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울함 님의 서재입니다.

내일, 나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우울함
작품등록일 :
2012.11.17 03:45
최근연재일 :
2017.08.28 23:30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565,506
추천수 :
10,140
글자수 :
1,278,908

작성
15.07.13 16:57
조회
1,663
추천
47
글자
21쪽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7화]

DUMMY

* * *





바이베크 요새가 적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완성된 이 후 단 한 번도 함락 당한적이 없는 난공불략의 요새라 그 소식이 이리스테야에 미친 파장은 지대했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활기와 빛을 잃지 않던 이리스테야의 거리는 깊은 불안에 휩쌓였다.

마침 하늘도 우중충한터라 불안한 분위기는 더욱 가속되는 느낌이었다.


아, 마침 비가오기 시작했다.


창문을 조금 열고 밖으로 손을 빼꼼히 내밀었다. 톡, 톡 하고 손바닥에 튀기는 빗방울들이 무척 싸늘했다. 겨울비다. 눈이 되지 못한 빗물이지만 어쩐지 눈보다도 더 차가운 느낌이었다.


바이베크 요새….

그러고보니 카르츠가 레르그란트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그곳을 수비하고 있었는데, 과연 그는 무사히 탈출했을까. 책임감이 무척 강한 사람이었는데… 그 때문에 우려가 된다.

이제 나와 그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지만 그래도 한때 미래를 약속했으니까.


"아가씨, 바람이 싸늘합니다."


"응, 비도 차갑네요."


동의를 구한 말이 아니란건 알지만 아직 조금 더 비를 느끼고 싶었기에 그렇게 답했다.


"…."


시녀가 작게 한숨을 쉬는게 들렸다.

나는 살짝 뒤를 돌아보며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저렇게 대놓고 한숨을 쉬는건 내게 무척 무례한 일이었지만, 뭐 어떨까 싶었다.


요 머칠간 저택 내부의 일에 신경을 쓰며 깨달은 사실인데, 그녀는 이 저택에 꽤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시녀들 사이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고작 시녀들 사이에서의 영향력이라곤 하지만 그게 에스카랸 이라는 대귀족가 내부에서의 일이라면 그건 일종의 권력이라 칭해도 무방하다.


최근 내게 이관된 업무들 중에서도 몇몇은 그녀가 담당하고 있을 정도였다. 즉, 저택의 안주인 역할 중 상당 부분을 집사인 테오렐과 그녀가 해오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굴러들어온 돌이지 않을까. 물론 그녀가 박힌 돌이다.

있는듯 없는듯 가만히만 있던 내가 공작의 누이로써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자 기존에 쥐고 있던 힘을 박탈당한 느낌이겠지.


그녀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심지어 내 외견은 내 나이보다 심히 어려보이니 어쩌면 내가 가소롭게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보통 이럴 경우, 가문의 안주인이 직접 나서 저택내의 기강을 바로잡는다 어쩐다 하며 사용인들에게 권력의 역학 관계를 확고히 재정립 해준다곤 하지만 솔직히 그런건 관심 없다.

소위 '윗사람의 권위'를 보여준다는건데… 내 입장에서 보면 같잖은 이야기였다.


세상에 있는 수 많은 관계들 중 대부분은 그저 계약일 따름이다. 그녀가 본래의 위치에서 벗어나 저택 내의 일에 쓸데없는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나는 남에게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니까.


어…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이 이렇게 금방 흔들리게 될 줄은 몰랐다.


"아가씨께서 고른 옷은 너무 수수합니다."


오늘 저녁 만찬을 위한 치장에서, 그녀와 나는 갈등아닌 갈등을 겪고 있었다. 나는 다소 당혹스러운 기분으로 옷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내가 고른 옷은 푸른색 계열의 드레스였는데,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수수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을 정도였다.


솔직히, 편의성을 우선으로 보고 고른 옷이긴하다.


"으음, 내가 보기엔 충분히 화려한데."


그녀의 고동색 눈동자가 엄정한 느낌으로 반짝였다.


"충분히 화려한 걸로는 부족합니다. 아가씨께서는 대 에스카랸 가문의 장녀이십니다. 이런 수수한 옷차림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아가씨를 얕잡아 보게 할 것이고, 그것은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입니다."


이 옷에는 어떤 목걸이가 어울릴것 같다, 이 귀걸이 모양이 참 예쁘다는 둥 작게 조잘거리던 여러 시녀들의 목소리가 딱 멎었다.

