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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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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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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축제(3)

DUMMY

59화 - 아카데미 축제(3)


“말은 그렇게 했지만,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활개 치기 시작하면 막아낼 방법은 없어.”


리우리케는 북적이는 로즈 거리를 지나 비교적 한적한 도서관에 도착했다. 졸업반 학생들이 축제에 신경 쓰지 않고 시험 준비에 바빴다. 게다가 졸업 논문도 써야하니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리우리케는 그들을 지나쳐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카데미 내부에서 가장 높은 장소였다. 녀석들의 수상한 움직임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은 좋았다. 뜨거운 열기가 내리쬐긴 했으나 미리 준비한 얼음 마법 때문에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카데미를 쭉 훑어보았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으나 그녀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녀가 살았던 미래에도 많이 본 광경이었으니까. 힘들 때...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려 하자 리우리케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지워버렸다. 이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까.


"그래,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러기 위해 과거로 온 것이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다시 주변을 살폈다.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네.”


리우리케는 분위기를 바꾸려 콧노래를 불렀다. 그리곤 녀석들이 들어올 만한 입구 쪽을 주시했다. 역시나 평범했다. 하긴 대놓고 교내에 들어올 리 없었다. 녀석들은 몇 십 년 동안 핍박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왕가와 귀족들의 추적을 뿌리치고 달아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었다.


‘특히, 그 노인네... 아직 살아있겠지? 미래에서도 엘렌의 옆에 착 달라 붙어 있던 노인네.’


초창기 블랙 아미 멤버들은 거의 다 죽고 홀로 삼아 남은 자였다. 그 자는 다시 사람들을 모아 리블레다인 공작과 함께 행동했다.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실패. 리블레다인 공작은 죽었지만, 그 노인네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리우리케는 인자한 인상을 가진 노인네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미래에서도 그 자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블랙 아미 내부에서도...


“제일 수상한 자야. 이번 기회에... 어라? 프시케네? 여보세요?”


그러자 그녀의 통신구슬에서 프시케의 얼굴이 뜨더니 이내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왕비마마를 뵙습니다.-

“아직 아니거든? 그리고 될 생각은 추호도 없어.”

-그럼 리우리케라고 부르겠습니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잖아! 아무튼, 무슨 일이야?”


그녀가 웃으며 묻자 프시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세자의 움직임이 왕궁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혹시 아카데미로 온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니 프시케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엘렌이 초대장을 보냈다는 사실을. 리우리케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책망했다. 프시케에게 알렸더라면 어떻게든 세자를 막아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엘렌에게 잘못을 돌리지 않았다. 속이기로 했다. 프시케는 자신에게도 무서운 아이였으니까. 책임은 떠 넘기라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맞아. 세자는 분명 아카데미에 올 거야. 자기가 제안한 일이니까.”

-으음, 그 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제는 세자라고도 안 하는구나?”

-그 자는 이제 적입니다.-


프시케의 감정 없는 대답에 리우리케는 피식 웃었다. 엘렌의 한 말에 대해 너무 진지하게 생각한 모양이다. 며칠 전, 엘렌은 자신이 한 말을 부끄러워하고 자책했다. 나라를 뒤엎겠다는, 역성혁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던 말은 진심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프시케는 그렇게 받아들였고 이제는 블랙 아미와 공작 가문의 추종자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했다. 어쩌면 역으로 그들과 싸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미래가 아니야.’


암울한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온 까닭은 자신의 행복을 되찾는 일과 부조리한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프시케를 바라보며 물었다.


“만약, 엘렌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

-엘렌의 뜻에 따라야겠지요. 저에게는 그럴 의무가 있으니까요.-

“프시케, 너는 잘못이 없어.”


리우리케의 말에 프시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죄인인 데니츠에게 검술을 배웠습니다. 그의 모든 것을 이어받은 저는, 빚을 갚아야 합니다. 그것이 엘렌을 위하는 길이니까요.-

“고생길을 스스로 자초하는구나. 너에게 그 누구도 그런 선택을 하란 적은 없거늘.”


리우리케가 안타까운 듯 말하자 프시케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 안에는 후련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스승이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짊어지게 되었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마음의 빚을 갚아나갈 수 있다면, 엘렌의 마음이 풀릴 것이다. 봉인된 기억이 풀린다 해도 말이다. 리우리케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뭐가 좋다고 웃는 것이냐. 엘렌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말거라. 기억이 되돌아오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그 아무도 모른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리우리케 왕비마마님이 옆에서 도와주십시오.-

“하! 잘도 내 말을 듣겠다. 하지만 이반이라면 다르겠지. 너하고 가주가 반대하지 않은 이유가 그거 아냐? 여차하면 이반으로 엘렌의 폭주를 막겠다는 썩어빠진 생각 말이지.”


그녀의 비꼼에도 프시케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막을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용하리라. 그녀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이에 리우리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튼, 녀석들은 분명 움직일 거야. 엘렌 옆에는 이반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녀석들이 설치지 못하도록 막겠습니다. 죽여서라도.-

“블랙 아미 얘들이 불쌍해지는 건 처음이네. 운명의 여신께 기도라도 드려야 하나.”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그리고... 너 혼자 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짐은 서로 나누는 거야.”


리우리케의 말에 프시케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통신 구슬에서 빛이 사라지자 리우리케는 살짝 신경질을 부렸다.


“이 년이나 저 년이나 말을 안 듣네. 이게 슈네이도르 가문의 유전인가? 망할 년들...”


