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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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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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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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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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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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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5. 또 한 명의 게이머 (2)

DUMMY

11.





펜던트는 발테르 방향으로 이동 중이랬고, 앞으로 약 한 달이면 도착한다고 실바스트는 전했다. 우리는 로렌초 대공과, 엘프 세이나에 관한 - 호문쿨루스 건은 얘기하지 않았다 - 내용, 즉 트로피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진솔하게 전했다. 실바스트는 ‘로렌초’ 라는 이름이 귀에 들리자 적잖이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간 입을 다물었지만 에이리의 전폭적인 지지로 그는 마음을 돌린 듯했다. 고농축마나석은 에드나의 전쟁 방위선에 지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그녀는 주장했다.


대공은 지난 이십 년간 예술품의 아버지로 불리웠지만 그의 재력은 대륙에서 손꼽히는 정도로 국가의 전쟁 물자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에이리는 나와 일상이에게 다시 소개했다.


“전쟁이라니, 누구랑?” 이라는 내 솔직한 질문에, 에이리는 “중립국 카이트국을 제외한 주변 사방 4개국이 적국이야.” 라고 즉답했다. 실바스트는 “지금은 공식 서약상 대륙 전체가 휴전 중에 있지만,” 하면서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요, 하고 덧붙였다.


그리고 동료를 더 늘릴 필요가 있느냐는 실바스트의 질문에는, 그녀가 내 얼굴을 쏘아보았고, 나는 엘프 미녀라면 간이나 쓸개라도 떼어줄 수 있으리라고 대답하려다 다만 일상이를 쏘아봤고 일상이는 아크를 쏘아보았다. 네가 대답해야지 그걸 아크에게 떠넘기냐! 고 진심으로 소리치고 싶었다.


“뭐, 우연찮게 좋지 않습니까? 어차피 트로피에 참가하려면 다섯 명 인원이 필수입니다. 실력 있는 엘프 궁수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아크는 조리 있게 잘 말했다.


그래, 잘 떠 넘겼다. 웬만해선 이 아크 신사에게 다 떠넘기자꾸나.


그렇게 떠들고, 실바스트와의 연락을 끊고 잠깐 한숨을 돌리고 있자니 해는 머리 위에 걸리고 있었다. 우리는 아크의 급발진으로 방을 나섰다.


나와 일상이가 서둘러 문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 에이리는 “하여간 남자들이란.” 하고 뒤편에서 중얼거렸다.






광장 정가운데, 하늘 높이 칼과 방패를 추켜올리고 있는 기사의 동상 앞에는 눈부신 조각상이 하나 더 있었다. 비너스의 탄생을 방불케 하는 육감적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었다. 살면서 이 정도 미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아니, 평생 잊을 수 없는 정도였다. 당장 그녀 앞에 무릎 꿇고 구두라도 핥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아아! 햇살이시여! 여신의 편인 햇살이시어! 아아아!” 아크가 호들갑을 떨었다.


“야······. 저게 사람이냐?”

“그러게······. 미친 거 같다······.”


내 의견에 일상이도 동조했는데 입가에 백태가 껴 있었다.


“아으, 짜증나! 남자들이란 진짜!”


자꾸 뒤쪽에서 누군가가 구시렁구시렁대는 것 같았지만 솔직히 이제는 신경이 가지도 않았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엘프 여신 세이나는 한층 반가운 미소를 띠우며 천천히 그 기다랗고 새하얀 두 다리를 번갈아 움직였다.


“아아아! 왔습니다! 여신을, 아니, 여왕님을 알현하러 미물들이 이렇게 찾아왔답니다!”

“오셨네요.” 그녀는 어제의 복장 그대로였으나 앞머리에 보랏빛 자수정이 박힌 핀을 꽂아 가지런히 넘긴 채 있었다. 그녀는 에이리를 보자 한층 편한 기색을 역력히 띠우면서 인사했다.


“들은 것보다 훨씬 더 멋지신 분인 것 같군요.”

“흥. 멋지긴. 그쪽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으네요.”


다행히 세이나는 웃으며 칭찬으로 여겼다. 명백한 비꼼인 게 우리 눈에는 보였지만. 아크가 당황한 듯이 중재하고자 말문을 떼었다. 나는 에이리 옆에 붙어서 말조심 좀 하라며 꾸짖었다. 그러자 내 눈을 홱 하고 째려보더니 말없이 이를 꽉 깨무는 것이 아닌가. 내가 진정하라며 실실 웃으면서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하자, 그녀는 질색팔색을 하면서 뒷걸음질마저 친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레이디?”

“했어요.”


여러분들은? 하면서 그녀는 이쪽을 한 명 한 명 살펴보면서 물었다.