옷차림으로 개인의 아우라를 판단하는 경향은 무척 흔한 일이니 그녀의 말은 아주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말투가 뭐랄까… 다분히 공격적이다. 입을 다문 여러 시녀들도 바로 그런 점을 느낀 것이겠지.


고작 옷을 고르는 일에 왜 이렇게 열을 내는걸까.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곧 그녀가 이 일에 저택 내부의 권력 관계를 투영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냐, 그녀냐.

그녀는 가문의 권위와 명예를 이용해 내 선택을 노골적으로 꺾음과 동시에 이 일을 기반으로 내게 빼앗긴 저택 내부의 영향력을 도로 되찾아 오려는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종류의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는 것.

다소 과장되긴 하겠지만 나는 드디어 이 세계에, 욕망에, '참여'하는 느낌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이름도 모르는구나.


"그렇군요. 그런데 이름이 뭐지요?"


본의 아니게 실례를 하고 만 걸까, 그녀는 내가 자신의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모양인지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니면 내가 자신의 이름을 알면서도 방금의 공격에 맞대응하기 위해 일부러 이름을 물어본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애냐 입니다, 아가씨."


"그렇다면, 애냐. 어떤 옷을 입어야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작게 웃음이 나왔다.

어떤 옷을 입어야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을 수 있냐니, 이런 바보같은 질문이 어디있단 말인가. 공작가의 장녀라는 신분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나가는건 처음이지만, 지금까지의 내 아우라는 옷에 의해 결정되지 않았다. 그것을 결정하는 건 오로지 나 자신이었다.


내 웃음이 어떻게 받아들여진건진 모르겠지만 애냐는 더욱 표정을 굳혔다.


그녀는 내게 붉은색의 드레스와 그에 맞는 장신구를 추천해주었다. 전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나는 결국 애냐가 골라준대로 입고, 치장하기로 했다.


너무 시원스럽게 그녀의 공격을 받아들인 탓일까, 애냐는 오히려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내가 세계에, 욕망의 시스템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생소하고 흥미롭기 그지 없으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 시스템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법을 모른다.

애냐라는 시녀가 정말로 저택내의 영향력을 되찾고 싶어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나는 이 이상은 관심 없다.


내가 고른 옷이 더 편하긴 하나, 무려 가문의 명예까지 언급해가며 에스카랸에 대한 지대한 소속감을 표현한 그녀에게 오히려 에스카랸의 피가 흐르면서도 소속감이라는걸 전혀 느끼지 못하는 내가 져주지 못할 일도 없는 것이다.





* * *





"으음…."


추천해준 옷을 입긴 했지만 막상 입고나니 이건 좀 어떨까 싶다. 나는 전신 거울 앞에 선 채 몸을 이리저리 돌려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붉은 옷감이 몸에 착 달라붙어 몸의 곡선을 여과없이 드러내었고, 가슴 부분이 푹 패여 맨 가슴을 반이나 드러내고 있다. 등 역시 깊게 패여 맨 등이 전부 드러난다. 한 마디로, 많이 야하다.

치마도 짧아….


이런게 소위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을 수 있는 옷이라니, 헛웃음이 나온다. 이건 명백히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복장이었다.


그렇게 투덜거려 보긴 했지만 애냐는 이런게 요즘 사교계의 유행이라고 답했다. 그 유행에 뒤떨어지면 내가 아무리 공작가의 장녀라 해도 뒤에서 비웃음을 당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뭐, 난 그런건 잘 모르니 그녀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긴 했지만 글쎄, 유행이라….


유행이 뭔지는 잘 안다. 다만, 자존심이 강할게 분명한 지체높은 귀족 영애들이 거기에 그렇게까지 목을 맨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개성을 추구한다고 말하면서도 유행이라는 집단에 너무나도 쉽게 포로가 되고 만다. 거기에 뒤떨어지면 마치 자신도 뒤떨어지는 것처럼. 그것은 역시 오직 타인으로부터 자아를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나약함일까.


아무튼 레르그란트가 기다릴테니 이만 가보기로 할까.


나는 방에서 나와 저택 중앙에 있는 나선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에는 잘 신지 않는 높은 힐의 구두를 신은터라 발걸음을 조심해야했다. 다행히 계단에도 부드러운 융단이 깔려 있어 발걸음을 옮기기가 비교적 쉬웠다.


