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지민 (3)
-까아아아앙! 깡! 깡!
로빈의 몸이 시퍼렇게 변하고 있더라도 그의 풍벽은 변함이 없었다.
몰려들어온 오크들이 극도로 흥분해 도끼를 휘둘러 댔지만 모두 풍벽에 막혀 로빈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르틴과 실비아도 마찬가지였다.
마르틴은 검으로 반격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랬다가 행여나 영주님이 걸어준 보호마법이 풀릴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저주해제!"
드디어 마법서를 완독한 로빈이 저주해제 마법을 시전했다.
로빈의 몸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던 혈액 응고 현상이 멈췄다. 그러나 이미 진행되어 버린 응고가 당장 회복되지는 않았고, 로빈의 몸은 여전히 시퍼런 상태였다.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한숨 돌린 로빈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이....씨발.... 돼지 같은 새끼들이.."
로빈의 앞에는 눈이 시뻘개져서 풍벽을 두드리고 있는 오크들이 보였다.
타타아크의 주술 때문에 그런지 벽을 두드리는 놈들의 모습에 분노가 끓어 올랐다. 생각해보니 이곳까지 오는 길에 목격한 인간들을 노예로 부리는 것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았다.
"다 죽여버리겠다."
-화르르르륵
로빈이 열화탄 수백개를 동시에 소환했다.
그로인해 대전당 전체가 엄청난 열기로 가득했으며 열화탄이 소환되는 위치에 서 있던 일부 오크들을 곧바로 불타올랐다.
저주에 걸려 곧 죽을 것 같던 로빈이 또다시 대규모 마법을 시전하자 오크들은 상황이 완전 잘못 돌아 가고 있음을 느꼈지만 이미 늦었다.
-콰아앙! 콰앙! 콰앙!
"끄어아아아아!"
"꿰억!"
열화탄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오크들을 꿰뚫고 대전당 마저 부수었다.
짧은 시간 안에 대전당안에 들어온 오크 대부분이 녹아 내렸다.
-구르르르르르르
열화탄에 의해 기둥과 벽이 상당 부분 날아가버린 대전당은 결국 크게 흔들리며 곧 무너질 것 같았고 로빈은 염력 마법으로 자신과 마르틴 실비아를 하늘로 띄워 올렸다.
-쿠쿠쿠쿵
그와 동시에 타타아크의 저택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풍벽의 보호를 받고 천장을 뚫고 올라간 일행들은 무너진 저택의 잔해 위해 두둥실 떠올랐다.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광장으로 몰려든 오크들이 보였는데 그들 중 상당수가 이미 시체로 변해 버린 상태였다. 로빈은 그들을 착실하게 이계상점에 팔아치웠다.
상당한 숫자의 오크를 팔아 치웠지만, 아직 살아서 움직이는 오크들이 많이 있었는데 타타이크가 데려온 인간마법사의 소문이 퍼져 제 한 목숨 살아보겠다고 도망치는 오크들이 대다수였다.
"살려 보낼 순 없지"
로빈은 마법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도망치고 있는 오크들을 쫓아 착실하게 그들의 목숨을 빼았았다.
2시간 동안 마을을 빙빙 돌며 곳곳에 살아남은 오크들을 처리한 로빈은 딱 10포인트를 더 획득할 수 있었다.
로빈이 저주 해골 부족의 오크들을 거의 전멸 시키고 그들의 목숨값으로 20포인트를 적립한 것이었다.
* * *
"자자 줄을 서시오."
마르틴의 지시에 따라 저주 해골 부족에 노예로 생활하던 인간들이 광장에 모여 줄을 서고 있었다. 로빈은 이들을 모두 아드리아로 데려갈 생각이었고, 한 명도 빠짐없이 데려가기 위해 인원 점검을 하고 있었다.
"이십...이십일... 이십이..."
열 명 단위로 줄을 선 그들을 실비아가 세어보고 있었다. 정확한 인원 파악도 할 겸 혹시나 놓치고 가는 사람이 생길 까봐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었다.
"저... 제 아들놈이 보이지 않습니다."
"얼른 다녀 오시오. 늦어도 해지기 전까진 돌아오시오"
"예 나으리. 감사합니다"
로빈이 일으킨 대재앙은 오크에게만 닥친 것이 아니었다.
