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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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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29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8.29 19:09
조회
236
추천
4
글자
9쪽

2. 오크 (1)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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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돌아다녔다.


당황하지 않는다.


어차피 현실에 미련은 없었다.


최대한 천천히 걸었다.


꼼꼼히 관찰했다.


일상이 녀석이 있을지도 몰랐다.


바이올린인가?


전통 유럽 풍의 민요가 들려왔다. 아니, 우쿨렐레 모양의 바이올린이었다. 깨끗한 갈색 로브를 두른 머리 긴 젊은 남성이 대로 한가운데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를 제외하면 단 한 사람도 집중하지 않았다.


찡긋, 남자는 한쪽 눈가를 찡그리며 내게 미소를 날렸다.


금발에 벽안, 잘 생긴 남자였다.


마른 체형에 피부가 다른 세상 사람인 것 마냥 새하얬다.


아, 이곳은 다른 세상이지.


그런데 전체적인 성향과는 다르게 남성의 양손은 굳은 살로 얼룩졌다.


구슬프지도, 활기차지도 않은 그 중립적인 멜로디에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바지주머니를 뒤적이며 지갑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갑은커녕 자신의 복장에 놀랐다.


“이게 뭐야.”


나는 내 손도 만져 보았다.


부드러운 피부, 핏줄 하나 놓치지 않고 또 손톱 하나 놓치지 않고 관찰했다.


그후 볼과 얼굴을 재차 매만져 보았다.


코가 유난히 크고 뾰족했다······.


턱도 마찬가지였다.


뭐라고 해야 하지, 눈이 쏙 들어갔고 짙은 눈썹 위는 볼록 튀어 나왔다.


머리카락도··· 직모였다. 말도 안 돼, 나는 반곱슬이었다.


"공군에이스였나······?”


교복이 아니었다.


그랬다. 까마득한 옛날, 그 임요환이 입었던 그 복장 비슷했다.


하얀 바탕에 검정 줄무늬. 다만, 왼쪽 가슴 위로 밀키웨이 - 우리은하의 이미지가 고화질로 프린트되어 있었다.


새하얀 운동화에도 마찬가지였다.


거울을 보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면서, 전후사정을 돌이켰다.


그렇게 된 건가. 그녀는 분명 ‘그쪽 세계에서는 새로운 육신을’이라고 말했었다.


설마 완전히 새 육신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모든 말에 좀처럼 상상이 가진 않았었지만.


그나저나 새로 얻은 이몸의 얼굴은 대체 얼마나 잘생긴 걸까,


금발의 연주자는 이쪽을 뚫어져라 보았다.


잠깐, 내 얼굴이 아닌가?


그때 커다란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악! 잠깐만! 내, 내 팔! 내 팔 빠진다, 야!”

“안 빠지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돌풍과 함께, 서늘해진 뒤통수 방향으로 그런 말소리가 스쳐갔다.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야! 하고 목이 빠져라 외쳤다.


일상이였다!


하지만 녀석은 이쪽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뿐더러,


왜인지 작은 여자아이의 손에 이끌려 무려 하늘을 날았다.


살려줘어어어 하는 비명과 함께 그 둘의 모습은 서서히 작아져 갔다.


나는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바이올린을 거두면서 남자는 말했다.


“연주하기 참 좋은 날씨에요.”





2.



나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일상이의 자취는 이제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복장이 지금의 내 복장과 동일했다.


목소리도 약간 높아진 것 같았고,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나는 확신했다.


“아시는 분인가요?”


갑작스레 날아온 질문에, 몸을 움찔했다.


“아, 예. 네.”


유창한 한국어.


기억을 더듬어 보니 분명 최초에 만났던 스파르타인도 마찬가지였다.


“저 분에게 도움을 좀 받았었거든요.”


바이올리니스트가 말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거 참 실례했다면서 자신의 이름을 덧붙였다.


“셰라드입니다. 음유시인입니다.”


보시다시피, 라는 말을 자신의 - 우쿨렐레 모양이었지만 - 바이올린을 채로 가리키는 것으로 대신했다. 소설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단어였다.


도움을 받았었다고?


“아, 저는 저, 방금 지나간 그, 남자를 말한 건데······.”


놀랍게도 음유시인은 긍정의 표시로 가벼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예, 맞습니다. 성함은 모르지만, 제게 더할나위 없는 큰 도움을 주셨죠.”

“더할나위 없는······.”

“예.”


일상이 녀석이 쌩판 모르는 남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도 무척 놀랐지만, 그보다 그 발음과 어휘에 더 놀랐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없나요?”