무사히 계단에서 내려와 저택의 정문으로 나오자 팔짱을 낀채 벽에 기대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레르그란트의 모습이 보였다.

한껏 치장한 나와 달리, 그는 성배 기사단의 제복만을 입고 있었다.


"준비하는데 꽤나 오래걸리셨- "


나를 본 레르그란트는 채 말을 잇지 못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평정을 유지했던 그의 푸른 눈동자에 얼핏 자그마한 떨림이 지나가는게 보인다.

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아는 나는 다소 민망한 기분으로 희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뭐, 뭡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격한 반응에 민망함은 사그라들고, 장난기가 치솟아 오르는걸 느낀다. 나는 치맛 자락을 살짝 들어올리고 그 자리에서 몸을 빙글 돌려보였다.


"어때, 어울리니?"


그다지 나답지 않은 행동이란건 잘 알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일까, 레르그란트는 어딘가 홀린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서 단 한 번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던 표정인지라 작게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네."


정말로 다행이었다. 어려보이는 외견 때문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색기를 강조하는 옷은 내게 어울리기 힘들다.


곧 냉정을 되찾은 레르그란트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기꺼워 하긴 힘들군요. 노출이 지나칩니다."


"그래도 요새는 이런 의상이 이리스테야 내에서 크게 유행한다고 하더라고."


"음, 분명 그런것 같긴 합니다만…."


레르그란트는 상당히 의외라는 표정으로 내 옷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누님이 그런걸 신경쓰는 분이었습니까?"


뭔가 말투가 미묘하게 거슬리는데.

레르그란트의 말은 내가 유행이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기 보다는 유행을 인지하고 그에 따를 의욕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는 걸로 들린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글쎄…."


"아무튼 이대로 출발 할 수는 없겠군요."


레르그란트는 시녀에게 검은색 숄을 가져오라고 시켜 내 어깨에 둘러주었다. 꽤 큰 숄이라서 훤히 드러난 살결이 상당 부분 가려지긴 했다. 나는 내 어깨에 둘러진 숄을 감싸 안으며 레르그란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인건진 모르겠지만 레르그란트는 본래의 무뚝뚝한 말투로 돌아와 입을 열었다.


"날씨가 춥습니다."





* * *





마차는 덜커덩 소리를 내며 가도를 달렸다.

나는 레르그란트가 둘러준 숄을 끌어 안은채 마차의 창문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그치긴 했지만 우중충하기 그지 없는 하늘은 금방이라도 다시금 비를 쏟아낼 것만 같았다.


툭, 툭.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비가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한 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비는 곧 무섭도록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차의 창문을 통해 굵은 물줄기가 쉴새없이 흘러내리며 창 밖의 풍경을 어그러트렸다.

나는 본래 이리스테야의 밤 풍경보다 이 어그러진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물줄기에 의해 이지러진 빛의 흐름이 마치 마법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꽤나 열심히 들여다 보시는군요."


창문을 정신없이 보고 있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던지 레르그란트가 그렇게 말을 건네왔다. 나는 창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대꾸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건 아니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제대로된 풍경이 보입니까?"


레르그란트의 질문은 지금껏 내가 빠져 있던 딜레마를 다시금 생각케 했다. 그의 말은 달리 말해 지금 내가 보는 어그러진 풍경에서 유의미를 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줄기에 의해 왜곡된 외부의 풍경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오직 어그러진 빛 밖에 없다. 그것은 형상이 아니다.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어떠니, 너는 꼭 바깥 풍경을 보려고 창문을 들여다보니?"


별스런 선문답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레르그란트는 실 없다는 듯 웃었다.


"그게 본래 창문의 기능입니다만?"


"재미없는 대답."


입술을 삐쭉 내밀며 괜히 그렇게 투덜거리자 레르그란트는 어깨를 으쓱거리고 만다.


"인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위트있는 누님께서는 이 창문에 어떤 대단한 고견을 가지고 계시길래 앞에 앉은 사람은 싹 무시한채 창문만 들여다보고 계시는지요?"


나는 그제서야 창문에서 시선을 떼고 레르그란트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의외였다.


"창문에 질투하니?"


레르그란트의 표정이 조금 불편해졌다.


"질투라니요, 무시당하는 사람으로써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무생물에게 관심을 거두고 저를 주목해 달라는 당연스런 불평입니다만."


웬일로 이렇게 길게 말을 하실까.

