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화]
* * *
나는 저택 입구에서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는 경비병들의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아, 아가씨…!"
집사 테오렐이 저택 입구에서 손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나를 맞았다.
"아, 테오렐! 별일 없었지요?"
"예, 저택 내야 항상 평안하죠. 아, 그것보다… 저택 내에 있는 고용인들중 아가씨의 출타를 아는 자가 아무도 없더군요. 저도 아가씨의 방을 치우는 시녀의 말을 듣고 겨우 알았습니다."
"…."
집사의 얼굴이 곤란하다는 듯한 빛을 띄었다.
"저… 그것 때문에 레르그란트 도련님께서 상당히 화가 많이 난 모양입니다. 아가씨가 시종도 데려가지 않고 이런식으로 출타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닌지라…."
화가 많이 났다구?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다. 레르그란트가 날 그렇게 걱정하는 녀석이었나…? 별로 그렇진 않은것 같은데-
아마, 화가 날만한 다른 일이 있었던 모양이지.
"그런가요…?"
나는 모자의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그것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아가씨…. 저도 도련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출타하실 때에는 부디, 언질이라도 주시고 가셨으면 합니다. 아가씨의 건강 문제도 있고…."
집사는 말끝을 흐렸다.
"알겠어요…."
내 대답엔 힘이 없었다.
쪽지에 적어 놓은 대로, 휴양지를 가는게 아니니까…. 내가 미스틱 유니온의 마스터라는 사실은, 오직 유니온의 하이 마스터 밖에 모른다.
유니온의 기본 방침이 '은폐' 인 것도 있지만… 유니온의 일을 하면서 얻게된 '흡혈귀'라는 별명을,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 대답은, 내 행동과는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
테오렐은 내가 이 저택에 왔을때 부터 나와 레르그란트를 돌보아 온 사람이라 그를 걱정시키는건 역시, 꺼려지는 일이다.
나는 희미한 슬픔 같은걸 느꼈다.
"편한 휴식을 취하실수 있도록, 아가씨의 시녀들에게 말해 두겠습니다. 들어가서 쉬시지요."
아무튼 집사는 이 문제에 대해 더이상 언급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고마워요."
* * *
내 방은 언제나 그렇듯, 정갈하게 정리 되어 있었다.
가구엔 먼지 하나 묻어 나오지 않았고, 침대 시트는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하게 펴져 있었다.
…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나는 내 방에 굉장히 오랜만에 돌아온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니온의 망토와 가면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걷었다.
화악- 하고, 태양의 백색광이 유리를 통해 여과 없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 눈부심에, 나는 눈가를 찡그리며 창문으로 부터 몇 발자국 물러섰다.
창문 너머로 정원이 보였다.
잠깐 소르단 시티로 다녀오는 동안 개화한 꽃이 몇 송이가 있었다. 그곳에 가기 전까지는 아직 꽃봉오리 였었는데….
나는 다시 창가로 다가가 턱을 괴고 서서 정원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 언제나와 같은 평화였다.
소르단 시티에서의 찢어질 듯한 외침, 비명- 그리고 바닥에 흩어지는 피, 죽음, 슬픔… 모든 것들이 한바탕 꿈인것 처럼 느껴졌다. 그것들 모두가 현실이 아닌것 같았다. 오직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평화로운 풍경만이 진실이고, 현실인것 같았다.
"…."
… 너무 비겁하군.
나아졌던 기분이 다시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나는 품속으로 손을 넣어, 아까전에 산 펜던트를 만지며 빙그레 웃었다.
일단 몸을 씻고, 이걸 예쁘게 포장하는 일부터 먼저 해야겠다.
* * *
"레르그란트 도련님이요?"
"응."
시녀는 내 머리카락의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대답했다.
"딱히 늦게 오신다는 전갈은 없었어요. 아마, 오늘도 금방 저택으로 돌아오시지 않을 까요?"
"그래…?"
