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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님의 서재입니다.

내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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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작품등록일 :
2012.11.17 03:45
최근연재일 :
2017.08.28 23:30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565,503
추천수 :
10,140
글자수 :
1,278,908

작성
12.09.20 03:31
조회
3,422
추천
64
글자
22쪽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4화]

DUMMY

* * *





신전에서 엘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모든 용건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곳에 남아 소박하게 가꾸어진 정원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 인정, 할 수 밖에 없으려나.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는걸 말야.


애초에 엘렌에게 진실을 캐묻는것 부터 내 주제를 넘는 짓이긴 했었다. 내 지위는 그 누구도 결코 하찮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상대가 이 제국의 여황이라면 조금 다른 이야기지. 하물며 내가 에스카랸 공작인 것도 아니고….


"…."


이 신전은 고위 귀족들이 많이 출입하는 곳이기에 나를 알아본 자들이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는 그러한 관심을 모두 복잡한 심경을 이유로 무시해 버렸다.


몇몇은 기분이 상한것 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그런것 따위야 아무래도 좋다.


엘렌에게 진위를 듣고 난 이후, 그 어떤 문제도 내게는 사소하게 다가온다.

그래… 내 눈앞에 있는 정원에 날아드는 이 나비들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심정과 전혀 다를바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내게 말을 걸어온 자는 그렇게 담담하게 넘겨버릴 수 있을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설마 이런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소."


꽤 익숙한 그 목소리에, 나는 나비를 쫓던 시선을 목소리의 주인에게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오랜… 만이네요."


"정말 그렇소."


갑작스레 말을 걸어온 자는 나와 미래에 결혼을 약속한 남자인 카르츠였다. 그는 신전에 찾아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서 있는 듯한 검은 기사 정복과 날카로운 검을 허리에 차고 있는 채였다.


평화와 안정을 기원하는 신전안에서도 무장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전쟁이 코 앞으로 다가온 현실을 상기시켜, 솔직히 달가운 기분은 아니었다.


"이곳엔 무슨일로 오셨나요?"


이런… 아무리 그에게 신경을 쓸 마음에 없다해도 너무 차가운 반응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카르츠 쪽에서 나온 반응은 퍽 부드러운 것이었다.


"하하, 언제나와 같이 필요한 용건만을 찌르는 직설적인 화법이로군."


"…."


"싫다는 얘기는 아니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당신의 그런 톡 쏘는 말투를 꽤 좋아하는 편이지."


그래… 이 남자도 사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


"아,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아마드라네 님께 이번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러 왔소."


카르츠의 대답에 나는 솔직히 조금 놀라고 말았다.

그를 잘 아는건 아니지만, 지금껏 내가 보아온 그는 신이라는 절대자에게 의지하려는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놀람이 얼굴에 조금 드러나고 만 걸까,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의외 인가보오?"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히 대답하기로 했다.


"솔직히 의외네요. 제가 보기에 당신은 무척이나 강한 사람이거든요."


담담한 기색으로 계속해서 입을 연다.


"그런 당신이 전쟁 전에 신께 승리를 기원하러 온다니, 어쩐지…."


끝까지 말할 생각이었지만, 결국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그 뒤에 이어질 단어를 선택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을 뿐더러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 생각 덕분에 나는 조금 불안한 마음을 갖고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 걱정은 쓸데 없는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은듯, 그의 얼굴은 담담하기 그지 없었다.


카르츠는 아까 전 내가 바라보고 있던 나비를 흐릿한 시선으로 쫓는가 싶더니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띄웠다.


"그래서 실망했소?"


"아, 아뇨. 그렇게 말할것 까지는…."


내 당황을 뚫고, 그는 선명한 웃음을 터트렸다.


"전쟁은 무엇이든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악마 같은 녀석이라오.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빼앗아 가는 것만 잔뜩이지. 아무리 용감한 기사라 할지라도 그런 전쟁을 두려워 하지 않는 자는 없다오. 모두들… 그래, 아닌 척 하는것 뿐이지."


