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렘 왕국 (3)
발렘 - 아드리아 국경
만주키치가 이끄는 발렘의 대병력은 아드리아에 진입 하자마자 로빈의 마법에 휘말렸다.
8서클 환상 마법 대혼란 (Mayhem)
아드리아 국경에 들어선 발렘의 병력들은 저마다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에 빠지며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다 환상이 만들어내는 길을 따라 걸어가 정해진 장소에 모두 모여 든 뒤, 정신을 잃었는데 그곳은 아드리아의 병력들이 만들어 둔 포로 수용소였다.
불과 두시간 만에 10만의 발렘 병력들은 모두 제발로 포로 수용소로 들어갔고, 아드리아의 병력들은 새삼 로빈의 기겁할 만한 능력에 감탄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들의 손과 발을 포박했다.
마법의 효력이 다하고 발렘의 병력들이 하나 둘 깨어났는데 그들 중에는 총사령관 만주키치도 있었다.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이름 : 아무텐 만주키치
직업 : 발렘 왕국 군사령관
능력 : A급 기사, B급 장군,
전투력 : 1123
통솔력 : 533
충성도 : -64(비등용)
잠재력 : 2521
국경에 설치된 포로 수용소 가장 중앙에는 로빈이 있었다.
로빈은 높게 설치된 마치 제단과 같은 구조물 위에 대리석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턱을 괴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군주의눈을 시전하고 있었다.
만주키치의 능력은 딱 밀리아노 수준이었다.
비약을 먹기전 밀리아노의 능력과 대동소이 했고, 차이점이 있다면 밀리아노 보다 더 나이가 많았다.
일반적인 포박은 마법에서 벗어난 만주키치가 풀 수도 있었기에 로빈은 그에게 마비 마법을 걸어두었다.
자신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만주키치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로빈에게는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았다.
"어디 가까이서 볼까"
로빈은 만주키치를 자신의 앞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발렘인들 특유의 거친 느낌이 제대로인 만주키치는 옛날 지구에서 봤던 동유럽 사람들이 생각나는 외모였다.
"으.... 네 놈이 로빈이냐?"
"네 놈? 허허..."
요즘 모든 사람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던 로빈에게 '네 놈'이라는 말은 심히 거슬렸다.
'거기다가 생긴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로빈도 카시드 못지 않은 관상 애호가가 되었는지 동유럽 깡패처럼 생긴 만주키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혹여 마음에 든다면, 발렘의 인사들도 대거 포섭 할까 생각도 했지만 일단 눈 앞에 보이는 만주키치는 실격이었다.
"어서 나에게 걸린 마법을 풀어라!"
악다구니를 쓰는 만주키치를 보는 로빈의 표정이 더 굳었다.
만주키치는 나름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대응하고 있었지만,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는 것이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것을 보니, 구아노 채취장에서 제 역할을 다할 것 같아요"
로빈과 함께 만주키치를 보고 있던 에르트라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밝은 표정과는 다르게 내용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렇지? 그냥 보내면 우리 귀여운 도마뱀 친구들이 버거울 수 있으니까...."
-화르르륵
로빈은 송곳 모양의 작은 열화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만주키치의 단전을 향해 빠르게 날려 보냈다.
"끄아아아악!"
만주키치의 단전이 녹아 내리고 그와 동시에 쌓아 뒀던 마력도 흩어졌다.
두 번 다시 마력을 단전에 모으지 못할 정도로 녹여 버린 이후에 치유 마법을 써 그의 상처를 회복시켰다.
"평범한 노동자의 삶을 살거라"
로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만주키치를 치우라는 신호로 손을 까딱 거렸다.
그러자 병사들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상처는 다 나았지만 기력과 충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만주키치의 손을 묶고 포로 수용소로 옮겼다.
"전하. 지시하신 이주 계획입니다"
만주키치의 처리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던 실비아가 기회를 틈타 얼른 보고서를 내밀었다.
"금방 만들어 왔구나"
"밤을 새웠습니다"
"허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는데"
"당장 발렘인들을 이동 시켜야 하기에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발렘이 국경을 넘은 이후에 로빈의 명령이 떨어졌기에 실비아가 정말 빠르게 보고서를 준비해온 것이었다.
로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이에 실비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10만에 가까운 발렘의 포로들이 수용소 곳곳으로 이동하는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서 로빈은 여유롭게 보고서를 펼쳐 들었다.
