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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님의 서재입니다.

내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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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작품등록일 :
2012.11.17 03:45
최근연재일 :
2017.08.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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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07.04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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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4화]

DUMMY

* * *





"저, 그런데 어째서 마스터 네론그라시아는 공작 각하의 망토를 두르고 있는거죠?"


붉은 머리의 여기사의 투명한 갈색 눈동자엔 내가 두르고 있는 망토가 맺혀 있었다. 흰색 바탕의 천 위로 수놓아진 성배 기사단의 문양, 금빛의 성배(The grail)가 멋지게 도드라져 있는 망토다. 걸치고 보니 보온성도 훌륭하다. 유니온의 망토도 이런 재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튼, 나와 레르그란트가 어떤 사이인지 궁금해하며 전전긍긍해 하는 그녀로서는 당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질문… 이라고 평할 수 있으려나.


"그건- "


질문에 답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막상 말을 시작하고 보니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금방 찾을 수 없었다. 얼이 빠진 상태로 난간에 멍하니 있다보니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비에 옷이 홀딱 젖어버렸다는 우스꽝스러운 사정을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이 여자에겐 그런 얼빠진 사정 따위 알리고 싶지 않다.


"그건…?"


하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 않는 것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었다. 의식적으로 추궁하려는 듯한 느낌을 피하려고 하는지, 그녀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내 말꼬리를 붙들고 대답을 종용했다. 그러나 차분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단정하게 정리된 앞머리 사이로 빛나는 갈색 눈동자는 나와 레르그란트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여러가지 가능성을 점쳐 보며 불안해 하고 있는 듯 했다.

… 왠지 이대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그건 그녀가 비를 맞아서 그래."


시원스런 레르그란트의 대답이었다.


"비… 라구요? 하지만 천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녀는 의아한 눈초리로 위쪽을 올려다 보았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천장을 올려다보며 시선을 흐렸다. 실로 타당한 의견이다. 위쪽엔 확실히 단단한 천장이 존재해 비를 확실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일부러 비를 맞는게 취미라고 하더군. 그녀는 마법사니까 말야."


"…."


기가 막히는군.

비를 맞는게 취미라는 말은 그렇다 치고, 어째서 그 근거가 내가 마법사라는 사실일까. 마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쉽게 납득하기 힘든 사실도 납득시킬 수 있게끔 하는 힘이 있다고 착각하는게 아닐까? 논리가 엉망진창이다.


나는 고개를 홱 돌려 쓸데 없는 소리를 한 레르그란트를 노려보았고, 나와 눈이 마주친 레르그란트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얼굴이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 없었다.


저 녀석, 머리속에서 말이 떠오르는대로 아무 생각 없이 입 밖으로 내놓는게 분명하다.


"고, 고상하신 취미군요."


… 추가적인 해명은 그만두기로 할까. 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비라는 것은 가장 흔히 느낄 수 있는 거시적인 자연 현상이니까요. 그런 비를 맞으며 비를 내리게 하는 먹구름이 형성된 일련의 과정들을 역순으로 머리속에 그리며 진원지를 파악해보려 하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며 좋은 공부가 된답니다."


"아, 그렇군요…."


로네아는 순진한 얼굴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뒤를 돌아 혀를 쏙 내밀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아무리 나라 해도 방금 말한것 까지 사고를 진행시키며 거기서 발견한 신비를 붙잡고 마력을 움직이려 하진 않는다.


"그런데 로네아, 대체 무슨 일이지? 테라스 문을 그렇게 박차고 들어오다니…."


아, 얼굴이 조금 붉어지는게 보인다.

그녀는 하얀 뺨 밑으로 희미한 홍조를 드리운채 양 손을 등뒤로 돌리며 몸을 살짝 꼬았다. 누가 보아도 부끄러워 하고 있는 기색이었으며, 나로서는 조금 놀랄 정도로 선명한 감정 표현이었다.