셰라드는 얘기했다.


5일 전의 일이랬다.


자신의 물건이 도둑 맞을 뻔했는데, 우연히 현장에 있던 일상이 녀석이 고함을 쳤다.


“도둑이야! 하고 말이죠.”

“그건······.”


그건 말도 안 되는데.


5일 전이라니.


내 정신은 벙찐 상태였다.


“실은 그 물건이란 것이,”


그는 질 좋고 깨끗한 로브 안쪽으로 왼손을 쑤시더니 곧 아주 오래돼 녹슬기까지 한 자그마한 '팬던트'를 하나 꺼냈다.


“어머니의 유산이었거든요.”


그런 건 아무 관심 없었다.


나는 여전히 멍했다.


“정확히 5일 전, 맞죠? 오 분 전이나 다섯 시간 전도 아니고.”

“예, 정확히 오 일 전입니다.”


그 긍정의 미소에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5일 전이라니······.


문뜩 그 여자의 마지막 목소리가 뇌리를 스치었다.


‘한시간이니까, 그쪽 세계 시간으로는 약 네 달 정도일 거야.’


나는 머리를 부둥켜안았다.


직모가 눌려왔다.


앞머리를 꾹 눌러보니 검정이 아닌 밝은 갈색이었다.


“그렇다는 소리는, 그 짧은 순간에 여기선 벌써 오 일이나 지났다는 건가.”


음유시인은 “예?” 하면서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일상이 이녀석은 대체 그 5일간 뭐하고 있었던 거야······. 나는 다시금 양볼을 툭툭 두드렸다. 아무튼 단서는 있다. 바로 이 사람이다.


최대한 공감의 표현을 드러내면서 그, 셰라드라는 판타지 음유시인에게 다른 실마리는 없냐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저께였습니다.”


그는 말했다.


“저 둘, 방금 지나간 여성 분하고 함께 있는 걸 전 보았습니다. 광장에서요.”

“광장이요?”


짧게 끄덕인다. 광장의 이름이 뭐고, 어디에 있는지 등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는 듯이.


“광장은 엄청 붐볐거든요. 제3왕자의 연설이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잘 아시겠지만······.”

“아, 잘 몰라요.”


그러자 에드나에는 어제 도착하신 모양이군요, 하고 그는 말했다.


이 도시의 이름인 모양이었다.


그는 쉼 없이 이어 말했다.


“레인 왕자는 무척 무서우신 분이랍니다. 나이와는 맞게 않게 무척 신경질적이죠. 그럼에도 정치와 전쟁, 민중에는 관심이 많으셔서 이것저것 많이 도전하고 계시죠. 어디 분이신지는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만, 네, 적어도 이 나라 사람이라면 어린아이고 노인이고 할 것 없이 다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관심 없었다. 대체 그 왕자 뭐시기와 일상이의 발자취에는 어떤 관계가 있다는 말일까?


“아니, 왕자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어요. 난리통이었습니다. 경비대는 연신 ‘도둑이다! 도둑이다!’ 외칠 뿐이었죠. 그 레인 왕자의 소중한 물건이 사라졌던 겁니다.”


소중한 물건?


“바로, 이것이었죠.”

“예?”

“아, 물론 이건 제 어머니의 유산. 레인 왕자의 팬던트는 한때 국모셨던,” 음유시인은 입가를 주욱 찢는 매혹적이면서도 기이한 미소를 흘렸다. “물론 지금도 국모시긴 합니다만, 레일리아 왕비의 유산이었지만요.”


그대로 빠져들었다.


그래서요? 하고 보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크라티아 재상이 고함쳤죠. 부연 설명하자면, 레인 왕자는 그 팬던트를 샤워할 때도, 수면 시에도 착용한다덥니다. 유명한 노랫말이죠.”


그냥 루머겠지, 하고 나는 가볍게 넘겼다.


“아, 이런. 저도 모르게 쓸데없이 주절주절 늘여댔군요.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까······.”

“아, 아뇨. 하하······.”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전개는 너무도 급작스러웠다.


“북적이던 와중에 누군가가 소리쳤죠. ‘여기다! 범인이 여기 있어!’ 사람들은 그 둘을 둘러싸 꼼짝도 못하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범인은 그 두 분이었던 것이죠.”


그는 자신의 팬던트를 살살 만지작거리면서 ‘일상이’와 ‘방금 지나간 하늘을 날던 작은 여자아이’라고 정확히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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