카르츠는 내게로 조금 가까이 다가와 여전히 담담한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 지금 한 그의 말은 일견 나약함으로 비추어 질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가장 앞에서 적과 맞서 싸워야할 기사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굳이 말하겠소. 나는 전쟁이 두렵소. 절대적 존재에 의지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오."


어쩐지 나 스스로가 어째서 그를 강하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나와 약혼하기전, 그가 사랑했던 여자를 만났을 때 그가 보여주었었던 그 소름끼칠 정도의 솔직함….

이 남자는 나와 다르게 곤란함을 절대로 회피하려 하지도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전부다 인정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


굉장한걸-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동안 꽤 바뻤던 모양인지 항상 말끔했던 얼굴에 짧은 수염이 듬성듬성 자라 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당신이 여 기사가 아니라는 점은 참 다행이오."


"네?"


희미한 당황이 섞인 내 반문을, 그는 웃으며 받아들였다.


"왜, 그렇지 않소. 에스카랸이라 하면 예로부터 검으로 무척이나 유명한 가문이지. 내가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몰랐었고 에스카랸 가문에 여성이 한 명 있다고 들었을 당시, 나는 당연히 그 여성은 강한 기사로 이름을 날리리라 생각했었소."


으응…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 만큼 우리 에스카랸 가문은 검으로 유명하니까.


"실상을 알게 되었을때… 당신은 실망 했었나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라고 하지 않았소. 약혼녀가 나와 같은 전장에 있다는 것 만큼 두려운 것도 없지. 당신을 잃을 가능성에 전전 긍긍하며 검을 휘두르는것 보다는 차라리 홀로 만 명의 적을 상대하는 것이 낫겠소."


카르츠와는 아무런 연애 감정 없이 정략적으로 맺어진 관계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까지 말해주니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다. 그것이 단지 책임감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뿐인 말이라 해도 말이지.


나는 드물게 소리내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헤, 만 명의 적이라니… 보기와는 다르게 허풍이 심하군요."


"하하, 나름대로 분위기를 잡아보고자 해본 말인데 바로 들통이 나버리고 말았군."


정말로 분위기를 잡아보고자 했다면 허풍이 아니라 진심이라 말하면 될텐데, 역시 이 남자의 솔직함은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기도 하단 말야.


가볍게 터졌던 웃음이 그치고 나자, 그는 내게 손을 내밀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제안을 해왔다.


"음… 이왕 이렇게 된 거, 혹시 시간이 괜찮다면… 나와 함께 신전에서 이번 전쟁의 승리를 기원해 줄 수 있겠소?"


"… 좋아요."


주신 아마드라네 라는 존재가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츠가 신에게 승리를 기원하는 것을 헛수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행위로 그가 두려움을 떨쳐낼 용기를 얻는다면… 허구의 신 정도는 존재해도 괜찮겠지.


카르츠는 엘렌과 다르게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절대적 평화 같은걸 원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 * *





양 손을 맞잡아 기원을 한다는 행위라는건 물론 학습에 의한 것이겠지만… 나는 어쩐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것이 본능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았던 눈을 아무도 모르게 살짝 뜨고 눈 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 그리 오래감지 않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은 눈꺼플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밝은 빛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는듯 했다.


눈부심에 눈살을 가볍게 찌푸렸다가 앞을 보니 모두들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 -경하는 아마드라네 님께 진심을 다하여- "


항상 듣는 멜로디처럼 다소 지루한 신관의 목소리가 이 넓은 공간의 고요함 위를 지나간다.

나는 신관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앞을 둘러보던 시선을 돌려 살짝 옆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카르츠의 시선과 마주했다.


"… 신께 기도를 드리는 중에는 딴짓을 하면 안되오, 네네아리케."


"꺄- 읍!"


까, 깜짝 놀라 하마터면 비명을 터트릴뻔 했다…!


카르츠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에도 놀라긴 했지만 나는 그 이후 내가 낸 스스로의 비명소리에 지레 겁을 집어먹고 몸을 살짝 숙인채 주변을 황급히 둘러보았다.

