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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님의 서재입니다.

내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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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작품등록일 :
2012.11.17 03:45
최근연재일 :
2017.08.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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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8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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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5화]

DUMMY

* * *





나는 한 동안 할 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엘렌은 웃음기가 없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엘리노어는 우리에게서 조금 떨어져 팔짱을 낀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


하지만, 협력이라니….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재미있구나."


내 말에 엘렌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그렇게 답했다. 그녀의 선명한 머리카락에서 황금빛 빛이 산산히 부서져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는것 같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어딘가 야릇한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설명이 충분하다면 『진정한 살해자들』에 협력하는걸 조금이라도 고려해보겠다는 말이니?"


조금 아차 싶은 심정이었다.


"…."


"네네아리케, 너는 아직 펠그로엘드를 믿고 있는 모양이구나."


"무슨 뜻이지?"


다소 날카로운 내 반응에도, 엘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야 그렇지 않니. 내 제안은 사실 애초에 고려되지도 않거나 정신나간 소리라는 매도를 당해도 할 말이 없는데 너는 그러지 않았어. 네게 있어, 『진정한 살해자들』은 아직까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거야."


"그게 펠그로엘드를 믿고 있다는 말과 무슨 상관일까."


엘렌은 이런 내 반응이 무척 만족스러운듯 작게 웃음을 흘렸다. 나는 괜히 옆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너는 아직도 전 인류를 멸망시키겠다는 펠그로엘드의 선전포고에 감추어진 특별한 목적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지 않니."


"…."


"벌써 동령주의 반절은 죽음의 땅이 되어가고 있어.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앞으로도 죽어 나갈테지. 상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마물. 그러니까 이건 전쟁이 아니야. 여기엔 정치적 목적도, 이해관계도 없어. 살아남기 위한 투쟁일 뿐이지. 『진정한 살해자들』은 태생부터가 인류에게 있어 완전한 악(惡)이라는 이야기야."


뒤이어, 엘렌은 이렇게 선언했다.


"때문에 전 인류에게 있어, 펠그로엘드의 진의는 아무래도 좋을 뿐이야. 심지어 만약에 만약, 그의 목적이 실로 타당하더라도 말이야. 알겠니? 네네아리케. 그러니 이건 누구나가 울부짖을 수 있는 '정의'의 문제인거야."


아아.

충분히 이해했다.


확실히, 오직 나만이 정의를 말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진정한 살해자들』의 마수사인 엘리노어와 적대하지 않고 있고 이 모든 일들의 흑막중 하나로 밝혀진 엘레로페 여제를 적대하지 않고 있다. 나는 인류의 멸절이라는, 우스갯소리로도 쓰이지 않을 농담같은 이야기를 아직까지도 수단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내게, 『진정한 살해자들』은 아직까지도 '절대악'이 되지 못한다.


문득 펠그로엘드가 나에게 남겼던 편지의 짤막한 한 문장이 떠올랐다.

「에스카랸인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 기대하고 있겠다.」


"나는…."


엘렌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진지한 태도를 벗어버리고 약간 풀어진 어조로 말했다.


"아니, 충분해. 지금은 내 제안에 대해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방금의 대화로 확실하게 알게 되었거든."


"무엇을?"


"너는 멀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진정한 살해자들』을 이끌고 인류의 대적이 되어줄거야."


"글쎄."


내 부정적인 대답에도 엘렌은 확신에 찬 어조로 다시 한 번 말했다.


"아니, 장담해. 너는 그렇게 될거야."


마치 미래를 보고 오기라도 한듯, 예언같은 말이었다. 나는 아무말 없이 그녀의 선명한 녹빛 눈동자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왠지 계속해서 마주보고 있기가 껄끄러웠다.


"엘렌, 너는…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거니?"


사실 내가 묻기에는 힘든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그녀는 쓰게 웃으며 답했다.


"나는 아마 지옥으로 떨어질거야. 그리고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나를 위해 내정되어 있겠지."





* * *





이걸로 용건은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남은 일이 있는듯, 엘렌은 나를 이끌고 골목길로 계속 들어가기 시작 했다. 엘리노어는 어느샌가 모습을 감추었다. 아직 이 주변에서 엘렌과 나를 주시하고 있긴 할테지만… 일단 그녀에겐 신경을 끄기로 했다.


