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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2,800,000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64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8.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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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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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 오크 (4)

DUMMY

⠀⠀⠀⠀⠀⠀⠀⠀⠀⠀⠀⠀⠀⠀⠀⠀⠀⠀⠀⠀⠀⠀⠀⠀⠀⠀⠀⠀⠀⠀⠀⠀⠀⠀⠀⠀⠀⠀⠀⠀⠀⠀

잠겨 있었다.


용 조각 황금빛 문고리를 쥐어 정확히 세 번 두드렸다.


에이리로서는 조금 버거운 높이였기에 내가 했다.


“오늘은 휴일이오.”


등 뒤에서부터 중년 남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휴일이라고?”

“그렇소만.”


에이리는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도 신경질적으로 되받아쳤다.


남성은 마치 수도승과도 같은 검정 후드를 걸치고 있었다.


피부는 창백했고, 눈썹이 깔끔했으며, 수염 한 톨 보이지 않았다.


병적으로 잘 생긴 남자였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대공의 명을 받고, 이 로렌초 미술관을 지키는 관리자요.”


에이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물었다.


“이름이 뭐죠?”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려고 그러오.”


굉장히 쌀쌀맞은 말투였다.


“다시 한번 확인하겠지만, 당신은 ‘로렌초 미술관의 관리자’ 맞지?”

“그렇소.”


더 이상 얘기하기 싫다는 어조로, 그는 한숨을 한차례 내쉬고는 말했다.


“자알 알겠소.” 에이리가 말했다.


우리는 우선 근처 어둑한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고개를 살짝 내밀면 미술관 입구가 보였다.


돔의 꼭대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거리였다.


“눈치 챘어? 아. 당신들은 모르려나.”

“뭔데?”


그녀는 후드를 젖혀 헝크러진 단발을 드러내면서 물었다. 윗머리가 눌려 납작했다.


“로렌초 미술관. 그는 분명 '로렌초' 미술관이라고 말했어.”


나와 일상이도 후드를 젖혔다. 나는 머리를 털었고, 일상이는 찌든 물 향이 나는 공기를 들이마셨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뭐?”

“이 도시 사람이라면. 미술관 '로렌초', 라고 하는 데 익숙하거든. 하물며 그 위대한 로렌초 대공의 명을 직접 받은 관리자라면 더더욱.”


로렌초 미술관. 미술관 로렌초.


그게 그렇게 큰 차이인가.


“실수할 수도 있지 않아?”


일상이 녀석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 이건 ‘de’의 차이야.”

“으응······? 디, 뭐?”


그녀는 다시 de, 하고 말했지만 그놈의 de가 무엇인지 잘 들리지도 않았고, 알 수도 없었다.


“바보야? 너희들.”


진성 혐오스럽다는 듯이 우리를 보았다.


내가 일상이를 보자,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나는 한 발짝 그로부터 떨어져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야. 넌 또 뭘 스리슬쩍 그렇게······”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하아. 그러니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문법과 어법의 차이라는 거야. 책만 읽는 바보 아니면 외국인 따위나 그렇게 말하지. de 앞에 로렌초를 넣는 거 말이야.”


잘 모르겠지만 어찌저찌 알 것 같은 기분은 들었다.


“그래서 뭐야. 저 사람은 관리자가 아니라는 거?” 일상이가 물었다.

“잘 알아들었네.”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에 대한 감탄과 저 남자에 대한 오싹함이 공존했다.


“분명 한패겠지. 잘 들어. 지금부터 도박을 걸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빨라지며 진중해졌다.


“저 문 보이지,” 나와 일상이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저 문을 부술 거야.”

“뭐?!”

“네?”


우리의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 붙였다.


“내가 투명해져서 저 남자를 유인할 테니까, 당신들이 이 물건을 가지고 정문 앞까지 가 있으면 돼.”


그녀는 엄지와 중지를 한차례 튕겼다.


허공에서 주먹만한 보라색 슬라임이 떨어져 그녀의 왼손에 쥐어졌다.


그것은 꿈틀거렸다.


“살아있으니까 조심해서 다뤄야 해.”

“이게 뭔데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말없이 보았다.


“폭탄이야.”

“···끝?”


더 이상의 설명도, 대답도 필요없다는 듯이 그녀는 내 양손에 강제로 그 ‘살아움직이는’ 슬라임을 쥐였다.


