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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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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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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재연하다(2)

DUMMY

94화 - 과거를 재연하다(2)


이미 세자궁은 지옥도 그 자체였다. 단 한 번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은 역사적인 공간은 오늘부로 끝이었다. 아마 교과서엔 이렇게 적히겠지. ‘왕국력 487년, 오르테우스가 이끄는 반군이 테사이르 왕궁을 침입하다. 이 일은 왕국 역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그 사건엔 내 이름이 언급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말이지. 그런데 오르테우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옥의 마수라는 놈은 우리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는데 정작 소환자는 사라져 있었다.


-오르테우스는 이미 지옥의 마수에게 먹힌 것 같구나. 본인은 지옥의 마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겠으나... 그건 우리 정령들도 불가능한 일이다.-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네그라도. 나는 움찔했다. 외우라는 마법을 옆에 두고 다른 생각을 했다는 걸 들킨 모양이다.


“음, 정말 오지 않을 건가? 이대로 두면 지옥의 마수는 움직일 텐데?”

“리우리케 아가씨, 얼마나 남았습니까?”


예스카일 아저씨의 말에 리우리케 선배는 약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손바닥을 보여주었다.


“5시간이라는 건가?”


리우리케 선배의 고개가 양옆으로 운동한다.


“그럼... 설마? 5분?”

“정답. 슬슬 오지 않으면 위험한데? 여차하면 시간의 방을 사용해서 해결해야겠어.”


5분이면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다. 이대로 두고만 있어야 하는 건가. 지금이라도 공격하면 안 되는 걸까?


-그건 무리다. 오르테우스가 친 마법진이 지옥의 마수를 이 세계와 격리시켜두고 있다.-


나는 지옥의 마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슈네이도르 가주가 온다고 해도 지옥의 마수를 봉인시키는 확률은 반반이다. 과거보다 강해진 지옥의 마수를 겨우 세 명에서 막을 수 있을까? 조금은 회의적이었다.


“리우리케 선배, 정말 다른 방법은 없나요?”


내 걱정 어린 눈빛이 그녀의 시선에 닿았다. 리우리케 선배는 환한 미소로 답하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하지 마. 슈네이도르 가주만 온다면 성공할 테니까. 실패한다고 해도 녀석의 힘은 크게 약화될 거야.”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데 그녀의 생각을 캐는 일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누에고치처럼 비밀에 싸인 리우리케의 본모습은 우리에게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다는 대의명분은 거짓된 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자신의 안위를 원했다면 불행의 씨앗이 된 나를 발견하자마자 죽였겠지. 나의 충실한 종이 되진 않았을 거다.


‘리우리케 선배의 궁극적인 목적을 무엇일까?’


왠지 머지않은 미래에 밝혀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한 사람을 데려오느라 늦었다.”


이 목소린?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슈네이도르 가문의 상징이라 할 수도 있는 검은 머리의 소유자, 나의 외삼촌인 리로엘이었다. 그리고 그 옆엔 수척한 얼굴로 그의 부축을 받고 있는 중년의 남자. 테사이르 왕국의 절대권력, 국왕 전하였다. 제르딘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아바마마...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리우리케 왕비... 아니, 유네스 가문의 리우리케 덕분입니다. 모든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유물을 편지와 함께 보내왔더군요.”


제르딘은 뒤에서 모른 척 흥얼거리는 리우리케를 바라보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구나. 네 덕분에 아바마마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아, 아직 기뻐하긴 일러요.”


나는 리우리케 선배의 표정에서 부끄러운 감정을 읽어냈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괜히 심술이 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외삼촌과 어떤 말을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 적이었다가 다시 아군이 되는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그래도 공동의 적인 지옥의 마수를 제거하고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겠지. 외삼촌이 리우리케 선배의 편지를 받고 한걸음 달려왔다는 건 이런 복잡함을 풀고 싶은 것도 있을 터였다. 결심에 찬 외삼촌의 얼굴. 이번만큼은 믿어보자.


“엘렌, 네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괜찮아요. 우선 지옥의 마수부터 봉인시키고 나서 이야기해요.”

“그래야겠지. 국왕 전하.”

“병과 싸우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구나. 슈네이도르 가주, 그대의 잘못은 후에 판단하겠다.”


외삼촌은 고개를 숙였다. 이제 남은 건 지옥의 마수를 봉인시키는 것. 리우리케 선배의 얼굴이 진지했다.


“엘렌, 네가 가장 중요해. 하나라도 틀리면 이 봉인 마법은 깨지는 거야.”


나는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류의 멸망이 내 입에 달려 있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에요. 엘렌! 시작해!”


리우리케 선배의 외침에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떨리는 순간. 어느새 메말라버린 입술은 첫 번째 술식을 밖으로 꺼냈다. 그러자 내 몸에서 마력이 크게 요동쳤다. 신음이 새어나오는 걸 참아내고 나는 두 번째 술식을 이어나갔다. 이번엔 첫 번째와 달리 마력이 안정화 되어갔다. 밖으로 빠져 나오는 마력 덩어리가 점점 새하얀 빛으로 되어가고 우리 주변을 침식했다. 지옥의 마수와 우리 일행은 내가 만든 원형 빛에 갇혔다. 그렇다고 해서 나가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제르딘이 몸소 시범을 보여주었다.


“엘렌, 이 원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해. 이 원은 지옥의 마수를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마법이야.”

“네! 그런데 계속 술식을 읊어야 하는 건가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가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시무룩해지자 제르딘이 다가와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근데 뒤에서 따가운 눈총이 흘러나온다. 아마도 국왕 전하겠지? 조금은 무섭다.