발렘인 이주 방안
1. 무역항으로서 나사우(군도) 위한 인력 배치
2. 아르톰 추가 경작지를 위한 인력 배치
3. 아르톰 - 몰디아 공업지대를 위한 인력 배치
실비아가 올린 보고서에는 지금 억류한 10만의 포로 이외에도 앞으로 확보하게 될 발렘의 200만 가까운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적혀 있었다.
발렘에는 영토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을 남겨두고 대부분의 인력을 아드리아로 이주시켜 각종 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다는 계획이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지금 텅 비어버린 군도에 발렘인들을 투입하여 무역항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민중들의 봉기와 반란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으로 생활 근거지에서 떠나게 하는 것과 그들을 흩어지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군도의 주민들은 아드리아로 데려왔고, 발렘의 주민들을 군도로 보내는 것은 그들이 헛짓거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날로 성장하고 있는 아드리아의 공업은, 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았고 수많은 발렘인들에게 모두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었다.
"좋군. 아주 훌륭해"
꼼꼼히 읽어 보지 않고 대충 훑어보기만 했지만, 로빈은 실비아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이대로 진행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전하. 그럼 본격적인 발렘인들의 이주는 언제부터 시작 된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으음... 곧 되지 않을까? 지금쯤이면 발렘 국왕 목을 따러 간 2인조가 목적지에 도달 했을 것 같은데"
"아... 그렇군요...."
실비아는 카시드와 해리엇이 발렘 국왕을 암살하기 위해 떠났음을 알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고 급히 소집된 임시 회의에서 그 내용을 접했는데 처음에는 자신이 잘 못 들었나 싶었지만, 거듭 확인해주는 로빈의 말에 정말로 그가 둘만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빈과 에르트라스가 갔다면 충분히 둘 만으로도 발렘 국왕을 암살하고 올 수 있었지만, 실비아의 생각에 카시드와 해리엇이 그정도는 아니었다.
"왜? 걱정되나?"
"그렇습니다... 카시드님과 해리엇님이 대단한 기사이시긴 하지만, 두 분이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걱정 하지마라. 아마 여행 하듯 느긋하게 다녀올 것이니"
로빈은 눈을 찡긋 하며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전혀 걱정할 것 없다는 로빈의 태도에 실비아도 둘을 걱정하는 마음을 접었다.
로빈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그의 말은 틀린 적이 없었다.
* * *
발렘 수도 페테부크
드미트리 백작령 부터 페테부크까지 3일간 열심히 이동한 카시드와 해리엇은 매일 밤마다 그 지역의 영주가 머무르는 성에 침입해 성을 빼앗고 음식을 강탈했다.
백작령, 백작령, 공작령으로 이어지는 세 번의 방문 덕분에 그들의 움직임은 모든 발렘인들이 알 수 있게 되었다.
발렘인들 중에는 국왕 아스타나한도 포함되어 있었고, 대놓고 자신의 목을 따러 오고 있다는 아드리의 기사 2인을 막기 위해 수도 인근의 남아 있는 모든 병력과 기사들을 페테부크 외성 앞에 집결 시켰다.
"멈춰라!"
외성에서 진을 치고 있는 발렘 근위대장이 소리쳤다.
그의 외침은 아무도 없는 대로를 유유히 걸어오고 있는 카시드와 해리엇을 향했다.
원래라면 수도로 오는 사람들과 지방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잔뜩 있어야 할 대로였지만, 전쟁 중이기도 했고 아드리아 기사 2인방 때문에 대로에는 쥐새끼 한마리 없이 썰렁했다.
"형님, 멈추라는 데요?"
"멈추긴 뭘 멈춰.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수많은 병력이 자신들의 앞길을 막고 있음에도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는 둘은 시시덕 거리며 병력들을 향해 걸어갔다.
"멈춰라!!"
또 한번 근위대장이 크게 소리쳤다.
이에 카시드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해리엇에게 뭐라도 해보라는 듯 툭툭 쳤다.
"비켜라!!"
카시드가 툭툭 건드리자 해리엇은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다음 소리쳤다.
해리엇이 비켜라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은 카시드는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너무 웃겨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발렘 근위대장은 비키라는 외치는 해리엇과 킥킥거리며 웃고 있는 카시드를 보며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근위대장은 그들이 이곳까지 오는 과정에서 올라온 보고서들을 통해, 믿을 수 없지만 그 둘의 경지가 마스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있는 병력 없는 병력 다 끌어 모아 그들의 진격을 막아 보려 했지만, 마스터들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궁수대 사격 준비!"
그래도 하는 데까지 다 해봐야 했다.
근위대장은 궁수들을 준비 시키는 것과 동시에 기사단 돌격까지 준비했다.