분명 소리를 내긴 했으나 이 공간은 무척이나 넓었기에 내 비명 소리는 바다에 떨어진 한 방울의 잉크처럼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듯 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를 하자마자 나는 성난 시선으로 카르츠를 노려보며 원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깜짝 놀랐잖아요. 그리고 당신이야 말로 기도 중에 딴짓을 하면서…."


말을 마무리 할 수 없었다. 들어주는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찰나에 카르츠는 다시 양 손을 맞잡고 경건한 표정으로 돌아가 신관의 목소리를 주의깊게 경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 놀리는 거겠지 분명.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 따라 놀림을 당하는 일이 잦은것 같단 말야.


혼자서 잠깐 입을 삐죽거리고 나서 다시 눈을 감고 기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 -디 축복을 내려주시어, 항상 안녕되게 하옵소서."


길었던 기도문도 슬슬 끝나가는것 같다.


"…."


내 예상대로 신관은 곧 기도를 끝마쳤다. 양 손을 맡잡고 고요히 기도를 드리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천천히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끝났군. 하나 같이 모두 좋은 내용들이었소."


"그… 러네요."


'좋은 내용' 이라…. 기도문에 대한것 치고는 조금 묘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고개를 숙이고 있느라 앞으로 쏠린 긴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옆을 돌아보았다. 기도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카르츠는 그 자리를 지킨채 신전 안의 광경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곧 그가 무엇을 주목하고 있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남녀들이 많았다.


그 중엔 나와 마찬가지로 귀족가의 영애인 자들도 있었고 개중엔 드물게도 평민으로 보이는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면… 손을 잡고 있는 남자들이 모두 전쟁터에 나갈 사람들이라는 것이지.


그들 중 몇몇은 신관에게 개인적으로 찾아가 다시 한 번 축복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신관은 그런 사람들을 뿌리치지 않고, 얼굴에 친절한 미소를 띄우며 한 명, 한 명 정성스레 축복을 내려주고 있었다.


손을 맞잡은 연인들은 모두 그 축복에 감사해 하며 얼굴에 희미한 웃음을 보였다.


… 예전같으면 별 생각도 들지 않았겠지만, 아마드라네라는 신은 없다는 것을 알고나니 저런 따뜻한 광경도 다소 무미건조하게 보인다.


"우리도 함께… 축복을 받으시겠소?"


그 광경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카르츠에게서 그런 제안이 들려왔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고 있었고, 신전의 환한 조명으로 인해 그 손에 있는 흉터들이 내 시야로 여과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럴까요."


나는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작아보이는 내 손을 내밀어 무척이나 거칠어 보이는 그의 손을 잡았다.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신관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카르츠는 조금 멋쩍은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너무 거친 손이라… 미안하오."


"저야말로 너무 서늘한 손이라 미안해요."


… 그러고보니, 나와 카르츠도 이곳에 있는 다른 남녀들 처럼 연인으로 비추어 지겠지. 서로 약혼을 한 사이니, 실제로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다.

그런 생각이 드니, 어쩐지 그와 맞잡고 있는 손의 감각이 예민해 지는것 같다.


카르츠의 손은 그의 말대로 정말 거칠다.

기사인 덕에 굳은 살이 박히지 않은 곳이 없고 두터운 흉터 자국의 우둘두툴함도 손바닥 위로 여과없이 전해지고 있다.


이대로 별다른 문제 없이 결혼까지 간다면… 나는 앞으로 이 거친 손을 단지 손이 아닌 온 몸으로 느끼게 되겠지.


"아…."


조금 야한 생각이었으려나…. 하지만 딱히 이렇다할 감흥은 없다.

그 동안 있었던 동생과의 일이나 마스터 네론그라시아로서 겪은 자극적인 일들 때문일까 분명 나는 과거보다 좀 더 무미건조해지고 현실에서 동떨어져 나가는것 같다.


거칠지만 따뜻한 카르츠의 손을 잡고서 신관에게 축복을 받으러 나가는 이 길에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것이 어쩐지 조금 잘못된 일 처럼 느껴진다.


"아, 검은 맹금의 단장님이시군요. 항상 단장님의 제국을 위한 활약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신관은 다소 평범하지만 선한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우리가 다가가자 금방 카르츠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면식이 있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카르츠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그는 이 남자를 만난 적은 없는듯 했다.