“이제 국왕 전하 차례입니다.”


리우리케 선배의 말에 국왕 전하는 근엄한 표정으로 답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얼굴이었다.


“이야기는 간략하게 들었네. 이 술식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대는 미래에서 온 사람임을 증명했네. 그러니 이번 일이 끝나면 돌아가 줄 수 있겠는가?”

“0000000”


내 앞에서 생성된 강력한 스파크에 리우리케 선배의 말을 듣지 못했다. 중요한 말이었을 텐데. 왠지 그녀의 환한 미소를 보니 일부로 듣지 못하게 스파크를 만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국왕 전하는 제르딘이 보여준 왕가의 힘을 이 원에 덮었다. 그 중심에 있던 나는 다시 한 번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 내 안에 있던 왕가의 힘이 국왕 전하의 힘에 반응한 거다. 그러자 국왕 전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나를 시험하려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다행히 마법에 집중하려는지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나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슈네이도르 가주, 꽤 재미있는 짓을 했구나.”

“먼저 움직인 건 세자 저하입니다.”


외삼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서로의 입은 웃고 있었으나 그 속내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두 분 다 진정하시고 지옥의 마수부터 봉인시키고 나서 풀자구요.”


리우리케 선배의 말에 두 분의 기 싸움은 휴전이 되었다. 근데 왜 한숨이 나오는 걸까. 벌써부터 이 이후가 두려워진다.

외삼촌의 힘까지 더해지자 원의 색깔이 확연히 달라졌다. 짙은 코발트블루가 우리를 감쌌다. 주변이 어두워지니 귀신이라도 나올 듯했다. 쿵! 키아아아악! 나는 엄청난 고함에 인상을 찌푸리며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귀신이 아니라 지옥의 마수의 활동을 알리는 외침이었다. 이에 다급해진 리우리케 선배가 소리쳤다.


“엘렌! 계속해서 술식을 만들어! 절대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해!”

“알겠어요!”

“국왕 전하는 녀석의 움직임을 봉쇄시켜주세요!”

“알고 있네.”

“가주님은...”

“녀석의 시선을 끌어주지. 그런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 녀석의 눈빛이 그때완 달라.”


외삼촌의 얼굴이 어두워져 있었다. 내가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신 듯했다. 이건 비단 외삼촌뿐만이 아니었다. 네그라도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슈네이도르 가주의 말이 맞아. 녀석의 몸에서 기분 나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어.-


쿠아아아아! 키륵! 케엑! 지옥의 마수가 투명한 망을 뚫고 한 걸음 내딛었다. 쿵!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빠른 속도로 술식을 완성해나갔다. 제르딘과 예스카일 아저씨가 말없이 내 양 옆을 지켜주었다.


“10분. 10분 정도 시선을 끌 수 있다.”

“5분 더 추가하시죠. 저도 도와드릴 테니까요.”


리우리케 선배는 외삼촌과 나란히 섰다. 그러자 외삼촌은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죽지 마십시오. 녀석의 공격은...”

“저도 겪어봤습니다. 녀석의 무서움을 말이죠.”

“그렇습니까... 미래에서도 나타났었군요.”


외삼촌의 말에 리우리케 선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시엔 어떻게 막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들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가시죠.”

“그러지요.”


두 사람의 움직임이 사라졌다.


***


“하루만이네.”

“에스텔, 당신이 막고 있을 줄은 몰랐군. 예상외야.”


그의 무뚝뚝한 음성에 에스텔은 피식 웃었다. 이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더니. 그 말이 여기에 들어맞을 줄은 몰랐다. 커드넬에게 들었을 때는 거짓인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이 자의 본모습을 보니 짜증났다. 엘렌 앞에서 잘도 웃어대며 사람들을 속여 온 녀석이었다.

목적? 목적은 분명했다. 현재 통치체계인 1왕가 7가문 체제에서 1왕가 1가문 체제로 바꾸려는 간악한 자였다. 물론, 7 가문의 행태가 좋다는 건 아니었다. 문제점이 많았다. 그러나 그 정치체계로 500년 가까이 살아남은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견제와 균형. 동맹과 적대. 왕가는 그 사이에서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려놓았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자였다.

그런데 녀석이 꿈꾸는 1왕가 1가문 체제는 말하지 않아도 단점은 무궁무진했다. 에스텔은 바람에 휘날리는 메를린 가문의 깃발을 보며 가벼운 숨을 내쉬었다.


‘메를린 가문의 힘이 대단한 줄은 알고 있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그녀는 커드넬을 슬쩍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꼈는지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아니, 그냥 한 대 때리고 싶어서.”

“정보수집이 소홀히 해닸다는 점은 저도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에스텔 아가씨.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게 무슨 소리지?”


커드넬은 히죽 웃으며 자신의 두 단도를 허공에 던졌다 잡았다. 그리곤 기다리던 사람이 도착했다는 걸 느끼곤 에스텔의 질문에 대답했다.


“드디어 오셨군요! 은발의 마녀, 프시케 아가씨.”


반가워하는 그의 말에 에스텔은 황급히 뒤를 돌았다. 그러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적진에 둘러싼 자신을 향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를 상징하는 흑철검이 시선을 끌었다.


“회복하느라 늦었다. 과연 리우리케의 말이 맞았군. 보네한, 그대 역시 반역을 일으키려는 건가?”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담담했지만, 내용은 무거웠다.


작가의말

프시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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