몸을 활발히 움직여야 하는 기사라서 그런걸까. 감정을 드러낸다 해도 무미건조함이 가시질 않는 우리 마법사들하고 무척이나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무척 건강하고 활달한, 꽤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게… 레르그란트가 계속 다른 영애들과 춤을 추느라 인사를 건넬 틈 조차 없어보여서. 마침 테라스에 혼자 있는것 같길래 반가운 마음에 그만 무례를 범하고 말았네."


부끄러움을 제어하느라 다른 곳에 정신을 할당할 여유가 없어지기라도 한 걸까, 내가 있다는 걸 의식해 경어로 사용되던 그녀의 말이 어느새 편안한 평어로 바뀌어 있었다. 말하는 투로 미루어 보아 레르그란트와 퍽 친분이 깊은 모양이었다. 뭐, 그도 그럴것이 같은 성배의 기사. 즉, '동료' 니까 말이다.


"그러고보니 꽤 오랫동안 차 한 잔 조차 마실 시간도 만들지 못한것 같군. 하지만 이해해줘.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까."


레르그란트는 쓰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무, 물론이지! 너는…."


이쯤에서 그녀는 옆머리를 초조한 기색으로 쓸어 넘기며 내 쪽을 힐끗 바라보고는 흠칫 놀랬다. 나는 심드렁한 기분으로 치맛자락을 만지작 거렸다. 내 존재가 그녀의 편안한 언어 구사에 방해가 되고 있다. 내가 불편해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편한 기분을 느끼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공작 각하께서는 누이가 실종되는 사건도 겪었으니까. 고작 나를 만날 시간을 내지 못했다고 해서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그런건- "


역시, 나를 의식하고 나니 말이 조금 꼬이는 듯한 인상이었다. 레르그란트와 사적으로 친한 사이라면 평어와 경어를 명확히 구별해서 사용해야할 경우를 한 두번 겪은것도 아닐텐데….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나는 속으로 작게 웃었다.

어쩌면 이 로네아라는 여기사는 내 생각보다도 나를 훨씬 더 심하게 의식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내가 그녀를 의식하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공표도 되지 않은 내 실종을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건 그다지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보는데.


나는 그녀의 언급으로 레르그란트가 어떤 동요를 보이리라 기대했지만 그는 오히려 더욱 차분하게 가라앉은 기색을 보일 뿐이었다.


"실종 되긴 했지만, 누님은… 잘 있을거라고 생각해. 평소에도 작은 쪽지 한 장만 남기고 며칠동안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나타나곤 했으니까. 어디선가 바보같은 짓은 하고 있지 않겠지. 그녀 역시 나와 같은 에스카랸 이니까."


… 오히려 내가 동요를 보일뻔 했지만 다행히도 레르그란트는 내 쪽을 돌아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신에 찬 저 마지막의 문장은 정말 에스카랸이라는 이름에 신뢰를 보내는 걸까, 아니면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서 마법으로 정체를 가리고 있는 나를 간파해서 그런걸까.


나는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역시, 레르그란트는… 읽기 어렵다.


"그녀의 초상화가 그려진 전단지가 수도 전역에 나붙었으니, 금방 찾을 수 있을거에요."


상냥함 밖에 없어 순수한, 그러나 도움은 전혀 되지 않는 격려였고 레르그란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런데 잠깐-


"초상화…?"


내 의문 섞인 중얼거림에 로네아는 살풋 미소를 지어보이며 품 속에서 자신의 손바닥 보다 약간 더 큰 종이를 꺼네었다. 그 종이를 본 레르그란트가 보기 드물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로네아, 네가 그걸 왜?"


"이거, 공작 각하께서 직접 그리신 거죠? 거기다 여기 그려진 공작 영애가 너무 이뻐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 종이를 팔락거리며 사람 좋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서 그 종이를 건네 받은 뒤 초상화라는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


거기엔 실제의 나는 지을줄 모르는, 선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내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전에 레르그란트가 그린 내 누드화에서 얼굴 부분만 확대해 다시 그린 그림이다. 물론, 그림은 흑백이라 머리카락 부분은 그저 회색으로 칠해져 있을 뿐이었지만 이 초상화를 보고 나를 찾는 사람중에 에스카랸의 가장 큰 특징이 은을 입힌듯한 선명한 은발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자는 없을 것이다.


