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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님의 서재입니다.

내일, 나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우울함
작품등록일 :
2012.11.17 03:45
최근연재일 :
2017.08.28 23:30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56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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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0
글자수 :
1,278,908

작성
12.12.09 02:48
조회
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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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21쪽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3화]

DUMMY






* * *





나는 젤리그의 손에 의해 크고 단단해 보이는 마차 안에 태워졌고, 내가 마차에 타자마자 마부는 말을 향해 채찍질을 했다. 마차는 곧 빠르게 어딘가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마차 내부를 둘러보니,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시녀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이제부터 저희가 아가씨를 모시겠습니다. 창 밖은 보실 생각하지 마시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기사 분들이 아가씨를 안전한 곳으로 모셔드릴 겁니다."


시녀 두 명중 나이가 좀 더 많아 보이는 여자가 내게 그렇게 말했다. 언뜻 본 기억이 있는 그 얼굴은 분명… 주로 간단한 서류정리 따위의 일을 하던 여자였다. 그 일은 저택내 시녀들 사이에선 높다면 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자가 맡던 일로 알고 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 나를 안심시키려는게 목적인듯 싶지만, 그렇게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봐야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나는 불안감을 느끼며 그녀에게 물었다.


"테오렐은?"


"집사 님은 아가씨가 마차를 타고 저택을 나가는것까지 보고 난 뒤 피신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랫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는 그리 안전하지 않은 길을 택한것 같다.


"레르그란트는?"


조금 주저하다가 레르그란트의 행방까지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 질문을 들은 그녀는 레르그란트라는 이름이 무슨 주문이 되기라도 하는듯, 조금 진정이 된 한숨을 내쉬었다.


"공작님께서는 가문의 기사들을 이끌고 글로리아뎀으로 가셨습니다."


이름만으로도 시녀가 적잖이 안심할 정도로, 레르그란트에 대한 가문 내 사람들의 신뢰가 대단한 모양이다. 나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항이니 조금 신기한 기분마저 들었다.

고작 이름만으로 신뢰를 주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잠시 마차 안을 조금 더 둘러보았다.


평소와 달리 마차 안은 여러가지 물건들이 지저분하게 들어차 있었는데, 눈 앞에 있는 이 두 명의 시녀가 저택에서 대피하며 급히 챙겨온 것들인듯 했다. 그것들을 대강 둘러보니 주로 값비싼 귀중품 따위로, 딱히 내가 신경쓸만한 물건은 없었다.


"…."


나는 여전히 불안한 기분을 억누르지 못한채 마차의 창문에 달려 있는 자그마한 커튼을 걷어 밖을 바라보았다.


시녀 한 명이 기겁해서 외쳤다.


"아가씨, 위험합니다!"


그녀의 만류를 무시하며 나는 재빨리 마차 밖의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마차의 옆에선 말을 탄 기사가 함께 달리고 있었는데, 인적이 드문 길을 골라 가는듯 흘러가는 배경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창 밖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시녀들에게 물었다.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자, 잘은 모르겠습니다. 점심이 조금 지난 뒤 저택이 소란스러워 지는가 싶더니 공작님께서 가문에 있는 모든 기사들을 이끌고 급히 글로리아뎀으로 가셨습니다."


또다른 시녀가 덧붙였다.


"글로리아뎀으로 향하시며 아가씨를 북쪽에 있는 비밀 별장으로 모시라는 명령을 남기셨습니다."


… 상당히 갑작스런 습격이란 말이지.


규모는 커졌지만, 저번과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리스테야의 외곽을 지키는 수도 방위군의 경계를 순식간에 무효화 시키고 단번에 시가지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강력한 마법외에 상황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다른 수단은 알지 못한다. 현대에 존재하는 어떠한 비(非) 마법적 전술 병기도 이런 심각한 사태를 만들어 낼 수 없다.


펠그로엘드가 직접 오기라도 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창 밖으로 언뜻 이리스테야 시가지의 풍경이 스치고 지나갔다. 길을 지나며 좁은 골목으로 살짝 보였던 광경이었는데, 상황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모양이었다.


잠깐 목격했던 그 광경은 광장 바닥에 적잖은 시체들이 피를 뿌린채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살아있는 이리스테야의 시민을 싸늘한 시체로 만든 장본인인 진정한 살해자들의 마법사와 그들이 지휘하고 있는 마물들의 모습도 언뜻 보였었던것 같다.