나는 침대에 걸터 앉은채, 눈을 감고 시녀가 머리를 말려주는걸 느꼈다. 누군가가 머리를 만져주는 느낌이 너무 좋다. 뭔가 간질간질 한 것 같기도 하고….
아…, 혹시 나, 애정결핍인가?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애정결핍이라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주방장에게 부탁해서 맛있는 음식좀 준비해 달라고 해줄래? 아, 특히 케이크, 꼭 달콤한 케이크도 만들어 달라고 해."
"케이크요…? 파티라도 하시려나봐요?"
시녀의 목소리는 대단히 의아한 기색을 품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그런 의아함을 이해한다.
케이크란 음식은 거의 파티에만 사용되니까. 하지만 이 음울한 에스카랸 저택에 파티라니… 저기 저 수족관 안에 있는 관상어들과 동령주(東鈴州)에 있다는 전투 함선들 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다.
어라, 비유가 좀 이상한가?
"음- 오늘은 레르그란트의 생일이니까."
머리카락의 물기를 부드럽게 훑어내던 손길이 우뚝,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 레르그란트 도련님께서는 어쩜 그런 내색을 하나도 안할까요? 물기를 마저 닦아드리고 나서, 제가 주방장에게 냉큼 얘기해둘게요."
아…, 그녀석 답다고 생각한다.
챙겨주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게 어물쩍 넘어갈 녀석이다. 레르그란트는.
* * *
어느새 시간은 흘러, 환하게 빛나는 태양이 산허리에 걸리고, 온 세상이 붉은 노을빛으로 가득차는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예쁘게 포장한 작은 선물 상자를 만지작 거리며 긴 테이블 위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커다란 케익이 자리하고 있었다. 크기가 거의… 작은 의자만하다. 케익이 저 정도로 클 필요는 없는데…. 부담스러울 정도다.
다른 음식들은 미리 내어두면 식는다는 이유로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싱싱한 과일들은 미리 내어져 있었으므로, 나는 작은 사과를 하나 들고, 아삭- 하고 베어먹었다. 달콤하긴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역시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한 입 베어먹은 사과를 내려놓았다.
… 레르그란트가 늦는걸.
계속 기다렸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별이 뜰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동생은 돌아오지 않았다. 계속 기다리고 있는 내 옆에서, 레르그란트가 금방 돌아올것 같다는 말을 꺼낸 시녀는 어쩔줄 몰라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테이블의 끄트머리에 앉아있다가 시녀에게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친구들하고 약속이라도 있었나 봐."
미리 알아보지도 않고 동생이 일찍 들어올거라 예상한 내 잘못이지 뭐. … 어쩔 수 없지.
조금 상심한 나는 우울한 기분인채 내 방으로 돌아갔다. 방 안엔 작은 촛불이 켜져 있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는 촛불을 꺼버렸다.
빛이 사라지며 방안으로 어둠이 찾아왔지만 창문의 커튼을 걷는 것으로 다시 어둠을 쫓을 수 있었다.
… 달이 무척 밝다.
창을 향해 흔들 의자를 가져다 놓고, 그곳에 앉아 달콤한 과실주를 홀짝였다. … 술을 마시니 은근한 열기가 피어오르는것 같다.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방 안에 놓여있는 괘종시계를 힐끗 보니, 시간은 어느새 자정이 넘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 두었던 케익은 치워두라고 했으니, 레르그란트가 돌아오더라도 내가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을 눈치채지는 못 할 것이다.
사실, 단 둘이 있다고 해도 생일 축하한다는것 외엔 딱히 할 말도 없고…. 불편한 자리만 되었을 것이다. 역시, 괜한 오지랖이었던것 같다.
어쩌면 동생의 생일 축하라는건 그저 내 우울한 기분을 털어버리기 위함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좀 한심한데.
"…."
과실주로 입술을 적시며 눈을 감았다.