"선하게 내려앉은 눈매와 가느다란 얼굴 선을 빼면 공작 각하와 정말 쏙 빼닮은 아가씨죠?"


초상화를 멍하니 들여다 보고 있는 내게 로네아가 그렇게 물어왔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초상화를 다시 그녀에게 건네주며 입 안에 까끌까끌한 모래가 가득 들어차 있는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겨우 입을 열었다.


"남매니까, 그렇겠죠."


닮았다는 말이 마음에 안드는 거겠지. 그것에 대한 대답은 나와 레르그란트가 피로 이어진 남매라는 것 밖에는 없고, 또한 그 대답은 내가 레르그란트에게 품고 있는 감정을 부정한다.


"…."


나는 속으로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 인간은 간사하다고 하나보다. 레르그란트가 내게 품고 있는 감정의 정체가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경멸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는 것은 이렇게 기분이 껄끄럽다니.


"뭐 그렇지."


레르그란트는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연회장 안을 살펴보는 기색이었다. 파티가 거의 완전히 마무리 된 듯한 모양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나는 어깨에 걸쳐져 있는 망토를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그다지 춥다고 느끼지는 못했는데 망토가 워낙 따뜻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찬 공기에 몸이 조금 떨려왔다.


"됐어."


갑작스레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깜짝 놀랐다. 어느새 레르그란트가 손을 내밀어 망토를 벗고 있던 내 팔을 제지하고 있었다.


"망토는 나중에 돌려받도록 하지."


"…."


망토엔 성배 기사단의 문양인 성배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 즉, 타인의 눈에 띄는 편이며 따라서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사실을 언급하며 호의를 거절 하려는데… 왜 입을 벙긋거리고만 있는 걸까, 나는.


"으음."


로네아가 약간 불편한 듯한 시선으로 레르그란트와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레르그란트의 인지에 그런 사실은 포착되지 않는듯 싶었다.


"비에 젖은 숙녀는 직접 데려다 주는게 예의겠지만…."


레르그란트는 끝 말을 흐리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질색하는 기색을 굳이 숨기려 들지 않았다. 그는 내가 그럴줄 알았다는듯 아무런 유감 없이 가볍게 웃어보였다.


"어쩔 수 없군. 그럼 여기서 따로 돌아가도록 하지. 다음에 얼굴을 마주하는건 전장이 되겠군."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해 탁자위에 올려두었던 가면을 품속으로 집어 넣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황궁 글로리아뎀의 곳곳에 위치한 격납고에서 거대한 비공정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지이잉-


어딘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드는 기묘한 진동이 엔진으로 부터 스며 나온다. 그것은 이리스테야 전역에서 들릴만큼 널리 퍼져 나갔지만 그럼에도 저 거대한 동체를 보면 상대적으로 고요하다는 느낌 밖에는 들지 않는다.


현대의 그 어떠한 기계와 비교해봐도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은백색의 동체. 그것이 서서히 하늘로 떠올라 태양을 가려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모습엔 그 누구라도 시선을 고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비공정을 덮고 있는 사소한 장갑 부터 엔진부에 이르기까지, 초고도로 집적된 마도 공학과 재료 공학 그리고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부유석이 빽빽히 자리잡고 있다.


그저 기계일 뿐이지만, 저곳에 집중되어 있는 막대한 신비로 인해 나는 비공정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현기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볼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는 괜시리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하늘에 떠 있는 비공정과 지상에 있는 현대식 건물, 갑옷을 입고 말을 탄 기사, 창을 들고 있는 병사들을 번갈아 가며 바라본다.