"과찬입니다."


… 카르츠는 유명인이니, 만나본 적도 없는 다른 사람이 그를 알아보는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나는 여전히 멍한 시선으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관에게 축복을 받아 잠깐 옆으로 물러난 연인들이 이쪽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계신분은… 이름 높은 에스카랸 가문의 영애시군요. 실제로 뵈니, 이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라는 소문은 과연 거짓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시로군요."


카르츠는 대담하게도 한 팔을 내 허리에 두르며 그 말에 답했다.


"하하, 그녀의 아름다움 앞엔 나름대로 자신하고 있는 본인의 검도 날카로움을 다소 잃을 지경입니다."


나를 향한 신관의 칭찬도 칭찬이지만… 카르츠의 대응은 그야 말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군. 어떻게 얼굴 색 하나 안 변하고 저런 낯부끄러운 말을 늘어놓을 수 있을까.


"과, 과한 칭찬 입니다."


어떻게 대응할지 갈팡질팡해 하면서도, 나는 가까스로 무난한 인삿말을 입 밖으로 낼 수 있었다.


"신관 님, 저와 그녀에게도 아마드라네 님의 축복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전쟁터에서라 할지라도 아마드라네 님이 이끄시는 한 줄기 빛을 옆에 둘 수 있다면 크게 안심할 수 있을테니까요."


"물론입니다. 미력하나마 단장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큰 기쁨입니다."


곧 신관은 경건한 얼굴로 한 손엔 성서를 들고 한 손엔 카르츠의 머리위에 손을 얹은채 알아들을 수 없는 신화시대 어로 짧은 축문을 읊었다.

카르츠는 양 손을 가슴께에 모은채 고개를 숙이고 신관의 축복이 끝나길 기다렸다.


축문을 모두 읊자 신관은 그의 머리위에서 손을 떼었다.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조국을 위하는 단장님의 마음은 분명 아마드라네 님께 닿아 전쟁터에서도 당신을 굽어 살펴주실 겁니다.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신관은 그렇게 카르츠의 감사를 다시 신께로 돌렸다.


하-

나는 속으로 의미 없는 한숨을 내쉬며 신전의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천장엔 신과 인간의 관계를 아름답게 표현한 거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 * *





카르츠와 함께 밖으로 나와 보니 어느새 밖은 꽤 어두워져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희미한 달 마저 떠있는 채였다.


그 희미함 아래로 아직까지 돌아가지 않은 남녀들이 정원 쪽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제는 정말로 전쟁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일까… 경건한 신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꽤 본능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테면… 입맞춤 이라던가.

마냥 빤히 바라보고 있기에는 민망한 광경이라 나는 금방 그 쪽에서 시선을 돌려 버렸다.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희미하게 빛나서 무척이나 아름답구려."


"아… 네. 고마워요."


카르츠의 말에 나는 내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을 손 안에 담아 보았다. 주변은 어두웠고 희미한 빛을 받은 머리카락은 이미 지니고 있는 색을 주변으로 반사시키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어둠속에서 은빛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이 예쁜 머리카락은 내가 나 자신에게 마음에 들어하는 몇 안되는 요소중 하나다.


타인이 그 점을 굳이 언급하며 칭찬해 주는건… 역시 기분좋은 일이다.


"이제 슬슬 저택으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 내가 데려다 주겠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차를 타고온데다가 저택까진 그리 멀지도 않으니 혼자 가도 괜찮아요."


"흐음… 그렇소?"


뭐지…?

어쩐지 신전 입구로 향하고 있던 카르츠의 발걸음이 조금 느려진것 같다. 착각인 듯도 싶었지만 그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기 시작해 신전의 입구를 조금 앞두고 완전히 멈추어 버렸다.


"카르츠?"


그는 내 의문섞인 부름에도 아무말 않고 잠시 침묵을 지키고 서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듯 그의 입술은 살짝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고, 나는 점점 더 깊은 의문을 품으며 마치 저음으로 낸 목관 악기의 소리 같은 그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네네아리케, 우리는 서로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약혼을 했고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당신이 퍽 좋아진 듯도 싶소."