"아…."


뭔가, 현실적이지 못한 풍경을 본 것 같다.


커다란 분수대가 중앙에 있는 거대한 광장에,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환하게 웃으며 노닐던 모습.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부푼 꿈을 안고 성장하던 어린 아이들, 언제나 활기찬 상인들…. 절대로 깨질 수 없을것만 같던 광경들이 이렇게 허망하게 허물어져 버리다니.


분쟁이 끊이질 않는 전란의 시대이지만 히로이얀은 거대한 역사와 영광을 지닌 굳건한 제국이며 그 수도인 이리스테야는 밤과 낮을 구분하지 않고 찬란히 빛나왔다.


마스터 네론그라시아로써 참혹한 전장의 모습을 적잖게 보아왔지만 이리스테야에 머물고 있는 평화만큼은 결코 깨트릴 수 없는 것이라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생각해왔다.


"말도 안돼."


거기다 두 번씩이나 수도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을 허용하다니….

당장 이 한심한 마차를 박차고 나가 이미 깨져버린 평화를 되돌리는데 일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속에서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목숨을 잃었다.


"아가씨, 보셔서 전혀 좋을게 없는 광경입니다."


결국 나이 든 시녀가 다시금 커튼을 치며 나를 제지하고 나섰다. 그다지 강하지 않은 힘이었지만, 몸이 상당히 쇠약해져있는 나는 그런 간단한 제지조차 항거할 수 없었다.


"얼굴이 많이 창백하시네요. 약이 필요하다면 말씀해주세요. 평소 아가씨가 자주 드시던 약을 많이 챙겨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시녀가 내 얼굴을 보더니, 자신의 가방을 열며 그렇게 말했다. 가방 안에는 하얀 약봉지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계속 두통으로 시달리고 있던 나로선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그럼 우선 진통제를 줘."


내 말이 끝나자마자 가방 안을 뒤지는 시녀의 얼굴이 다소 어둡게 변해 있었다.


각종 병마에 익숙해지며 고통을 인내하며 그런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데엔 익숙했지만 그것은 진통제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모두 허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시녀가 건넨 진통제들을 물도 없이 급히 삼켰다.

그 중 몇개는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약이었기에 효과는 거의 그 즉시 나타났다. 머리가 깨질것 같은 고통이 서서히 사라지고, 허벅지가 간질거리는 미묘한 고양감이 정신을 무디게 만들었다.


"하아…."


날카롭게 곤두서있던 감각이 마치 따뜻한 물에 넣어진 얼음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리는것 같았다.





* * *





… 몸이 쇠약해져 있던 데다가 강한 마약 성분이 든 약을 여러알 복용했더니 거의 기절과도 같은 잠에 취해 있던 모양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여전히 마차 안이었다. 잠이 들기전 보았던 광경과 달라진 점은 밤이 되어 어두워 졌다는 것 뿐이었다.


덜컹, 덜컹-


이리스테야의 거리를 규정된 속도 이상으로 달렸던 마차도 어느새 안정감을 되찾아 있었다. 낮에는 꽤 심하게 흔들렸었지만 기본적으로 승차감을 좋게 하기 위해 많은 재화를 들여 만들어진 튼튼한 마차인 만큼 지금은 느껴지는 흔들림이 적었다.


"여긴 어디쯤이지…?"


목소리가 잔뜩 갈라져 듣기 싫은 소리가 나왔다. 매마른 목에서 목소리를 내려하다보니 기침까지 나왔다.


"콜록, 콜록."


"아… 일어나셨군요 아가씨. 목이 마르신거 같은데 일단 물부터 좀 드세요."


어둠속에서, 시녀가 자그마한 컵을 건네주었다. 나는 마차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그것을 찾아 손에 쥐었다. 매끄러운 유리 표면과 꽤 시원한 물의 온도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왔다.


나는 목마름이라는 감각을 느끼지는 않으므로, 그것을 최대한 천천히 마셨다.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세요 아가씨.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으응."


잠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약 성분이 몸에 남아있는듯, 마치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정신이 또렷하지 않다.


덜컹, 덜컹-


나는 가만히 숨을 죽인채 마차의 비주기적인 흔들림을 느끼고 있다가 나오지 않으려는 목소리를 억지로 내어 입을 열었다.