결국 그게 어느 정도는 내가 말한 질투라는 단어와 연관 된다는 점에서, 레르그란트가 조금 쪼잔하게 보이기도 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상당히 귀여운 면모다.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레르그란트도 내 웃음에 얼굴을 폈다.


"역시 누님은 웃는게 어울립니다. 웃음 소리도 아주 듣기 좋구요."


"웃음 소리가 좋아?"


참 별스런 평가다 싶어 그렇게 묻자 레르그란트는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하얗게 변해버린 내 백발과 다른 레르그란트의 은발은 창문으로 부터 새어 들어온 미세한 빛마저 반사시키며 반짝였다.


"모르셨습니까? 누님은 참 예쁘게 웃습니다."


예쁘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으나 굳이 웃는 모습이라는 단서를 앞에 붙인 구체적인 칭찬을 면전에서 듣는다는건 꽤 민망한 일이었다. 나는 여기서 하잘것 없는 내 특기들 중 하나인 말돌리기를 써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이번 만찬의 파트너로 왜 굳이 날 청한거니? 다른 사람들도 많을텐데…."


예를 들면 레르그란트를 좋아하던 성배 기사단의 로네아라는 여자라던가.

내 말을 들은 레르그란트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듯 눈살을 와락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거의 화라도 낼려는 듯한 기세라 어깨를 조금 움찔하고 말았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님입니다. 다른 누구에게 제 파트너 역할을 청한단 말입니까?"


나는 레르그란트가 내 의도를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오늘 만찬은 평범한 만찬이 아니지 않니. 내게서 미스틱 유니온의 마스터 직위를 박탈시킨걸 보면 너는 나를 싸우게 하고 싶어하지 않는것 같은데… 내가 만찬에 참가해도 괜찮나 싶어서."


오늘 열릴 만찬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인간의 모든 힘과 역량이 모인 자리가 될 것이다. 각 국의 강자들은 물론, 샤밀리에 처럼 이종족의 강자들까지 끌어들였다.


나는 오늘이 역사적인 날이 될거라 예상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의 무차별 적인 악에 대항하기 위해 초국가적인 연합을 설립하게 될 테니까. 거기에 제 1 마법을 사용하는 강력한 마법사인 내가 언급되지 않을리 없다. 그리고 레르그란트는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겠지.

그래서 나는 레르그란트가 내게 만찬의 파트너로써 참가해달라는 요청이 무척 의외라고 생각했었다.


이제서야 내 의도를 알게된 레르그란트가 표정을 풀었다.


"그 말이 맞습니다. 저는 누님이 얼마나 강력한 마법사든 상관 없습니다. 당신이 일말의 위협에 노출되는것조차 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는 매끄럽게 대답했다.


"누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감정적인 대답을 원한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저으며 제대로된 대답을 촉구하려는 찰나, 레르그란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무서운 눈이었다.

얼핏 보면 깊게 침잠되어 있는듯 보이나, 나는 그 안에 깔려 있는 감정을 민감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 그럴수 밖에. 나는 저런 시선에 익숙하다. 저것은 욕망이다. 지금 여기서라도 나를 홀랑 잡아먹어버리고 싶다는 듯한, 강렬한 욕망.


"음?"


레르그란트가 나를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곧 그 시선의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어느새 나는 나도 모르게 목에 두른 숄을 꼭 쥐고 몸을 움츠러트리고 있었다. 거의 본능적으로 취한 자세였다.


"하하하!"


눈치 빠른 녀석….

금방 상황을 눈치챈 레르그란트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 움츠러든 모습이 꽤나 재밌었던 모양인지 그의 웃음은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나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만 웃어!"


그렇게 외치며 구두 끝으로 정강이를 걷어차자 그제서야 웃음을 멈춘다. 꽤나 아플게 분명한데도 웃음을 멈춘 그의 얼굴엔 일말의 고통의 기색도 보이질 않는다.


"누님은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지금까지 저를 유혹했던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은 부끄럽지 않으면서, 고작 이런 시선에 움츠러드는 스스로의 모습은 부끄럽다고 여기시는 겁니까?"


"… 그건 의식적으로 그랬던거고, 이건 본능적인 거야."


스스로가 생각해도 좀 비루한 변명을 내어본다. 레르그란트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 웃음은 방금전처럼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과 이번 만찬에 참여하는 것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이나 해보지 그러니."


