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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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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43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9.02 18:32
조회
67
추천
1
글자
8쪽

3. 호문쿨루스 (1)

DUMMY

6.

⠀⠀⠀⠀⠀⠀⠀⠀⠀⠀⠀⠀⠀⠀⠀⠀⠀⠀⠀⠀⠀

⠀⠀⠀⠀⠀⠀⠀


“에르네······, 에르네!”


몸을 뒤척이다 팔꿈치를 박았다.


“끄, 아······.”

“정신이 드냐?”

“온몸이 아파······.”


일상이는 코웃음쳤다. 흫흫, 하면서. 아플만 하지, 하는 에이리의 목소리도 들렸다.

덜커덩거리는 딱딱한 판자 위에서 자고 있던 모양이었다. 사방이 천으로 막혀 어둑어둑했다.


“아니, 잠을 잘못 잤나······.”

“그 표현 웃기네.” 에이리는 말했다.

“근데 여긴 어디야?”


나는 중심을 잡고자 똑바로 앉았다. 바로 건너편 가까이에 있던 에이리가 몸을 조금 일으켜 끝쪽에 있는 천을 살짝 걷었다. 그러자 빛이 들어왔다.

돌돌 말아 이등변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었다. 밖은 숲이었다.

마차 안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그런데, 에르네가 누구야?”


눈치 없게도 일상이가 끼어들었다.


“에르네? 어, 누구더라.” 관심 없었다.

“너가 계속 중얼거리길래.”


내가?


“내가 그랬다고?”


그러자 그때 에이리가 말을 잘랐다.


“정신은 들어?”


그녀는 빛과 그림자 그 중앙으로 몸을 기울였다. 다 닳아 헤진 가죽 신발 등이 햇살을 받아 까끌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삼각형으로 접힌 천막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멀쩡해. 약간 몽롱하지만.”

“기억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마녀는 네가 죽였어.”


기억이 돌아왔다. 그랬다, 나는 마녀의 눈알과 척수를 빨아먹었다.


아득히 먼 과거의 일과도 같았다. 그러나 생생했다. 방금 전의 일인 것마냥.


“그리고 네 친구도 죽일 뻔했지.”


도중에 어째선지 눈물을 흘리면서 잠들어 버렸지만, 하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나는 누군가의 시체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생생하다. 그런데 기묘했다.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살면서 한 번쯤 만져본 적 있던 감촉이었다. 주마등처럼 오크 이야기가 떠오른다. 에이리에게 물었다.


“오크라고 알아? 그 녹색 괴물.”


가느다란 다리가 움찔거렸다. 검정 오버니삭스에 시선이 갔다.


“날 무시하는 거야?”


명백한 텀 뒤에 그런 대답이 나왔다.


내가 실수한 건가. 반응으로 미뤄 보건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인 모양이었다. 신기하다, 신기해. 문뜩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오크나 트롤 등, 마법에 관한 진실들마저. 실은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의 돌다리 역할을 한 누군가가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해서 엘프, 드워프에 대해서도 떠 보았더니 그제야 에이리는 한숨을 쉬며 모두 존재한다며 수긍해 주었다.

이로써 알 수 있는 사실 한 가지는, 미스터 J. J. 톨킨은 이쪽 세계 사람이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뇌절인가?


아무튼 나는 그 오크 이야기를 한번 꺼내보기로 했다.


“전생에 오크였던 건에 대하여······.”

“뭐?” 일상이가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냈다.

나는 무시했다.

“저기. 분명 나한테 잠재력증강인지 뭐시기 썼었지?”

“응.”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어서 설명했다. 실은 더미였다. 마녀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잠깐 천정에 숨어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기 위해 마법으로 만들었던 자신의 밀랍인형을 마녀의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 놓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흥분해서는 그 난리를 부렸다.


“뭐, 더 정확히는 펜던트를 숨겨둔 그 그림을 찾으려고 그랬던 거지만.”


그런데 내가 죽을 위기에 처했고, 그녀는 급하게 하늘에서 내려와 잠재력증강 마법을 부렸다. 정신력과 체력의 향상이라는 점에서 그 상황, 그 장소에서 재빠르게 벗어나게끔 하기 위함이었단다. 치료는 그 이후다.


