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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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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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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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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재연하다(1)

DUMMY

93화 - 과거를 재연하다(1)


리우리케 선배는 무지개가 감도는 구슬을 건넸다.


“리블레다인 공작의 힘이 깃든 구슬이야. 책의 주인에게서 빼내온 거지.”

“책의 주인이라면... 레이첼 공주를 말하는 거로군요.”


예스카일 아저씨의 말에 리우리케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난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 블랙 아미의 수장을 두고 책의 주인들끼리 죽고 죽이는 잔혹한 형벌.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리우리케 선배의 말. 어쩌면 두려운 나머지 잊어버리려 했을지도 모른다.


“레이첼이... 블랙 아미 수장의 후보였다고?”


제르딘은 놀란 눈빛으로 리우리케 선배에게 물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분명 책의 주인은 세 명이라 했는데 나머지 한 명은 누굴까?


“나중에 알려줄게. 우선 지옥의 마수부터 봉인시켜야 해. 주군, 시간이 없어. 그 구슬을 삼켜버려.”


내 주먹만 한 구슬을 통째로 삼키라고? 내가 당황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작은 주군은 왕자님 키스가 필요할 땐가?”

“윽! 삼키면 되잖아요!”


나도 모르게 신경질 냈다. 아차! 바로 옆에... 제르딘이 있었는데. 다행이도 그는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왠지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한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후, 두 눈을 꼭 감았다.


“사, 삼킬게요!”


나는 재빨리 구슬을 입에 넣었다. 스르륵. 입에 넣자마자 달콤한 솜사탕처럼 구슬이 사라졌다. 신기한 경험은 개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두근! 두근! 갑자기 심장이 요동쳤다. 곧 터질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뛰었다. 쿨럭! 나는 안에서 나오는 핏물을 다시 넘기지 못하고 밖으로 토해냈다. 이를 본 제르딘이 나에게 다가오려 했으나 네그라도의 말에 그대로 멈추었다.


-정상적인 일이다. 심장에 무리가 가는 이유는 리블레다인 공작의 힘의 원천은 마나이기 때문이지. 현재 엘렌의 심장은 1서클도 담아내기 힘든 그릇이나 마찬가지. 단지, 억지로 열어둔 것뿐. 그 크기는 매우 작다고 할 수 있다.-

“역시 상급정령답네요.”

-네 칭찬은 듣고 싶지 않구나. 미래에서 온 자여.-

“알고 계셨군요. 눈치 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니 알겠더구나. 그런데 너무 위험한 짓을 벌였구나.-


네그라도는 담담한 척 했으나 말투는 거칠었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장난감을 가져갔다는 어린 아이의 투정 같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면 네그라도한테 혼나겠지?


“리블레다인 공작이 엘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면 이런 무리한 짓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시간이 없었죠. 지옥의 마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거든요.”

-설마, 미래에서도 나왔었나?-

“미래의 일을 말하는 건 금지사항입니다.”


리우리케 선배가 웃으며 말하자 네그라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쿨럭! 나는 다시 한 번 피를 쏟아냈다. 이번에는 검붉은 피였다. 피를 보니 왠지 오싹한 기분까지 든다.


“죽은 피야. 리블레다인 공작의 힘이 네 심장을 확장시켜주고 있으니 이런 것도 나오는구나? 처음 알았어.”


맙소사!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해본 적 없는 걸 나에게 권했다는 거 아냐! 다는 매섭게 쏘아붙이려 했으나 갑자기 심장이 아파왔다. 숨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누군가 내 심장을 인공적으로 벌리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아프다. 이렇게 아픈 건 처음 겪어보았다. 나는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그때, 바닥에 쓰러진 나를 부축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제르딘이었다.

그는 나를 품에 안고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 없이 차갑게 느껴졌던 그의 마음이 점차 나에게로 들어오는 듯했다. 나를 괴롭혔던 고통을 그의 따스한 온기가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역시 갈아탔구나? 어휴, 우리 이반은 어떻게 하나.”


그러게... 이반이 이 사실을 알면 사슴과 같은 눈망울로 매정한 사람 취급하는 거 아닐까?


“지금은 네 몸을 추스를 때다. 이 여인의 말은 귀담아 듣지도 말거라.”


그러자 리우리케 선배는 오묘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복잡한 심정이 담겨 있는 듯했는데... 미래에선 자신의 남편이었던 제르딘의 냉담한 말투가 그녀의 얼굴을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미래에서 리우리케 선배가 제르딘과 어떻게 지냈는지 알지 못했다. 아니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으니까. 윽, 궁금해 미치겠네.


“엘렌, 난 다 잊었어. 그리고 그곳은 돌아갈 수 없는 머나먼 곳에 불과해. 잊었어?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리우리케 선배의 말엔 씁쓸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나만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숨겨진 감정. 한없이 미안할 뿐이었다. 쿵! 내 안에서 뭔가 폭발했다.


-드디어 하나가 되었구나. 위험하긴 했지만, 세자가 잘 해주었다.-

“역시 엘렌 아가씨는 왕비마마가 어울리십니다.”


예스카일 아저씨는 가만히 계세요. 네그라도의 말처럼 더는 아프지 않았다. 내 심장을 감싸는 서클이 느껴졌다. 총 7개. 나는 순식간에 7서클 대마법사가 되었다. 또한, 한 번도 보지 못한 마법 수식, 계산, 룬어 등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리블레다인 공작은 7서클 대마법사였지. 그의 나이, 불과 24살에 이룩한 일이었어.”

