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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님의 서재입니다.

내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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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작품등록일 :
2012.11.17 03:45
최근연재일 :
2017.08.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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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1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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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3화]

DUMMY




"네네아리케 엘 에스카랸…? 실종되었다는 당신의 누이가 나와 무슨 상관이라는 거지?"


테라스 창문의 작은 틈 사이로 음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즐거운 듯한 웃음 소리도, 건배를 외치는 힘찬 외침도, 여자들의 수다 소리도 거기에 섞여 있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소리만 들리는 이곳과는 전혀 동떨어진 세계 같았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웃음을 공유하다 온 내 눈앞의 레르그란트도 왠지 현실 같지 않았다.


곧 열기를 머금은 듯한 그의 입술이 열렸다.


"나는 네가 내 누이, 네네아리케가 아닐까하고 의심하고 있다."


"황당한 의심이군."


정말로 황당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바보같이… 가면을 쓰고 있는데. 하지만 그건, 그 만큼 내가 당황했다는 것의 방증이었다.


나는 여전히 그의 단단한 팔에 구속된 채로 눈치를 살폈다. 그 의심이 얼마만큼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통찰해 보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무표정한 레르그란트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이야기가 황당하다고 생각된다면 가면을 벗어 그것을 증명해 주었으면 좋겠어."


그의 말대로다. 이미 조치는 취해 놓았으니, 가면을 벗는다 할지라도 그는 내게서 네네아리케의 모습을 결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막 가면을 벗으려다가, 이내 흠칫하며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너무 순순한 반응은 좋지 않다. 그것은 네론그라시아의 성향이 아니다. 정상적인 반응은 그의 말에 적극적으로 응하는게 아니라 화를 내는 것이다.


"당신, 이런 무례를 저지르고도- "


"벗어…!"


아, 아프잖아….


내가 화를 내기도 전에 레르그란트는 내 어깨를 잡고있는 손에 힘을 주며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나는 고통을 인내하며 겨우 입을 열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었기에, 머리속에 막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런 여과없이 입에 담았다.


"아… 그 말, 어쩐지 엉큼한걸."


… 한심한 대응이다. 나는 이런 여자였던 걸까.


"농담할 기분 아냐."


그건 나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나 역시 농담할 기분은 아냐.


"아, 알았으니까. 좀 놔주었으면 좋겠는데."


레르그란트는 내 말을 즉각 수용해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놔주었지만 여전히 얼굴은 가까이에 있는 채였다. 혹여라도 내가 도망쳐 버릴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는듯 했다.

… 바보인줄 아나.

여기서 도망쳐 버리면 내가 정말로 네네아리케라는걸 인정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데.


나는 손을 들어 가면의 표면을 매만졌다.


가면을 벗는다.

무척 간단한 행위다. 하지만 그 행위를 레르그란트 앞에서 행하자니… 평소와 달리 가면을 벗기가 무척 어렵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내 마음속에서의 일일 뿐이었고, 실제로 가면은 이미 아래로 내려진 손에 들려 있었다.


가려져 있던 얼굴에 서늘한 바람이 닿는다. 나는 고개를 숙인채 길게 호흡하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시선을 피하고 싶다.

그런 간절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그 기분에 따르지 않았다. 마법으로 얼굴을 조금 번형시켰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이제 가면을 벗었으니, 표정도, 태도도 완벽히 다른 나 자신을 연출해야만 한다.


레르그란트는 놀란 눈으로 내 얼굴을 탐색하듯 구석구석 쳐다보고 있었다.


"… 놀랄 정도로 아름답군. 유일하게 내 누이에게 비견될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다움이야."


바로 그 본인이니까 말이지.

나는 생각을 삼키듯, 침을 삼키며 짐짓 차게 말했다.


"당신이 심각한 수준의 시스터 콤플렉스라는건 잘 알겠어. 바라는대로 얼굴을 확인했으니 이제 볼일은 끝났으려나?"


"시스터 콤플렉스, 라고…."


