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두 번째 경기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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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소환술사 팀이었다. 다양한 장신구들이 달린 갈색 로브를 단체로 입고 있던 그 키작은 사람들은, 중계진들의 말에 따르면 ‘노움’이라는 종족인 듯싶었다. 손과 발이 컸고, 발등에는 털이 복실복실했으며 귀는 뭉툭하면서도 끝이 뾰족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코와 입술이 크고 두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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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뭐죠! 단체로 소환술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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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은 그 다섯 명의 노움들을 비추었고, 그들은 수정구를 둥글게 둘러싸 각자 자신들의 앞에 두 팔을 펼쳐 보이더니 형형색색의 마법진을 허공에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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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땡켓몬스터 같은 느낌의 자그마한 동물들이 그 마법진으로부터 나타나 총 다섯 마리가 그들의 앞에 서서 갸르릉거렸다. 중계진은 각각 불, 물, 땅, 식물, 공기의 정령을 소환해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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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안 세 보이는데.” 하고 내가 말하자 에이리는 또 뭘 모르네, 하면서 손으로 휘휘 저으며 보기나 하라고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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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사막 위, 모래 바람이 휘몰아치는 그곳에서 갑자기 동시에 그 다섯 마리의 자그마한 괴수들은 허공에 대고 뭔가를 난사했다. 정말 땡켓몬스터 같았다. 갸르릉거리며 커다랗게 벌린 입으로부터 각자 특성에 맞는 화염구, 물폭탄, 돌조각들, 식물 줄기, 소닉붐을 내뿜어 주변의 지형을 삽시에 바꾸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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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사방으로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 그들 다섯 명, 그리고 다섯 마리는 높다란 모래 언덕의 정점에서 대기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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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중급정령들이군요! 이건······. 놀라운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건 힘들지 않을까요! 자, 상대 팀으로 전환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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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바뀌고, 그러나 동일한 배경에서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키가 크고 마른, 딱 달라붙는 검정 복장의 다섯 명이 일렬로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검은 복면을 쓰고 있었고, 검은 장갑도 끼고 있었다. 검은 천으로 둘둘만 복장이 꼭 미이라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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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참가하는 수수께끼의 팀! ‘에키노이드’ 팀은 이번 테스트에서 전원 만점을 받은 유력 우승 후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해서, 또 받지 못했다고 해서 우승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전혀 관계 없지만 말이지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과연, 이 몸놀림! 예사롭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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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은 그 검정 다섯이 이제 막 만들어진 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장면을 비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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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구태여 상대방이 만들어둔 함정으로 몸소 뛰어든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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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은 일렬로 정렬해 뛰었다. 그때 노움 중 한 명이 그들을 발견하고는 무어라 신호를 주었고, 그들도 달려오는 적들과 마주 보면서 마찬가지로 일렬로 서 대기했다. 그 다섯 동물들은 그들 앞에 다시 서 일제히 그 어마무시한 위력의 포탄들을 쏘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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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개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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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검은 집단의 몸놀림은 마치 ‘닌자’와도 비슷했다. 완벽한 호흡으로 서로의 거리를 일정히 유지하며 다만 방향만을 틀어 각자 산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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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 둘러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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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위력의 포탄들은, 물론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뿐더러 애먼 모래구덩이만 더 파 지형을 흐트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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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움들은 뒤늦게 자신들의 생명줄인, 수정구를 둘러싸며 각자 다가오는 적 한 명 한 명을 일대일로 마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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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한 그들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만이 스크린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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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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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단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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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움들마저 가세해 약병이나 간단한 마법구 따위를 날리는, 그 북새통에서 그들은 단 한 명도 상처를 입지 않았고, 오히려 언제 꺼내든 것인지 길다란 단도로 순식간에 소환수들을 갈기갈기 찢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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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진의 탄성과 신음, 그와 함께 노움들의 단말마로써 경기 화면은 상공 수십 미터 위에서 아래의 참상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연출을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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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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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의 그 한마디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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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였다. 한 사람 남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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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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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당혹스러움, 그리고 입술이 매말랐다는 점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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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을 한차례 꼴깍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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