"어디로 가는거니?"


"가보면 알아. 아마 깜짝 놀랄걸?"


뭘 보여주려는지 몰라도 엘렌은 무척 기대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제국의 황제. 아니, 아마드라네 교의 주교란 신분으로도 이런 좁고 더러운 골목길을 올 일이 전혀 없을것 같은데도 그녀는 이곳의 길을 잘 알고 있는듯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골목길로 들어가면 갈수록 길은 더러워지고 벽은 낡아갔다. 아마 외곽으로 갈수록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이 사는 주거 지역으로 들어가는것 같았다.

이런 곳엔 대체 무슨 볼일일까.


"거의 다왔어."


조금만 걸어도 금방 지치는 내 모습 때문일까, 엘렌은 미안하다는듯 웃으며 그렇게 격려해왔다. 다행히 그 말이 그냥 격려만은 아니었는지, 곧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꽤 넓은 부지에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넓은 판자나 흙 더미, 건축 공구등을 짊어진 인부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이곳 저곳에서 작업을 지시하는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관이 화려하다거나 건물 내부에 특별한 건축 양식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지어지고 있는 모습만 봐도 이 건물자체가 상당한 규모라는 사실만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뭘 하는 곳일까.


"자, 이쪽으로."


엘렌은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가 나를 데려간 곳은 금방이라도 허물어 질 듯한 낡은 건물이었다. 그 건물은 새로 지어지고 있는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낡은 외관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입구는 쇠창살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오래된 탓인지 창살 몇개가 부러지고 녹이 슬어 있었다. 그 창살 바로 앞에 건물의 명패가 붙어있었다.


'성 아우렌티노 고아원'


… 고아원?

아직까지도 엘렌이 나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들어가자."


그녀의 뒤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자 곧 여러 아이들이 시끌시끌하게 떠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자 아이들이 고아원 안쪽, 작은 공터에 모여 공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공은 여러 가죽들을 꿰어 만든 조악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도 공과 마찬가지로 허름하고 낡았지만 공을 차는 아이들의 얼굴엔 구김없는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들의 놀이에 빠져 있던 아이들은 곧 우리를 발견했다.


엘렌은 이미 아이들에게 익숙한 인물인지, 우리를 발견한 아이들의 얼굴에 낯선 이를 처음 만나는 경계심 같은건 없었다. 오히려 얼굴에 한가득 웃음꽃을 피운채 이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엘렌 누나다!"


"엘렌 누나야!"


"언니!"


엘렌은 아마 이 고아원에서 상당한 인기인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풀밭에 무릎을 꿇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채 양 팔을 벌려 자신에게 달려드는 여러 아이들을 안아주었다. 엘렌의 얼굴에도 반갑다는 미소가 가득했다.


"반가워 얘들아. 다들 잘 지내고 있었니?"


"누나! 보고 싶었어요! 너무 오랜만인것 같은데- !"


"얘는, 언니가 곤란해 하잖아."


"저리 비켜봐!"


"누나, 어제도 제럴드 형이 왔다갔어요. 요새는 누나가 잘 안온다고 하니까 엄청 실망하던데요?"


시, 시끄럽다아….

아이들 여럿이서 한꺼번에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바람에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엘렌은 전혀 혼란스러운 기색없이 아이들을 능숙하게 진정시켰다.


"누나! 누나 뒤에 있는 누나는 누구에요?"


아이들은 곧 내게도 관심을 드러냈다. 아니, 아까전부터 나를 주시하고 있던 아이들은 여럿 있었지만 낯을 가리는 탓인지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내 어린 외양 탓인지 경계심을 비추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들이라 더욱 부담스럽다.


"내 친구란다. 이름은 네네아리케라고 해."


일단 소개를 받았으니, 간단히 인사를 건네보자.


"안녕."


"안녕하세요!"


"누나! 너무 예뻐요!"


"이름이 귀여워요!"


"언니는 할머니도 아닌데 왜 머리가 희어요?"


"누나 진짜 예쁘다! 아, 그래도 우리 엘렌 누나가 더 이뻐요!"


… 인사에 대한 대답이 가지각색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겠다. 일일히 대꾸해주어야 할까.