"나는 누님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레르그란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 뻔한 이야기입니다. 나와 누님은 다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생각이 다른 만큼 행동도 다르지요. 나는 누님을 깊이 사랑하며, 그렇기에 누님이 어떤 위협도 감수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마음 같아선 저택에 감금해두고 싶을 정도지요."


"그건… 좀 무서운데."


"맞습니다.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레르그란트는 빙그레 웃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러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변명 아래에서 누님을 제 멋대로 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라는 욕망의 추레한 말로지요."


"…."


"나는 누님을 존중합니다. 설령 누님의 판단이나 결정의 결과가 제게 껄끄럽게 느껴진다 해도 그것마저 포함하여 누님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만찬의 파트너로 누님을 청한겁니다. 누님 역시 이번 만찬에 참여할 자격은 차고도 넘치니까요. 그리고 어떻게 제가 누님을 두고 다른 여자를 파트너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솔직히 방금전 그 질문은 기분이 좀 상하는군요."


"미, 미안."


이제 이 이야기는 난데없는 열렬한 사랑 고백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고마운 이야기였다. 특히, 외모를 제외한 다른 점들에서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박한 나에겐 참으로 낯뜨거운 이야기였다.

내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리고 이 뿐인줄 아십니까? 발칙하게도 저를 속이고 지금까지 미스틱 유니온의 마스터로서 활동해온 점, 하루종일 흔들 의자에 앉아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이나, 항상 툴툴거리며 귀엽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조차 전부 사랑합니다. 제가 얼마나 넓은 마음의 소유자인지, 이제는 아시겠습니까?"


아, 이 녀석….


"그 말만 아니면 조금 감동했을텐데 말이지. 그리고 귀엽지 않은 모습이라는건 네 주관적인 평가가 아니니?"


그런 내 말에 레르그란트는 짐짓 거만해 보이는 모습을 하며 콧방귀를 뀐다. 다시 한 번 정강이를 걷어차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모습이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해석하지요. 그러니 객관적인 평가라는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척 하는 주관적인 평가이지요."


덜컹.


작은 돌부리에라도 걸린건지, 마차가 위 아래로 조금 들썩 거렸다. 그것을 기점으로 레르그란트와 나 사이엔 짧은 침묵이 감돌았다.

곧 창문 밖으로 흐르는 굵은 물줄기 사이로, 황성 글로리아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님은 이제 어떻게 하고 싶으신 거지요?"


침묵 사이로, 이제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 질문이야 말로,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내게 진정으로 내려진 시험 같다고 생각했다.


"글쎄…."


