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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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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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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심

DUMMY

74화 - 변심


네그라도는 처음부터 강한 마법을 사용했다. 내 마력이 쭉쭉 빠져 나갔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몸이 멀쩡했다. 약간 당황했다. 내가 언제 이만큼 성장했던 걸까? 혹시 자주 마시는 차에 마력을 올려준다는 전설의 약초, 오네사가 들어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엘렌! 정신 차려! 집중하라고! 힘이 약해지잖아!-

“아, 미안. 잠시 딴 생각 좀 하느라고.”

-윈드 버스터! 그건 원래 네 마력이야. 설명은 나중에 해줄게! 헤이! 아저씨들, 너무 싱겁잖아?-


네그라도는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적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지만, 네그라도는 꿈쩍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바람 계열 마법으로 저 멀리 날려버릴 뿐이었다. 네그라도만 잘 싸우지 않았다. 우리 일행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은 이반이었다. 푸른 머리를 휘날리며 적들의 안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란... 정말이지 환상적이다. 또한 푸른빛을 남기는 아름다운 검의 궤도는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엘렌! 헤벌쭉 웃지 말라고! 또 공격이 약해졌잖아!-

“미, 미안! 이번엔 딴 생각하지 않을게!”


그러자 네그라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이었으면 나에게 엄청 따졌을 텐데,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눈빛이었다. 하긴 지금 상황이 나에게 유리한 건 아니었다. 여전히 적의 수는 많았고 이반만 빛나고 있을 뿐. 에스텔과 그라시아스는 애먹는 중이었다. 실전경험이 부족한 탓일까? 적들은 적극적으로 그들을 공략했다. 이를 막기 위해 리우리케 선배는 마도구와 유물을 이용해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덕분에 얼추 균형이 맞았다.

하지만 그 반대쪽엔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보네한은 이리저리 도망치며 적들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정말 훌륭했다. 녀석의 수준치곤 말이다. 죽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나는 시선을 돌려 나와 대화를 나눈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복면을 벗기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미쳤다고 정체를 드러내진 않겠지?

전투는 치열했다. 곳곳에서 피바람이 불었다. 다행히 우리 일행엔 부상자는 없었다. 그러나 적들의 수는 아직 많이 남았다. 나를 납치하려고 얼마나 데려온 건지... 너무하단 생각이 든다. 학생들을 상대로 열심히 싸우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정말이지 론데르만 전 가주에게 가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블랙 아미에 납치되는 게 낫지.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네그라도는 열심히 싸웠다. 내 마력이 바닥나지 않는 걸 알곤 더욱 강한 마법으로 적들을 쓸어버렸다. 물론 죽이지 않았다. 정령은 스스로 살생을 금지했다. 그래서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거다. 나도 그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팔다리가 하나씩 잘리는 건 보기에 좋지 않으니까.


-엘렌, 몸은 좀 어때? 더 버틸 수 있어?-


소환한지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 예전이었으면 정령계로 돌아갔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쳐서 숨을 헐떡이고 있겠지. 그러나 나는 멀쩡했다. 소비된 마력이 끊임없이 차올랐다. 마르지 않은 샘물 같았다.


“문제없어!”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해. 더 강한 마법을 사용할 거야! 몸에 무리가 가면 즉시 말해!-

“응! 네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내 말에 네그라도는 피식 웃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당연하지! 이 몸은 바람의 정령 중에서 가장 강하다구! 불어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바람! 토네이도!-


네그라도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내 몸에 있던 마력이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이에 네그라도가 흠칫했지만, 나는 괜찮다는 말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정말이지 한 번 더 사용하면 죽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늘어난 마력 덕분에 네그라도가 만들어낸 엄청난 돌풍이 적들을 집어삼켰다. 마치 회전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미친 듯이 돌았다.


“살려줘! 으아아아악!”


적들의 비명이 숲속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네그라도는 그만 둘 생각이 없다는 듯 돌풍을 움직여대며 적들을 집어삼켰다. 그러자 일행이 상대하던 적들도 순식간에 돌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네그라도의 돌풍은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나서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건 이제 저 남자뿐. 뭔가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일까?


“역시 상급 정령인가.”

-엘렌, 조심해. 저 자에게서 죽음의 냄새가 나.-

“죽음의 냄새? 그게 뭔데?”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빛의 마법과 반대되는 마법. 지금은 사라진 고대 마법 중 하나. 명칭은 어둠의 마법.”


그라시아스였다. 녀석은 거친 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거... 칭찬해달라는 눈빛인가.


“고마워. 덕분에 알게 되었어.”

“천만에. 아는 것을 말해준 것뿐이다.”


짜식 튕기긴. 아무튼, 어둠의 마법이란 말이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던 마법이긴 한데 정말로 저주를 걸고 죽은 시체를 일으키는 걸까? 그러자 네그라도가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하아... 어디 가서 나 아카데미 학생이라고 자랑하지 마. 부끄러우니까.-

“모르는 게 잘못된 거야? 에스텔, 알고 있었어?”