그런데 그 꼴이 났다는 것이지.


나는 그 이야기를 모두 들으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오크 소년과 어느 한 소녀의 모습만을 떠올렸다.


“난 병신이었구만. 물론 얘가 더 병신이지만.” 내가 말했다.

“아니, 나도 당황해서······..”


나는 그림자 속 에이리의 얼굴을 최대한 명확히 보려고 노력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환생이라든가, 그런 거 믿어? 그러니까 예를 들면, 내가 오크였는데 인간으로 환생했다든가.”


옆에서 아주 그냥 폭소를 쏟아댄다. 나는 무시했다.


“진지하게. 아니, 내가 최근 들어서 자주 같은 꿈을 꾸었단 말이야? 어떤 소녀가 다섯 살 난 작은 오크를 감싸는······. 그런데 그 비슷한 걸 그때도 봤어. 이번에는 생생하게.”

“···푸크큭, 크하하하! 꿈이겠지!”

나는 일상이를 무시했다.


에이리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나는 믿지 않지만, 그런 전설이 있어.”

“전설?”

“아주 오래된 신화지. 이 세상이 탄생했을 그 시점부터 있어 왔던.”


마차가 덜커덕거렸다.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신은 최초의 종족에게 벌을 내렸다. 왜 벌을 내렸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어쨌든 신의 징벌은 가혹했다. 그 종족에게는 수명이 생겼고, 매번 새로 태어나야 하는 지옥에 빠졌다. 그것도 기억이 없는 채로.

그런데 어느 날 전생을 기억하는 자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을 ‘신의 아들’이었다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모두 그가 미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결국 대륙 최강의 마법사가 되었고, 여덟 종류의 왕국을 통합하는 데 이르렀다. 그는 죽기 전에도 자신을 ‘신의 아들’로 소개했다.

그런데 그런 사례가 역사적으로 한둘이 아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위인들이 자신의 전생을 기억했다. ‘신의 아들’까지는 아니어도 다양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자들이 현생에서 기억을 되찾았다.


“오크······ 족에 대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하고 에이리는 덧붙였다.

“오크족 중에서 위업을 달성한 인물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잖아.”

“물론 그렇지.”


나는 왠지 스스로가 꽤나 억지스럽다고 느끼면서 엄지 손톱을 물어뜯었다.


굉장히 거슬린다, 좌측에서 폭우 마냥 폭소를 퍼부어대는 일상이 녀석이.


녀석이 말했다.


“아니, 당연히 꿈이지, 시발. 너가 하도 그놈의 꿈을 꿔 대니까 그때도 꾸었던 것 뿐이야. 넌 그때 정신을 잃었었잖아!”


일리가 있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나는 일상이의 팔뚝을 ‘밤주먹’으로 강타했다.


“존나 시끄러워, 씨발.”






“그래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우리?” 일상이가 말했다.

“···너는 어떻게 나랑 다를 바가 없냐.”

“아니, 그냥 따라다녔을 뿐이라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도움을 받으러 갈 거야. 사람 찾는 데에는 전문이지, 그 남자.”

“남자?” 일상이가 반응했다.


왜 그 부분에서 반응하는데.


“그런 사람이 있어.”

“어느 정도 걸리는데? 아니, 애초에 어느 정도 걸린 거야, 지금.”

시간 개념이 없었다.

“여덟 시간 정도 지났나. 도중에 마차를 두 번 갈아탔어.”

“맞아. 아, 저번 마차는 진짜 개 편했는데.”

“관광 마차를 처음 타보다니, 이런 사람 처음 봤어.”

“하하. 내가 좀 세상물정을 몰라서······.”


지금 마차는 급하게 빌린 것으로, 마부는 에이리와 친분이 있는 사이랬다. 천막에 가려져 앞좌석은 결코 볼 수 없었다. 이 마차로 갈아탄지 한 시간쯤 안 됐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아직 에드나에 있었다.


“그 남자라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

“뭘?” 내가 물었다.

“너희 둘의 상태.”


흠.


일상이 녀석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너, 아직 기억하지?”

“또 ‘니 여친’이러면 죽여 버린다, 진심!”


나는 흥분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댔다.


“이거 게임이라는 거 말이야.”

“당연히 기억하지.”


나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능력이, 그거랑 관련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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