작가의말

 * 원래는 오늘 새벽에 올리려고 했는데 문피아가 점검중이더군요 ㅠㅠ


 * 봐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일, 나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선물 받은 삽화입니다~ +10 12.06.04 5,384 0 -
공지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4 12.05.06 6,368 0 -
16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8화] +74 17.08.28 1,275 28 12쪽
16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7화] +19 17.04.23 711 25 15쪽
16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6화] +13 16.08.22 1,319 28 11쪽
16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5화] +6 16.05.24 1,323 34 22쪽
16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4화] +6 16.05.22 1,304 23 14쪽
16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3화] +11 16.05.09 1,304 24 15쪽
16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2화] +8 16.02.10 1,348 34 9쪽
16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1화] +9 16.02.04 1,327 34 17쪽
16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0화] +10 15.12.25 1,327 36 23쪽
16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9화] +9 15.11.21 1,417 36 13쪽
15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8화] +10 15.10.09 1,496 42 15쪽
»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7화] +6 15.07.13 1,664 47 21쪽
15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6화] +6 15.06.29 1,500 50 17쪽
15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5화] +8 15.05.28 2,090 50 26쪽
15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4화] +5 15.05.24 1,480 43 13쪽
15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3화] +10 15.05.20 1,515 44 12쪽
15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2화] +8 15.05.16 1,625 43 11쪽
15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1화] +9 15.04.22 1,713 41 20쪽
15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0화] +9 15.04.20 1,446 45 15쪽
15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9화] +14 15.03.03 2,220 51 21쪽
14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8화] +2 15.03.03 1,842 46 13쪽
14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7화] +10 15.02.17 1,641 49 11쪽
14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6화] +9 15.02.02 1,971 52 20쪽
14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5화] +13 15.01.23 1,753 55 15쪽
14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4화] +6 15.01.22 1,656 39 15쪽
14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3화] +10 15.01.08 1,805 52 22쪽
14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2화] +9 14.12.29 1,771 44 9쪽
14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1화] +1 14.12.29 1,474 38 18쪽
1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0화] +3 14.12.29 1,557 46 21쪽
14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9화] +8 14.11.26 1,767 57 22쪽
13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8화] +7 14.11.22 1,930 47 16쪽
13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7화] +9 14.11.08 2,229 50 26쪽
13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6화] +5 14.09.22 1,857 64 22쪽
13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5화] +8 14.09.03 1,851 57 22쪽
13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4화] +8 14.08.16 1,715 61 16쪽
13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3화] +1 14.08.16 2,059 56 18쪽
13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2화] +10 14.07.19 1,806 54 26쪽
13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1화] +8 14.07.08 2,186 51 11쪽
13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0화] +14 14.05.25 2,431 56 17쪽
1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9화] +14 14.04.21 2,482 58 15쪽
1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8화] +14 14.03.22 2,657 68 17쪽
1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7화] +2 14.03.22 2,467 54 14쪽
12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6화] +16 14.02.17 1,955 55 11쪽
12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5화] +11 14.02.15 2,443 62 17쪽
12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4화] +11 14.02.08 2,132 56 15쪽
12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3화] +17 14.01.16 2,215 68 23쪽
12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2화] +13 14.01.13 2,269 72 17쪽
12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1화] +16 14.01.06 2,234 67 17쪽
12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0화] +16 13.12.27 2,263 78 10쪽
12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9화] +16 13.12.13 2,039 62 16쪽
1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8화] +10 13.12.11 1,975 52 18쪽
11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7화] +14 13.11.30 2,406 68 11쪽
1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6화] +22 13.11.26 2,308 56 11쪽
1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5화] +14 13.11.24 2,552 66 11쪽
11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4화] +12 13.11.11 2,432 65 17쪽
1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3화] +17 13.10.08 3,172 91 20쪽
1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2화] +18 13.10.01 2,914 62 17쪽
1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1화] +16 13.09.10 4,234 74 24쪽
1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0화] +28 13.08.18 2,880 54 13쪽
1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9화] +14 13.08.14 3,189 65 24쪽
10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8화] +12 13.08.02 2,728 68 12쪽
10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7화] +24 13.07.29 2,779 65 19쪽
10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6화] +18 13.07.17 2,531 48 12쪽
10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5화] +10 13.07.10 2,876 63 12쪽
10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4화] +11 13.07.04 2,502 60 21쪽
10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3화] +14 13.06.18 2,665 58 23쪽
10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2화] +21 13.05.19 2,711 58 13쪽
10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1화] +13 13.05.15 2,852 79 30쪽
10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0화] +20 13.04.29 2,623 47 24쪽
10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9화] +10 13.04.15 3,127 59 18쪽
9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8화] +10 13.04.11 2,872 57 20쪽
9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7화] +16 13.04.09 2,809 54 21쪽
9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6화] +9 13.04.01 2,796 50 27쪽
9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5화] +11 13.03.19 2,707 61 31쪽
9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4화] +11 13.03.07 3,049 75 20쪽
9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3화] +12 13.02.24 2,868 57 21쪽
9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2화] +11 13.02.08 2,924 62 21쪽
9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1화] +13 13.01.15 3,383 77 17쪽
9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0화] +18 13.01.10 2,770 42 9쪽
9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9화] +2 13.01.10 2,627 40 14쪽
8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8화] +1 13.01.10 2,690 53 12쪽
8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7화] +16 13.01.06 2,817 52 17쪽
8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6화] +1 13.01.06 2,606 46 13쪽