눈 먼 열화탄에 맞아 죽어나간 인간들도 꽤 되었고 여기저기에 건물이 무너져 죽은 사람들도 많았다.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이산가족들이 생겨났고, 서로의 생사를 확인한 뒤 부등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가족을 발견하거나 끝끝내 자신의 가족을 발견하지 못하는 인간들도 제법 있었다.
"현재 인원 7142명 입니다. 가족을 찾기 위해 수색에 나선 이들이 아직 남아있기에 인원은 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오늘 밤까지 시간을 줘라"
"예 영주님. 헌데... 몸은 이제 괜찮으신 겁니까?"
"걱정 마라"
마르틴의 걱정스러운 말에 로빈은 웃으며 자신의 몸을 보여줬다.
"멍자국이 완전히 사라졌군요. 마법으로 하신 겁니까?"
"급히 하나 배웠지"
"배우셨다구요? 원래 치유 마법을 아시는 것이 아니고 말입니까?"
"그래. 자세한 건 비밀이야."
로빈은 마르틴에게 눈을 찡긋 하며 말했다.
그 짧은 시간에 마법을 하나 배웠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로빈에게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 마르틴이었고 점점 더 로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존경이 물씬 느껴졌다.
급히 하나 배웠다는 치유 마법의 사연은 이러했다.
로빈은 오크들을 추가로 처분해 얻은 10포인트로 자신의 몸을 회복 시킬 마법을 찾았고 포인트에 딱 맞는 마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초 치유 마법의 이해]10포인트
기초 치유 마법의 이해에 수록된 치유 마법은 대상의 자연 회복 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마법이었다.
따라서 단순한 타박상, 찰과상등에 사용할 수 있었고, 대상이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나 질병은 치유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기초 마법이라 마력 효율도 매우 나빴는데 물론 로빈에게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치유의 빛"
로빈은 마력을 대량으로 공급하여 자신의 몸에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로빈의 혈액 안에 잔뜩 생성되었던 혈전이 빠르게 녹으며 다시 건강한 혈액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 곳곳에 퍼져있던 시퍼런 멍 자국도 모두 사라졌고 로빈의 몸이 저주에 걸리기 전으로 완전히 회복되었다.
결국 타타아크의 피의저주는 [기본 저주 해제의 이해]와 [기초 치유 마법의 이해] 두가지 마법을 추가로 배움으로서 완전히 해결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해가 질 무렵이 되었다.
마르틴과 실비아는 다시 한번 인원 점검을 했고, 그 동안 추가로 발견된 인원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로빈이 일으킨 재앙에 휘말려 죽어버린 것이었다.
"자. 모두 집중해라"
로빈은 자신의 몸을 띄워 광장에 모인 인간들 모두가 볼 수 있는 위치로 이동했다.
그 모습에 군중들은 감탄사를 내 뱉었고 일부 인간들은 고개를 숙이며 양손을 들어올리는 자세로 로빈을 숭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만 명에 가까운 인간들이 모여있음에도 광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들이 평소 노예로 살아온 이유도 있었겠지만, 갑자기 나타나 오크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로빈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모두 경외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 컸다.
"알고 있겠지만, 너희들을 억압하던 오크들은 모두 죽었다"
"와아아아!"
다들 알고 있었지만 로빈의 공식적인 언급이 있자,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항상 꿈꾸긴 했지만 절대 이뤄질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난 것이라 다들 흥분 상태였다.
기뻐할 시간을 충분히 준 뒤, 로빈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한 뒤 인간들이 볼 수 있게 근처로 잠시 내려왔다.
로빈의 제스쳐를 알아들은 인간들은 순식간에 조용해 졌고 로빈은 엄지 손가락을 한번 보여 준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검은숲 아래에 있는 아드리아 영지의 영주다. 너희들은 오늘 부로 내 영지의 영지민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너희들이 새 삶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돕겠다. 오크의 노예가 아닌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준비가 되었느냐?"
"와아아아아!!"