시발.


“신.” 하고 에이리는 일상이를 불렀다.


그에게도 똑같은 눈빛을 보내며 한마디 했다.


“친구를 잘 지킬 것.”

“예. 알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못 미더운데.” 아차, 입밖으로 내뱉었다.


다시 예의 그 험상궂은 눈초리가 쏘아져 왔다.


“친구를 믿어.”

“예에······.”


우리는 저 멀리 쏟아져 오는 햇빛과 거대한 돔 형 미술관을 바라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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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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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더니,


이번에는 파란 물약을 허공에서 나타나게 했다.


그녀는 꿀꺽꿀꺽 그것을 마시더니,


두 팔을 쭉 펼쳐 알 수 없는 외국어를 씨부렁거렸다.


그리고 그게 우리가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럼, 잊지 말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할 것.”


마치 군인 같은 말투였다.


허공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음······.”

“갔나?”


약간 늦게 일상이가 그녀를 떠 보았다. 간 것 같았다.


“어쩌지, 이제?”

“뭘 어째.”


얘는 바보인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시키는 대로 할 거야?”

“그럼 안 하냐?”

“그냥 이대로 나 몰라라 하고 가도 되는데? 우린.” 일상이가 말했다.


처음으로 이렇게까지 혐오감이 든 적은 없었다.


아니, 몇 번 있었나?


“넌 니 생명의 은인을 배신하냐?”

“아니, 난 니 입장을 생각해 본 거지.”


거짓말 마라, 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너무도 당당한 얼굴에서 나는 차마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내 입장이랄 것이 있나······.


솔직히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


“야! 봐봐. 간다.”


그의 외침에, 길모퉁이에 서 있던 남자가 갑작스레 뛰어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게 신호랬지?” 내가 다시 확인했다.


일상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내 양손을 보았다.


“왜케 불안하냐······. 꼭 쥐고 있어, 알았지?”

“응, 닥쳐.”


달렸다.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고개를 푹 숙여서 달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앞에 있는 일상이의 다리만을 보며 발맞춰 나아갔다.


언제 멈출까, 부딪치면 안 되는데, 아, 뛰지 말걸,


아, 손이 미끄러워 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점차 속력이 낮아지더니 이윽고 멈췄다.


한 발 옆으로 빼서 나란히 섰다.


일전의 대문 앞에 섰다.


초콜릿 빛깔로 빛나는 거대한 나무문이 있었다.


“이제 어떡하지?”

“몰라.”


기다리면 되려나······?


그 순간이었다.


가벼운 산들바람이 휭 하고 지나가는 듯싶더니 언제부터 있었는지 일상이 오른편으로 에이리가 나타났다.


그녀는 양 무릎을 부여잡으며 헉헉댔다.


“빨리! 거기에 그걸 붙여!”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보랏빛 슬라임을 문 사이에 욱여넣었다.


“위험하니까, 저쪽으로!”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다.


혹시 몰라 길 건너편 무기상점 옆에까지 달라붙었다.


다행히 행인은커녕 주변 가게 주인들은 가게 안에 처 박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법과도 같이 이 일대만큼은 우리 셋만이 있을 따름이었다.


그때였다.


쾅! 하는 소음과 함께 일대의 가게 주인들이 한꺼번에 가게 밖으로 나와 버린 것은.


“무, 무슨 일인가!”

“뭔 소리야?”

“전쟁이지! 분명 전쟁일 거야!”


대여섯 상점 주인들이 일제히 나타났다.


그들은 두리번거렸다.


“어쩌냐······.”

“어쩌긴. 일단 뛰자.” 하고 내가 속삭였다.


그리고 뛰었다. 에이리가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등 뒤로부터 대여섯 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노와 당황 일색이었다.


그 거대했던 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휑하니 성당의 내부가 보일 뿐이었다.


홀 같은 느낌으로 아직 미술관이라는 인상은 없었다.


우리는 들어갔다.


시간이 없어, 하고 에이리는 사방을 둘러보며 강조했다.


일상이는 내게 말했다.


“그 그림을 찾아야 해.”


뭔 그림인데.


푸른 홀로그램 속 영상 따윈 난 보지 못했다고 말하자, 일상이는 그래? 하며 한 단어를 힌트랍시고 던졌다.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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