠진 상태. 나는 다프네 언니 부부 방문 앞에 편지를 놓았다. 그 다음은 프시케 언니, 어머니, 아리엘 순으로 놓았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정들었던 슈네이도르 저택을 뒤로 하고 어두운 밤길을 홀로 걸었다.


***


-몸 상태는 좋아 보이는구나.-

“역시 네그라도네. 한 번에 알아보고.”

-그런데 괜찮겠느냐? 말없이 떠나도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 유네스 가문의 저택이 보인다. 나는 투명화 마법을 걸고 리우리케 선배가 잠든 창문에 도착했다. 나는 조심스레 창문을 노크하려 했지만, 너무나 쉽게 열려버렸다.


“어서와 엘렌. 기다리고 있었어.”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놀란 눈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오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테이블 위엔 여러 가지 음식과 함께 매우 비싸 보이는 와인 한 병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리우리케 선배는 키득거리며 나를 자리로 안내했다.


“투명화 마법은 풀어 야지.”


그 말을 듣곤 바로 해제시켰다.


“배고프지? 우선 먹고 나서 이야기 하자.”

“사양하지 않을게요.”


우리는 말없이 늦은 식사를 했다. 와인도 곁들이며 먹으니 이 맛에 술을 마시는가 보다. 20살에 술 맛을 알아버린 나, 이러다 주정뱅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어느새 우리는 마지막 잔을 기울였다.


“떠나기 전에 내 부탁을 잊지 않았구나.”

“제가 떠날 거란 걸 알고 계셨어요?”


리우리케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이 담긴 글라스를 살며시 흔들었다.


“그냥 왠지 그럴 것 같았어. 미래의 엘렌도 너처럼 떠나고 싶어 했거든.”

“역시 엘렌은 엘렌인가 보네요.”

“그렇지? 후훗. 하아, 사실 그때가 그립기도 해. 엘렌은 내게는 소중한 사람이었거든.”

“... 친구였나요?”


리우리케 선배는 말없이 웃었다. 그리곤 품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익숙한 얼굴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와는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 행복하지 않은 얼굴. 미소를 짓고 있어도 차갑게 굳은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이건 리우리케 선배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그녀는 남은 와인을 다 마시곤 불그스레한 얼굴이 되었다. 약간 몽롱한 눈빛이 취기가 올라온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난 멀쩡한 거지? 의외로 술에 강한 타입인가?


“후후훗. 역싱 술도 강하넹... 엘넨... 너를 이곳에 오라공 한건... 가치 수를 마시고 싶퍼썽.”

“네? 그럼,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요?”


이제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리우리케 선배였다. 그녀는 피식 웃곤 흐리멍덩한 눈동자를 내보이곤 나에게 말했다.


“피식. 바보 엘렌... 미래를 발썰! 하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거야... 킥킥킥.”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리우리케 선배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며 누가 어떻게 어땠는지 다 말해버렸다. 말하면 안 된다며 죽는다며 한 사람이 이 사람인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장장 한 시간 동안 듣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쾅! 결국, 모든 걸 쏟아낸 리우리케 선배는 그대로 테이블 위에 쓰러졌다. 이 모습을 생생하게 보고 있던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리우리케 선배와 술을 마시고 선배의 주정도 들어주고 미래의 이야기도 간략하게 들었다. 내가 원하는 건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마, 그 아이의 말이 맞을 거다. 이미 사라진 미래라 해도 발설하면 인과법칙에 어긋나는 일. 하물며 과거로 돌아온 그녀는 이미 신들에게 주목받았을 거다.-

“그럼, 리우리케 선배가 죽는다는 거야?”


네그라도는 고개를 저으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은 언제나 좋았다. 그녀는 뭔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조심스레 대답했다.


-리우리케가 바꾼 미래는 신들도 만족하는 것 같구나. 특히, 아투스 신이 흡족하다며 오히려 그녀에게 보상을 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으니 아마, 죽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아투스님, 꽤 파워가 강하신 분이셨군요! 제가 신자해드립니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네그라도는 내가 가려는 장소를 알고 움직이는 걸까?


“근데 네그라도, 목적지는 알고 있는 거야?”

-녀석이 부르고 있다.-

“어르신이? 어떻게?”

-하아, 여전히 입은 거칠구나. 엘렌, 녀석과 만나는 즉시, 나를 소환해제 시켜라.-


매우 귀찮다는 얼굴이었다. 아마, 어르신이 네그라도에게 전음을 보내는 것이 틀림없다. 나도 겪어본 것이니... 그 고통은 표현하기도 싫다.


“알겠어.”


나는 네그라도의 마음을 이해했다. 한 시간을 넘게 날아 도착한 장소는 어는 울창한 숲이었다. 대략 북쪽으로 꽤 고공비행한 것 같은데... 사람이 살지 않은 숲이라니. 뭔가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


-이곳이다. 이 대륙을 떠나지 않은 마지막 드래곤, 루베니스테 카이샤 슈네이도르가 지내는 멸망의 숲이지. 아마, 인간으로선 네가 최초일 것이다.-


네그라도는 숲으로 하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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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노회한 기사가 이곳에 온 이유(1) +4 17.09.27 213 7 13쪽
87 평화는 없다. +1 17.09.27 219 7 12쪽
86 엘렌과 슈네이도그 가주의 진실한 대화(2) +4 17.09.26 234 5 12쪽
85 엘렌과 슈네이도르 가주의 진실한 대화(1) +1 17.09.26 187 6 11쪽
84 슈네이도르 가문의 유전인가 보구나. +2 17.09.25 238 6 12쪽
83 반란의 징조 +4 17.09.25 180 6 12쪽
82 소녀를 만나다. +4 17.09.24 220 6 11쪽
81 오늘은 여기까지. +4 17.09.23 19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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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결전(1) +4 17.09.06 262 6 11쪽
63 프시케의 선택(2) +6 17.09.05 229 7 12쪽
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4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5 7 11쪽
59 아카데미 축제(3) +6 17.09.01 246 6 11쪽
58 아카데미 축제(2) +3 17.08.31 29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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