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2화]
* * *
"왜 그 사이에 끼어든거지? 내가 그깟 마법 하나 못 막을줄 알았나?"
헤카트니와 검을 맞대고 있긴 했었지만 사실 마법으로조차 분류 되지 못하는 간단한 마력 탄환 하나를 막지 못하지는 않았겠지. 내가 가장 걱정했던 사실은 에벨타르테가 그 전투에 개입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하지만 여기선 침묵을 지키고 있는게 좋을것 같다. 괜한 변명은 화를 키울 수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내가 누운 침대 옆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레르그란트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다시 한 번 깨닫는 사실이지만 이 녀석의 화난 모습은 정말 무섭다.
"너는 언제나…!"
나를 부를때 항상 입에 올리는 '누님' 이라는 경칭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 호칭과 깍듯한 태도는 어디까지나 대귀족가에서 지켜야할 건조한 예의에 기계적으로 맞추어져 있었던것 뿐이니까. 따라서 나는 거기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레르그란트 역시 나를 대하는 그 태도에 별 다른 의미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격식이 없는 이 모습이 레르그란트의 진심이겠지. 이 녀석의 머리속에서, 나는 누나가 아니라 그냥 네네아리케 일 것이다.
아무런 대꾸 없이 천천히 눈 꺼플을 깜빡이며 한 동안 그의 분노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여전히 마음이 편치는 않은 모양이지만 그 분노가 어느정도 해소가 되기는 한 모양인지, 레르그란트는 한참 동안이나 내게 독설을 쏟아붓다가 이내 길게 한숨을 쉬었다.
분노가 사라지자 긴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것은 깊은 걱정의 빛이었다.
"그만 하도록 하죠. 더 이상 이야기 해봤자 소용 없을것 같으니까요. 하여간 쉬십시오. 가문의 기사를 몇 붙여 두겠습니다."
"하지만- "
묻고 싶은게 많았다. 모처럼 반가운 듀카스텔의 제안을 그렇게 모욕적인 방법으로 걷어 차 버린점, 헤카트니를 대할 때의 혈기 넘치는 어린애 같았던 이상한 태도, 그의 머리 속에만 들어 있는 앞으로의 계획 등.
"쉬라면, 쉬어!"
내 '하지만' 이라는 말이 다소 가라앉았던 그의 화에 다시 불을 지펴논 것일까, 레르그란트는 다시 불 같이 화를 내며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구겨진 망토를 거친 동작으로 짜증스럽게 펴고는 막사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가 막사 밖으로 나가며 들어온 서늘한 바람이 막사 안에 켜져 있는 촛불 몇 개를 어지러이 흐트려 놓았다.
이 상황에서 휴식을 취하라니. 레르그란트의 명령, 혹은 제안? 청원? 아무튼 그 말을 따를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을 침대에 눕히고 있긴 해야 하겠다.
"…."
천천히 팔을 위로 들어올려 스스로의 손을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모조리 소실되었던 감각이 대부분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은 감각이 있었다.
들어올린 손을 위 아래로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그리고 들어올리지 않은 다른 손을 마저 들어올려 이미 들어올린 손과 마주치려 했지만, 양 손은 맞닿지 않는다. 거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소실된 왼쪽 눈의 시각이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하아."
작게 한숨을 쉬고 양 손을 힘 없이 내려놓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한 쪽 눈의 시각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상 생활에 대한 불편이 아니라, 시각을 기반으로 한 내 마법의 발현 체계를 모조리 바꿔야 한다는 점이었다.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그렇지, 호랑이로 변하고는 하는 마스터 헤르닐의 마법과 같이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한 마법은 상관 없겠지만 내 마법은 모두 쏘아 맞추어야 하는 타인을 상정하고 있으니까. 따를 생각이 없는 레르그란트의 쉬라는 말을 얌전히 듣고 있는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미래 예지, 라.
흑색의 좌는 그것이 인간의 영역이 아니므로 도리어 나 자신을 붕괴시킬 위험한 마법이라고 경고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인간… 인걸까?