흰 머리에 대한 궁금함에, 엘렌이 더 이쁘다는 얘기. 아, 이름이 귀엽다는 평가는 다소 신선하다. 어쨌든 혼란스럽다. 도움을 요청하는 의미에서 엘렌을 바라보자 입을 가리며 웃는다.


"자자- 너무 그러면 못써요. 보렴, 너무 한꺼번에 얘기하니까 이 언니가 당황하잖니."


다행히 곧 엘렌이 나서 상황을 수습해 주었다.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나로서는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교로 아이들을 휘어잡더니 다시금 우리에게 관심을 끄고 공을 가지고 놀도록 만들었다.


다만, 무서운 것은 좀 있다가 아이들과 꼭 놀아주겠다고 약속을 한 점이다. 설마 그 약속에 나 역시 포함되어 있는것은 아니겠지.


딱히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저러한 사양없는 태도에 대한 응대는 무척 힘들다.

어렸을 시절, 아이들을 대하는 지금의 엘렌처럼,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일까. 내 기억엔 오직 살이 에일듯한 냉기와 차가운 성벽, 얼어붙은 창문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미안해. 꽤 오랜만에 이곳을 방문한터라 아이들이 금방 놔주질 않네."


흐음, 그런것 치곤 상당히 빠르게 사태를 수습한것 같이 보이지만.


"그런데 고아원은 왜…?"


"아직도 모르겠니?"


그녀는 내가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듯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짓고 있을 따름이었지만… 나는 정말로 생각나는게 없었다.

도대체 내가 이 고아원과 무슨 상관이 있지?





* * *





엘렌은 나를 이 고아원의 원장실로 안내했다.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간 원장실은 다소 좁고 허름했지만 무척이나 정갈해 이 방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게 했다.

원장실의 한쪽 끝에 작은 책상이 놓여 있었고, 그곳엔 한 남자가 앉아 깃펜을 들고 서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원장 님."


고아원의 원장은 엘렌의 인사에 하던 작업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반가이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주교 님. 언제나 아마드라네 님의 은총과 굽어 살핌으로 오늘도 감사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아원의 원장은 의외로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입고 있는 검은색 의복은 마치 신관들의 의복처럼 검소했고, 얼굴엔 온화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곧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런데 이 분은…."


"그간 원장님이 줄곧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이에요."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고?

혹시 이 남자와 나는 구면인걸까. 하지만 원장의 얼굴을 아무리 자세히 살펴보아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 역시 나를 처음 만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혹시, 이 어린 아가씨께서…."


엘렌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녀의 긍정을 들은 그는… 뭐랄까,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엔 어쩐지 감격마저 담겨 있는것 같았다. 상황을 모르는 나로선 그의 이런 반응이 의아하기만 해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성 아우렌티노 고아원의 원장인 쥬다릴이라고 합니다."


그는 무척이나 정중한 태도로 내게 그렇게 인사를 해왔다. 그 인사에 담긴 정중함이 지나쳐 약간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나 역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네네아리케 엘 에스카랸입니다."


"아, 에스카랸 가문의…."


그는 무척 놀란 모습이었지만 이내 그런 자신의 모습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내가 무안해질 정도로 사과를 반복하며 자리를 권했다.


"이런 누추한 곳에 에스카랸 가문의 영애를 모시게 되어 무척이나 송구스럽습니다. 차가 입 맛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쥬다릴은 그렇게 말하며 나와 엘렌에게 차를 내주었다. 딱히 먹는것을 가리는 편은 아닌데다 이젠 미각까지 소실되었으니 사실 입맞에 맞고 안맞고를 따질 필요조차 없다.

나는 가볍게 감사 인사를 하며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어쨌든 따뜻한 것이 들어가니 피곤했던 몸이 조금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엘렌 주교 님 도대체 이 분은 어떻게…."


"우연에 우연이 겹친 모양이에요. 그녀와 나는 친구거든요."


"그렇군요. 정말 다행히도 아마드라네 님의 인도가 닿았던 모양입니다."


이제 이쯤이면 되었겠지. 엘렌의 묘한 태도도, 원장의 지나칠 정도로 정중한 배려도, 이 고아원과 나의 상관관계도 모두 파악해볼 시간이다.


