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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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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36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9.04 18:21
조회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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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3. 호문쿨루스 (3)

DUMMY

하늘의 색이 노랗게 변했다. 전신에서 힘이 솟는가 싶더니, 심장쪽부터 에메랄드 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그 무언가는 소용돌이쳤다. 절정에 다다랐다. 세상에 안개가 자욱하게 껴기 시작했다.

극장이었다. 나는 허름한 좁은 영화관에 홀로 앉아 뿌연 스크린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다.


상영을 시작한 그때, 마치 상영 전 광고라도 되는 것처럼 거대한 얼굴이 하나 나타났다. 안경 낀 외국인이었다. 반곱슬 금발이 세련된 잘생긴 젊은 남자였다. 그는 한차례 미소를 지었다.


“진정하세요. 다 끝났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극장의 막이 내려갔다.


“걱정 마세요.”





*⠀⠀⠀⠀⠀⠀⠀*⠀⠀⠀⠀⠀⠀⠀*





에르네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내 생명의 은인, 그리고 내 하나뿐인 친구, 그리고 내 사랑······.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미소, 그녀의 말투, 그녀의 생각.


에르네는 항상 말했다.


“모두 다 함께,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꼭! 반드시 와야 해. 반드시 올 거야.”


읊조리듯이 말했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당시의 우리는 알지 못했다. 다만 우리는 바랐을 뿐이다.


나와, 그녀의 종족이 더 이상 싸우지 않기만을······.





*⠀⠀⠀⠀⠀⠀⠀*⠀⠀⠀⠀⠀⠀⠀*





눈을 떴을 때, 여성이 있었다.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습니다. 어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괜찮으시면 눈을 깜빡여 주시겠어요?”


나는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감사합니다. 마취 때문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으실 거예요.”

“엑······.”


분명 네, 라고 말했는데. 아무튼 나는 알았다는 표시로 눈만 수 차례 깜빡였다.


잠깐 물 좀 떠오겠다며 그 미녀는 사라져 버렸다.


“으······.”


고개만 기울여 주변을 살펴 보았다.


호화로운 샹들리에가 보였다. 고개를 더 꺾으니 장미가 몇 송이 꽃힌 꽃병 너머로 화려한 창문이 보였다.

부드러운 실크 천의 감촉에 침대를 살펴 보니,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운 황금빛 침대가 보였다.


문 소리도 없이 그녀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조금씩 마셔 보세요.”


그녀의 손은 따뜻하고 보드라웠다. 물을 조금씩 마시면서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살펴 보았다.


옅은 인상의 백인이었다. 눈을 제외한 코, 입이 모두 자그마했다. 속눈썹이 길고 쌍꺼풀이 아름다웠다. 갸름한 턱선, 왜소한 몸집, 그러나 키는 보통인 듯보였다. 얼굴이 작아서 일까 훨씬 더 커 보였다.


모델 같았다. 무엇보다도 붉은 웨이브 치는 단발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행동거지는 철저한 간호사였다.


복장은 메이드다.


“감, 음, 감사합니다······.” 하고 내가 말했다.

침을 한번 삼키니 본래 목소리로 돌아왔다.


“실바스트 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해왔다.


실바스트는 또 누구일까. 이 호화로운 저택의 주인이겠지. 그나저나 나는 또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침대로부터 떨어져 멀찍이 섰다. 나도 몸을 일으켜 폭신한 베개에 상반신을 기대었는데, 그때 누군가의 말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더니 한 열다섯 발자국 떨어진 두터운 문이 슬며시 열리고, 낯익은 두 얼굴이 나타났다.


둘은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다. 주 내용은 ‘하늘에서 그딴 걸 쏘아대는 바람에’라는 일상이의 추궁이었다.

문을 연 에이리가 이쪽을 보면서 그 추궁들은 모조리 무시 당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잠자리, 괜찮았어?”


나는 하.하. 하고 웃었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괜찮은 모양이었다.


“좀 괜찮냐?”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그 질문에 그 질문으로 대꾸했다. 그러자 일상이가 말했다.


“이상 없어. 너가, 날 버리고 어딘가로 숨었던 기억밖에 없지만······.”

“무, 뭐? 뭔 개소리야. 누가 뭘 버려.”


나는 그 상황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다 쏟아내고 나자 그제야 녀석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들어서 이미 알고 있어.”하고 말했다.


“그냥 너 버리고 튈걸 그랬다.”


녀석의 주먹이 삼두근을 강타했다. 이건 감정이 실려 있었다······. 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했다.


“이 애 몸은 어때.” 에이리가 하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괜찮습니다. 이제 일어나실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몸을 일으켜 그들 앞에 섰다. 멀쩡했다. 나는 하녀의 성함을 여쭸다. 그녀는 아기 천사 같은 미소를 머금으면서 ‘넬’이라고 답했다.


내가 감사를 표하자 그녀는 당황한 기색으로 호들갑스럽게 고개를 내저었다.


“실바스트 님께서 기다리셔요.”


처음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인상이었다. 나와 또래라는 느낌이 든다.






실바스트라는 남자는 정확히 그때 그 어렴풋이 나타났던 금발에 안경 낀 잘생긴 남자였다. 그는 분명 말했었다. “다 끝났습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는 호화로운 상차림 앞 - 스무 명은 앉을 수 있을 기다란 직사각 테이블, 대기 중인 웨이터 세 명, 샹들리에 아래서 빛나는 다양한 고기류 음식들 - 에 앉아 있었다. 실바스트는 한쪽 끝에 앉았다. 그의 가까이 앉아 달라는 부탁에 나와 일상이가 그 바로 옆 안쪽 라인에, 건너편으로 에이리가 홀로 앉았다. 나와 일상이는 신기한 듯 이 호화로운 요리들을 구경만 하다가도, 신호가 떨어지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 것과 다르게 에이리는 깨작깨작 잘 먹지를 않았다. 실바스트는 몸에 밴 솜씨로 스테이크를 썰었다.


“제게는 유능한 신사 분이 한 분 계셔서, 조금 도움을 받았을 뿐이죠.”

“신사 분이요?” 일상이가 물었다.

“네.”

“지금은 어디 가셨나요?”

“가셨죠. 그런데 금방 돌아오실 겁니다. 걱정 마세요.”

“그,” 하고 내가 말을 꺼냈다. “제게 걱정 마세요, 하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나는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네. 기억 하시나 보군요.”


기억합니다.


그는 웨이터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그의 와인잔이 붉게 재차 한가득 채워졌다.


“폭주하시지 않게끔 마취 마법을 잠깐 썼을 뿐입니다.” 그는 설명을 이었다.


형상변형쪽 마법에는 종종 그런 일이 있다고.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한데, 자신의 감정에 먹혀 버려 마나를 폭주시켜 버리고 말아 육체를 망가뜨리고 만다고. 그 낌새를 알아차리고 그는 실례를 무릅쓰고 마취를 걸었다는 것이다.


“그럼, 형상변형쪽 마법이란 말이야? 그게?” 에이리는 깨작깨작 먹던 손을 내려놓고 그렇게 물었다.

나도 의구심을 품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군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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