픽-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다시 양 손을 들어올려 내 열 손가락 들을 바라보았다. 가느다랗고 긴, 모양 좋은 손가락 들이다. 인간을 여기까지 이끌고온 위대한 도구, 손. 만약 누군가에게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면 나는 이 손을 그 증거로 내보이고 싶다. 뭐, 이제와서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어찌되든 상관 없지만.
"하아암."
포근한 이불 속에서 맨 다리를 쭉 펴며 길게 하품을 했다. 아직 잠들 시간은 아니었지만, 원래 잠이 많은 나였기에 하릴없이 침대 위에 누워 있기만 하니 조금씩 잠의 유혹이 엄습하는 것 같았다.
미래 예지.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나도 모르게 발현 시켰었던 그 마법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했다. '예지' 라고는 하지만 사실 거창한 이름이었다. 내가 감각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극도로 미세한 단위로 분해하여 분석하고 이어질 상황을 예상하는 것은 예지라기보다는 예측에 가깝지.
다만, 그 과정은 순간적으로 감각을 모조리 앗아갈 정도로 머리에 너무나 큰 부담을 주는것 같다. 백치가 되지 않은게 다행일까.
그런 유감스런 상상을 하며 나는 뒤이어 자유라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제 1 마법의 사역은 내게 극대화된 감각으로 인지하는 세계의 뒷모습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유' 라는 것에 대해 기묘한 의문을 던져 주었다.
극대화된 감각으로 인해 시간이 빗겨 흐르는 그 세계에서, 나는 모든 인간의 행동이 결국 주어진 여러개의 문항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심지어 내게 그 세계를 지속적으로 감각하고 수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나는 미래를 지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타인들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선택지를 선택하도록 의사 결정에 관련된 요소를 빠르게 분석하고 그것을 바꾸거나 혹은 소거하면 되는 일이니까. 바로 그들의 '자유' 를 유도하는 것이지.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한다.
과연 진정한 자유란 있는걸까?
"…."
하, 알게 뭐람.
미래 예지라고 이름 붙인 그 강대한 마법조차 고작 몇 초 뒤의 일을 예측해 볼 수 있을 따름이지. 인간은 자신이 내일 죽을지 오늘 죽을지도 모르는 가련한 생물일 뿐이다.
* * *
다음날 아침, 레르그란트는 모든 군대에 공격 준비 명령을 하달했다. 병사들은 자신의 무기를 강하게 틀어 쥐었고, 기사들은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자신의 갑옷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으며, 그 모두를 지휘하는 귀족 지휘관들은 떨리는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기 바빠보였다.
곧, 전 히로이얀의 군대는 일정한 열을 이루어 평원에 정렬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정말 대단한 장관이었다. 거대한 먼지 구름이 피어오르며, 수 많은 개성을 가진 인간들을 하나의 틀로 집어넣은 듯한 정렬이 완료되었다. 마치, 혼돈에서 끌어올린 질서 같은 모습이었다. 뒤이어 각 부대의 맨 앞은 해당 부대를 상징하는 깃발을 든 기수들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 뒤쪽으로는 강철로 만들어진 인형 병기, 거신기들이 각자의 거대한 무기를 들고 마치 정말로 신(神)이라도 되는 양 서있었다. 그 광경은 정말로 신화의 한 폭을 그대로 옮겨 놓은것 같아 조금은 현실감이 없었다.
"선봉은 나와 에스카랸의 기사들이 맡도록 하겠소."
그렇게 진정한 개전(開戰)을 앞두고, 레르그란트는 여전히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사령관 각하, 안 될 말입니다! 각하는 모든 부대를 지휘해야 하는 사령탑이지, 앞장서서 적을 도륙하는 장수가 결코 아닙니다! 거기다 각하는 거신기를 움직일 수 있는 성배의 기사가 아닙니까!"
흐음, 레르그란트의 거신기인 엘-알트란은 여전히 거대 비공정 앞에 대기하고 있는 상태지.