"저기, 말씀중에 죄송하지만 우리가 언제 만났던 적이 있던가요? 쥬다릴 원장님께선 예전부터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신것 같았는데."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저 역시 에스카랸 영애를 처음 뵙습니다."


"그렇다면 왜 저를?"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감사 인사? 점점 영문을 모르겠다.

그렇게 내가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그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본래는 제가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엘렌 주교 님을 통해 이런 누추한 곳에 걸음을 하시게 된 점, 무척 송구스럽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성 아우렌티노 고아원을 포함해 총 세 개의 고아원은 에스카랸 영애에게 갚을 수 없는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네?"


무슨…?

내가 언제 고아원들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적이 있던가? 여전히 의아해하는 내게 엘렌이 답답하다는듯 한숨을 쉬며 이야기해왔다.


"네네아리케 너, 유니온의 일로 받은 봉급 전액을 줄곧 고아원들에 기부했었잖아."


아….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건-


"이렇게 감사 인사를 받을 정도로 대단한 일이 아닌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에스카랸 영애의 지속적인 원조가 없었다면 이 고아원은 이미 진작에 폐쇄되고도 남았을 겁니다."


쥬다릴 원장은 내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당치도 않다는 듯한 말투였다. 오히려 내 쪽에서 다소 찔끔할 정도로 지금까지의 기부가 엄청난 도움이 되었음을 입증하지 못해 안달이 난 듯한 태도다.


"사실, 이리스테야에 있는 모든 고아원들의 재정 상태는 거의 파탄 직전이었습니다. 수입이 온전히 기부와 나라에서 지원되는 소량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었던 데다가 듀카스텔과의 전쟁으로 고아들은 늘어만 가고 있었죠. 설상가상으로 전쟁의 분위기가 고조되면 고조될 수록 고아원에 대한 원조는 줄어들어만 갔습니다."


원장은 잠시 한숨을 쉰 다음 말을 이었다.


"아이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보았습니다. 빚을 지다 못해 구걸도 해보았고, 부끄러운 말이지만… 도둑질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더군요. 결국 고아원의 건물이라도 팔아야 할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절망적인 나날들이었습니다. 세상을 원망하다 못해, 아마드라네 님까지 원망해 보았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엘렌에게도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녀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때부터 엄청난 기부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돈을 이용해 빚을 갚아 고아원을 지킬 수 있었고, 아이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걱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때 들어온 기부금이 많기는 했지만 영원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수 개월만 지나면 아이들은 또다시 굶을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기부금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


"지속적으로 이어진 기부금 덕분에 지금은 밖에서도 보신바와 같이 새로운 고아원을 신축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건물이 너무 좁아 서로 부둥켜 안고 잘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조금 편하게 지낼 수 있겠지요. 뿐만 아니라, 자리가 부족해 받아들이지 못했던 아이들도 상당수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 지금까지 축적된 기부금으로 엘렌 주교님이 소개해 주신 전문가를 통해 작은 영리 재단을 만들어 앞으로도 계속 고아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장은 다시 한 번 내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에스카랸 영애. 영애 덕분에 여기 있는 고아원의 모두가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감사함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내게 거의 절이라도 할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의 감사 인사에 나는 그저 멍하기만 하다. 내가 지금까지 기부했던 금액이 그렇게나 많은 양이었던가? 금전 감각이 거의 없으니 제대로 감이 잡히질 않는다. 반대로 말해 나는 돈이라는 가치의 소중함을 모른다.

그것이 심지어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지만 그다지 와닿질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내 이름뒤에 붙은 성이 '에스카랸'이다.


때문에 나는 이 정도의 감사 인사를 받을 자격이 되지 못한다.

물론, 내게는 별 의미가 없는 그 돈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은 알겠지만… 글쎄, 어떨까.


이 광경은 아까 전 몇개 되지 않는 사과 때문에 호되게 두드려 맞던 어린 아이의 일을 다시금 상기케 한다. 목구멍 아래서부터 무언가가 턱, 하고 막혀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두, 에스카랸 영애 덕분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숨막히게 하는 건 원장의 태도였다. 그는 정말 진심으로, 내게 사력을 다해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문제는 내게 이 남자의 감사 인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 * *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날이 어둑해져 있었다. 아직 별이 보이지는 않지만 하얀 달이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우울해 보이는걸."