레르그란트는 시선을 흐리며 내가 한 말을 따라 작게 중얼거렸다. 작게 움직이는 그의 입술을 바라보던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그에게서 멀어졌고, 레르그란트는 그런 내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뭐지…? 뒤통수라도 한대 맞은것 같은 표정이다.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이내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의 푸른 눈에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이 있는것도 아닌데, 나는 속으로 조금 떨고 만다.


"마법사들은 마법으로 얼굴을 숨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건- "


순간 흔들릴뻔 했지만, 나는 곧 한숨을 쉬듯 언어를 완성시켰다.


"정말 참기 힘든 모욕인데. 억지로 가면을 벗겨놓고 그 얼굴이 진짜냐고 묻기까지 하다니…."


사실 거짓이 맞긴 하지만 만약 정말로 이 얼굴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레르그란트의 말은 무례의 정도를 벗어날 정도로 폭력적인 것이었다. 뭐… 그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겠지. 아니, 마법으로 얼굴을 숨길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을 언급한것 부터가 이미 나를 네네아리케라고 확정짓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진다. 머리속이 지저분하다.


"인정하지. 방금전의 말은 정도를 벗어난 언사였다.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하겠어."


그리고 그 말대로, 레르그란트는 정말로 내게 고개를 푹 숙여보였다. 아무런 변명도 없는 그의 대응이 너무나도 담백해,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모를 일이다.

나는 아무런 감정도 내보이지 않는 그에게서, 그가 내 정체를 알아차린건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내 기만이 통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레르그란트는 일말의 실망도 비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용서해주겠나?"


고개를 숙인 후에도 한참 동안 대답이 없는 나에게, 레르그란트는 조심스런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그의 차분함에 다소 고양되었었던 내 기분 역시 고요히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쏴아아-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어."


기분이 상한 척을 하며 그대로 테라스를 빠져 나가려 했지만, 다시 한 번 레르그란트의 손에 팔목을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엔 강압적인 제지는 아니었고, 팔목을 감싸안은 그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제지는 제지였다. 나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이번엔 정말 단단히 쏘아붙이려는 참이었다.


"그새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잊어버린 모양이군. 그대로 연회장에 나갔다가는 남성들의 열렬한 주목을 받게 될텐데, 그래도 괜찮겠나?"


"…."


나는 아무런 대답없이 개어두었던 그의 망토를 다시 집어들어 몸에 둘렀다. 그의 말대로 온 몸이 비에 젖은 이대로 연회장에 나갔었다간 정말 곤란한 꼴을 당할뻔 했다.


"춥지는 않나?"


레르그란트는 비에 젖은 자신의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꽤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순간적으로 내게서 추위에 강한 북령주 인의 특성을 찾으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까지는 좀… 지나친 생각이겠지.


괜히 망토자락을 조금 더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하지만 당신은 이제 가봐도 괜찮지 않겠어? 망토라면 추후에 돌려줄테니까."


"혼자 어두운 테라스에 있기는 심심할테니, 연회가 끝날때까지 어울려주지."


칫, 선심이라도 쓰는것 같은 말투다.


이제는 완전히 벗어놓은 가면의 표면을 탁자위에 올려두고 그것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뾰족하게 말했다.


"당신이랑 같이 있기 싫어서 그래."


말해놓고 나니 왠지 투정을 부리는것 같다.

… 나는 입술을 깨물며 방금전의 생각을 황급히 머리속에서 지워버렸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가면은 표면이 차갑다.


"나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레르그란트와 눈을 마주쳤다. 어둠속에서 푸르게 빛나는 눈은 진지하다. 농담같은게 아니다. 덕분에 빗물에 의해 드러난 피부가 차갑게 식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가면을 다시 얼굴에 덮어 열을 식히고 싶어질 정도로.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그의 짖궂은 말에 대응했다.


"이제는 싫어졌어."


"꽤나 기분파인 아가씨군."


그 말엔 적잖은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 * *





빗줄기가 서서히 약해져 가고 있었다. 비도 원하는 만큼 맞았으니 비가 그친다는건 이제 달가운 일이었지만 마음속 한 구석에선 희미한 불편함이 은근슬쩍 자리잡고 있었다.


"…."