"아…?"


갑작스런 기습같은 그 말에 나는 잠시 입을 벌리고 있다가 추태를 깨닫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가 그리 어려운 말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잠깐동안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세간에선 이런 말을… 아마도 고백, 이라고 불렀던가. 그런데 좋은거면 좋은거지 또 '좋아진 듯 싶소' 라는 두리뭉실한 말은 뭘까.

… 도를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남자인 만큼, 그 두리뭉실한 말이 그의 진심이겠지.


"처음엔 철 없는 귀족 영애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


실례로군, 이 남자.

나는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이어질 그의 말을 조금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타인이… 남자가 보는 나는 어떤 소녀일까. 이것은 고백이니, 칭찬이 이어질게 뻔하긴 하지만 어쨌든 칭찬이라는 것은 뻔함을 떠나 언제든지 기분좋은 것이다.


"잘 모르겠소."


"네?"


… 어쩌면 처음으로 품었을지도 모르는 나의 소녀다운 기대는 맥 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당신은 분명 일반적인 귀족가의 영애하고는 전혀 다르오. 재화를 이용해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타인과 말을 섞으며 가문의 위세를 자랑하는 일도 좋아하지 않지."


카르츠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게다가 그런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타인의 시선을 즐기지 않소. 그것으로 아무런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지. 내가 보기에, 오히려 당신은 그런 시선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편이지. 그렇지 않소?"


"…."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왠지 긍정의 대답은 내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무언가를 열거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이 도대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소. 하지만 그렇기에… 요즘들어 계속해서 당신에게 관심이 가는 걸지도. 모르는건 알고 싶은게 당연하지 않소?"


계속해서 공감을 구하는 그의 말을 듣고 있는것이 힘들어진다.

이렇게 가까이서 명백한 이성의 관심을 상대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일까… 도무지 어떠한 대응을 해야할지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아는건 당신이 무척이나 조용한 품성이라는 것과 아주 가끔만 진짜로 미소를 짓는다는 것 뿐이지만… 나는 그게 퍽 마음에 드오."


순간 나는 언젠가 본 적이 있던, 그의 본래의 연인을 언급하고 싶었지만… 그건 바보 짓이다. 정략혼이긴 하지만 그는 그녀를 잊고 나를 사랑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름이… 예시엘라 였던가. 지금 그녀를 언급하는건 그의 그런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정략혼을 부정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지.


"아, 저는…."


나는 주저했다.

무언가 대답을 하려 했는데,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뒤에 나올 말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 마음속은 애초에 텅 비어있어 더 이상 어떠한 말도 입 밖으로 도출될것 같지가 않았다.


내가 말 끝을 흐리며 우물쭈물 하고 있자 카르츠는 픽 웃으며 그 커다란 손을 내 머리위에 부드럽게 올렸다.


"대답을 강요한건 아니오. 이건 그저 현재의 내 심정을 고백한 것 뿐이지."


… 조금 안도를 하며 동시에 미안함도 느꼈다.

강요한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가 언급하는 감정은 일방통행에 불과해서는 꽤나 유감스러운 것이니까.


"보통 남녀 관계라는 것은 좋은 감정에서 부터 출발하는게 정상이지만 우리는 정략혼이라는 것 때문에 그 인과 관계가 뒤바뀌어 있었소. 어차피 강요될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것도 좀 그렇긴 하지만 부디 당신도 어긋난 그 인과 관계를 정상으로 돌렸으면 좋겠구려."


"… 고마워요."


그는 손을 움직여 내 머리칼을 한 번 쓰다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게 하나 있소."


"그게 뭐죠?"


카르츠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는 하늘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곧 듀카스텔 과의 전쟁이 다가오는데… 아까도 말했다 시피 나는 전쟁이 두렵소. 아마드라네 님의 축복만으로는 이 두려움을 떨치기엔 충분치 않지."


"무엇을 부탁하려고 그러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오직 당신만이 이 두려움을 한 번 더 덜어줄 수 있소. 부디… 내게 당신만의 축복을 내려주시겠소?"


"…."