엘렌이 그렇게 말하며 내게 무언가를 건네었다. 받아 들고보니 하얀 생크림이 가득 묻어있는 부드러운 빵이었다. 근데 크림의 양이 너무 많지 않나. 빵의 식감은 거의 안날것 같다.

그러고보니 식사를 걸렀었군.

배고픔이라는 느낌을 모르다보니 인간은 살기위해 무언가를 먹어야된다는 사실을 문득 잊곤 한다.


"원래 항상 우울해 보이는 얼굴이라고 하지 않았니?"


그렇게 대꾸하며 가볍게 빵을 한 입 물었다. 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지만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맛이 느껴지진 않는다. 이젠 단맛이 어땠는지조차 가물가물 하다. 음, 예전엔 생크림을 싫어하진 않았던것 같은데 아무런 맛이 나질 않으니 그저 입안에서 물컹물컹거리는 느낌만 남아 기분 나쁘다. 하지만 손수 이걸 가져다준 엘렌의 성의를 생각해 꾹 참고 우물우물 전부 먹기로 했다.


"지금은 특별히 더 우울해 보이는걸."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내 뺨에 손을 가져다댔다. 뭘하나 싶었더니 얼굴에 크림이 묻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옮겨 묻은 크림을 핥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크림이 묻은 그녀의 분홍색 입술이 유난히 더 반들거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솔직히… 기껍지 않다.


"왜 그랬니."


"뭘?"


한숨에 가까운 내 말에 엘렌은 의문을 표했다. 하긴, 왜 그랬냐는 내 물음이 겨냥하고 있는 바가 모호하긴 하다. 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고, 그런 나를 따라 엘렌도 입을 다물었다.


하늘을 보니 슬슬 별빛들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 별빛들이 이곳에 닿기 까지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빛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우주의 광대함에 비하면 보잘것 없다. 그래서 별빛을 본다는 건, 먼 과거의 별들을 본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


나는 별들을 보며 과거를 본다.


"내가 한 일은 보잘것 없는 것이었어."


"글쎄."


엘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것 같지만 일단 무시하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풍족해. 때문에 유니온의 마스터로써 활동하며 받은 녹봉이 그리 대단찮게 보였어. 그래서 값싼 동정심으로 그 돈을 전부 고아원에 기부해왔을 뿐이야. 이 사실을 오늘에서야 떠올린것만 봐도 알지."


"흐음, 그래서?"


그녀는 여전히 내 말에 동의하는 듯한 태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 엘렌의 동의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건조한 목소리로 이야길 계속한다.


"그래서 기부자가 나라는걸 밝힌 네 행동을 책망하고 싶어. 나는 이 상황이…."


그러니까-


아, 무척이나 이상한 기분.

이상하다, 이상해. 흑룡은 내가 용의 피를 깨움으로써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째서 자꾸만 속에서 부터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듯한 기분이 들까.


이건 도대체 무슨 감정일까.

나는 답답함에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나는 모순되어 있다.


"불편해."


결국, 그렇게 말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엘렌은 변명하듯 이야기했다.


"미안해. 하지만 원장은 계속해서 엄청난 기부금을 내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꼭 알고 싶어했어. 찾아내서 감사 인사라도 표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한테 면목이 서질 않는대나. 뭐, 봐서 알겠지만 보기 드물게 선한 사람이야. 답답할 정도로 성실하기도 하고."


"그거야 그 사람 사정이지."


나는 내 목소리가 이렇게 차가울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 알았다. 이런 내 싸늘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엘렌은 소리내어 웃으며 물었다.


"지금 화내는거야?"


그 질문에 나는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그 말을 긍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그런것 같아."


"화를 내면 내는거지 아마 그런것 같다는건 대체 뭐니?"


입술을 삐쭉 내밀며 투덜거리는 엘렌의 말은 실로 타당했다. 나는 결국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엘렌은 이런 나를 아무말 없이 바라보다가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상당히 긴 시간동안 침묵이 흘렀다.


어둠이 그 세를 좀더 넓혀 태양이 넘어가기 직전이 되어서야, 이 침묵이 깨어졌다.


"네네아리케."


"응."