그것은 지금까지 나와 레르그란트 사이의 침묵을 빗소리가 메워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무거운 침묵이 불편하지도 않은지 표정을 흐린채 테라스 너머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건지, 아니면 그저 정신을 놓고 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항상 어딘가 날이 서 있는듯한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전자가 맞겠지만… 후자도 영 헛된 추측은 아니다. 비가 내리는 모습,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다보면 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곤 하니까.


아, 그건 내게만 해당되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내일이면 드디어 출정이군."


레르그란트는 태연한 목소리로 지금까지의 침묵을 깼다.


침묵이 불편하다고는 해도 줄곧 유지되고 있었던 만큼, 나는 관성을 느끼고 있었다. 난간을 잡고 있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난간은 매끈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빗물이 묻은 돌의 표면 위로, 내 손은 미끄러졌다.


입을 열었다.


"이제 쉬러 들어가 보는게 좋을것 같은데. 당신은- "


그러고보니 그랬지. 나는 그를 돌아보며 잠깐 끊었던 말을 마저 이었다.


"듀카스텔 정벌군의 사령관이니까."


실로 명예로운 자리지만,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른 나이 많은 공작들을 제치고 앉게 된 자리인데다 세모랑드 공주가 언급했던 진정한 살해자들에 관한 이야기도 마음에 걸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높은 자리는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좌지우지 하게 되니까 말이다.

… 나는 그런 자리에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그는 그 자리를 어떤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령관이라는 자리는 이제 열 여섯에 불과한 소년인 레르그란트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한다.


"걱정은 고맙군."


레르그란트는 간단히 사의를 표하며 고개를 살짝 돌려 연회장 안쪽을 바라보았다. 출정 파티라는 것을 감안한 것인지 파티가 새벽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모양인가보다. 인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내가 이 테라스에서 나갈 순간까지 챙겨줄 생각인가 보다.


나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결국 손을 들어 그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쓸데없는 곳에 시선이 가 있는 그의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음, 뭐지?"


옷자락을 당긴다는 행위가 다소 적극적이었던 걸까, 레르그란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한 발자국을 물러나 그와 눈을 마주치며 나즈막 하지만 선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지한 이야기야. 앞으로 당신의 결정에 수 만에 달하는 병사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거니까."


도가 지나쳤을까…. 막상 말을 마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레르그란트의 누나인 입장에서라면 모를까 타인에 불과한 네론그라시아인 내게 이런 얘기를 듣는다는건 다소 모욕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레르그란트의 반응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오늘은 좀 이상한걸… 항상 느껴진 날이 선 태도가 오늘의 그에게선 느껴지지 않는다. 가면을 벗으라 종용할 때를 제외하면 레르그란트는 시종일관 내게 호의적이고, 부드럽다.


"충고 역시 고맙지만… 나도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건 아니라구."


"…."


내 의아함에 대한 설명을 해주려는 듯, 레르그란트는 난간에서 떨어져 벽에 등을 살짝 기대며 눈을 두어번 정도 감았다 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감정을 정제하고 있어."


"감정을…?"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전쟁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는 자들에 대해, 행동해야 함에도 행동하지 않는 자들에 대해. 그런… 마땅히 분노해야 할 것들에게 한꺼번에 분노를 터트리기 위해서 말야."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어 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마땅히 분노해야 할 것에 대해…? 그러나 레르그란트의 목소리는 어두운 바닷속에 있기라도 하듯, 깊게 침잠되어 있었다. 거기서 그가 언급한 분노라는 감정은 느낄 수 없다.


레르그란트는 입술의 양 끝을 가볍게 올려 픽 웃어보인뒤 나를 돌아보았다.


"너는 몰라도 될 내용들이다. 이른바, 높으신 분들의 사정이라는 거지."


… 그 거리감엔 다소의 유감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내가 네네아리케로써 그의 앞에 서 있다 해도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는 북령주의 공작이며 그 높은 직위로 말미암아 잔뜩 들고 있는 권리만큼이나 이행해야 할 의무도 산더미 처럼 많을 것이다.

그래, 높으신 분들의 사정. 참 적절한 문장이 아닐 수 없네.


