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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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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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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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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위기의 엘렌!(1)

DUMMY

72화 - 위기의 엘렌!(1)


녀석의 충격적인 말에 마차 안은 말도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물론 좋은 방향은 아니다. 이반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고 에스텔과 리우리케 선배는 손으로 입을 가리곤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라시아스는 강렬한 시선을 뿜어내며 내게 해명을 요구한다... 그런데 네가 왜 더 난리니. 아무튼! 우선 이 녀석을 쫓아내야겠어. 이러다 내 이미지가 망가지겠어!


“헛소리는 그만 해줄래?”

“엘렌 양... 헛소리라뇨! 이건 정말로 제 본...컥!”


나는 녀석의 정강이를 가볍게 두들겨주었다. 그때 때렸던 부위를 다시 한 번 강타하니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거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녀석에게 귀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좋은 말 할 때 나가.”

“으아, 여전히 아프네요. 하하하하!”


하지만 녀석의 능청거림에 속아 넘어갈 수는 없지. 나는 정색하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웃지 말고 나가.”

“자, 장난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피레스톨 왕국에 가야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마차를 얻어 타려고...”

“그건 네 사정이고. 그런데 너, 우리가 피레스톨 왕국에 간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그러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당연히 엘렌 양에 대한 정보는 다 파악하고 있었죠! 제 부인이... 컥! 너무합니다. 컥! 켁!”


말귀를 알아먹지 못한 자는 맞아도 싸다. 하아, 하필이면 이반과 같이 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역시 이 녀석은 도움이라곤 1도 안 된다.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녀석을 마차 밖으로 내보내려 발로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녀석은 이반의 다리를 붙잡곤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이, 이반, 나 기억하지? 예전에 우리 본 적이 있잖아. 너희 집에서 놀기도 했고. 하하하. 컥! 엘렌 양, 너무 아픕니다. 거긴 아까도 맞았던 부위라고요!”

“어서 내리라고! 우리도 바쁘다고!”

“하지만 저도 볼 일이 있다고요! 피레스톨 왕국으로 가는 마차가 동이 나서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요...”

“와이번 비행공정도 있잖아?”

“무서워서 못 타요.”


그건 인정. 나도 두 번 다시 못 탈 것 같아. 그래서 부득이하게 마차를 이용하는 거지.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삼 일에 걸쳐 가야하니 시간이 아깝긴 하다. 그래도 와이번 비행공정은 아니야. 아차! 이러다 이 녀석이랑 같이 가겠네. 하지만 리우리케 선배가 나를 나무라며 귓속에 속삭였다.


‘태워줘도 되잖아. 메를린 가문의 소가주라면 꽤 실력도 있을 테고 만약을 대비해도 나쁘진 않아.’


보네한이 실력이 출중하다는 소문은 처음 듣는데? 내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리우리케 선배는 자신을 믿으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켰다. 으음, 고민되네. 이반도 나름 진정한 것 같고 보네한이랑 아는 사이었다니. 살짝 놀랐다. 어린 시절이라면 둘 다 바보였을 때잖아?


“엘렌 양,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천재! 천재검사라고요! 하하하하하하!”


나는 고개를 가로젓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녀석에게 말했다.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은데? 아무튼, 선배님이 허락하셨으니 피레스톨 왕국까지만 같이 가는 거로 해. 올 때는 혼자 와. 알겠어?”

“옙! 오는 마차까지 빌려 타면 염치가 없는 거죠!”

“지금도 염치가 없다만...”

“무슨 섭섭한 소릴하시나요. 어... 제 자리는 여긴가요?”


바로 내 옆자리. 하지만 나는 한 발을 올려 녀석이 앉지 못하도록했다. 그러자 울상인 표정을 짓는 보네한. 나는 손가락으로 에스텔을 내 옆자리에 가리킨 후, 녀석을 그녀의 자리로 보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보네한을 접근시키지 않겠어! 하지만 내 굳은 결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마차 안에서 삼 일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기에.


***


“엘렌이 출발했습니다.”


프시케는 수정구슬에게 말한 후,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엘렌과 친구들이 탄 마차가 아카데미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답장을 듣곤 수정구슬을 나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마음이 답답했다.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인지. 리블레다인 공작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이 엘렌을 죽이길 바란 건지 아니면 자신이 엘렌에게 죽임을 당해야 하는 건지. 그 외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모든 게 힘들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주위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아버지, 어머니, 스승, 엘렌, 프란. 그리고 르펜까지. 정말로 그의 마지막 말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을 몰랐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 하지만 프시케는 고개를 흔들었다. 언제부터 자신이 이렇게 나약한 자가 되었을까? 이건 어울리지 않은 옷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녀의 입가로 희미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어차피 애초에 혼자였다. 리블레다인 공작에게 선택받은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프시케는 피하지 않기로 했다.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순응하진 않았다. 다른 사람이 정한 운명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니까.

프시케는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에 잠겼다. 처음부터 돌아오기로 했다. 왜 리블레다인은 이런 걸 남겼을까?


“책의 주인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리블레다인 공작의 의도를 파악해야 해.”


프시케는 그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찾아가야 했다. 하지만 왠지 꺼려졌다. 분명 그는 과거엔 리블레다인 공작과 가까운 사이었지만, 지금은 블랙 아미의 간부이기도 했으니까... 자신을 도와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들 입장에선 자신의 존재는 걸림돌,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가야 해. 엘렌이 각성하게 되면... 진정한 주인을 가리는 시련이 시작될 테니.”