"너는 너 자신이 왜 화가 났다고 생각해?"


이상한 물음이었다. 하지만 엘렌의 태도가 평소와는 미묘하게 달라, 나는 착실히 그 질문에 답하기로 했다.


"굳이 익명으로 기부를 했던 내 저의를 무시하고 그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낸 네 부주의함 때문에."


엘렌은 찔끔한 듯한 기색이었다.


"으와아… 정말 화가 난 모양이네. 너무 구체적이어서 무서워."


"말했잖아. 기부금의 액수야 어쨌든, 내겐 대단한 일이 아니었어. 생각해보렴, 내게는 별것 아닌 일이 절실한 타인에겐 목숨을 언급할 만큼 큰 일이 된다는 사실을. 그토록 절절한 감사 인사를 받으며 내가 느꼈을 괴리감을. 나는 결코 그것을 알고 싶지 않았어. 감사 인사를 받고 싶지 않았어. 그건 생각보다…."


지금 나는 정말로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 공감하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타인의 공감을 구하고, 타인에게 공감하는 듯한 이런 말들을 할 수 있는걸까. 나는… 뭐지?

하지만 이것이 내 진심이기도 했다.


이런 말들을 하며, 나는 지금까지 철저히 외면해 오고 있었던 또 다른 나 자신을 마주보는 느낌이었다.


"정말, 괴로운 일이야."


아… 이 말을 내뱉은 순간, 나는 결국에 깨닫고 말았다.

나는 만물에 공감하지 못할거란 흑룡의 말을 방패삼아 줄곧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있을 뿐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두렵냐는 샤밀리에의 물음도 떠오른다. 당신은 결코 용이 될 수 없다는 말 역시, 이제는 완전히 이해한다.


나는……….

나는…….

나는….


"네네아리케?"


나를 부르는 엘렌의 목소리에 당혹이 섞여 있었다.

숙였던 고개를 들자 뺨 위로 무언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미, 미안해! 이런 일로 울줄은…."


나는 울고 있는 모양이었다.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수 없이 마음 먹었는데 또 다시 울고 만다. 역시나 나는 어쩔 수 없는 울보인 모양이었다.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냐, 이건 너 때문이 아니야."


이건 결국 어리석고 가여운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엘렌은 아무말 없이 양 팔을 벌려 나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녀의 몸은 부드럽고 따뜻했고 청결한 향기가 났다.

엘렌은 내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네아리케, 너는 오늘 사과 때문에 얻어맞던 아이를 도와준 뒤, 네 선의가 결국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길 했었어."


"그랬… 었지."


"하지만 오늘 이 고아원을 보니 어때? 결국 네가 의미없고 조그맣다고 말하는 선의와, 그리고 선의들이 모여 결국 여기 있는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자그마한 시스템이 만들어졌어."


"…."


나는 엘렌의 품에서 벗어나 그녀를 마주보았다. 엘렌의 선명한 녹빛 눈동자는 어둠속에서 처연히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손을 들어 내 얼굴에 묻어 있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울지마. 그렇게,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이게 무척 드문 일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봐,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가능성을 비웃고, 네가 뿌린 선의의 씨앗은 결국 이렇게 화려한 꽃을 피워냈어. 기부금? 액수?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엘렌은 작게 심호흡했다.


"나는 네가 이 고아원을 계속해서, 계속해서 기억해 주었으면 해. 결국 선의로는 절대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절망하고 포기해버린 나와는 다르게."


아아.


"그래 줄거지?"


나는 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간신히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나 자신을 바꾸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나는 나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흑룡, 베른헬체이스가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만큼은, 도무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내게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내게 아무런 대가 없는 힘 만을 건네주었을 따름이었다.