소름이 끼칠듯할 정도로 강한 위화감에 쓸데 없이 망토 자락을 끌어올리며 중얼거림을 완성한다.


"시대 착오적이네."


그렇다. 시대 착오적이다.

어딜 봐도 저런 거대 비공정은 적어도 수백년 뒤의 세계에나 어울릴 만한 물건이다. 이것은 단지 비공정의 외견이 내가 알고 있는 평범한 풍경과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표면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판단이 아니다.


저런 거대한 동체를 별다른 반작용 없이 하늘에 띄울 수 있는 말도 안되는 기술력이 집적된 엔진부와 어떤 금속으로 만든건지, 질량에 비해 획기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는 장갑을 고려한다면 비공정에 비치되어 있는 무장은 원시 시대의 돌도끼에 가깝다. 그도 그럴것이, 비공정이 지상으로 퍼부울 수 있는 공격은 고작 준비되어 있는 폭약을 던지거나 탑승하고 있는 마법사의 마법 포격 밖에 없으니까.


정말 기이할 정도의 언밸런스다.

하긴… 그러니까 저 비공정으로도 듀카스텔과 끝을 보지 못한 거겠지.


현재 내가 알고 있는 비공정의 주 용도는 성배 기사단이 보유하고 있는 네 기의 거신기를 수송, 호위하는 용도다. 그리고 병사들의 사기 진작… 일까.


"정말 장관이지 않습니까? 저런 기계가 중력을 거스르는 신비가 정립되기 전에 부터 존재했다는게 말이죠."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나는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고 살짝 고개를 숙여 적절한 예를 표했다.


"가면을 벗으니 정말 대단한 미소녀로군요, 마스터 네론그라시아."


얼굴에 아직 왜곡 마법이 적용되고 있다곤 하지만 맨 얼굴이 타인에게 노출되는건 반길만한 일이 아니었다.


"… 하이 마스터."


본래는 마스터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정식으로 미스틱 유니온의 하이 마스터가 된 청년, 네비앙이었다. 나는 재빨리 얼굴에 다시 가면을 썼고, 그는 하얀 얼굴에 희미하게 실망감을 드러내었다.


"무슨 일이죠? 아무리 마법사에게 전시자결권(戰時自決權)이 주어져 있다 하더라도 출정을 목전에 앞둔 지금, 당신이 있어야할 자리는 여기가 아닐텐데요."


"아, 무언가 잘못 알고 있는것 같은데- "


그렇게 말하며 하얗게 웃는 그의 모습은 마법사라기 보다는 차라리 성직자 같았다.

… 잠깐, 저 웃음을 어디서 본 듯한 기묘한 기시감이 문득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느낌은 느낌일 뿐이었고, 나는 그 기시감으로 부터 어떠한 결론도 도출해 낼 수 없었다.


"나는 이번 전쟁에 참여 하지 않습니다. 여황 폐하의 주변을 지키는 것이 내 주된 임무이지요."


"그렇… 군요."


유니온의 가장 강력한 마법사 중에 하나이자 지휘자인 그가 참전하지 않는다? 어딘가 수상쩍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납득은 가는 일이었다. 고위 마법사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너무나 뚜렷하므로 자세하고 일관된 지휘는 오히려 방해가 되며, 때문에 전시자결권이 주어져 있다. 즉, 마스터 급의 마법사에게 지휘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단지 전장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와 공격 대상이 필요할 뿐. 그리고 이번 전쟁에 투입되는 전력이 너무나도 엄청나기 때문에 뒤가 걱정된다.

그러니, 일개 개인에 불과하지만 강력한 전력을 지니고 있는 마법사가 한 명 황궁에 남아있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그는 그저 멀리 떨어져 있는 산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하늘에 떠있는 비공정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을 찾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부대 배속의 변동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부대 배속 변동…? 확실히 갑작스럽긴 하지만.


"고작 그 일을 당신이 직접, 말인가요?"


하이 마스터가 직접 전하기엔 너무나 하찮은 일이다. 그는 내 의아한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어깨를 으쓱 거리며 입을 열었다.