그러고보니, 나는… 동생이라곤 하지만 레르그란트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건 아니었구나. 그를 사랑하게 되고 나서, 오히려 그를 모르게 되었다. 얄궂은 일이다.


"분노라는 감정은 계속 접어두는게 좋을걸. 판단에 방해가 돨테니까."


결국, 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마법사로써의 일반론을 말해본다.


"… 그건, 아냐."


바닷속에 깊게 잠겨 있던 그의 언어가 갑작스레 수면으로 부상해 오른것 같았다. 그렇게 느껴질 만큼, 방금 레르그란트의 부정은 명확하고 확고했다. 그에게 부정당한 내 말은 별다른 사려없이 나온 말이기에, 나는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나는 마법사들의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꽤 좋아하긴 하지만 그저 합리만으로 내린 판단은 메마른 사막처럼 건조하기 그지 없지."


"의외인걸…. 당신, 약간 냉혈한인것 같다고도 생각했는데."


내 말에 레르그란트의 눈이 약간 커졌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놀람. 하지만 그것은 곧 이유모를 유쾌함으로 바뀌어갔다. 그 유쾌함은 아주 짧은 시간동안 웃음이라는 가시적인 현상으로 구체화 되었다.


"하하하…! 냉혈한이라니, 귀여운 얼굴로 꽤 심한 얘길 하는군."


"…."


어디가 재밌는 부분일까.

나는 최신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행에 덜떨어진 시골 처녀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아니- 마법사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


웃음은 그쳤지만, 그의 목소리엔 여전히 유쾌한 기운이 남아있는 채였다. 나는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에게 묻는다.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무엇을?"


"판단에 쓸데 없는 감정이 끼어드는 것이 아냐. 개인이 느끼고 있는 감정으로부터 판단이 파생되는거지. 주체를 착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말의 시작에 깃들어 있는 것은 유쾌함이었지만, 끝날때 느껴지는 것은 엄정함이었다.


레르그란트의 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헤림다르에서 일어났던 일이었다. 검은 맹금의 기사들과 마스터 헤르닐 사이의 갈등. 그 일이야 말로 감정적인 판단과 냉정한 판단의 대결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 였으니까.

그때, 나는 어떤 판단에도 확고한 지지를 보내지 못했었다.


"바보 같은 소릴…. 주체야 어쨌든 결국 감정은 판단에 있어 방해일 뿐이야. 언급하기도 마뜩잖은 하찮은 가치들을 내세워 일의 우선 순위를 교란시키지. 방금 당신의 발언은 조금 실망이면서도 의외인걸.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항상 냉정한 판단을 내리잖아. 어째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걸까?"


결국 그 말엔 시종일관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던 레르그란트도 표정을 조금 굳히고 말았다. 어디서 화가 난 걸까? 바보 같다는 표현에서? 아니면 실망했다는 말에서? … 어느쪽이든 그가 태도를 조금 바꾸었다는 점에서 나는 이유모를 즐거움을 느낀다.


"그건 모든 인간이 항상 정의(正義)를 갈망하며, 그렇기에 이기는 것은 정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이 섞이지 않은 정의를 어떻게 정의라 말할 수 있지? 오직 합리를 기반으로 한 판단이 노리는 건 공리주의적 이득 뿐이다."


'내' 가 아니고, '모든' 인간이라고 말했다.


"…."


아니 그보다도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렇기에 이기는 것은 정의다'. 어린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한 동화에서나 나오는 말 같다.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은 많다.

펠그로엘드도 그러했고, 엘렌 역시 그러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흑색의 좌 에벨타르테, 그와 협력하고 있는 데른-헤모가르트 연맹의 공주, 세모랑드 역시 정의를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언급한 정의는 그들, 개인이 말하는 정의다.


등으로 소름이 타고 오른다.


"당신, 뭘… 할 생각이지?"


많은 것이 생략된 문장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 가장 위험한 인물은 펠그로엘드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레르그란트는 그보다도 훨씬 더 위험해 질 수 있다. 그는 전례없는 황실의 전폭적인 지지로 히로이얀의 모든 군권을 손에 넣었으니까.