“응!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워낙 유명한 거라 알고 있었지.”


에스텔이 알면 다 아는 거다. 그래, 나 바보다. 그래도 아카데미 입학 공동 수석이란 타이틀은 어디 도망가지 않는다. 단지 부끄러워질 뿐이지.


“저는 몰랐는데요? 하하하하.”


이 녀석은 제외하자. 원래 멍청한 녀석이니까. 그래도 이 난리 통에 잘 살아남았네. 나는 시선을 거두고 검은 복면을 쓴 남자에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죠? 당신 부하들은 모두 전투불능이 되었는데.”

“... 녀석이 장난을 쳤군. 엘렌 아가씨,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다음엔 반드시 모시도록 하지요.”


정체불명의 남자는 검은 구슬을 꺼내더니 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숲속을 덮었다. 잠시 후, 연기가 걷히자 적들이 모두 사라졌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자 우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데 리우리케 선배가 나에게 다가와 좋지 못한 소식을 전했다.


“마차를 몰던 말들이 모두 사라졌어. 마부 아저씨는 기절한 상태고. 아무래도 마을까지 걸어가야겠는데?”


***


“후작 각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오늘은 날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그래, 누구라 하더냐.”


연로한 집사가 정중한 자세로 대답했다.


“슈네이도르 가문의 장녀, 프시케 K 슈네이도르입니다. 급한 일이라며...”


생각지도 못한 이름을 들은 케이샤 후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은발의 마녀가 자신을 찾아오다니. 설마, 블랙 아미와 내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그는 표정을 가다듬고 집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들어오라 하게. 그리고 손님에게 줄 다과를 내오게나.”

“예, 각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후, 블랙 아미가 아니라면 찾아올 일이 전혀 없거늘. 어디까지 알고 온 것일까?”


그는 긴장된 마음으로 프시케를 기다렸다.


***


프시케는 우아한 모습으로 케이샤 후작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권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후, 그가 권한 자리에 사뿐히 앉았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와 비스킷이 테이블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마치 처음 본 사이처럼 예의를 갖춰 서로를 대했다.


“차 맛이 좋군요. 역시 케이샤 가문 영지에서 나는 찻잎 때문일까요?”

“칭찬 감사합니다. 대답을 드려보자면 재료의 중함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말리는 방식이겠지요.”


그들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탐색했다.


“말씀 낮추시지요. 제가 아카데미 교수이긴 하나 아직은 정식 교수가 아니니까요.”

“그리하도록 하지.”


케이샤 후작이 덥석 물어버리자 프시케는 흠칫하고 놀랐다. 예의상 건네 본 말인데 바로 낮추다니. 케이샤 후작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노련함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아, 오해하지 말게나. 내 딸처럼 편하게 대하는 것 뿐이니까. 허허허.”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케이샤 후작 가문의 딸이 될 수 있다니.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지요.”


하지만 케이샤 후작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말을 맞받아쳤다.


“하긴 우리 가문의 영향력이 왕국에서 가장 강하긴 하지. 물론 슈네이도르 가문도 있지만, 국왕 폐하께서 몇 가지를 제외한 왕국의 내정을 간섭하지 못하도록 교지를 내리셨지 않은가?”

“... 사실을 말씀해주셨군요.”

“자네 가문을 욕하는 건 아닐세. 오히려 존경하지. 어떻게 하면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것이 참 궁금했어.”


프시케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으려 애썼다. 이건 대놓고 가문을 놀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은 가문의 일로 온 것이 아니었다. 개인의 자격. 그에게 조언을 구하러 왔다. 프시케는 마음을 다스리고자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향긋한 냄새가 그녀의 코로 스며들었다. 평안함. 역시 케이샤 가문의 차는 명품이었다. 당황했던 프시케가 안정을 찾자 케이샤 후작은 속으로 아쉬워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아이를 상대로 더 몰아붙였어야 했거늘. 괜히 내온 차 때문에 물거품이 되었다. 케이샤 후작은 밝게 웃으며 물었다.


“그래,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는 본론으로 들어가야 했다. 프시케는 약간 후회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 남아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생각을 마친 그녀는 우아한 자세로 대답했다.


“케이샤 후작 각하, 블랙 아미에 입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예상치 못한 말에 케이샤 후작의 손에서 찻잔이 떨어졌다. 그러자 그의 생각들이 깨지듯 유리잔이 산산조각났다.


작가의말

프시케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예상하실 수 있을까요? 후후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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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반란의 징조 +4 17.09.25 18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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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결전(1) +4 17.09.06 262 6 11쪽
63 프시케의 선택(2) +6 17.09.05 229 7 12쪽
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4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5 7 11쪽
59 아카데미 축제(3) +6 17.09.01 24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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