"저택 사람들은 모두 무사히 도망쳤어?"


"네, 무사합니다."


내 질문에 대답을 해준 것은 나이가 많은 시녀 쪽이었다. 찰나이긴 했지만 어쩐지 우물쭈물 거리는 기색이 있었던것 같은데… 거짓말이로군.

하아,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두꺼운 커튼이 걷어져 있는 채였다.


이리스테야에서 상당히 많이 벗어난 모양인지 주변은 조용했고 창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역시 무척이나 고요해 보였다.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밤 하늘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저택에 있는 사람들과 말도 제대로 섞어본 적 없지만 내 중얼거림은 진심이었다.


정상적이지 못한, 극도로 좁은 인간 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로선 말 한 번 섞어보지 않은 저택 사람들이라고 해도 꽤 가깝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름들은 잘 모르지만… 매일 보던 얼굴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볼 수 있었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두, 무사합니다."


이번에 내 중얼거림에 응한 것은 젊은 시녀쪽이었는데 목소리가 안쓰러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어쩌면… 어둠속이란 것을 핑계로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떻게 들어도 거짓말이라는게 분명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거짓말이긴 하지만 실상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그녀의 바람일 뿐이니까.


"…."


거의 다 왔다는건 빈말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마차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곧 완전히 정지했다. 그리고 얼마 뒤, 누군가가 마차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싸늘한 밤바람이 마차 안으로 파고 들어와 나는 어깨를 떨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해두었는지, 그 즉시 시녀 중 한 명이 내 어깨에 큰 숄을 둘러 주었다.


"별장에 도착했습니다, 아가씨. 이제 내리시지요."


나는 내게로 내밀어진 기사의 손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렸다. 몸이 상당히 쇠약해져 있어서 고작 한 걸음을 내딛는데도 꽤 힘이 들었다.


마차에서 내린 후, 나는 별장을 주목했다.


덩쿨이 우거진 정원과 두꺼운 철창으로 된 문이 왠지 답답하게 보인다. 전체적으로 약간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꽤 마음에 들었다. '비밀' 별장 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쓸데없는 화려함이 없는 까닭이었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아마 만약을 위해 준비해 둔 곳이겠지. 그리고 바로 지금, 그 준비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일테고.


"밤 바람이 차갑습니다. 빨리 들어가시지요."


여기까지 날 안전하게 호위해 데려온 기사… 이름이 젤리그 라고 했었지.


나는 잠들어 있어서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순탄한 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희미한 달빛을 받아 은은한 은빛으로 빛나는 그의 갑옷엔 검게 굳은 피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나는 저택으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 그를 돌아보며 가볍게 인사했다.


"고마워요, 젤리그."


내게서 감사 인사를 받은게 상당히 뜻밖이었을까, 그는 놀란듯 잠시 눈을 크게 치켜뜨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저는 공작님의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 뭐, 그러시겠지.





* * *





저택에는 당연히 못미치는 수준이었지만 별장의 내부는 꽤 아늑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음산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와보니 꽤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바닥엔 부드럽고 두터운 융단에 창가 옆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흔들의자, 그리고 벽에는 커다란 벽난로가 들어서 있었다.

겨울에 이용할 것까지 염두해 둔 모양이지….


멍하니 벽난로 쪽을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시녀들이 들어와 마차에 실려 있던 짐을 분주하게 옮기기 시작했다.


곧 물건을 옮기는 작업이 끝나고, 시녀 한 명이 계속 몸을 떠는 나를 위해 벽난로에 불을 붙여주었다.


아직 가을인데도 불구하고 오한이 들어 몸이 싸늘했다. 결국 나는 따뜻한 물로 가벼운 목욕을 마치고 나와 벽난로 옆에 흔들 의자를 가져다 두고 앉아 불을 쬐었다.


사실… 이렇게 여유롭게 있을 시간은 없는데.


빨리 이리스테야로 돌아가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하지…. 또한, 피치못할 사정으로 저택에서 피신하긴 했지만 레르그란트가 내게 내린 근신 처분은 여전히 유효했다.


적어도 레르그란트가 이 별장에 방문하기 전까지, 나는 시녀들과 기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이곳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아가씨, 머리를 빗겨 드릴까요?"


"으응."


나는 무릎 위의 부드러운 담요를 목까지 끌어올리며 희미하게 대답했다. 시녀는 곧 빗을 이용해 내 머리카락을 빗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나는 조금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또다시 잠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다.