각 지방에서 모인 병력들이니 만큼, 레르그란트 멋대로는 하지 못하겠지만 북령주 만큼은 다르다. 야만인과 극심한 추위로 철저하게 단련된 북령주의 강력한 군대 만큼은 에스카랸 공작인 레르그란트에게 철저히 복종할 것이다.


레르그란트는 내 긴장된 기색을 느낀건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너야말로 위험한 생각을 하는군. 말했지 않나, 모든 인간은 정의를 갈망한다고. 나 역시도 인간이다. 정도를 벗어나는 짓은 하지 않아. … 음,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안심하려고 해도 마지막에 조금 위험한 소리 하지 않았니, 너!?

정말 무서운 점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안어울리게 히죽 웃어보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레르그란트!"


갑작스럽게 굉장히 반갑다는 기색이 역력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테라스의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놀랍다 못해 무서운 일이었다.


"아!"


나는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레르그란트의 곁에서 떨어져 나왔다. 제 3 자의 존재가 갑작스럽게 난입하니, 새삼스레 레르그란트와 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자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서 떨어져 나와 잠시 숨을 돌린 나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기 힘들었다. 레르그란트도 그랬지만, 이렇게 불쑥불쑥 테라스의 문을 열어 젖히는건 큰 실례라니까….


"어…."


문을 연 여성은 세모랑드 공주의 것보다는 옅은 붉은 머리카락을 짧게 기르고 단정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가씨였는데, 레르그란트보다는 약간 작긴 하지만 그래도 꽤 장신의 키를 자랑하는 여자였다. 그녀는 사전에 내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나를 발견하고는 밝았던 얼굴이 약간 시들해져 있는 채였다.


"시, 실례했습니다. 밖에서 볼때는 분명 레르그란트- 아, 아니 에스카랸 공작 각하 뿐인걸로 보였는데…."


… 내 키가 작아서 잘 안보였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 말하지 않아도 돼.


레르그란트가 둘러준 망토를 몸에 더욱 밀착해서 두르며, 나는 이 갑작스러운 불청객을 샅샅히 관찰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여자인건 분명했다. 그리고 말을 재빨리 수습하긴 했지만 레르그란트를 공작 각하가 아닌, 레르그란트. 이름으로 편하게 불렀지.


"음, 뭔가 꼴이 우습게 됐지만- "


레르그란트는 별로 기분이 상한 기색도 없이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오늘따라 이 녀석은 웃기도 잘 웃는다.


"소개하지. 이 붉은 머리카락의 당찬 아가씨는 로네아, 나와 같은 성배의 기사지."


그제서야 기억났다.

전에 저택 입구에서 레르그란트와 함께 있는 그녀와 마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아있는건 그녀의 외모도, 이름도, 직위도 아니었다. 그녀가 레르그란트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리고 비에 홀딱 젖은 칠칠치 못한 이 아름다운 소녀는… 믿기 힘들겠지만 미스틱 유니온의 마스터, 네론그라시아다."


칠칠맞은….


"무례는 이미 충분히 범한것 같은데."


"하하."


내 싸늘한 응대를, 레르그란트는 가볍게 웃어넘긴다. 이상하게도 화는 나지 않는다. 그것보다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것 같진 않지만 어딘가 변했다는 점은 확실히 인지할 수 있는, 나에 대한 레르그란트의 태도 변화가 더 신경쓰인다. 그는 정말 내가 자신의 누이인 네네아리케라는 것을 눈치챈 걸까.


"처음 뵙겠습니다. KOG(Knight Of the Grail)의 세번째 기사, 로네아입니다. 마스터 네론그라시아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방금 전엔 대단히 죄송한 실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래요."


아직 당황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서 흠을 잡긴 힘들었다. 평민 출신이라 들은것 같은데…. 역시 성배의 기사 쯤 되니 황실의 예의 범절에도 익숙한듯 했다. 드레스를 입은 상태에서 취하기 곤란한, 기사 식의 예를 어색하지 않게 단정하게 표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두르고 있는 망토가 흩어지지 않도록 치맛자락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며 간단히 화답했다.