또다시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오크가 다 죽긴 했지만, 그들의 미래는 불투명했었다. 정체 모를 마법사인 로빈이 자신들을 다시 해적들에게 팔아 넘길 수도 있었고, 갑자기 기분이 돌변해 자신들도 다 죽여버릴 수도 있었다.
믿을 수 없지만 그는 바로 아래 영지의 영주였고, 자신들을 노예가 아닌 영지민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에 군중들의 기쁨은 극에 달했다.
"우릴 구해 주신 위대한 분의 성함을 알려주십시오!"
"알려주십시오"
군중들 중 리더쉽이 있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노인이 로빈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소리쳤다.
이름 : 탁신
직업 : 아드리아 영지민
능력 : B급 관료
정치력 : 489
충성도 : 72 (등용)
잠재력 : 준수함
로빈은 그에게 군주의눈을 시전했다.
B급 관료도 표기된 것으로 보아 재무관과 내무관과 비슷한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였고 노예 생활을 하면서도 그 정도 능력을 유지했다는 것은 인간들 중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오늘 처음 봤는데 벌써 충성이 72네'
보통 처음 등용 되면 충성도가 50이하였는데 워낙 특이한 상황이 겹쳐 그의 충성도가 마치 꽤 긴 세월을 함께한 가신 같은 수치가 나왔다. 로빈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전혀 없었다.
"아드리아 로빈이다"
"위대하신 아드리아 로빈 영주님께 영원히 복종하겠습니다!"
로빈이 이름을 알려주자 탁신이 오체투지를 하고 손을 높게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그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 행동은 순식간에 다른 인간들을 전염 시켰다.
탁신의 주변부터 오체투지 하더니 빠르게 주변부로 퍼져서 모든 인간들이 고개를 숙이고 로빈을 향해 팔을 높게 들어올렸다.
"복종하겠습니다!"
"영원히 복종하겠습니다"
"복종! 복종!"
노예가 아닌 영지민으로 살게 해준다고 해도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복종이었다.
그건 오랜 세월을 노예로서 살아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로빈은 다시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군중들은 조용해 졌고, 광장의 모든 시선은 로빈에게로 향했다.
"그럼 가자. 아드리아로"
로빈은 마법으로 모든 인간들을 하늘로 띄웠다.
"어어어어?"
"으아아악!"
갑작스럽게 하늘로 떠오르자 평생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없는 인간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누구는 하늘에 떠오른 것을 신기해 하거나 재밌어했고 누군가는 무서워 하며 눈을 감아버렸다.
로빈의 무한한 마력은 하늘로 띄운 새로운 영지민들을 남쪽으로 출발 시켰다.
그래서 하늘을 날으는 군중이라는 기상천외한 광경이 펼쳐졌다.
* * *
아드리아 영지와 검은숲의 접경 지역.
개척마을들이 세워져 있는 곳에서 조금 더 검은숲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새로운 마을이 세워지고 있었다.
원래 울창한 숲이었던 이곳은 로빈이 마법으로 깔끔하게 나무를 싹 다 베어버렸고 광활한 부지를 확보했다.
땅은 비옥한 흑토였고 몬스터들은 나타나는 족족 로빈의 포인트가 되어버리고 있었으니 이곳은 옛날의 검은숲이 아닌 새로운 아드리아의 영토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부 마감을 확실히 해라. 표면을 확실히 다듬어야 다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무관이 크게 소리를 치며 공사를 감독하고 있었다.
그는 새롭게 지어지는 대규모 공동주택의 건설을 독려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로빈이 데려온 신규 영지민들이 정착하고 거주할 시설이었다.
내무관의 독려에 따르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로빈이 데려온 영지민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집을 직접 짓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열심히 일했다.
-드르르르르르
공동주택의 건설이 이뤄지고 있는 반대편에는 어느새 운전에 익숙해진 조종사들이 운전하는 트랙터가 밭을 만들고 있었다.
트랙터에는 안술러프가 개발한 갈고리 모양의 추가 장치가 달려 순식간에 10개의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좋아! 아주 만족스러운 움직임이군!"
트랙터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며 안술러프가 만족했다.
조종사들은 날이 갈 수록 조종에 능숙해졌고 이제 몇 명은 안술러프 만큼 트랙터를 운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을 하늘 높은 곳에서 로빈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