"발사!"
-슈슈슈슈
궁수들이 쏜 화살이 작은 반원을 그리며 둘에게 날아갔다.
화살이 거의 도착했다 싶은 순간, 해리엇이 검을 빼내어 빠르게 휘두르자 마치 방어 마법을 쓴 것처럼 오러의 벽이 생겨났다.
-팅팅팅
화살은 단 한 발도 둘에게 닿지 못했다.
"기사단 돌격!"
이어서 근위대장은 기사단을 돌격 시켰다.
병사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말을 탄 기사단에게 길을 내주었고 길다란 마창을 허리 춤에 고정 시킨 뒤 둘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오 저게 말로만 듣던 랜스 차징이냐?"
"그렇습니다. 아 보신 적 없습니까?"
"쿠샨에선 저런 거 안 해"
"왜 그렇습니까? 저게 그래도 병사들 상대로는 효과가 엄청납니다"
"제대로 된 흑마법사 한 명만 있어도 막힐 공격인데... 하긴 여기 남부에는 마법사가 별로 없긴 하더라"
말을 하면서 카시드는 바닥에 떨어진 돌을 양손에 집어 들었다.
그리고 돌에 오러를 담아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콰직!
카시드가 던진 돌은 가장 선두에서 뛰어오고 있던 기사가 탄 말을 관통했다.
돌은 힘을 잃지 않고 쭉쭉 뻗어나가며 뒤에 오던 기사들을 연이어 관통했고 말들이 고꾸라져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히이이이잉!
"으아악!"
"멈춰!"
카시드가 던진 돌 하나 때문에 선두의 말들이 쓰러지자 이어서 달려 오고 있던 말들도 쓰러진 말에 걸려 모조리 넘어지기 시작했다.
"본 월이나... 샌드핸즈... 좀 더 고위급 흑마법사면 어스퀘이크 한방에 다 전멸할 공격인데 바보가 아니면 이런 식으로 안하지 읏챠!"
진영이 완전 무너져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기사단을 보며 카시드가 말했다.
이에 해리엇은 카시드가 말한 마법들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대충 마법 한방에 다 막히는 공격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카시드는 말을 마치며 돌을 하나 더 던졌다.
그의 손을 떠난 돌은 겨우 혼란을 피해 방향을 꺾으며 다시 달려 오고 있는 기사들을 향했고 돌을 맞은 기사들은 결국 말에서 떨어지며 바닥에 쳐박히고 말았다.
"전 병력! 돌격하라!"
기사단 돌격이 돌팔매질 두 번에 허무하게 막히자. 근위대장은 악다구니를 쓰며 병사들을 돌격 시켰다.
그리고 전령을 불러 국왕에게 전달할 자신의 마지막 보고를 올렸다.
아드리아 기사 2인 저지 불가. 서둘러 피신하시기 바랍니다.
근위대장의 명령을 받은 전령은 고개를 숙인 뒤, 서둘러 내성을 향해 말을 몰았다.
"끄아아아아아!"
"으아악!"
돌격 했던 병사들이 해리엇의 검에 무참히 도륙 되고 있었다.
해리엇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록색 오러는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 지며 길을 막는 모든 병사들을 절단 내고 있었다.
"모두 길을 비켜라! 길을 내주는 자는 살아 남을 것이다!"
해리엇이 크게 소리쳤다.
최대한 사람을 죽이지 말고 임무를 수행하라는 로빈의 지시가 있었기에, 이 정도 겁을 주면 도망갈 자들은 알아서 도망갈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해리엇이 소리친 뒤 발렘의 병사들은 사방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사기가 완전히 떨어진 것도 있었고 병사들의 눈에 둘의 모습은 지옥에서 온 악마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목숨이 귀하지. 개죽음 당하지 말라고"
해리엇이 길을 뚫자 카시드는 뒷짐을 쥐고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말했다.
"이 이상은 못 들어간다!"
병사들이 도주하더라도 끝까지 성문 앞을 지키고 있던 근위대장이 해리엇에게 달려 들었다.
-서걱
대단한 결심과 기세에도 불구하고 해리엇의 검기 한번에 근위대장은 상체와 하체가 분리 되어 버렸다.
그 모습은 남아있던 병사들의 항전 의지를 완전 꺾어 버렸고 결국 발렘 외성에서 내성으로 이어지는 가도를 지키는 자가 아무도 없어졌다.
"들어가시지요 형님"
해리엇이 뒤 따라오고 있는 카시드를 향해 말했고 카시드는 여전히 뒷짐을 쥔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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