… 아, 그러면 안되지.

나는 억지로 잠을 쫓으며 따뜻한 불꽃이 넘실거리고 있는 벽난로 안을 바라보았다. 스스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 그렇기에 나는 생각에 매달려야 한다.


실천 없는 생각은 죽은 것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


시녀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나는 스스로의 사고 속으로 침잠했다.


이리스테야를 향한 진정한 살해자들의 습격….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던 펠그로엘드의 선전 포고가 이제는 그냥 미친 소리만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무려 히로이얀 제국의 수도인 이리스테야를 두 번씩이나 급습할 정도의 전력이라니,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진정한 살해자들이라는 단체는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아직까지도 내가 그들과 직접적으로 마주친 일이 없었네. 심지어 로제랑도 그들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었는데.


"후우."


나는 한숨을 쉬며 가슴 아래로 흘러내렸던 담요를 다시 끌어올렸다.


도대체 펠그로엘드는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걸까. 그는 언젠가 나에게로 편지를 보내,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거란 얘길 하긴 했지만…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나 평화를 바래왔던 그가 이렇게 바뀔 수 있었던 것일까…. 뭐,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긴 하지만. 나 역시 변하긴 마찬가지잖아.


그것보다 최근들어 에스카랸 공작가의 장녀로써의 나와 유니온의 마스터로써의 내가 양립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 슬슬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그때였다.

조용하기만 하던 별장 내부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꺼운 창문 뒤로 말의 투레질 소리가 들리고 나즈막 하면서도 힘찬 기사들의 목소리도 그 사이에 섞여 있는것 같았다.

설마 이곳까지도 그리 안전하지는 않은건가.


다시 한 번 이런 피난을 체험해야 한다면 정말 힘들것 같다.


그런 부정적인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별장의 정문이 열렸다. 벽난로 덕분에 감돌고 있던 내부의 온기에 찬 외부의 공기가 유입되자 별장 내부엔 가벼운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칠 무렵, 나는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레르그란트가 안으로 걸음을 내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어쩐지 급한 눈빛으로 별장 안을 훑어보는가 싶더니 나를 발견하고 나자, 내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레르그란트는 나를 향해 똑바로 걸어오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던 시녀들은 허리를 숙이며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내 머리를 빗어주고 있던 시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 레르그란트가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와 있다.

상당히 급하게 온 모양인지 이마엔 땀이 흥건해 있었고 여전히 숨은 거칠었다. 얼굴도 벌겋게 상기된 것이 쉬지 않고 이 별장으로 달려온듯 싶었다.


이리스테야가 그렇게 대대적으로 습격 받은 만큼 공작인 레르그란트가 할 일이 무척 많았을 텐데…. 설마 벌써 상황이 모두 정리된건 아닐테고.


머리속에 떠오르는 의문은 여러가지 였지만, 단 한개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어떤 말이든 입 밖으로 내뱉고 나면 그와 나 사이에 무척이나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것 같아서 였다. 그리고 그것은 레르그란트도 마찬가지였는지, 우리는 꽤 한참동안이나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사, 하셨, 었군요."


먼저 입을 연것은 레르그란트였다. 아직까지도 숨이 진정되지 않았는지, 그의 말 사이엔 짙은 결락이 있었다.


"응, 덕분에."


내 대답과 함께 그의 얼굴에 아주 잠깐동안 안도감이 스쳐가는 광경을, 나는 다소 비참한 기분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그는 공작으로써의 자신의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내 안위를 확인하려 일부러 이리스테야서 상당히 먼 곳에 떨어진 이 비밀 별장으로 달려온 것이 틀림 없었다. 그리고 그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레르그란트는 금방 발걸음을 다시 바깥으로 돌리려 했다.


"무사 하신걸 확인했으니 됐습니다. 저는 다시 돌아가 봐야겠군요."


벌써…?


"자, 잠깐!"


나는 급하게 그를 붙잡았다. 곧 레르그란트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무슨 일입니까?"


다시 뒤를 돌아보는 그의 얼굴이 무뚝뚝하기 그지 없다. 나는 갑자기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다친 곳은 없니?"


말해놓고 보니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나는 그를 죽이려 했었는데… 이제와서 몸의 안위를 묻는 꼴이라니, 레르그란트가 나를 크게 비웃어도 할 말이 없을테지. 하지만 레르그란트는 그러한 내 모순을 비웃지않고 진지한 얼굴로 내 질문에 답해주었다.


