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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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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40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9.09 19:37
조회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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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3. 호문쿨루스 (8)

DUMMY

쓸데 없는 말 마라며 당장 본론으로 넘어가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라고, 에이리는 읊조렸다.


[누가 에이리 양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은데요, 음, 아크?]


홀로그램 속 금발의 남자는 추궁하듯이 눈썹을 쭉 올렸다. 아크는 왼손으로 회중시계를 들고 있어 팔을 쭉 내뻗은 채였다. 그는 최대한 우리 셋의 얼굴을 담아 내려고 하는 바람에 자신의 모습은 일절 내비치지 않고 있었다. 그가 에이리의 얼굴을 가리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금 머리를 내빼며 우리 셋을 비추었다.


[하아.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망(net)’에 따르면 펜던트는 아직 국경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하더군요.]


에이리가 짜증나는 투로 반응했다.


“아직도? 설마, 잘못 짚은 건 아니겠지?”

[그럴 수도. 뭐, 그럴 경우엔 에이리 양의 감이 틀린 걸로.]


그녀는 갑자기 새끼 손가락을 들어올리더니 다른 한손으로 그걸 분지르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뭐. 아직은 모르는 거니.]


순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나는 말했다.


“펜던트의 위치, 라니.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예요?”

[예. 대륙 곳곳에 제 도우미들이 존재합니다. 정확힌 블래스트 가문을 섬긴, 섬겼던 자들이지만요. 그들로부터 직접적으로 정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흔히 “블래스트 망(net)”이라고 부른다고 에이리가 덧붙였다.


한 번 섬긴 자들은 일종의 계약을 하고 그들이 원할 경우 아는 정보를 시각적이나 청각적인 정보로 블래스트 가에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거 참 상상이 잘 안 간다.


옆에서 일상이가 “일종의 씨씨티비 같은 걸까나.” 하며 덕후스럽게 중얼거렸다.


[아무튼 일단 그렇게 알아뒀으면 좋겠군.]

“알겠어. 놓치지나 말라고.”


실바스트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아크에게 우리 둘 - 나와 일상이 - 를 잘 부탁한다며 수차례 강조했다.

아크는 끝끝내 얼굴도 안 비친 채로 알겠습니다- 하면서 홀로그램을 닫았다.


회중시계를 도로 안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 그가 말했다.


“자, 그럼 그런 걸로. 그럼 이제, 두 분의 문제를 해결해보러 가볼까요?”






솔직히 마법의 나라, 그 수도라고 해서 화려한 건축물과 거리, 사람들을 기대하지 않지도 않았다.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은 뭐 아쉬운 정도에 그쳤지만, 이 정도까지 답이 없는 공장 도시였다니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 곤혹이었다.


그나마 여관이 있던 장소는 냄새나 소음이 없었고 탁 트이기라도 했다. 아크의 말대로 남서쪽에 이르자 매캐한 연기나 폐수를 아무렇게나 뿌려대는 커다란 3층, 4층 건물들이 빼곡히 즐비했다. 대다수는 나무로 지어졌으나 개중 간간히 벽돌로 지어진 것도 있었다. 벽돌로 지어진 것은 창문이 거의 없었다.


똥오줌과도 같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냄새와 형체의 검은 무언가가 건물들 바깥 - 건물들 바닥 면에 둥그렇게 박혀 있는 검은 파이프 - 를 통해 꿀렁거리며 가끔씩 뿜어졌다.


유해한 물질 아니냐는 내 추궁에 아크는 큰 소리로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마나의 산화물에 불과합니다. 저게 유해했다면, 이곳 사람들은 얼마 안 가 다 미쳤거나 사라졌겠죠.”


그는 갑자기 멈추어 서더니, 맨들맨들한 자신의 턱을 여러 번 보듬더니 “아니, 미친 건 사실인데.” 하고 말했다. 에이리가 멈춰 섰고 “그래서 대체 어디로 가는 건데?” 하며 물었다.


“궁금하십니까? 물론, 궁금하시겠지요? 하하하!” 그는 또 과장된 몸짓으로 그런 식으로 소리쳤다.