"네론그라시아 입니다. 아무리 에스카랸 공작 각하와 친밀한 사이라곤 하지만 테라스 같은 사적인 공간을 드나들 때에는 다소 주의를 기울이시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의도는 아니었는데… 목소리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건조하게 나왔다. 감정의 고저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기계 같은 어조다.


"소, 송구스럽습니다."


당연히 로네아라는 찔끔 할 수 밖에 없었고, 내가 몸을 돌려 탁자위에 올려진 가면을 착용하고 나자 더욱더 주늑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주늑든 모습을 보이면서도 나와 레르그란트를 향해 번갈아 시선을 던지는 모습이 나와 그의 관계가 어지간히도 궁금한듯 싶었다.

… 그렇구나. 이 여자는 여전히 레르그란트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반가운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테라스로 뛰어 들어온 거겠지.


어찌보면 천박하다고도 할 수 있는 행동거자 였지만, 내가 그녀의 태도에서 느낀것은 그런 불쾌한 감정이 아니라 순수함이었다. 평민이라는 태생을 성배의 기사라는 위명 높은 직위가 희석시키고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녀에 대한 내 평가야 어쨌든, 역시 기분은 그리 좋지 않다.


"…."


레르그란트가 다른 여자들과 춤추는걸 보면서 느꼈던 기이한 감정이 점점 구체화 되는 것을 느낀다. 이 감정의 정체를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느껴봤던 감정이라 나는 이 감정을 한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으로 정의내릴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이것은 역시 질투, 다.







작가의말

 * 항상 빠른 연재 노력하겠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결국 늦고 말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6 월은 제게 잔혹한 달이었습니다. 시험 기간인 것은 물론이고 그 외에 불미스런 사건이 두 개나 터져 여전히 해결중에 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인지라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ㅠㅠ 멘탈이 박살나다 못해 완전 가루가 되었습니다.

 