"괜찮습니다."


"여기까지 발걸음을 한 것은… 굳이 내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니?"


그는 푸른 눈동자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잠시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였다.


"… 그렇습니다. 어떤 일이든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하니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에스카랸 공작인 레르그란트의 힘이 필요한 지금의 상황에서 굳이 직접 와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떠올린 뒤, 나는 곧 스스로를 비웃고 말았다.


뭘 이렇게 모르는 척 하고 있는걸까…. 레르그란트에게 있어서 나는 사랑하는 여자다. 직접 안위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일이겠지.


… 비참하구나.

이 상황에서 레르그란트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이리스테야의 상황은 어때?"


비참함이야 어쨌든 레르그란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얻어야 한다. 바쁜 사람을 귀찮게 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지.


"…."


레르그란트는 내게 대답을 해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이었지만 말해주어도 상관 없겠다고 판단한 모양인듯 조금 퉁명스러운 목소리였지만 대답을 해주었다.


"미스틱 유니온의 전 하이 마스터가 이끌고 있는 자들이 이리스테야에 몰래 잠입해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아마, 얼마전의 선전 포고가 그저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겠죠. 아주 엉망 진창입니다."


역시 펠그로엘드가 직접 왔었던건가….


"지금은 괜찮아?"


그는 고개를 양 옆으로 저었다.


"이리스테야는 무척 크고 넓은 도시인 만큼, 몸을 숨길 곳이 많습니다.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도시 곳곳에선 몸을 숨겼던 마법사들과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겁니다. 솔직히 말해… 상황이 무척 심각 합니다. 그러니 누님은 당분간 이리스테야로 돌아오시지 않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아, 그건…!"


내가 막 그 말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려는 찰나, 레르그란트의 얼굴이 싸늘하게 얼어 붙었다. 그는 아버지의 눈과 비슷한 푸른 눈으로 나를 차갑게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누님에게 의견을 내세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거기다 저는 누님에게 내린 근신 처분을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누님은 얌전히 이곳에 계십시오."


… 반론은 절대로 용서치 않을 분위기다.


레르그란트가 내뿜는 사나운 공기에 별장 내부의 분위기가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 별장 안은 시녀들은 물론 기사들까지 잠시 숨을 멈추고 있는것처럼 고요해졌다.


그는 한참동안이나 나를 노려보고 있다가 결국 그 침묵을 깨트렸다.


"알아들으셨으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등을 돌려 별장을 나가려는 레르그란트를, 나는 다시 한 번 붙잡았다.


"레르그란트… 너는 내가 밉지 않니?"


그대로 내 질문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갈줄 알았지만 레르그란트는 다시 한 번 걸음을 멈춰 주었다. 그는 여전히 등을 돌린채 먗 초간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들릴듯 말듯한 희미한 목소리로 어떤 말을 중얼거리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곧, 다시 한 번 문이 열리고 싸늘한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간질였다.


사라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끝까지 보고 나서, 나는 눈을 감으며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푹신한 솜이 내 몸을 부드럽게 받혀주긴 했지만… 나는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지금껏 단 한번도 진심으로 누님을 미워해 본적은 없습니다' 라니….







작가의말

 * 오랜만에 연참!


 * 기말고사가 바로 다음주네요 ㅋㅋ 망할... ㅠㅠ


 * 봐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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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4

  • 작성자
    Lv.14 우울함
    작성일
    12.12.09 02:48
    No. 1

    마음속소원 님 : 넵 멘붕... ㅠㅠ
    너땜쉬 님 : ㄷㄷ..;;
    사는게뭘까 님 : 그렇습니다. 아쉽게도... 찔리진 않았습니다 ㅠㅠ
    Stellar 별 님 : 그렇죠... 네네아리케의 힘은 0... ㅠㅠ
    GoodSpeed 님 : 너무 갑작스런 전개였나요 ㅋㅋ
    오폴 님 : 조금 있으면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릅니다 ㅋㅋ
    머라카노 님 :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아름답게 사는 세상도 나올겁니다(..)
    殺人探偵 님 : 전개가 이리튀고 저리튀고 있습니다 ㅋㅋ
    이거한잔 님 : 멘붕이 느껴집니다 ㅋㅋ
    셸a 님 : 멘붕이야기★... 정말 괜찮은데요?
    LunarDusk 님 : 네, 찌른다고 죽을 녀석은 아니지요... ㅠㅠ
    슈크림빵이 님 :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죠 ㅠㅠ
    아힌Ahin 님 : ㄷㄷ;;
    devilcow 님 : 밝은 네네도 언젠가는... 보실수 있게 될겁니다. 아마도... 말이죠 ㅋㅋ
    희곡 님 : 영원으로 가는 문도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되는데 말이죠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Stellar별
    작성일
    12.12.09 02:54
    No. 2