도대체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나만의 축복이라니….


내가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내 모습을 보는 카르츠의 입가에 떠 있는 미소가 점점 진해지는듯 했다.


침묵은 길어지며 오직 그 만을 향해 있었던 내 집중력은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고 곧 다시 한 번 내 시야로 미약한 어둠이 드리워진 신전의 풍경이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카르츠가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걸 이렇게까지나 돌려 말할 수 있다니… 아니, 이 경우엔 내 눈치가 너무나 느린 건지도 모르겠다.


작가의말

* 아 엄청 늦었네요... ㅠㅠ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개강하고나서 한 동안 계속 바뻤네요 ㅠㅠ 변명일 뿐이지만...

* 보통 글을 쓸때 여유를 갖고 쓰려고 하는데 이제는 시간 날때마다 틈틈히 써두어야 겠어요.

* 봐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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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5

  • 작성자
    Lv.14 우울함
    작성일
    12.09.20 03:31
    No. 1

    devilcow 님 : 이번화는 꽤 밝고 평화롭지 않았나요? ㅋㅋ;;
    찌비지비 님 : 최종 보스는 과연... 누구일지 ㅋㅋ
    殺人探偵 님 : 저 역시 그게 뭐 어때서? 라는 느낌입니다 ㅋㅋ
    사는게뭘까 님 : 평행선... 적절한 표현이네요!
    마음속소원 님 : 맞습니다. 주인공의 피에 깃들어 있는 신비도 장난이 아니죠 ㅋㅋ
    엘리시르 님 : ㅎㅎ 감사합니다!!
    슈크림빵이 님 : 그렇게 하면... 저도 쓰기가 훨씬 더 편하겠군요 ㅋㅋ 근데 그러면 재미가 없을것 같아요 ㅠㅠ
    별마녀Stellar 님 : 과연 적대할지, 협력할지... 그거슨 주인공의 선택!!
    셸a 님 : 본편의 길이... ㅠㅠ 길게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사신의연주 님 : 그러고보니 드래곤 라자를 아직 안읽어 봤네요ㅠㅠ 주변에서 굉장히 명작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빠바룽 님 : 아직까지 용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고 등장할려면... 조금 걸리겠네요 ㅠㅠ
    타박사 님 : 오, 맞습니다. 용이 준게 아니죠 ㅋㅋ;;
    래그타임 님 : 상상이 안가는군요 ㅠㅠ
    쓴커피 님 : 죄송합니다 ㅠㅠ 정말로 많이 늦었네요.
    wolfbee 님 : ㅠㅠ 저도 개강하고 나서 꽤 오랫동안 글에 손을 대지 못했네요. 저는 게으름이 적인듯 해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Stellar별
    작성일
    12.09.20 03:51
    No. 2

    관심이 걸지도-> 관심이 '가는' 걸지도

    키스 말하는 거겠군요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殺人探偵
    작성일
    12.09.20 07:51
    No. 3

    레르그란트으으으!!!! 네 누나의 정조가 위험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사이다켄
    작성일
    12.09.20 10:34
    No. 4

    언제쯤 정체를 알게될지 흥미진진하네요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사는게뭘까
    작성일
    12.09.20 11:16
    No. 5

    저녀석도 같은 사내였다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wolfbee
    작성일
    12.09.20 13:39
    No. 6

    카르츠 너란 남자,




    느끼한 남자. 으악아아아악!!!
    멘트에 손발이 사라지겠어요ㅠㅠㅠㅠㅠㅠ으아어으어어
    그래도! 그나마 카르츠가 정상이니까!

    안녕 카르츠! 그리고 안녕!