아무튼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 모습을 본 걸까, 레르그란트는 나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방금의 말이 농담이라는 걸 뜻하는게 아니었다.
"이건 명령이오. 선봉은 나와 에스카랸의 기사들이 맡겠소."
드디어 여러 귀족들의 얼굴에도 강한 의혹과 불만이 어리기 시작했다. 말과 말이 얽혀 언어가 되지 못하는 가련한 소리들이 허공을 나돌아 다니며 웅성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어디선가 '자격' 과 '나이' 를 운운하는 이야기도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레르그란트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담담했다.
"이보게, 에스카랸 공작. 내 아무말도 하지 않으려 했네만… 이건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네. 물론 기꺼이 선두에 서겠다는 자네의 용맹은 감탄할만 하지만 사령관이 선두에 나서겠다니. 전쟁은 결코 영웅 놀이가 아니라네. 그리고 자네에게 히로이얀 군의 총 사령관이라는 영광된 직책을 내려주신 여황 폐하의 기대를 생각해보게. 절대 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되는 거라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크로샤드 공작마저 입을 열었다. 그 역시 다른 모든 귀족들과 동일하게 레르그란트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이해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레르그란트에 대해 분노마저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뭐, 나 조차도 레르그란트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저 분노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레르그란트는 여전히 낯빛하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태연히 말했다.
"크로샤드 공작, 총 사령관은 접니다. 그리고 제가 명령이라 말하지 않았습니까."
"에스카랸 공!"
드디어 크로샤드 공작의 분노가 폭발했다.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영민하던 에스카랸 공자는 대체 어디를 간 겐가? 지금 자네의 경솔한 객기는 자네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도 모자라 자네의 명령에 따라야만 하는 이 모든 히로이얀의 병사들과 충직한 기사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말걸세! 진정으로 그걸 바라는 건가!"
정당한 분노는 정당하기에 힘을 얻는다. 크로샤드 공작의 목소리는 위엄에 차있고 우렁찼다. 마치, 아들을 혼내는 아버지 처럼. 그의 말엔 힘이 깃들어 있었고, 그 힘은 이곳에 모여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하물며 그의 말을 뒷받치는 신분이 히로이얀의 다섯 공작 중 하나라는 사실 까지 더하면 레르그란트는 완전히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레르그란트는 그의 정당함을, 그의 위엄을, 그보다도 더한 권위로 찍어 눌렀다.
"명령이라 했습니다, 크로샤드 공작. 사령관인 내 명령에 불복하는 것은 나를 사령관으로 임명한 여황 폐하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황 폐하를 언급하는 당신이, 감히 여황 폐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입니까?"
"이…!"
크로샤드 공작의 분노는 더욱 거세어졌지만 결국 레르그란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선두는 나와 에스카랸의 기사들이 서겠소. 내가 돌격하면 뒤이어 모든 병력은 나를 따라 듀카스텔을 치도록 할 것."
놀랍게도, 그게 지시의 전부였다. 레르그란트는 그 말만 남긴채 말을 끌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그 뒤를 에스카랸의 기사들이 묵묵히 따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벙찐채 앞서 나가는 레르그란트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타고 있는 말을 재촉해 앞으로 나서며 레르그란트의 옆으로 다가갔다. 레르그란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푸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크로샤드 공작은 객기라고 말했지만… 레르그란트의 눈빛은 언제나와 같이 차분했다. 아니, 차분하다는 표현을 넘어, 그의 투명한 눈동자 밑엔 깊은 고뇌가 침잠해 있는것 같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인과 관계와 논리를 넘어, 그저 이렇게 밖에 물어 볼 수 없었다.
"레르그란트. 너, 제정신이니?"
뒤를 따르고 있는게 어차피 가문의 기사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굳이 목소리를 줄이지 않았다. 뒤쪽에서 나를 알아본 기사 몇몇의 안색이 바뀌는게 보였다. 저들 입장에선 실종된 내가 갑작스레 여기서 모습을 드러낸게 이해가 가질 않겠지. 바뀌어 버린 백색 머리카락도 그렇고.