    흐아 갈수록 두근두근....!!!!>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암살의천사
    작성일
    12.12.09 03:15
    No. 3

    그렇지요 다음주! 이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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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1 사는게뭘까
    작성일
    12.12.09 03:26
    No. 4

    이제 슬슬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일때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음속소원
    작성일
    12.12.09 07:51
    No. 5

    진정한살해자들 음의 기운을 이용? 할거같은데 흑룡이 나와주려나 헤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殺人探偵
    작성일
    12.12.09 09:43
    No. 6

    아아 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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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2 쵸코코칩
    작성일
    12.12.09 09:57
    No. 7

    이제 슬슬 결말을 향해 다가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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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kazema
    작성일
    12.12.09 12:07
    No. 8

    웬지 엉망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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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 쓴커피
    작성일
    12.12.09 12:51
    No. 9

    별장에 갇힌 새장속새같은 아가씨와 전장에서 활악하는 마법사와의 괴리.. 전 네론그라시아 쪽의 모믄이 더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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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47 wolfbee
    작성일
    12.12.09 18:47
    No. 10

    네네가 가만히 별장에만 있을리는 없겠고...
    어떻게 돌아가려나요?

    감사히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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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 LunarDus..
    작성일
    12.12.09 22:32
    No. 11

    네네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팰그로영감을 만나러 가겠네요 예전에 펠그로영감이 유니온 떠나기전에 네네에게 내게로 오게 되어있다고 말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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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 LunarDus..
    작성일
    12.12.09 22:36
    No. 12

    네네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팰그로영감을 만나러 가겠네요 예전에 펠그로영감이 유니온 떠나기전에 네네에게 내게로 오게 되어있다고 말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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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3 아힌Ahin
    작성일
    12.12.10 17:25
    No. 13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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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1 드아르나크
    작성일
    12.12.14 15:07
    No. 14