우울함을 깨끗이 털어버릴 수 없었다. 이 우울함의 원인은 소르단 시티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내가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마력을 이용해 거대한 신비인 마법을 발현시키는 자는, 필연적으로 '근원'이라 불리는 세상의 신비에 접해야만 한다. 육신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오직 정신으로만 그곳에 가 닿는 마법사들은 너무나 거대한 '근원' 이란 존재에 하찮은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먼지만도 못한 자신의 존재감….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마법사는 깊은 우울함을 느끼게 되지.
마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록, 보다 강력하고 복잡한 마법을 발현시킬 수록, 정신은 보다 '근원'으로 가까운 곳으로 향하고, 느껴지는 우울함은 그 깊이를 더하게 된다. 그래서 마법사들 중에선 자살하는 자들이 많다. 미쳐버리는 자들도 종종 있다. 나 역시 마력을 사역하며, 자살을 생각해 본적이 수도 없이 많다.
… 그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 어느새 내려놓았던 잔을 다시 집으려 했다.
"으응- "
취한건지, 졸렸던 건지 나는 미끌, 하고 잔을 놓쳐버렸고 잔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그마한 탁자 위를 굴러다니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바닥엔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 있어 잔이 깨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손이 힘을 잃고 아래로 축 늘어졌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얼굴을 만져 보았다. … 축축했다.
눈물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아…."
희미한 달빛에 비춰진 손수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눈물이 아니고, 피… 였구나. 코피라도 난걸까? … 소르단 시티에서 무리를 해서 그런지 몸이 더 안좋아진 느낌이다. 때맞춰 붕대를 감아 놓은 어깨도 쿡쿡, 하고 쑤셔댔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말끔히 닦고, 흔들 의자에 앉은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는 내게 찾아 드는 고통을, 묵묵히 비껴냈다.
* * *
악몽을 꾸었던것 같다.
…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줄곧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덕분에 두근거리는 심장이 아직도 진정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째서 악몽의 끝은 항상 이런 괴로운 깨어남일까….
"으응…."
정신은 들었지만,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 부드러운 비단 이불속으로 좀더 파고 들어-
잠깐, 비단 이불…?
눈이 퍼뜩 떠졌다.
몸을 일으켜 보니, 내가 누워 있는 곳은 침대였다. 스르륵- 하고 내가 몸을 부비고 있던 비단 이불이 아래로 내려갔다.
"어라…?"
나는 분명히 흔들 의자 위에서 잠들었는데….
어리둥절 한 걸.
그나저나, 정말 세상모르고 잠들었었구나. 누군가가 내 몸을 들어 침대에 옮겨주기까지 했는데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걸 보면….
누가 옮겼을까? 시녀…?
내 몸이 아무리 가볍다 해도, 시녀가 내가 깨지않도록 신경쓰면서 옮겨주기엔 무리가 있었을텐데….
뭐, 고민해봤자 별로 소용은 없는 문제였기에 나는 금방 생각을 멈추고 침대에서 나왔다.
침대에 나와 옷을 살펴보자, 곳곳에 어제 밤 흘린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나를 침대로 옮겨준 자는 어둠 때문에 이 핏자국을 보지 못한 모양이다. … 정말, 다행인 일이지.
나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뒤,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일직선으로 길이 나 있는 복도의 양옆으로 커다란 창문이 달려 있었는데, 그 창문을 통해 투명한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도 날씨가 아주 맑은걸….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산책 겸 저택의 2 층을 거닐었다.
저택은 대단히 컸기 때문에, 나는 이 저택의 모든 장소를 다 돌아다녀 본적이 없다.
아버지, 레르그란트, 나, 그리고 저택의 유지를 위한 고용인들 몇몇이 사는데 사실, 이렇게 큰 공간은 필요 없지만… 외부로 보여지는 에스카랸 가(家)의 체면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이렇게 거대한 규모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안쓰는 방이 대다수다.
1 층으로 내려가는 나선계단을 지날 즈음에, 나는 레르그란트와 마주쳤다.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는지,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옷에는 군데군데 물감이 묻어 있었다.