 * 그래도 이제 곧 방학이니...!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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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나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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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8화] +74 17.08.28 1,275 28 12쪽
16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7화] +19 17.04.23 711 25 15쪽
16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6화] +13 16.08.22 1,319 28 11쪽
16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5화] +6 16.05.24 1,323 34 22쪽
16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4화] +6 16.05.22 1,304 23 14쪽
16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3화] +11 16.05.09 1,304 24 15쪽
16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2화] +8 16.02.10 1,348 34 9쪽
16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1화] +9 16.02.04 1,327 34 17쪽
16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0화] +10 15.12.25 1,327 36 23쪽
16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9화] +9 15.11.21 1,417 36 13쪽
15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8화] +10 15.10.09 1,496 42 15쪽
15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7화] +6 15.07.13 1,664 47 21쪽
15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6화] +6 15.06.29 1,500 50 17쪽
15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5화] +8 15.05.28 2,090 50 26쪽
15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4화] +5 15.05.24 1,480 43 13쪽
15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3화] +10 15.05.20 1,515 44 12쪽
15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2화] +8 15.05.16 1,625 43 11쪽
15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1화] +9 15.04.22 1,713 41 20쪽
15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0화] +9 15.04.20 1,446 45 15쪽
15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9화] +14 15.03.03 2,220 51 21쪽
14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8화] +2 15.03.03 1,842 46 13쪽
14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7화] +10 15.02.17 1,641 49 11쪽
14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6화] +9 15.02.02 1,971 52 20쪽
14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5화] +13 15.01.23 1,753 55 15쪽
14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4화] +6 15.01.22 1,656 39 15쪽
14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3화] +10 15.01.08 1,805 52 22쪽
14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2화] +9 14.12.29 1,771 44 9쪽
14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1화] +1 14.12.29 1,474 38 18쪽
1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0화] +3 14.12.29 1,557 46 21쪽
14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9화] +8 14.11.26 1,767 57 22쪽
13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8화] +7 14.11.22 1,930 47 16쪽
13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7화] +9 14.11.08 2,229 50 26쪽
13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6화] +5 14.09.22 1,857 64 22쪽
13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5화] +8 14.09.03 1,851 57 22쪽
13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4화] +8 14.08.16 1,715 61 16쪽
13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3화] +1 14.08.16 2,059 56 18쪽
13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2화] +10 14.07.19 1,806 54 26쪽
13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1화] +8 14.07.08 2,186 51 11쪽
13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0화] +14 14.05.25 2,431 56 17쪽
1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9화] +14 14.04.21 2,482 58 15쪽
1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8화] +14 14.03.22 2,657 68 17쪽
1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7화] +2 14.03.22 2,467 54 14쪽
12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6화] +16 14.02.17 1,955 55 11쪽
12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5화] +11 14.02.15 2,443 62 17쪽
12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4화] +11 14.02.08 2,132 56 15쪽
12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3화] +17 14.01.16 2,215 68 23쪽
12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2화] +13 14.01.13 2,269 72 17쪽
12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1화] +16 14.01.06 2,234 67 17쪽
12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0화] +16 13.12.27 2,263 78 10쪽
12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9화] +16 13.12.13 2,039 62 16쪽
1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8화] +10 13.12.11 1,975 52 18쪽
11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7화] +14 13.11.30 2,406 68 11쪽
1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6화] +22 13.11.26 2,308 56 11쪽
1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5화] +14 13.11.24 2,552 66 11쪽
11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4화] +12 13.11.11 2,432 65 17쪽
1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3화] +17 13.10.08 3,172 91 20쪽
1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2화] +18 13.10.01 2,914 62 17쪽
1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1화] +16 13.09.10 4,234 74 24쪽
1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0화] +28 13.08.18 2,880 54 13쪽
1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9화] +14 13.08.14 3,189 65 24쪽
10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8화] +12 13.08.02 2,728 68 12쪽
10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7화] +24 13.07.29 2,779 65 19쪽
10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6화] +18 13.07.17 2,531 48 12쪽
10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5화] +10 13.07.10 2,876 63 12쪽
10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4화] +11 13.07.04 2,502 60 21쪽
»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3화] +14 13.06.18 2,666 58 23쪽
10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2화] +21 13.05.19 2,711 58 13쪽
10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1화] +13 13.05.15 2,852 79 30쪽
10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0화] +20 13.04.29 2,623 47 24쪽
10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9화] +10 13.04.15 3,127 59 18쪽
9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8화] +10 13.04.11 2,872 57 20쪽
9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7화] +16 13.04.09 2,809 54 21쪽
9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6화] +9 13.04.01 2,796 50 27쪽
9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5화] +11 13.03.19 2,707 61 31쪽
9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4화] +11 13.03.07 3,049 75 20쪽
9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3화] +12 13.02.24 2,868 57 21쪽
9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2화] +11 13.02.08 2,924 62 21쪽
9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1화] +13 13.01.15 3,383 77 17쪽
9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0화] +18 13.01.10 2,770 42 9쪽
9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9화] +2 13.01.10 2,627 40 14쪽
8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8화] +1 13.01.10 2,690 53 12쪽
8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7화] +16 13.01.06 2,817 52 17쪽
8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6화] +1 13.01.06 2,606 46 13쪽