    레르그란트의 미워한적 없다는 말이 다음 행동의 키워드가 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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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7화] +19 17.04.23 711 25 15쪽
16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6화] +13 16.08.22 1,319 28 11쪽
16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5화] +6 16.05.24 1,323 34 22쪽
16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4화] +6 16.05.22 1,304 23 14쪽
16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3화] +11 16.05.09 1,304 24 15쪽
16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2화] +8 16.02.10 1,348 34 9쪽
16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1화] +9 16.02.04 1,327 34 17쪽
16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0화] +10 15.12.25 1,327 36 23쪽
16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9화] +9 15.11.21 1,417 36 13쪽
15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8화] +10 15.10.09 1,496 42 15쪽
15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7화] +6 15.07.13 1,663 47 21쪽
15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6화] +6 15.06.29 1,500 50 17쪽
15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5화] +8 15.05.28 2,090 50 26쪽
15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4화] +5 15.05.24 1,480 43 13쪽
15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3화] +10 15.05.20 1,515 44 12쪽
15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2화] +8 15.05.16 1,625 43 11쪽
15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1화] +9 15.04.22 1,713 41 20쪽
15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0화] +9 15.04.20 1,446 45 15쪽
15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9화] +14 15.03.03 2,220 51 21쪽
14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8화] +2 15.03.03 1,842 46 13쪽
14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7화] +10 15.02.17 1,641 49 11쪽
14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6화] +9 15.02.02 1,971 52 20쪽
14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5화] +13 15.01.23 1,753 55 15쪽
14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4화] +6 15.01.22 1,656 39 15쪽
14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3화] +10 15.01.08 1,805 52 22쪽
14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2화] +9 14.12.29 1,771 44 9쪽
14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1화] +1 14.12.29 1,474 38 18쪽
1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0화] +3 14.12.29 1,557 46 21쪽
14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9화] +8 14.11.26 1,767 57 22쪽
13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8화] +7 14.11.22 1,930 47 16쪽
13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7화] +9 14.11.08 2,229 50 26쪽
13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6화] +5 14.09.22 1,857 64 22쪽
13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5화] +8 14.09.03 1,851 57 22쪽
13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4화] +8 14.08.16 1,715 61 16쪽
13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3화] +1 14.08.16 2,059 56 18쪽
13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2화] +10 14.07.19 1,806 54 26쪽
13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1화] +8 14.07.08 2,186 51 11쪽
13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0화] +14 14.05.25 2,431 56 17쪽
1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9화] +14 14.04.21 2,482 58 15쪽
1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8화] +14 14.03.22 2,657 68 17쪽
1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7화] +2 14.03.22 2,467 54 14쪽
12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6화] +16 14.02.17 1,955 55 11쪽
12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5화] +11 14.02.15 2,443 62 17쪽
12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4화] +11 14.02.08 2,132 56 15쪽
12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3화] +17 14.01.16 2,215 68 23쪽
12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2화] +13 14.01.13 2,269 72 17쪽
12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1화] +16 14.01.06 2,234 67 17쪽
12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0화] +16 13.12.27 2,263 78 10쪽
12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9화] +16 13.12.13 2,039 62 16쪽
1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8화] +10 13.12.11 1,975 52 18쪽
11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7화] +14 13.11.30 2,406 68 11쪽
1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6화] +22 13.11.26 2,308 56 11쪽
1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5화] +14 13.11.24 2,552 66 11쪽
11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4화] +12 13.11.11 2,432 65 17쪽
1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3화] +17 13.10.08 3,172 91 20쪽
1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2화] +18 13.10.01 2,914 62 17쪽
1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1화] +16 13.09.10 4,234 74 24쪽
1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0화] +28 13.08.18 2,880 54 13쪽
1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9화] +14 13.08.14 3,189 65 24쪽
10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8화] +12 13.08.02 2,728 68 12쪽
10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7화] +24 13.07.29 2,779 65 19쪽
10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6화] +18 13.07.17 2,531 48 12쪽
10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5화] +10 13.07.10 2,876 63 12쪽
10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4화] +11 13.07.04 2,502 60 21쪽
10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3화] +14 13.06.18 2,665 58 23쪽
10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2화] +21 13.05.19 2,711 58 13쪽
10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1화] +13 13.05.15 2,852 79 30쪽
10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0화] +20 13.04.29 2,623 47 24쪽
10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9화] +10 13.04.15 3,127 59 18쪽
9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8화] +10 13.04.11 2,872 57 20쪽
9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7화] +16 13.04.09 2,809 54 21쪽
9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6화] +9 13.04.01 2,796 50 27쪽
9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5화] +11 13.03.19 2,707 61 31쪽
9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4화] +11 13.03.07 3,049 75 20쪽
9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3화] +12 13.02.24 2,868 57 21쪽
9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2화] +11 13.02.08 2,924 62 21쪽
9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1화] +13 13.01.15 3,383 77 17쪽
9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0화] +18 13.01.10 2,769 42 9쪽
9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9화] +2 13.01.10 2,627 40 14쪽
8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8화] +1 13.01.10 2,690 53 12쪽
8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7화] +16 13.01.06 2,817 52 17쪽
8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6화] +1 13.01.06 2,606 46 13쪽
8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5화] +8 12.12.22 2,845 56 14쪽