정말 짜증났다. 하지만 그녀의 최후를 생각하면 조금 안 됐다. 과연 이번 생엔 어떻게 될까? 리우리케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


다시 돌아온 일상은 아니지. 인형 탈을 쓰고 전단지를 돌리고 있으니 일상은 전혀 아니다. 지치고 힘들고 불쾌지수가 만땅에 차오를 때, 프리드먼은 영업 종료를 선언했다. 성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저 녀석을 패고 싶다는 생각은 절로 든다.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표정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프리드먼의 생은 여기서 마감해야 할 듯했다.


“하. 하하하. 친구들! 누나가 보자고 해서... 나 먼저 가볼게!”


녀석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재빨리 모습을 감췄다. 사냥감이 없어지자 우리는 다시 온순한 초식동물의 눈으로 돌아왔다.


“엘렌! 곧 저녁인데 밥 먹으러 가자!”

“그러지 뭐. 이반은 갈 테고... 그라시아스, 너도 갈래?”

“미안하지만 빠져야겠다.”


응? 얘가 웬일이지? 항상 모임에는 빠지지 않던 아이었는데 말이다. 궁금해서 묻자 녀석은 고개를 흔들며 다음이란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뭔가 감추고 있는 듯한데...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쉬워하는 둘에게 말했다.


“사정이 있겠지. 가자! 내가 맛있어 보이는 집을 체크했거든.”

“응? 엘렌, 로즈 거리 다녀왔었어?”


아차! 이 녀석은 나와 이반이 몰래 빠져 나간 걸 모르고 있었지! 다행이 이반이 수습해주었다.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진 않았지만 말이다.


“뭔가 수상한데...”

“에스텔! 네가 좋아하는 꼬치구이집이 보여!”


그러자 에스텔은 환호성을 지르며 어린 아이처럼 신나라 했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로즈 거리로 향했다. 땀은... 네그라도를 불러서 없애버렸다. 덕분에 녀석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


제르딘은 조용히 거리를 걸었다. 활기찬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저녁이 되자 아카데미 내부는 훨씬 더 붐볐고 제르딘은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덕분에 호위하는 데미안은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아카데미 건물들, 교복은 나름 추억에 잠기게 했다. 그것도 잠시, 데미안은 행여 제르딘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시시때때로 자신 몰래 도망을 다녀 골치가 아팠다.


‘이번에는 기필코 놓치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변조한 얼굴로 그의 옆에 달라붙었다. 이에 제르딘은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자네도 아카데미에 다녔다지?”

“그렇습니다. 수석으로 졸업했지요.”

“자네 나이가?”

“... 올해 서른입니다.”


고통스러워하는 데미안. 하지만 제르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물었다.


“결혼은 아직인가?”

“왜 자꾸 사적인 질문을 하십니까?”

“알면 안 되는가? 나는 자네의 주군일세.”


뻔뻔스러운 표정에 데미안은 에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총각입니다. 어차피 집에서는 저를 버린 지 오래죠. 보네한 녀석이 소가주가 되었으니까요.”

“내 기사가 되어 후회하나?”

“아닙니다. 단지 가문이 걱정될 뿐입니다. 보네한 녀석은... 무서운 동생이니까요.”


데미안은 동생이 감추고 있는 것들을 모두 다 안다고 자부할 수 없었지만, 녀석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두려웠다. 마치 폭탄이 걸어 다니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날카로운 수들이 숨어 있었다. 유네스 가문을 7 가문으로 만든 것도 트레디오스 가문을 압박한 것도 모두 동생이 이룬 작품이었다. 케이샤 후작이 모두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자축할 테지만, 실상은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 다니는 거다. 이런 동생을 세자는 알고 있을까? 그는 슬쩍 제르딘을 바라보았다. 그는 신기한 듯 학생들이 팔고 있는 상품들을 살폈다.


“메를린 가문의 소가주는 대단한 아이지.”

“... 알고 계셨습니까?”


제르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느 정도는. 데미안, 왕가의 힘을 너무 무시하지 말거라. 다행이 소가주의 방향이 왕가의 생각과 일치하기에 놔두는 것이다. 허나, 선을 넘으면 지워지겠지.”


데미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제르딘을 바라보았다. 그는 상인이 된 학생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감정 없는 인형처럼 살았던 그가 이곳에 와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그가 한참을 생각하고 있을 때, 순간적인 살기를 느꼈다. 숫자는... 꽤 많았다.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제르딘에게 전음마법을 보냈다.


-저하! 적들이...-

-알고 있다. 왕궁에서부터 쫒아오더구나. 우선 자리를 피하자구나. 학생들을 휘말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 알겠습니다.-


데미안은 약간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세자의 뒤를 따라갔다.


작가의말

이번 편으로 아카데미 축제는 끝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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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노회한 기사가 이곳에 온 이유(1) +4 17.09.27 214 7 13쪽
87 평화는 없다. +1 17.09.27 22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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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엘렌과 슈네이도르 가주의 진실한 대화(1) +1 17.09.26 188 6 11쪽
84 슈네이도르 가문의 유전인가 보구나. +2 17.09.25 239 6 12쪽
83 반란의 징조 +4 17.09.25 180 6 12쪽
82 소녀를 만나다. +4 17.09.24 221 6 11쪽
81 오늘은 여기까지. +4 17.09.23 19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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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결전(1) +4 17.09.06 262 6 11쪽
63 프시케의 선택(2) +6 17.09.05 229 7 12쪽
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4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6 7 11쪽
» 아카데미 축제(3) +6 17.09.01 247 6 11쪽
58 아카데미 축제(2) +3 17.08.31 29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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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아카데미 축제 전야(2) +5 17.08.29 27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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