8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5화] +8 12.12.22 2,845 56 14쪽
8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4화] +2 12.12.22 2,815 53 19쪽
8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3화] +14 12.12.09 2,840 58 21쪽
8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2화] +5 12.12.09 2,947 57 15쪽
8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1화] +16 12.11.27 2,927 53 17쪽
8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0화] +21 12.11.17 2,939 72 14쪽
8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9화] +14 12.11.10 3,051 58 20쪽
7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8화] +14 12.11.04 3,164 61 23쪽
7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7화] +18 12.10.14 2,907 45 19쪽
7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6화] +13 12.10.09 2,925 56 18쪽
7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5화] +11 12.09.25 3,347 51 16쪽
7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4화] +15 12.09.20 3,423 64 22쪽
7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3화] +15 12.09.02 3,139 62 12쪽
7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2화] +11 12.09.02 3,339 62 20쪽
7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1화] +14 12.08.22 4,036 49 19쪽
7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0화] +21 12.08.09 3,913 62 13쪽
7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9화] +17 12.08.09 3,618 49 15쪽
6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8화] +13 12.08.08 3,163 41 27쪽
6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7화] +13 12.08.01 3,434 51 15쪽
6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6화] +18 12.07.24 3,653 56 21쪽
6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5화] +23 12.07.13 3,941 70 13쪽
6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4화] +17 12.07.08 3,312 67 23쪽
6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3화] +18 12.06.30 3,993 71 12쪽
6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2화] +14 12.06.26 3,723 53 18쪽
6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1화] +10 12.06.24 3,780 59 11쪽
6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0화] +24 12.06.13 4,726 51 19쪽
6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9화] +30 12.06.07 3,918 67 12쪽
5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8화] +33 12.06.05 3,601 68 16쪽
5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7화] +7 12.06.05 3,583 73 21쪽
5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6화] +18 12.06.03 3,176 58 21쪽
5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5화] +19 12.05.31 3,370 65 14쪽
5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4화] +15 12.05.30 3,643 50 16쪽
5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3화] +19 12.05.29 3,362 47 19쪽
5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2화] +21 12.05.26 3,759 54 19쪽
5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1화] +9 12.05.25 3,601 65 8쪽
5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0화] +12 12.05.24 3,735 56 14쪽
5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9화] +11 12.05.23 3,607 66 10쪽
4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8화] +12 12.05.22 3,366 50 11쪽
4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7화] +12 12.05.21 3,477 67 13쪽
4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6화] +12 12.05.19 3,655 68 10쪽
4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5화] +10 12.05.18 3,343 67 14쪽
4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4화] +9 12.05.17 3,503 48 12쪽
4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3화] +21 12.05.16 3,457 61 12쪽
4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2화] +13 12.05.15 3,606 70 9쪽
4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1화] +11 12.05.14 3,530 61 22쪽
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0화] +15 12.05.12 3,850 71 14쪽
4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9화] +16 12.05.11 3,532 64 18쪽
3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8화] +19 12.05.10 3,870 70 22쪽
3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7화] +14 12.05.06 3,774 59 15쪽
3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6화] +15 12.04.30 3,919 72 28쪽
3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5화] +19 12.04.18 3,830 71 8쪽
3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4화] +7 12.04.18 3,897 70 13쪽
3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3화] +5 12.04.18 3,747 62 10쪽
3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2화] +37 12.04.12 3,873 55 15쪽
3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1화] +21 12.04.02 3,903 69 20쪽
3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0화] +15 12.03.27 4,187 71 24쪽
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9화] +12 12.03.26 4,245 64 20쪽
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8화] +12 12.03.18 4,171 80 17쪽
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7화] +14 12.03.14 4,261 75 10쪽
2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6화] +12 12.03.12 3,982 61 17쪽
2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5화] +15 12.03.08 4,033 60 15쪽
2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4화] +18 12.03.01 4,257 71 26쪽
2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3화] +17 12.02.27 3,994 69 24쪽
2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2화] +8 12.02.25 4,218 63 14쪽
2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1화] +9 12.02.22 4,239 59 18쪽
2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0화] +9 12.02.22 3,950 52 10쪽
2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9화] +4 12.02.22 4,219 65 13쪽
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8화] +16 12.02.19 4,468 51 10쪽
1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7화] +7 12.02.19 4,642 71 12쪽
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화] +18 12.02.15 4,888 86 12쪽
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화] +6 12.02.15 4,863 67 14쪽
15 내일 떠오른느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화] +5 12.02.15 4,392 62 9쪽
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화] +18 12.02.08 4,688 72 24쪽
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화] +3 12.02.08 4,829 83 16쪽
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화] +7 12.02.03 5,101 83 13쪽
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화] +4 12.02.03 5,344 79 11쪽
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화] +6 12.02.03 5,197 82 19쪽
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화] +6 12.02.01 5,532 74 16쪽
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화] +3 12.02.01 5,351 80 16쪽
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화] +6 12.01.29 5,696 86 14쪽
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화] +3 12.01.29 5,901 83 11쪽
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화] +7 12.01.27 7,031 106 18쪽
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화] +9 12.01.27 7,260 90 13쪽
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화] +9 12.01.21 8,600 108 15쪽
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화] +11 12.01.17 13,281 95 14쪽
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Prologue] +13 12.01.17 25,294 16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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