"뭐, 한가하니까요."


"…."


내 반응이 없자 네비앙은 입을 열어 변동된 내용을 알려주었다.


"듀카스텔 원정군 사령관, 에스카랸 공작으로부터 직접 하달된 명령입니다. 명령이 하달 되는 시점부터 마스터 네론그라시아는 사령관의 직속 마법사이자 부관으로 배속됩니다."


"뭐… 라구요?"


그런 명령이 하달 되었다고….


휘잉, 하고 가볍게 분 바람과 함께 말라 비틀어진 낙엽 한 조각이 발치에 와 머물렀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분 바람에 의해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두 조각으로 갈라져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나는 눈을 감으며 지금까지 희미한 안개 같기만 했던 추측을 확신으로 완성 시켰다.


레르그란트, 그는 내가 자신의 누이인 네네아리케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차린 것이다.


언제부터일까? 그와 사이가 안좋았을 무렵, 별 다른 구체적인 조치 없이 저택을 비우곤 했을때? 최근 흑색의 좌와 전투를 벌였을때? 아니면 그 사이? 머리속에 들어 있는 모든 기억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기억은 가도를 달리는 마차처럼 빠르고, 그 형상은 희미해서 나는 어떤 사건이 내 정체를 들통나게 한 유력한 용의자인지 특정할 수 없었다.


초조함과 불안이 뒤섞인 한숨을 내쉬려다 그것을 가까스로 인내하고, 흔들리려는 감정을 단단히 붙들어 매며 나는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직접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저는 이만- "


배속이 변경된 곳으로 가보겠다는 말을 하려는 참이었다.


"잠깐만요, 네론그라시아."


"… 제가 더 알아야 할 내용이 남아 있나요?"


그렇게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저 내 눈을 빤히 바라보는 채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의아한 기색으로 그를 마주보다가 이 기이한 침묵을 깨려고 막 입을 열려는 순간, 그가 말했다.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군요. 펠그로엘드가 처음 당신을 유니온으로 데려 왔을때가 생각나네요. 그땐 그저 작은 소년인줄만 알았는데."


나는 가면 안에서 눈가를 좁혔다.

그의 말이 맞다. 오래 된건지 아닌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네비앙이라는 남자를 알게 된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 뿐이다. 나는 언제나 가면을 쓴 허상이었고, 그 허상으로 개인적인 친분을 만든 기억은 없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죠?"


같은 마스터 급의 마법사. 그래, 그 뿐이었다. 그와 나의 관계는 완전히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는 내 세계에 한 번도 발을 들인적이 없으며 따라서 이런 개인적인 언급에 어울려야 할 이유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을 줄 곧 눈여겨 관찰해 오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펠그로엘드의 것을 받아들여 그것을 기반으로 구축한 신비, 유니온에 기록해 놓은 성취, 그 성취에서 엿볼 수 있는 논리의 정연함. 하지만 때로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균열 까지도요."


무슨 바보 같은 소릴…. 이런 말을 꺼내는 그의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게 목적이라면 이만 가보겠어요. 조금 있으면 사령정도 이륙 과정을 완료 할거에요."


한 동안 혼란스러움에 빠져 있다가 그렇게 말을 자르며 몸을 돌리려는 찰나, 나는 뒤에서 들려온 말에 걸음을 우뚝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기다려요, 네론그라시아! 아니, 에스카랸 영애!"


"당신…!"


나는 몸을 홱 돌리며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레르그란트와 달리, 그가 내 정체를 알게된 경로를 추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알몸으로 허허벌판에 내팽개쳐진듯한, 서글프면서도 불쾌한 기분이 물밀듯이 치밀어 올라왔다.


"어떻게 알았죠? 설마, 펠그로엘드가 알려주던가요? 그랬겠죠… 당신은 나보다도 그와 가까웠으니까."


그러나 그는 쓰게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어 내 말을 부정했다.