프시케는 조금씩 수레바퀴를 움직였다.


***


마차 안은 시끌벅적했다. 새끼고양이, 멍청이, 리우리케 선배가 한 곳에 모이니 조용하다는 단어가 사라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에 굴복할 내가 아니지. 나는 네그라도까지 불러내어 나와 이반만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의외로 네그라도는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고 내 부탁을 순순히 응해주었다. 드디어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는 것인가? 녀석의 속내가 궁금했지만, 이반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먼저다. 점점 이 시간이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살짝 기분이 다운되자 창밖을 바라보던 이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너무 앞서가지 마. 아직 오지 않은 미래야.”


상냥한 말투. 나를 안심시키려는 이반의 목소리에 내 목은 저절로 끄덕여진다. 망할 녀석 같으니라고. 물론 이반이 아니라 내 목에게 한 소리다. 나는 슬쩍 웃으며 녀석의 어깨에 기댔다. 예전엔 차가운 기분이 들었는데 이젠 포근함으로 무장되어 있는 푹신푹신한 침대 같았다. 아마도 그땐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네가 그런 말 하니까 왠지 기분이 이상해.”

“하하하. 그런가?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나도 모르게 간지러운 말이 나와 버렸어.”


부끄러운 지, 제 머리를 긁적인다. 예전엔 저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손목이며 손가락 하나 하나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런 게 콩깍지가 씌었다고 하는 걸까? 왜 다프네 언니가 연애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말없이 창밖으로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같은 시선, 같은 곳을 바라보는 기분은 오묘했다.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단지 색다른 기분이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단둘이 있어 본 지 꽤 오래되었다. 호숫가 이후로 처음이니 한 일주일 정도. 다프네 언니네가 매일 만나는 것과는 달리 우리의 만남은 빈도가 적었다. 프시케 언니의 충고가 있었기도 했고 리우리케 선배가 나를 지켜주겠다며 이반과 만나는 걸 은근히 방해 해왔다. 왠지 이 사람 질투하는 거 같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이반이 다가오지 않은 미래라 했지만, 나에겐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미래다. 블랙 아미나 론데르만 전 가주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나는 그들의 제안에 어떤 행동으로... 그런데 이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맞잡은 손을 꽉 잡았다. 왜 그러는 거지?


-엘렌! 조심해! 누군가 이 마차를 노리고 있어!-


네그라도였다. 언제 나타난 건지 우리를 둘러싼 공간을 허물어뜨리고 스스로 소환했다. 내 안에 있는 마력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지만, 이젠 힘들지 않았다. 마력량이 늘어난 걸까? 아무튼, 지금은 우리를, 아니, 나를 노리는 자들이 있다는 정보가 중요했다. 이반은 진작 눈치 챘고 다른 동료들도 표정이 굳어 있었다. 리우리케 선배는 마차를 끄는 마부에게 재빨리 지시했다.


“속도를 높여요!”


그러자 마부는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심각성을 알아채곤 말들에게 채찍을 휘둘렀다. 속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일행의 표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추적자들의 추격이 매서웠다. 네그라도를 통해 느끼는 감정들이 내게 고스란히 들어왔기에 적들의 수를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150. 이 마차를 쫒아오고 있습니다.”


그라시아스였다. 역시 케이샤 가문의 둘째 아들이었다. 마법에 재능 있다더니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듯 단숨에 적들을 파악했다. 그런데 보네한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죠?”

“...”


그의 질문에 다들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한 가문의 소가주라는 놈이 지금 우리가 놓인 상황을 모르는 것일까? 하지만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 녀석의 표정은 ‘왜 그러시나요?’ 딱 이 표정이었으니까. 나는 녀석을 무시하곤 리우리케 선배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숲속을 지나는 중이라 녀석들은 여기서 승부를 볼 생각일거야. 이 숲을 지나면 바로 마을이거든.”

“대화는 불가능하겠죠?”


리우리케 선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를 노리고 온 것이라면 여기에 있는 일행을 죽이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그들의 목적엔 귀족의 말살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리우리케 선배는 나에게 전음마법을 보냈다.


-블랙 아미는 아니야. 녀석들은 이렇게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

-그럼 누구죠? 설마?-

-그래, 오르테우스지. 너를 데려갈 셈이야. 그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상 이런 행동을 취하는 건 정해져 있는 일이었지.-

-그럼 큰일이잖아요! 왜 이 여행을 말리지 않았어요!-


내 외침에 리우리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입이 웃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아니, 착각한 것일까? 그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더 묻고 싶었지만, 이반의 긴장된 목소리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모두 준비해! 녀석들이 곧 따라붙는다.”


나는 네그라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수는 정령마법 밖에 없었다. 네그라도를 믿어야 했다. 그녀는 더 이상 사춘기 소녀처럼 반항하지 않았다. 나에게 정중한 자세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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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평화는 없다. +1 17.09.27 22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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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슈네이도르 가문의 유전인가 보구나. +2 17.09.25 23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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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프시케의 선택(2) +6 17.09.05 229 7 12쪽
62 프시케의 선택(1) +4 17.09.04 254 6 11쪽
61 일촉즉발의 상황 +4 17.09.03 281 7 12쪽
60 블랙 아미의 화려한 등장 +4 17.09.02 246 7 11쪽
59 아카데미 축제(3) +6 17.09.01 24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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