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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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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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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축제(1)

DUMMY

57화 - 아카데미 축제(1)


몸이 으스스하다. 마치 한기가 내 몸을 옭아매는 듯했다. 한여름인데 감기가 오려나보다. 이럴 때 감기 걸리면 오랜 간다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한여름에 털이 달린 인형 안에서 홍보라니! 죽을 맛이다.


“보드게임 동아리 부로 오세요!”


에스텔은 지치지도 않은지 목이 떨어져라 외쳤다. 프리드먼은 말할 것도 없고 이반과 그라시아스는 얼굴을 내놓고 열심히 홍보단지를 학생들에게 주었다. 둘 다 잘나신 외모를 가지셔서 그런지 몰라도 여자들이 점차 몰려들고 있었다. 이반이 큰 키와 훤칠한 외모로 시선을 끌고 있다면 그라시아스는 귀여움으로 누나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었다. 말을 할 때도 단답형이었다. 하지만 그게 더 매력적으로 보였는지 머리까지 쓰다듬으며 귀여워해주었다. 물론, 본인은 엄청 싫어하는 티를 내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나만 인형 탈을 쓰고 있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교복을 입고 홍보하는데 말이야! 정말 억울하다. 이반이 위로하는 말을 건네도 그다지 효과는 없다. 나를 숨기기 위함이라는데... 어차피 내 본모습이랑 지금 모습이랑 확연히 다른데 그들이 알아볼 수나 있을까? 너무 나간 생각이 아닐까? 나는 비어 있는 벤치에 앉아 곰 모양 인형 탈을 벗었다.


“후아, 드디어 살 것 같다.”


네그라도를 불러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게 할까? 하지만 이 생각은 철회되었다. 아마 그랬다간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겠지. 어쩌면 아카데미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 네그라도라면 그러고도 남을 정령이니까. 다행이 선선한 바람이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잠깐의 시원함은 내 이마에 맺힌 따뜻한 땀방울을 식혀주었다.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리우리케가 슬그머니 내 옆으로 다가왔다. 음, 태양 가리개로는 만점인데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주군, 열심히 하네?”

“무슨 일이에요? 리우리케 선배는 카나폰 언니와 있는 거 아니었어요?”

“아아, 우리 동아리는 음식을 파는 거라 교대로 움직이고 있어. 지금은 휴식 시간이지.”

“그럼, 저 대신 이 인형 탈 좀 써주실래요? 저도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나는 홍보단지를 흔들어대며 웃었다. 어차피 들어주지 않겠지. 하지만 그 바람은 마치 장난을 치듯 빗나갔다.


“응, 도와줄게. 이반하고 놀다와.”

“... 네? 정말로요?”

“응. 어차피 내가 탈을 쓰고 있으면 재들도 모를 거 아냐. 단, 한 시간만이야. 나도 교대하러 가야해서.”

“노동의 여신님이 리우리케 선배에게 축복을 내릴 거예요!”

“후훗. 그것 참 고마운 말이네. 주군.”


리우리케 선배는 내 농담에 수줍게 웃었다. 우리는 사람이 다니지 않은 으슥한 장소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프리드먼에게는 화장실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알리바이는 만들어야지.


“잘 어울리는데요?”

“조금은 큰 감이 있네. 역시 17... 알았어. 키는 이야기 하지 않을게.”


누누이 말했지만, 내 키는 콤플렉스다. 이반의 신장이 커서 다행이지... 나와 비슷했으면 이상했을 듯싶다.


“가면 이반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미리 말해두었거든. 잘 즐기고 와.”

“알겠어요! 정말 고마워요 리우리케 선배님!”


나는 인형 탈은 쓴 리우리케를 뒤로 하고 첫 데이트 장소로 힘차게 뛰어갔다. 아차! 사뿐히 걸어가야지.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망가진 모습을 보여줄 순 없지! 가면서 꾸미자! 나는 걸어가면서 거울을 보며 단정했다.


“어... 음, 엘렌, 어디 아픈 거야?”


젠장할. 내가 너무 이상한 모습을 보여준 걸까? 이반은 내 달라진 모습을 어색해했다. 보통 여자들처럼 꾸미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은데... 너무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상대는 이반이다. 눈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녀석이라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내가 참아야지. 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어서 보러가자!”

“그... 래. 어서 가...자!”


몸을 떨고 있는 이반에게 나는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물론, 입은 웃고 있어야지.


“떨지 마라. 좋은 말 할 때 활짝 웃어라. 누가 보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다.”

“하.하하하. 처, 처음이라 그래.”

“그럼, 나는 이걸 백 번 해봤겠어? 네가 떨면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반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후,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이러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이야. 점차 그 날이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리블레다인 공작과 엘루미아라는 분이 내 친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부터, 흩어진 퍼즐들이 조금씩 맞춰지고 있었다. 현 부모님이 말씀하셨던 기억 봉인을 풀면 뭔가 나올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지금은 지금에 최선을 다하자. 이반과 함께 거리도 걸어보고 데이트도 맘껏 하고 아카데미 생활에 충실히 하자. 나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해님처럼 활짝 웃었다.


***


싸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방. 리로엘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데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때는 슈네이도르의 자랑이자 왕국 최고의 검들 중 하나였던 그의 동생. 리로엘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프시케가 블랙 아미와 협상하여 살려왔다지만, 이건 명백한 경고였다. 슈네이도르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 하지만 리로엘은 블랙 아미가 무섭지 않았다. 단지... 가슴으로 품은 막내딸인 엘렌과 적이 될까. 그 점이 무서웠다.


“기억 봉인이 풀린다면... 데니츠를 감싼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를 용서할 수 있을까?”