"여황 폐하께 들은 사실입니다. 그 분은 저를 굉장히 신뢰하거든요."


엘렌이…? 하지만-


"아니, 신뢰라는 표현은 좀 부적절한 것 같군요. 저는 폐하의 가장 쓸만한 도구랍니다. 도구에 신뢰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겠지요."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극도의 경계를 보이는 내게, 그는 방금과 똑같은 쓴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에스카랸 영애 만큼 능숙하지는 않지만, 저도 왜곡 마법은 어느정도 사용할 줄 압니다. 당신의 가면 만큼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저 역시도 일종의 가면을 쓰고 있었던거죠."


말을 마침고 동시에, 그에게서 퍼져나오는 희미한 마력 파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마력의 패턴은 외부로 향해 있지 않았고, 오직 그 자신만을 향해 있었다. 타인을 해하기 위한 마력 행사는 아니었다.


"…."


그리고 그의 마력 행사가 끝난 후 그의 머리카락은 색이 바랜 금발에서 황금을 녹여 그대로 입힌듯한 선명한 금발로 변해 있었다. 마치, 투명한 벌꿀처럼 달콤한 향기가 날 것 같은 저 머리카락은… 엘렌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작가의말

 * 연재 주기가 엉망이 되어 버렸군요 ㅠㅠ

 

 * 줄곧 저를 괴롭히던 문제는 어떻게 원만하게 해결 되었으나, 후폭풍이 참 오래가네요... 아직도 산산 조각난 멘탈이 복구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 요즘 참 힘드네요 ㅠㅠ

 

 * 어쨌든 시간적 여유는 많아 졌으니까. 8월 안에 이 글을 완결 짓는걸 가장 큰 목표로 정해야겠습니다. 겸사겸사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도 끝내고 ㅠㅠ

 