하얀 뺨에도 마찬가지로 물감이 묻어있었는데, 그 얼굴이 퍽 귀엽다.
아….
무슨 말을 해야할까.
레르그란트와 마주칠것을 대비해 어제 포장해둔 선물을 가져오긴 했지만.
"… 내려가서 같이 아침 식사라도 하실까요, 누님?"
나는 조금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으응."
* * *
이렇게 같이 식사를 해보는게 언제적 일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 테이블 위엔 크림스프와 베이컨, 그리고 계란을 입힌 토스트가 전부인 간소한 메뉴가 올라와 있었다.
메뉴의 간소함에도 불구하고, 주방장의 뛰어난 솜씨로 인해 음식들에선 아주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나는 토스트를 작게 한입 베어물며, 레르그란트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동생은 아무말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빵에 버터를 바르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평범한 버터칼이었지만, 저 녀석이 들고 있으니 왜이리 살벌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것보다, 무슨 생각으로 나와 같이 식사를 들자고 한건지 모르겠군. 서로 아무말 없이 침묵만 흐르고 있는 이 자리가 무척 불편하다.
아, 그래….
어제 레르그란트가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주지 못했던 생일 선물이나 줘야겠다.
나는 품속에서 예쁘게 포장한 작은 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동생 쪽으로 그걸 주욱 밀었다.
매끄러운 식탁위를 스윽- 하는 소리를 내며 미끄러진 상자는 레르그란트의 접시 앞에 멈추어섰다.
레르그란트는 입으로 가져가려던 빵을 내려놓더니, 내가 내민 상자를 받았다.
"이건…."
나는 조금 민망한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생일 선물이야. 늦긴 했지만… 어쨌든, 생일 축하해."
"…."
레르그란트의 표정이 복잡해 보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저 녀석은….
"감사합니다, 누님."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역시, 이런건 익숙치 못하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 선물을 챙겨주긴 했는데… 민망한 기분에 다시는 이런걸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포크로 괜히 먹을 생각도 없는 베이컨을 건드렸다.
"목걸이… 로군요."
어느새 선물의 포장을 푼 레르그란트가 손바닥 위에 펜던트를 올려 놓은채 말했다. 레르그란트의 하얀 손 위에 올려진 펜던트가 빛을 받아 더 새하얗게 빛났다.
"그냥, 네 목에 어울릴것 같아 사봤어."
"음, 안에 무언가를 넣을 수 있도록 되어 있네요."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동생의 손 안에서 펜던트가 두조각으로 갈라졌다. … 구조를 금방 알아차리네. 나는 조금 시간이 걸렸었는데.
약간의 분함을 느꼈다.
"응, 애인 초상화라도 넣던지…."
"애인… 이요?"
레르그란트는 목걸이가 마음에 안든건지, 내 말이 마음에 안든건지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곧 그 펜던트를 품속에 넣고, 내게 말했다.
"설마, 누님이 저에게 생일 선물을 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쳇, 다시는 선물 같은거 주나봐라.
곧 침묵속의 식사를 마치고, 내가 어색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레르그란트가 거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잠을 잘땐, 의자 말고 침대 같은 제대로 된 잠자리에서 잠을 청하시지요. 그리고 몸이 너무 가벼우시더군요… 음식 역시 제대로 챙겨 드시는게 건강에 좋을 겁니다."
"응…?"
레르그란트는 그 말만 남겨놓고 자리에서 일어난 뒤, 밖으로 나가버렸다.
"…."
갑자기 무슨 뜬금 없는 소리지, 저 녀석은.
잠시 자리에 서서 레르그란트가 남긴 말의 의미를 생각하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제 밤, 의자에서 침대로 날 옮겨준 사람은 레르그란트 였구나…. 그런데 내 방에 그렇게 멋대로 들어오다니.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어쩌면 어제 내가 그의 생일을 축하할 준비를 했다는 걸 알아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여러가지로… 너무 부끄러운걸.
- 작가의말
이번 글은 좀 훈훈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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