8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5화] +8 12.12.22 2,845 56 14쪽
8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4화] +2 12.12.22 2,815 53 19쪽
8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3화] +14 12.12.09 2,840 58 21쪽
8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2화] +5 12.12.09 2,947 57 15쪽
8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1화] +16 12.11.27 2,927 53 17쪽
8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0화] +21 12.11.17 2,939 72 14쪽
8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9화] +14 12.11.10 3,051 58 20쪽
7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8화] +14 12.11.04 3,164 61 23쪽
7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7화] +18 12.10.14 2,907 45 19쪽
7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6화] +13 12.10.09 2,925 56 18쪽
7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5화] +11 12.09.25 3,347 51 16쪽
7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4화] +15 12.09.20 3,423 64 22쪽
7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3화] +15 12.09.02 3,139 62 12쪽
7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2화] +11 12.09.02 3,339 62 20쪽
7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1화] +14 12.08.22 4,036 49 19쪽
7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0화] +21 12.08.09 3,913 62 13쪽
7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9화] +17 12.08.09 3,618 49 15쪽
6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8화] +13 12.08.08 3,163 41 27쪽
6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7화] +13 12.08.01 3,434 51 15쪽
6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6화] +18 12.07.24 3,653 56 21쪽
6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5화] +23 12.07.13 3,941 70 13쪽
6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4화] +17 12.07.08 3,312 67 23쪽
6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3화] +18 12.06.30 3,993 71 12쪽
6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2화] +14 12.06.26 3,723 53 18쪽
6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1화] +10 12.06.24 3,780 59 11쪽
6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0화] +24 12.06.13 4,726 51 19쪽
6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9화] +30 12.06.07 3,918 67 12쪽
5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8화] +33 12.06.05 3,601 68 16쪽
5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7화] +7 12.06.05 3,583 73 21쪽
5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6화] +18 12.06.03 3,176 58 21쪽
5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5화] +19 12.05.31 3,370 65 14쪽
5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4화] +15 12.05.30 3,643 50 16쪽
5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3화] +19 12.05.29 3,362 47 19쪽
5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2화] +21 12.05.26 3,759 54 19쪽
5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1화] +9 12.05.25 3,601 65 8쪽
5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0화] +12 12.05.24 3,735 56 14쪽
5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9화] +11 12.05.23 3,607 66 10쪽
4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8화] +12 12.05.22 3,366 50 11쪽
4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7화] +12 12.05.21 3,477 67 13쪽
4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6화] +12 12.05.19 3,655 68 10쪽
4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5화] +10 12.05.18 3,343 67 14쪽
4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4화] +9 12.05.17 3,503 48 12쪽
4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3화] +21 12.05.16 3,457 61 12쪽
4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2화] +13 12.05.15 3,606 70 9쪽
4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1화] +11 12.05.14 3,530 61 22쪽
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0화] +15 12.05.12 3,850 71 14쪽
4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9화] +16 12.05.11 3,532 64 18쪽
3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8화] +19 12.05.10 3,870 70 22쪽
3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7화] +14 12.05.06 3,774 59 15쪽
3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6화] +15 12.04.30 3,919 72 28쪽
3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5화] +19 12.04.18 3,830 71 8쪽
3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4화] +7 12.04.18 3,897 70 13쪽
3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3화] +5 12.04.18 3,747 62 10쪽
3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2화] +37 12.04.12 3,873 55 15쪽
3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1화] +21 12.04.02 3,903 69 20쪽
3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0화] +15 12.03.27 4,187 71 24쪽
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9화] +12 12.03.26 4,245 64 20쪽
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8화] +12 12.03.18 4,171 80 17쪽
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7화] +14 12.03.14 4,261 75 10쪽
2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6화] +12 12.03.12 3,982 61 17쪽
2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5화] +15 12.03.08 4,033 60 15쪽
2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4화] +18 12.03.01 4,257 71 26쪽
2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3화] +17 12.02.27 3,994 69 24쪽
2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2화] +8 12.02.25 4,218 63 14쪽
2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1화] +9 12.02.22 4,239 59 18쪽
2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0화] +9 12.02.22 3,950 52 10쪽
2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9화] +4 12.02.22 4,219 65 13쪽
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8화] +16 12.02.19 4,468 51 10쪽
1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7화] +7 12.02.19 4,642 71 12쪽
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화] +18 12.02.15 4,888 86 12쪽
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화] +6 12.02.15 4,863 67 14쪽
15 내일 떠오른느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화] +5 12.02.15 4,392 62 9쪽
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화] +18 12.02.08 4,688 72 24쪽
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화] +3 12.02.08 4,829 83 16쪽
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화] +7 12.02.03 5,101 83 13쪽
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화] +4 12.02.03 5,344 79 11쪽
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화] +6 12.02.03 5,197 82 19쪽
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화] +6 12.02.01 5,532 74 16쪽
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화] +3 12.02.01 5,351 80 16쪽
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화] +6 12.01.29 5,696 86 14쪽
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화] +3 12.01.29 5,901 83 11쪽
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화] +7 12.01.27 7,031 106 18쪽
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화] +9 12.01.27 7,260 90 13쪽
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화] +9 12.01.21 8,599 108 15쪽
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화] +11 12.01.17 13,281 95 14쪽
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Prologue] +13 12.01.17 25,294 165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