작가의말

봐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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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2화] +8 16.02.10 1,346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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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8화] +10 15.10.09 1,494 42 15쪽
15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7화] +6 15.07.13 1,662 47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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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4화] +5 15.05.24 1,479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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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1화] +16 13.09.10 4,233 74 24쪽
1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0화] +28 13.08.18 2,879 5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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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8화] +12 13.08.02 2,726 68 12쪽
10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7화] +24 13.07.29 2,778 6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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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2화] +21 13.05.19 2,709 58 13쪽
10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1화] +13 13.05.15 2,850 79 30쪽
10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0화] +20 13.04.29 2,622 47 24쪽
10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9화] +10 13.04.15 3,125 59 18쪽
9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8화] +10 13.04.11 2,871 57 20쪽
9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7화] +16 13.04.09 2,807 54 21쪽
9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6화] +9 13.04.01 2,795 50 27쪽
9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5화] +11 13.03.19 2,706 61 31쪽
9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4화] +11 13.03.07 3,047 75 20쪽
9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3화] +12 13.02.24 2,866 57 21쪽
9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2화] +11 13.02.08 2,923 62 21쪽
9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1화] +13 13.01.15 3,382 77 17쪽
9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0화] +18 13.01.10 2,767 42 9쪽
9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9화] +2 13.01.10 2,626 40 14쪽
8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8화] +1 13.01.10 2,689 53 12쪽
8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7화] +16 13.01.06 2,816 52 17쪽
8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6화] +1 13.01.06 2,605 46 13쪽
8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5화] +8 12.12.22 2,843 56 14쪽
8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4화] +2 12.12.22 2,814 53 19쪽
8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3화] +14 12.12.09 2,838 58 21쪽
8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2화] +5 12.12.09 2,946 57 15쪽
8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1화] +16 12.11.27 2,926 53 17쪽
8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0화] +21 12.11.17 2,937 7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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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4화] +9 12.05.17 3,501 48 12쪽
4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3화] +21 12.05.16 3,456 61 12쪽
4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2화] +13 12.05.15 3,605 70 9쪽
4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1화] +11 12.05.14 3,528 61 22쪽
4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0화] +15 12.05.12 3,849 71 14쪽
4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9화] +16 12.05.11 3,531 64 18쪽
3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8화] +19 12.05.10 3,862 70 22쪽
3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7화] +14 12.05.06 3,772 59 15쪽
3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6화] +15 12.04.30 3,917 72 28쪽
3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5화] +19 12.04.18 3,828 71 8쪽
3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4화] +7 12.04.18 3,896 70 13쪽
3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3화] +5 12.04.18 3,746 62 10쪽
3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2화] +37 12.04.12 3,872 55 15쪽
3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1화] +21 12.04.02 3,902 69 20쪽
3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0화] +15 12.03.27 4,186 71 24쪽
3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9화] +12 12.03.26 4,244 64 20쪽
2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8화] +12 12.03.18 4,169 80 17쪽
2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7화] +14 12.03.14 4,259 75 10쪽
2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6화] +12 12.03.12 3,981 61 17쪽
2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5화] +15 12.03.08 4,032 60 15쪽
2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4화] +18 12.03.01 4,256 71 26쪽
2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3화] +17 12.02.27 3,993 69 24쪽
2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2화] +8 12.02.25 4,215 63 14쪽
2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1화] +9 12.02.22 4,238 59 18쪽
2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0화] +9 12.02.22 3,949 52 10쪽
2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9화] +4 12.02.22 4,218 65 13쪽
1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8화] +16 12.02.19 4,467 51 10쪽
1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7화] +7 12.02.19 4,641 71 12쪽
1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6화] +18 12.02.15 4,886 86 12쪽
1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5화] +6 12.02.15 4,862 67 14쪽
15 내일 떠오른느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4화] +5 12.02.15 4,391 62 9쪽
1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3화] +18 12.02.08 4,686 72 24쪽
1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2화] +3 12.02.08 4,827 83 16쪽
1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1화] +7 12.02.03 5,099 83 13쪽
1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0화] +4 12.02.03 5,343 79 11쪽
10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9화] +6 12.02.03 5,195 82 19쪽
9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8화] +6 12.02.01 5,530 74 16쪽
8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7화] +3 12.02.01 5,350 80 16쪽
7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6화] +6 12.01.29 5,695 86 14쪽
6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5화] +3 12.01.29 5,899 83 11쪽
5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4화] +7 12.01.27 7,030 106 18쪽
4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3화] +9 12.01.27 7,259 90 13쪽
3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2화] +9 12.01.21 8,598 108 15쪽
2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1화] +11 12.01.17 13,279 95 14쪽
1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볼 수 있을까. [Prologue] +13 12.01.17 25,290 16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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