 * 아,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을 빼트렸군요 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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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9화] +9 15.11.21 1,417 36 13쪽
15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8화] +10 15.10.09 1,496 42 15쪽
15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7화] +6 15.07.13 1,664 47 21쪽
15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6화] +6 15.06.29 1,500 50 17쪽
15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5화] +8 15.05.28 2,090 50 26쪽
15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4화] +5 15.05.24 1,480 43 13쪽
15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3화] +10 15.05.20 1,515 44 12쪽
15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2화] +8 15.05.16 1,625 43 11쪽
15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1화] +9 15.04.22 1,713 41 20쪽
15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0화] +9 15.04.20 1,446 45 15쪽
15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9화] +14 15.03.03 2,220 51 21쪽
14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8화] +2 15.03.03 1,842 46 13쪽
14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7화] +10 15.02.17 1,641 49 11쪽
14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6화] +9 15.02.02 1,971 52 20쪽
14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5화] +13 15.01.23 1,753 55 15쪽
14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4화] +6 15.01.22 1,656 39 15쪽
14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3화] +10 15.01.08 1,805 52 22쪽
14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2화] +9 14.12.29 1,771 44 9쪽
14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1화] +1 14.12.29 1,474 38 18쪽
1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0화] +3 14.12.29 1,557 46 21쪽
14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9화] +8 14.11.26 1,767 57 22쪽
13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8화] +7 14.11.22 1,930 47 16쪽
13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7화] +9 14.11.08 2,229 50 26쪽
13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6화] +5 14.09.22 1,857 64 22쪽
13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5화] +8 14.09.03 1,851 57 22쪽
13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4화] +8 14.08.16 1,715 61 16쪽
13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3화] +1 14.08.16 2,059 56 18쪽
13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2화] +10 14.07.19 1,806 54 26쪽
13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1화] +8 14.07.08 2,186 51 11쪽
13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0화] +14 14.05.25 2,431 56 17쪽
1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9화] +14 14.04.21 2,482 58 15쪽
1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8화] +14 14.03.22 2,657 68 17쪽
1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7화] +2 14.03.22 2,467 54 14쪽
12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6화] +16 14.02.17 1,955 55 11쪽
12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5화] +11 14.02.15 2,444 62 17쪽
12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4화] +11 14.02.08 2,132 56 15쪽
12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3화] +17 14.01.16 2,215 68 23쪽
12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2화] +13 14.01.13 2,269 72 17쪽
12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1화] +16 14.01.06 2,234 67 17쪽
12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0화] +16 13.12.27 2,263 78 10쪽
12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9화] +16 13.12.13 2,039 62 16쪽
1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8화] +10 13.12.11 1,975 52 18쪽
11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7화] +14 13.11.30 2,406 68 11쪽
1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6화] +22 13.11.26 2,308 56 11쪽
1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5화] +14 13.11.24 2,552 66 11쪽
11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4화] +12 13.11.11 2,432 65 17쪽
1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3화] +17 13.10.08 3,172 91 20쪽
1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2화] +18 13.10.01 2,914 62 17쪽
1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1화] +16 13.09.10 4,234 74 24쪽
1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0화] +28 13.08.18 2,880 54 13쪽
1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9화] +14 13.08.14 3,189 65 24쪽
10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8화] +12 13.08.02 2,728 68 12쪽
10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7화] +24 13.07.29 2,779 65 19쪽
10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6화] +18 13.07.17 2,531 48 12쪽
10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5화] +10 13.07.10 2,876 63 12쪽
»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4화] +11 13.07.04 2,503 60 21쪽
10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3화] +14 13.06.18 2,666 58 23쪽
10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2화] +21 13.05.19 2,711 58 13쪽
10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1화] +13 13.05.15 2,852 79 30쪽
10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0화] +20 13.04.29 2,623 47 24쪽
10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9화] +10 13.04.15 3,127 59 18쪽
9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8화] +10 13.04.11 2,872 57 20쪽
9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7화] +16 13.04.09 2,809 54 21쪽
9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6화] +9 13.04.01 2,796 50 27쪽
9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5화] +11 13.03.19 2,707 61 31쪽
9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4화] +11 13.03.07 3,049 75 20쪽
9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3화] +12 13.02.24 2,868 57 21쪽
9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2화] +11 13.02.08 2,924 62 21쪽
9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1화] +13 13.01.15 3,383 77 17쪽
9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0화] +18 13.01.10 2,770 42 9쪽
9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9화] +2 13.01.10 2,627 40 14쪽
8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8화] +1 13.01.10 2,690 53 12쪽
8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7화] +16 13.01.06 2,817 52 17쪽
8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6화] +1 13.01.06 2,606 46 13쪽
8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5화] +8 12.12.22 2,845 56 14쪽
8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4화] +2 12.12.22 2,815 53 19쪽
8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3화] +14 12.12.09 2,840 58 21쪽
8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2화] +5 12.12.09 2,947 57 15쪽
8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1화] +16 12.11.27 2,927 53 17쪽