“했습니다.” 일상이가 대답했다.


너 이자식······. 나와 에이리는 안 했다. 그걸 뻔히 아는 놈이. 내가 녀석을 노려보자 녀석이 내 어깨에 손을 얹어 놓으며 실실 쪼깬다.


뭐, 이제 와서 밥 먹으러 가는 것도 웃긴 일이겠지만.


“자! 그럼 제가 잘 아는, 썩 좋은 카페를 가도록 하지요?”

“좋아요.” 세이나의 승낙에 우리는 일제히 아크를 따라 나섰다.






“마음껏 시키십쇼. 이곳 주인장하고 저는 조금 친분이 있거든요, 그렇지 않고서야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꽤 수준 있는 카페이니.” 아크가 말했다.

“그래요?” 세이나가 대꾸했다.

“그럼요. 자, 이보게! 알프레인! 주문 안 받고 뭐하나?”


전망 하나는 장관이었다. 우리는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1층 자그마하지만 깨끗하고 깔끔한 하얀 벽돌 건물이었다. 이곳은 광장 정북쪽으로 적잖이 가파른 언덕배기 3분의 2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발테르의 무수한 마법사들의 건물들이 한눈에 보였다. 이 위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 그러니까 꼭대기 - 상류층 저택이 모여 있었고, 국왕의 자그마한 성이 한 채 존재한다고 아크가 설명했다. 카이트 국왕은 대대로 마법의 수호신이었으며 근검절약의 신이기도 한다는, 굉장히 실용적인 왕가란다.


세이나는 기분 좋은 웃음을 계속 머금은 채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에이리가 본론으로 넘어갔다.


“고농축마나석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들었는데.”

“예. 꼭 필요해요.”

“왜지?”


나는, 아니, 우리 셋은 안절부절 못 했다. 에이리는 예의범절이 잘못 돼 있었다.


세이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자신의 계피 커피에 둥둥 떠 있는 앵두인지 뭔지 빨간 열매 하나를 바라보면서 꼭 앵두 같은 입술을 조금씩 조금씩 움직였다.


“제 고향에 관한 문제입니다.”

“아아!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목적이 맞고, 서로 괜찮다 싶으면 거기까지만 동행해도 되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아크는 간절한 눈빛으로 에이리를 향했다.

“모르는 일이지. 이런 점은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 돼. 동료란 건 우선 신뢰 바탕으로 쌓아지는 단어야.”

“그럼,” 하고 세이나는 에이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먼저 말씀해주시죠. 그게 예의 아닌가요?”


에이리는 피식 하고 웃었다.


“싫은데.”


그게 뭐냐!


“뭐하는 짓이야······.” 하고 일상이가 옆에서 어이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뭐하긴 뭘.” 그녀가 째려보았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상이는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엘프는 자신의 금발을 한 번 꼬더니 귀 뒤편으로 넘겨 걸었다. 그녀의 눈빛은 이 세상의 모든 정의로움을 다 모아둔 듯한 푸르른 빛을 반사했다.


“일단 저는, 트로피에 함께 참가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꼬치꼬치 캐물으신다면 거절할게요.”


아크가 벌떡 일어나 상반신을 굽신거리면서 소리쳤다.


“물론이죠, 물론이고 말고요. 다 이해합니다. 더 이상 캐묻지 않겠습니다, 레이디. 아무렴요. 예. 레이디 에이리, 한 번만 더 캐물으시면 회중시계 보고는 없습니다?”


쾅! 하고 나무 테이블 위 새하얀 식탁보 위로 에이리의 작지만 튼튼한 오른 주먹이 내려 쳐졌다. 커피 잔들이 덜컥거리며 아슬아슬하게 진동했다.


“협박이야?” 그녀가 말했다.


그 눈초리엔 살기가 담겨 있었다.


“하하하, 잘 모르겠습니다······, 농담일까요, 민수?”


그는 구원을 바라면서도 질책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이건 네 일이잖아.’ 하는 시선이었다.


하긴, 나는 ‘엘프의 피’를 구해야만 했다. 그게 당초의 목적이었다. 이렇게 행운이 제 발로 굴러 떨어졌는데, 그걸 에이리의 변덕에 의해 절로 차 버리는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아크 녀석, 왜 이렇게까지 나를 챙겨주는 걸까? 단순히 엘프 미녀에게 발정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일을 원만하게 풀고자 결심했다. 에이리의 어깨를 살짝 건드려 나를 보게 했고, 눈치를 주어 뒤를 돌아봐 귓속말 할 수 있게끔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


작가의말

제게는 독자 한 분이 백 분이십니다. 서서히 달아오를 테니, 앞으로의 이야기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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