에이리는 질색했다. 한숨을 쉬었다. 손을 휘휘 저으면서 그렇다고, 사실은 관심 없다는 투로 대꾸했다.


“다름 아닌, 제 스승을 만나러 가는 겁니다.”


아크는 내게 윙크를 날렸다.


마나의 산화물인지 뭔지로 얼룩진 적갈색 벽돌로 지어진 버섯 모양 1층짜리 건물, 널찍하고 둥그런 나무 문 앞에 우리는 나란히 서 있었다. 신기한 검은 철제 방패(?)로 건물 옥상을 아름답게 덮고 있다. 꼭 영지버섯 같았다.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일반 가정집 같은 창문이 두어 개 나 있었고, 배출 파이프와 굴뚝이 부재한 점이었다.


“스승니······!”

“아, 잠깐! 잠깐만! 먼저 들어가 있어봐!”


에이리는 다급한 모양새로 그렇게 말을 남기곤 어딘가로 떠나 버렸다.


“뭐지?” 내가 말했다.

“뭘까.” 일상이가 말했다.


그녀는 금새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체구만큼이나 잽싸다.


아크는 뒷머리를 살짝 긁적이더니, 예의 그 어눌한 발음으로 “스승니임!” 하고 소리쳤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정장 차림에 백발, 흰 수염의 마르고 구부정한 팔십 가까이 돼 보이는 노인이 나타났다. 둥근 유태인 모자를 쓰고 어깨까지 흐느적거리는 가느다란 백발과, 가슴께까지 걸쳐 오는 마찬가지로 직모인 새하얀 수염을 보고 있자니 꼭 신선 같았다.


주름과 피부염은 속일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깨끗한 인상을 주었다. 빛나는 푸른 눈과, 검은 정장, 붉은 넥타이, 번쩍이는 검정 구두도 한몫했다.


“오! 아키! 내 멋쟁이 제자가 왔구만!”


안경은 쓰고 있지 않았지만 어느 모로 보나 아크의 스승이 분명했다.





*⠀⠀⠀⠀⠀⠀⠀*⠀⠀⠀⠀⠀⠀⠀*





“이게 얼마만이야.” 노인은 검은색 멋드러진 지팡이로 테이블 위를 과격하게 쓸어 바닥에 다 떨구더니 의자 네 개를 얼른 가져다 놓았다. 개중 하나는 아크가 먼저 자리를 잡고 얼른 앉았다.


“삼일인가?”

“허흠, 허흠! 이게 감히 스승님을 놀려? 아직 살 날이 창창한 노인을 놀리냔 말이야.”


노인은 턱수염을 살살 밑으로 보듬었고 자리에 앉았다. 나와 일상이는 어색하게 남은 의자에 앉아 그 둘을 바라보았다.


“우리에게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드냐 이다! 맞지요? 스승님?”

“허흠, 허흠! 거야 고렇치.”


아크는 정말이지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의 스승을 기꺼이 안아 양볼에 한 번씩 키스했다.


“건강히 잘 계셔서 다행입니다.”

“멋쟁이 제자도 여전해 보여서 다행이군.”


아크는 자신은 최근에 실바스트 백작 밑에서 일한다고 밝혔다. 펜던트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노인은 별다른 반응없이 고개를 그저 끄덕일 뿐이었다. 그 마치 십대와도 같은 이글거리는 눈빛은 과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을 잃게 했다.


“그래서, 이 분들을 스승님 앞에 모셔오게 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민수라고 합니다.”

“일상이라고 합니다.”


노인의 똑바른 시선이 우리 둘의 얼굴을 번갈아 향했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콧수염과 턱수염으로 가려진 얇은 입을 강직하게 다물고 있었다. 아크가 “이 분은 대륙에서 가장 위대하신 연금술사이자 제 멋쟁이 스승님, 다이달로어 님이십니다.” 하고 소개했다.


“자네들, 호문쿨루스구만.” 가장 위대한 연금술사의 첫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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