8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4화] +2 12.12.22 2,815 53 19쪽
»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3화] +14 12.12.09 2,839 58 21쪽
8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2화] +5 12.12.09 2,947 57 15쪽
8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1화] +16 12.11.27 2,927 53 17쪽
8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0화] +21 12.11.17 2,939 72 14쪽
8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9화] +14 12.11.10 3,051 58 20쪽
7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8화] +14 12.11.04 3,164 61 23쪽
7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7화] +18 12.10.14 2,907 45 19쪽
7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6화] +13 12.10.09 2,925 56 18쪽
7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5화] +11 12.09.25 3,347 51 16쪽
7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4화] +15 12.09.20 3,423 64 22쪽
7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3화] +15 12.09.02 3,139 62 12쪽
7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2화] +11 12.09.02 3,339 62 20쪽
7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1화] +14 12.08.22 4,036 49 19쪽
7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0화] +21 12.08.09 3,913 62 13쪽
7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9화] +17 12.08.09 3,618 49 15쪽
6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8화] +13 12.08.08 3,163 41 27쪽
6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7화] +13 12.08.01 3,434 51 15쪽
6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6화] +18 12.07.24 3,653 56 21쪽
6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5화] +23 12.07.13 3,941 70 13쪽
6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4화] +17 12.07.08 3,312 67 23쪽
6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3화] +18 12.06.30 3,993 71 12쪽
6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2화] +14 12.06.26 3,723 53 18쪽
6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1화] +10 12.06.24 3,780 59 11쪽
6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0화] +24 12.06.13 4,726 51 19쪽
6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9화] +30 12.06.07 3,918 67 12쪽
5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8화] +33 12.06.05 3,601 68 16쪽
5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7화] +7 12.06.05 3,583 73 21쪽
5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6화] +18 12.06.03 3,176 58 21쪽
5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5화] +19 12.05.31 3,370 65 14쪽
5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4화] +15 12.05.30 3,643 50 16쪽
5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3화] +19 12.05.29 3,362 47 19쪽
5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2화] +21 12.05.26 3,759 54 19쪽
5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1화] +9 12.05.25 3,601 65 8쪽
5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0화] +12 12.05.24 3,735 56 14쪽
5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9화] +11 12.05.23 3,607 66 10쪽
4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8화] +12 12.05.22 3,366 50 11쪽
4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7화] +12 12.05.21 3,477 67 13쪽
4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6화] +12 12.05.19 3,655 68 10쪽
4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5화] +10 12.05.18 3,343 67 14쪽
4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4화] +9 12.05.17 3,503 48 12쪽
4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3화] +21 12.05.16 3,457 61 12쪽
4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2화] +13 12.05.15 3,606 70 9쪽
4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1화] +11 12.05.14 3,530 61 22쪽
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0화] +15 12.05.12 3,850 71 14쪽
4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9화] +16 12.05.11 3,532 64 18쪽
3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8화] +19 12.05.10 3,870 70 22쪽
3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7화] +14 12.05.06 3,774 59 15쪽
3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6화] +15 12.04.30 3,919 72 28쪽
3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5화] +19 12.04.18 3,830 71 8쪽
3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4화] +7 12.04.18 3,897 70 13쪽
3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3화] +5 12.04.18 3,747 62 10쪽
3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2화] +37 12.04.12 3,873 55 15쪽
3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1화] +21 12.04.02 3,903 69 20쪽
3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0화] +15 12.03.27 4,187 71 24쪽
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9화] +12 12.03.26 4,245 64 20쪽
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8화] +12 12.03.18 4,171 80 17쪽
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7화] +14 12.03.14 4,261 75 10쪽
2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6화] +12 12.03.12 3,982 61 17쪽
2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5화] +15 12.03.08 4,033 60 15쪽
2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4화] +18 12.03.01 4,257 71 26쪽
2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3화] +17 12.02.27 3,994 69 24쪽
2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2화] +8 12.02.25 4,218 63 14쪽
2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1화] +9 12.02.22 4,239 59 18쪽
2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0화] +9 12.02.22 3,950 52 10쪽
2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9화] +4 12.02.22 4,219 65 13쪽
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8화] +16 12.02.19 4,468 51 10쪽
1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7화] +7 12.02.19 4,642 71 12쪽
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화] +18 12.02.15 4,888 86 12쪽
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화] +6 12.02.15 4,863 67 14쪽
15 내일 떠오른느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화] +5 12.02.15 4,392 62 9쪽
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화] +18 12.02.08 4,688 72 24쪽
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화] +3 12.02.08 4,829 83 16쪽
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화] +7 12.02.03 5,101 83 13쪽
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화] +4 12.02.03 5,344 79 11쪽
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화] +6 12.02.03 5,197 82 19쪽
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화] +6 12.02.01 5,532 74 16쪽
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화] +3 12.02.01 5,351 80 16쪽
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화] +6 12.01.29 5,696 86 14쪽
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화] +3 12.01.29 5,901 83 11쪽
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화] +7 12.01.27 7,031 106 18쪽
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화] +9 12.01.27 7,260 90 13쪽
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화] +9 12.01.21 8,599 108 15쪽
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화] +11 12.01.17 13,281 95 14쪽
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Prologue] +13 12.01.17 25,294 16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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