    카르츠 사망플래그 뜬 것 같지 않아요?
    우울함님께서 카르츠 없애버릴것같은데...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9.20 21:27
    No. 7

    오랜만에 보는 예쁘고 귀엽고 섹시한 네네아리케 ㅋㅋ 백룡만큼이나 섹시한 백치미가 돋보여요.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임창규
    작성일
    12.09.20 21:49
    No. 8

    자 뽑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레몬티한잔
    작성일
    12.09.20 22:56
    No. 9

    오랜만에 뵙는군요.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쓴커피
    작성일
    12.09.21 01:09
    No. 10

    오랜만에 돌아오셔서 설탕만 뿌리고가시다니... 솔로는 웁니다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Aires
    작성일
    12.09.21 11:25
    No. 11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쁘신 듯한데 서두르지 마시고...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셸a
    작성일
    12.09.21 19:24
    No. 12

    카르츠..반할거같아요. 저에게 주시와요......ㅠㅠㅠ
    레르그란트같이 서툰 동생따위 버려버려, 네네!!
    카르츠 이남자와 함께라면 그게 어떤 여자든 행복할게 분명하다는 예감이 듭니다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채지희
    작성일
    12.09.21 20:13
    No. 13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블스
    작성일
    12.09.23 18:31
    No. 14

    그렇구나 이건 사망플래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카르니보레
    작성일
    12.09.24 16:03
    No. 15

    그래, 사망플래그가 아니라면 용서가 안되는 수준이기는 하구나.ㅋ

    그런데 이제 장식이던 카르츠도 나왔으니, 슬슬 펠그로엘드의 활약도 나와줘야 공평하지 않을라나요? 왜 안나오지, 이 영감탱이?

    그리고 인간에게서 욕망을 빼면 시체죠. 괜히 멸망한다는 거 아닙니다. 이 욕망이라는 수준을 어디까지 두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네네아리케도 완전히 무욕인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전 인류가 네네아리케 수준만 가도 인류가 가지고 있는 문명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것을 포함한 부수적인 여파로 많은 이들이 죽어버릴 것이라는 점이겠지요.