“그럼 이게 다... 아버지가 이룩한 마법들인가요?”

“그래, 나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보니 우리 작은 주군은 검보단 마법이 더 좋은 것 같아.”


그녀의 말에 내가 뭐라고 하려 하자 리우리케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사소한 일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며 봉인 마법을 주문했다.


“우선 그 마법을 완벽하게 숙지시켜. 과거, 리블레다인 공작이 지옥의 마수를 처치할 때 사용한 거야.”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엘렌의 힘으론 지옥의 마수를 봉인시키는 건 힘들지 않느냐?-


그랬다. 과거엔 두 아버지와 국왕 전하가 힘을 합쳐 처치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엔 아버지의 힘을 계승한 나와 세자 저하뿐이었다. 또한, 세자 저하는 국왕 전하의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편지를 보냈어.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가 누군데요? 설마...?”

“맞아. 슈네이도르 가문의 가주, 리로엘이지. 지금쯤 모습이 보여야 정상일 텐데.”

-만약, 그 자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가?-


네그라도의 물음에 리우리케 선배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당연히 도망쳐야죠!”


여전히 대책이 없는 분이다. 우리는 다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 아버지, 어쩌면 저승에서 일찍 뵙지도 모르겠어요.


***


이반은 칼등으로 블랙 아미 조직원들을 기절시켰다. 벌써 마흔 명 째, 그러나 이곳저곳으로 흩어진 조직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기엔 추적하는 사람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작정하고 숨어버린 녀석들을 잡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고 블랙 아미의 힘은 결코 약한 것이 아니었다. 이반은 소매를 찢어 붉은 핏물이 흥건한 옆구리를 돌돌 맨 다음 강한 압박으로 지혈시켰다.

방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조직원들의 합격술은 생각 외로 강력했다. 결국, 이반은 자신의 옆구리를 내어주는 대가로 조직원들의 연수를 강제로 파괴시켰다. 그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이 상태론 블랙 아미를 쫒아갈 여력이 없었다.

쿵!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는 분명 에스텔의 기였다. 자신에게는 제압하라고 하더니 본인에겐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나보다. 이반은 쓴웃음을 지었다. 또래에선 검술로 자신과 견줄 자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부로 그 생각은 버려야 할 것 같았다. 역시, 리블레다인 공작의 비밀 호위기사, 유시리아 경의 딸다웠다.

왜 그녀가 블랙 아미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조금은 분하고 억울했다.


“아버지가 함정에 빠지지 않으셨다면... 나도 가문의 비기를 이어받았을 텐데...”


그러나 이렇게 자책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쯤 엘렌은 위험에 빠진 세자를 구하려 오르테우스와 맞서고 있을 터였다. 그 생각을 하니 솔직히 좀 화났다. 엘렌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세자를 구한다고 하니 그 믿음이 깨진 것 같았다. 분명 예전의 엘렌이었다면 세자를 구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귀찮아했을 테니까. 그런데 이번엔 자신과 친밀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하여 세자를 구하자는 말을 꺼냈다.


“엘렌이 달라졌어. 아니,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달라지기 시작했지. 나는 그걸 감지하지 못했어.”


어리석은 일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 일에 대해 스스로에게 박한 점수를 주었다. 이반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옆구리가 욱신거리긴 했지만, 움직일 만 했다.


“이럴 때가 아니야, 서둘러 세자 궁으로 가야 해.”


이반은 그렇게 말하며 전쟁의 중심 속으로 들어갔다.


***


“결국, 그런 선택을 한 건가? 커드넬, 그쪽은 어때?”


커드넬은 말없이 도망치는 조직원을 향해 단도를 날렸다. 푹! 조직원의 허벅지를 뚫었다. 그대로 몸이 고꾸라졌다.


“뭐, 나름 정리가 되었네요. 그런데 에스텔 아가씨, 엘렌 아가씨를 돕지 않을 겁니까?”

“우리는 그림자에서 움직이는 자. 굳이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들보다 더 중요한 자가 남았잖아요.”


에스텔의 말에 커드넬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말 그들이 엘렌 아가씨를 죽이려 할까요?”

“그 자의 성격으로 봐선 죽이진 않겠지. 단지 이용할 뿐일 거야. 우리는 그 자의 진입을 막기만 하면 돼.”

“으음, 이거 추가 수당이 필요한데요? 이 정도로 목숨을 걸만 한 일은 아니었지 않습니까?”


에스텔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품에서 손바닥만 한 다이아몬드를 꺼내 커드넬에게 던졌다. 그러자 커드넬은 다이아몬드를 받곤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엘렌 아가씨의 일이라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혹,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마.”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 저기 오는군요. 휘유, 차라리 이반 도련님이 없는 게 나았네요.”


커드넬은 마중 나온 개처럼 좋아라했다. 에스텔은 자신의 무덤이 될지 모르는 마지막 전투에서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엘렌이 무사하길.’


에스텔의 얼굴엔 굳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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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평화는 없다. +1 17.09.27 21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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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반란의 징조 +4 17.09.25 180 6 12쪽
82 소녀를 만나다. +4 17.09.24 22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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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결전(1) +4 17.09.06 262 6 11쪽
63 프시케의 선택(2) +6 17.09.05 229 7 12쪽
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4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5 7 11쪽
59 아카데미 축제(3) +6 17.09.01 246 6 11쪽
58 아카데미 축제(2) +3 17.08.31 29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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