하지만 그에 대한 변명은 관심조차 없는 나다. 나는 내 갑작스런 변화를 반드시 설명해야할 인간 관계라는게 극히 협소하니까.
"물론 제정신입니다. 그리고 머리, 묶으셨군요. 그 모습도 아주 예쁩니다. 솔직히 제 취향이군요."
으응, 묶은 머리가 취향이었구나. 하나로 묶어 왼쪽 어깨 아래로 내린 머리카락을 괜히 만지작 거렸다.
나는 이 뜬금없는 레르그란트 취향에 대한 정보를 건조하게 받아들이며 레르그란트의 모습을 관찰했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금까지 레르그란트의 선택이 어떤 계획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기 역시 힘들다.
의식적으로 화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내 표정이 적절하게 연출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농담하지마!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누님은… 전투가 시작되면 제 옆에 꼭 붙어 있도록 하십시오. 안전한 곳에 있으라고 해도 어차피 말도 안들을 테니까요."
의혹은 무시된다. 화난 표정이 잘 만들어지지 않은걸까? 다시 한 번, 인상을 찌푸려보며 그의 이름을 강하게 불렀다.
"레르그란트!"
"아시겠습니까? 꼭 제 옆에 붙어있어야 합니다. 옆에 당신이 없으면 신경 쓰여서 제대로 지휘도 하지 못할겁니다."
내 표정이 제대로 연출되지 않았다기 보다는 그가 의식적으로 내 의문을 무시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겠다.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기에, 스스로의 마음 속에서 남을 계산할 수 밖에 없는 나는 그렇다면 대응 방식을 변경해보기로 했다.
나를 사랑하고 있는 그의 감정에 기대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질로 잡아 어떤 말을 하면 그에게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누군가가 말을 이끌고 나와 레르그란트의 앞길을 막아 섰다.
"에스카랸 공작…!"
카르츠와 그를 따르는 검은 맹금의 기사들이었다.
그는 눈썹을 살짝 덮는 검은 머리칼 아래 형형한 눈빛으로 레르그란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기세와 분위기가 워낙에 흉흉해 나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금방 지워버리고 뒤쪽으로 살짝 물러나며 눈을 깜빡였다.
레르그란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던 말을 멈춰 세우고는 카르츠를 향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은 맹금을 물리게, 단장. 지금 자네들이 히로이얀 전군의 진군을 멈춰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진군을 멈춰 세우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것이 반기를 들고 있다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소."
반기, 라….
좋지 않아.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시작하려는 듀카스텔과의 대 회전(會戰) 역시 레르그란트의 미심쩍인 태도로 인해 골치아픈 상황인데, 거기에 이 상황에서 카르츠를 위시한 검은 맹금의 반기라니.
나는 뒤쪽을 돌아보았다.
크로샤드 공작을 포함한 여러 귀족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역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침묵은 사실 카르츠에게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또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히로이얀의 기사들과 병사들의 기색이란….
이것참,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기가 이렇게 곤두박질 쳐서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걸 알고 있다면 거기서 비키게."
"정신 차리시오, 에스카랸 공작! 명령 불복종으로 인한 처벌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소. 설사 그 결과가 내 죽음이라 하더라도 말이오. 다시 생각 해보시오! 당신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지 않소? 크로샤드 공작님의 말대로, 여황 폐하께서 어떤 기대를 품고 당신에게 히로이얀의 전 군을 맡긴건지는 생각해 본 것이오? 그리고…."
그는 이를 갈며 마저 외쳤다.
"내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을 알려준다는 약속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이오!"
카르츠 역시 자신의 이런 행동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서 레르그란트를 막아선 그를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이미 끔찍할 정도로 최악인 상황에 약간의 최악을 더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테니까.
오히려 카르츠는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레르그란트의 그릇된 선택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 작가의말
* 낮에 글을 업로드 하는건 엄청 오랜만인것 같네요.
* 요즘 별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술이 땡기는지... 맥주라도 한 캔 사마시러 나가야겠습니다 ㅋㅋ
* 봐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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