    엘렌이 하려는 짓은 신앙을 잃은 성직자로서의 자포자기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가 하려는 짓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대량학살에 직결될 겁니다. 의도야 어찌되었든 정당화될 리는 없는 행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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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0화] +3 14.12.29 1,557 46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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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9화] +14 14.04.21 2,482 58 15쪽
1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8화] +14 14.03.22 2,657 68 17쪽
1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7화] +2 14.03.22 2,467 5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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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8화] +10 13.12.11 1,975 5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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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6화] +22 13.11.26 2,308 56 11쪽
1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5화] +14 13.11.24 2,552 66 11쪽
11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4화] +12 13.11.11 2,432 65 17쪽
1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3화] +17 13.10.08 3,172 91 20쪽
1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2화] +18 13.10.01 2,914 62 17쪽
1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1화] +16 13.09.10 4,234 74 24쪽
1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0화] +28 13.08.18 2,880 54 13쪽
1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9화] +14 13.08.14 3,189 65 24쪽
10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8화] +12 13.08.02 2,728 68 12쪽
10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7화] +24 13.07.29 2,779 65 19쪽
10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6화] +18 13.07.17 2,531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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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2화] +21 13.05.19 2,711 58 13쪽
10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1화] +13 13.05.15 2,852 79 30쪽
10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0화] +20 13.04.29 2,623 47 24쪽
10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9화] +10 13.04.15 3,127 59 18쪽
9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8화] +10 13.04.11 2,872 57 20쪽
9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7화] +16 13.04.09 2,809 54 21쪽
9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6화] +9 13.04.01 2,796 50 27쪽
9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5화] +11 13.03.19 2,707 61 31쪽
9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4화] +11 13.03.07 3,049 75 20쪽
9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3화] +12 13.02.24 2,868 57 21쪽
9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2화] +11 13.02.08 2,924 62 21쪽
9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1화] +13 13.01.15 3,383 77 17쪽
9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0화] +18 13.01.10 2,769 42 9쪽
9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9화] +2 13.01.10 2,627 40 14쪽
8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8화] +1 13.01.10 2,690 53 12쪽
8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7화] +16 13.01.06 2,817 52 17쪽
8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6화] +1 13.01.06 2,606 46 13쪽
8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5화] +8 12.12.22 2,845 56 14쪽
8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4화] +2 12.12.22 2,815 53 19쪽
8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3화] +14 12.12.09 2,839 58 21쪽
8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2화] +5 12.12.09 2,947 5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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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0화] +21 12.11.17 2,939 72 14쪽
8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9화] +14 12.11.10 3,051 58 20쪽
7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8화] +14 12.11.04 3,164 6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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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0화] +21 12.08.09 3,913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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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6화] +18 12.07.24 3,653 56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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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2화] +14 12.06.26 3,723 53 18쪽
6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1화] +10 12.06.24 3,780 59 11쪽
6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0화] +24 12.06.13 4,726 51 19쪽
6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9화] +30 12.06.07 3,918 67 12쪽
5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8화] +33 12.06.05 3,601 68 16쪽
5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7화] +7 12.06.05 3,583 73 21쪽
5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6화] +18 12.06.03 3,176 58 21쪽
5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5화] +19 12.05.31 3,370 65 14쪽
5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4화] +15 12.05.30 3,643 50 16쪽
5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3화] +19 12.05.29 3,362 47 19쪽
5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2화] +21 12.05.26 3,759 54 19쪽
5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1화] +9 12.05.25 3,601 65 8쪽
5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0화] +12 12.05.24 3,735 56 14쪽
5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9화] +11 12.05.23 3,607 66 10쪽
4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8화] +12 12.05.22 3,366 50 11쪽
4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7화] +12 12.05.21 3,477 67 13쪽
4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6화] +12 12.05.19 3,655 68 10쪽
4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5화] +10 12.05.18 3,343 67 14쪽
4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4화] +9 12.05.17 3,503 48 12쪽
4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3화] +21 12.05.16 3,457 61 12쪽
4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2화] +13 12.05.15 3,606 70 9쪽
4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1화] +11 12.05.14 3,530 61 22쪽
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0화] +15 12.05.12 3,850 71 14쪽
4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9화] +16 12.05.11 3,532 64 18쪽
3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8화] +19 12.05.10 3,870 70 22쪽
3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7화] +14 12.05.06 3,774 59 15쪽
3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6화] +15 12.04.30 3,919 72 28쪽
3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5화] +19 12.04.18 3,830 71 8쪽
3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4화] +7 12.04.18 3,897 70 13쪽
3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3화] +5 12.04.18 3,747 62 10쪽
3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2화] +37 12.04.12 3,873 55 15쪽
3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1화] +21 12.04.02 3,903 69 20쪽
3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0화] +15 12.03.27 4,187 71 24쪽
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9화] +12 12.03.26 4,245 64 20쪽
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8화] +12 12.03.18 4,171 80 17쪽
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7화] +14 12.03.14 4,261 75 10쪽
2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6화] +12 12.03.12 3,982 61 17쪽
2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5화] +15 12.03.08 4,033 60 15쪽
2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4화] +18 12.03.01 4,257 71 26쪽
2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3화] +17 12.02.27 3,994 69 24쪽
2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2화] +8 12.02.25 4,218 63 14쪽
2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1화] +9 12.02.22 4,239 59 18쪽
2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0화] +9 12.02.22 3,950 52 10쪽
2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9화] +4 12.02.22 4,219 65 13쪽
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8화] +16 12.02.19 4,468 51 10쪽
1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7화] +7 12.02.19 4,642 71 12쪽
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화] +18 12.02.15 4,888 86 12쪽
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화] +6 12.02.15 4,863 67 14쪽
15 내일 떠오른느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화] +5 12.02.15 4,392 62 9쪽
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화] +18 12.02.08 4,688 72 24쪽
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화] +3 12.02.08 4,829 83 16쪽
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화] +7 12.02.03 5,101 83 13쪽
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화] +4 12.02.03 5,344 79 11쪽
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화] +6 12.02.03 5,197 82 19쪽
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화] +6 12.02.01 5,532 74 16쪽
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화] +3 12.02.01 5,351 80 16쪽
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화] +6 12.01.29 5,696 86 14쪽
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화] +3 12.01.29 5,901 83 11쪽
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화] +7 12.01.27 7,031 106 18쪽
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화] +9 12.01.27 7,260 90 13쪽
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화] +9 12.01.21 8,599 108 15쪽
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화] +11 12.01.17 13,281 95 14쪽
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Prologue] +13 12.01.17 25,294 16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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