8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0화] +21 12.11.17 2,939 72 14쪽
8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9화] +14 12.11.10 3,051 58 20쪽
7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8화] +14 12.11.04 3,164 61 23쪽
7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7화] +18 12.10.14 2,907 45 19쪽
7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6화] +13 12.10.09 2,925 56 18쪽
7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5화] +11 12.09.25 3,347 51 16쪽
7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4화] +15 12.09.20 3,423 64 22쪽
7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3화] +15 12.09.02 3,139 62 12쪽
7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2화] +11 12.09.02 3,339 62 20쪽
7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1화] +14 12.08.22 4,036 49 19쪽
7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0화] +21 12.08.09 3,913 62 13쪽
7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9화] +17 12.08.09 3,618 49 15쪽
6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8화] +13 12.08.08 3,163 41 27쪽
6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7화] +13 12.08.01 3,434 51 15쪽
6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6화] +18 12.07.24 3,653 56 21쪽
6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5화] +23 12.07.13 3,941 70 13쪽
6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4화] +17 12.07.08 3,312 67 23쪽
6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3화] +18 12.06.30 3,993 71 12쪽
6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2화] +14 12.06.26 3,723 53 18쪽
6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1화] +10 12.06.24 3,780 59 11쪽
6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0화] +24 12.06.13 4,726 51 19쪽
6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9화] +30 12.06.07 3,918 67 12쪽
5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8화] +33 12.06.05 3,601 68 16쪽
5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7화] +7 12.06.05 3,583 73 21쪽
5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6화] +18 12.06.03 3,176 58 21쪽
5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5화] +19 12.05.31 3,370 65 14쪽
5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4화] +15 12.05.30 3,643 50 16쪽
5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3화] +19 12.05.29 3,362 47 19쪽
5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2화] +21 12.05.26 3,759 54 19쪽
5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1화] +9 12.05.25 3,601 65 8쪽
5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0화] +12 12.05.24 3,735 56 14쪽
5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9화] +11 12.05.23 3,607 66 10쪽
4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8화] +12 12.05.22 3,366 50 11쪽
4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7화] +12 12.05.21 3,477 67 13쪽
4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6화] +12 12.05.19 3,655 68 10쪽
4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5화] +10 12.05.18 3,343 67 14쪽
4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4화] +9 12.05.17 3,503 48 12쪽
4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3화] +21 12.05.16 3,457 61 12쪽
4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2화] +13 12.05.15 3,606 70 9쪽
4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1화] +11 12.05.14 3,530 61 22쪽
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0화] +15 12.05.12 3,850 71 14쪽
4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9화] +16 12.05.11 3,532 64 18쪽
3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8화] +19 12.05.10 3,870 70 22쪽
3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7화] +14 12.05.06 3,774 59 15쪽
3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6화] +15 12.04.30 3,919 72 28쪽
3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5화] +19 12.04.18 3,830 71 8쪽
3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4화] +7 12.04.18 3,897 70 13쪽
3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3화] +5 12.04.18 3,747 62 10쪽
3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2화] +37 12.04.12 3,873 55 15쪽
3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1화] +21 12.04.02 3,903 69 20쪽
3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0화] +15 12.03.27 4,187 71 24쪽
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9화] +12 12.03.26 4,245 64 20쪽
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8화] +12 12.03.18 4,171 80 17쪽
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7화] +14 12.03.14 4,261 75 10쪽
2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6화] +12 12.03.12 3,982 61 17쪽
2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5화] +15 12.03.08 4,033 60 15쪽
2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4화] +18 12.03.01 4,257 71 26쪽
2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3화] +17 12.02.27 3,994 69 24쪽
2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2화] +8 12.02.25 4,218 63 14쪽
2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1화] +9 12.02.22 4,239 59 18쪽
2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0화] +9 12.02.22 3,950 52 10쪽
2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9화] +4 12.02.22 4,219 65 13쪽
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8화] +16 12.02.19 4,468 51 10쪽
1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7화] +7 12.02.19 4,642 71 12쪽
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화] +18 12.02.15 4,888 86 12쪽
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화] +6 12.02.15 4,863 67 14쪽
15 내일 떠오른느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화] +5 12.02.15 4,392 62 9쪽
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화] +18 12.02.08 4,688 72 24쪽
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화] +3 12.02.08 4,829 83 16쪽
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화] +7 12.02.03 5,101 83 13쪽
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화] +4 12.02.03 5,344 79 11쪽
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화] +6 12.02.03 5,197 82 19쪽
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화] +6 12.02.01 5,532 74 16쪽
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화] +3 12.02.01 5,351 80 16쪽
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화] +6 12.01.29 5,696 86 14쪽
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화] +3 12.01.29 5,901 83 11쪽
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화] +7 12.01.27 7,031 106 18쪽
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화] +9 12.01.27 7,260 90 13쪽
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화] +9 12.01.21 8,600 108 15쪽
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화] +11 12.01.17 13,281 95 14쪽
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Prologue] +13 12.01.17 25,294 16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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