리로엘은 고개를 저었다. 10년 전, 살벌한 눈동자로 가문의 사람들을 노려보았던 어린 엘렌이 데니츠를 살려둘까? 그리고 용서? 아마 죽이려들지도 모른다. 지금의 엘렌과 과거의 엘렌은 매우 다른 인격을 가졌다. 과거의 엘렌은 리블레다인 공작의 성격을 빼닮았다. 정확한 판단력과 좌중을 압도시키는 카리스마 그리고 상대를 찍어 누르는 언변까지. 리로엘은 걱정되었다.


“후우, 선조님의 말씀을 따랐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당시 선조는 어린 엘렌에게 데니츠의 생사결정권을 주고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의견을 냈었다. 데니츠를 끔찍이 아끼던 분이 그런 말을 꺼내니 다들 놀랐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고작 8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 피를 묻히라니. 아무리 복수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그래서 가주의 결정으로 엘렌의 기억을 강제로 봉인시켰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데니츠, 이대로 깨어나지 말거라. 부탁이다.”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질 것이다. 프시케가 진다고 했으나 그러기엔 창창한 나이였다. 음으로 걷는 길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리로엘은 데니츠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방을 나왔다.


“사돈과 이야기를 해야겠군.”


리로엘은 론데르만 전 가주에게 명쾌한 해답을 듣기로 했다. 그는 대륙에서 가장 현명한 답을 내리기로 유명했으니까. 하지만 그때, 그의 통신 구슬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리로엘은 발신자의 이름을 보곤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커드넬이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통신 구슬을 연결시켰다.


-오우! 오랜만입니다. 슈네이도르 가주님.-

“무슨 일인가.”

-이거 섭섭한데요? 전 언제나 가주님을 위해 일을 해왔는데 말이죠.-

“...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그러자 커드넬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진심이죠. 자, 본론으로 들어가죠. 원체 본론으로 들어가는 걸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들어보도록 하지. 쓸데없는 내용이면 끊겠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진지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리로엘은 살짝 두려워졌다. 이런 커드넬은 정말로 무서운 정보를 물고 와 자신을 괴롭힐 테니까.


“해보게.”

-제가 최근에 한 조직의 수장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슈네이도르 가문을 조사하면 재미있는 사실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몰래 뒷조사를 했죠. 아, 오해하지 마시길. 가주님이 아니라 다른 분이니까요.-

“잘도 지껄이는군. 우리 가문을 뒷조사한 죄는 각오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듣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겁니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

-엘렌 아가씨의 정보는 꽤 재미있더군요.-

“!”

-이런! 놀라서 말도 안 나오시는 건가요? 이거 섭섭한데요. 더 재미난 정보도 많은데...-

“어떤 정보를 알고 있지?”

-엘렌 아가씨가 사실은 가주님의 딸이 아니라는 것. 이것 말고도 더 재미난 사실도 많죠. 어떠신가요? 저와 만날 준비는 되셨습니까?-

“얼마를 원하지?”

-후후후. 이번엔 돈이 아닙니다.-


이상했다. 커드넬이란 인간은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놈이었다. 그런 자가 돈을 마다하다니. 리로엘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더 큰 걸 요구할 수도 있었다. 커드넬은 만만한 자가 아니었으니까.


-엘렌 아가씨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시지요.-

“엘렌과? 엘렌과 만나서 뭘 하려는 거지?”

-저도 줄을 서볼까 합니다. 유랑하는 것도 지쳤거든요.-

“웃기는 소리군. 정보조직이 줄을 선다고? 돈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잘도 그런 소리를 뱉는구나.”

-가주님, 블랙 아미, 이름 모를 조직, 제가 이끌고 있는 정보조직, 슈네이도르, 테사이르 왕가, 7가문. 이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리로엘은 커드넬의 말에 소름끼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 남자는 위험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여야 했다.


-역시. 제가 중심을 건드렸군요. 후후후후. 자, 어떠십니까? 엘렌 아가씨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실 겁니까? 뭐,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직접 만날 수는 있지만요.-

“... 알겠다.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확실한 정보 하나를 선물로 드리죠.-

“받도록 하지.”

-블랙 아미와 이름 모를 조직이 아카데미 축제에 전면으로 등장할 겁니다. 테사이르 왕국의 세자가 움직였다는 첩보를 들었거든요.-

“... 사실인가?”

-네. 99%입니다. 아마 꽤 큰 축제가 될 것 같군요. 엘렌 아가씨를 중심으로 말이죠.-

“그들의 목적은?”

-에이, 목적까지 알려주면 재미없죠. 아, 하나 더 알려드리죠. 블랙 아미는 프시케 아가씨를 제거할지도 모릅니다. 이름 모를 조직은 프시케 아가씨를 끌어들이려 하고요. 아마도.-


복잡했다. 가문의 정보망이 이토록 깜깜했던 적이 없었다. 커드넬이 통제하기 때문인가? 리로엘은 론데르만 전 가주와의 만남을 뒤로 미루고 프시케부터 만나기로 했다. 커드넬의 정보가 사실이라면 가장 큰 위협은 자신의 딸인 셈이니까.


“우선 고맙다고 말하고 싶군.”

-에이, 뭘 이정도로. 프시케 아가씨도 제가 아끼는...-


리로엘은 통신 구슬을 꺼버렸다.


“슈네이도르 가문의 힘을 얕보는 자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군. 그렇다면 보여주지. 그들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을 품었는지.”


리로엘의 붉은 눈동자가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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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평화는 없다. +1 17.09.27 21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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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반란의 징조 +4 17.09.25 18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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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4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6 7 11쪽
59 아카데미 축제(3) +6 17.09.01 24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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