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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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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37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9.20 19:33
조회
42
추천
1
글자
7쪽

5. 또 한 명의 게이머 (6)

DUMMY

⠀⠀⠀⠀⠀⠀⠀⠀⠀⠀⠀⠀⠀⠀⠀⠀⠀⠀⠀⠀⠀⠀⠀⠀⠀⠀⠀⠀⠀⠀⠀⠀⠀⠀⠀⠀⠀⠀⠀⠀⠀⠀⠀⠀⠀⠀⠀⠀⠀

“글쎄, 나는 모른다니까 그러네!”


한쪽에 한 움큼 보랏빛으로 브릿지 염색을 한, 히스패닉 계열의 중년 여성이 짜증스레 소리쳤다. 짧은 머리고 슬림한 모양새를 떠나서, 복장이 꼭 집시나 주술사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끼고 있던 돋보기 외안경을 유리 카운터 위에 올려 놓으면서 에이리를 쏘아보던 시선을 내 얼굴로 돌렸다.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는데, 그만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이거 한통속이구만. 죽고 싶지 않으면 부는 게 좋을 거야.”


에이리는 한쪽 손을 가볍게 들어올리며 손가락을 굽혔다. 그때 아크가 제지하며 안주머니로부터 이전의 그 금빛 훈장을 꺼내 보였다.


“마법력수색대입니다. 급해서 그러는데, 협조 좀 부탁드릴 수 없겠습니까?”


그러자 보석상은 콧방귀를 뀌었다.


“보석공 무시하지 마시지. ‘한때’ 수색대였겠지. 갱신도 안 된 훈장을 감히 누구한테 들이대?”


정곡을 찔린 양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지르며 한 발짝 물러섰고 그런 그를 에이리는 한심하게 보았다.


“당신들 영업 방해로 신고하기 전에 당장 쳐 나가는 게 좋을 거야.” 여성은 협박조로 밀고 나왔다.


“저런 건방진 여자한테는 말보다는 행동이 옳아, 암!”

“에, 에이리. 진정해봐.”


내가 에이리의 옷깃을 붙잡았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시는 것 같은데, 서너 시간 전 이야기니까 조금 여유를 갖고 얘기하자.” 그래야 협조를 하든 말든 제대로 된 뭔가를 하지, 하고 덧붙였다.


주인장의 지금 표정으로는 결코 협조하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단단히 느낄 수 있었지만,


어느새 다시 일어난 아크가 내 주장을 거들었다.


“미세스도 사정을 들으면 협조하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나 아직 결혼 안했거든?”

“아··· 아앗······!” 아크는 다시 한 걸음 물러섰다.

“좋아. 그럼 설명해 보쇼. 단,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거기, 그쪽, 잘생긴 분이 설명해봐.”


그 손톱 짧고 탄탄하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여태 구석에서 팔짱만 끼고 있던 일상이를 가리켰다.


잘생긴 분? 물론 잘생기긴 잘생겼지만.


“나?” 얼빠진 목소리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신일상.

“그래요.이쪽으로 가까이 와서 얼른 설명해 보시죠.”


일상이는 얼떨결에 유리 카운터 위에 손을 얹어 놓고, 남은 한 손으로는 자기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떠듬떠듬 말을 시작했다.


“그 남자가, 레인 왕자의 목걸이를 훔쳤거든요. 그 목걸이는 엄청 위험한 물건이고, 그래서 잡아야 해······”


그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중년 여성이 일상이의 한 손을, 갑자기 양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한 것이다. 손이 곱네······, 이런 손으로 그 검은 어떻게 휘두르시나, 하고 중얼거리는 중년 여자의 탁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저기······.”

“알았어! 얘기를 들어보니, 무척 중요한 일인 것 같군. 협조해 주겠어. 단!” 하고 다시금 그녀는 조건을 붙였다. “고객의 개인정보에 관한 건 일절 말하지 않을 거야. 그건 보석상 윤리에 어긋난다고.”

“물론이죠. 물론이고 말고요.” 아크가 말했으나, 바로 옆에 있던 나만이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그렇게 보석상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얻어낸 결론은, 자신에게 어떤 팬던트를 감정 의뢰했단 것이었다. 물론 그 팬던트는 ‘아티팩트’로서 일개 숙련 보석공으로서는 감정이 불가능한 물건이었다. 내가 아티팩트? 하고 아크에게 물어보자 거대한 마력에 의해 기능하는 각종 물건을 뜻한다고 그는 간단히 말했다.


“분명, 레일리아 왕비의 펜던트일 거야. 그런데 왜······?”


감정을 의뢰했다? 에이리는 깊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아크가 얘기했다.


“혹시 작동법을 모르는 건 아닐지요, 그러니까, 펜던트의 봉인을 풀기 위한 방법 자체를 모른다······.”

“그래서 이곳 발테르로 왔단 말이야?” 에이리는 아크를 노려보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전혀 알 수가 없군요.”


전혀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옆을 보자, 일상이의 엉덩이가 그 여성에 의해 조물딱조물딱거려지는 것이 보일 따름이다.


“처음부터 말하려고 했습니다만, 실바스트 님께 연락을 취해보는 건 어떤지요.”


한쪽 테이블에 정확히 네 대의 의자가 놓여 있었기에 우리 넷은 서둘러 앉았다.


아니, 일상이만은 울상을 지으며 주인 여성에게 붙잡혀 이곳저곳을 만져질 따름이었다.


“자, 보고해 봅시다.”


회중시계는 붉은 빛에서 푸른 빛으로 뻗어나갔고, 오늘 오전에도 보았던 푸르른 홀로그램 그 위로 실바스트의 새하얀 얼굴이 서서히 떠오른다.


[연락이 너무 늦지 않습니까.] 그가 낮은 목소리로 질책했다.

“때마침 사건 현장 앞에 있어서, 그럴 시간이 없었어.”

[그럼 다행이고.] 그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보석상이었어. 펜던트의 감정을 맡겼다는 모양이야. 보석공은 거절했고, 아무 말 없이 나가 버렸다고 하더라고.”

[펜던트를 감정하고자 했다?]

“그래.”


정적이 감돌았다. 분명 다들 깊은 생각에 잠긴 것이다.


그때 에이리가 깜짝 놀란 듯 소리쳤다. 그녀는 추궁하듯이 물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걸린다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백작님?” 그녀는 ‘백작님’을 음절, 음절, 딱딱 강조했다.

[그거 참 이상해.] 백작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자신의 턱을 쓸어내렸다. 그는 콧수염 하나 없었지만 마치 덥수룩한 턱수염이라도 나 있는 것처럼 부드럽고 커다랗게 쓸어 내렸다.


[알프레인에게 보고를 받자마자 다시 확인해봤는데, 위치에 일절 변함이 없더군.]

“그 말은, 아직도 국경지에 있다는 말이야?” 에이리는 핵심을 집어 물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는 뭐야, 하면서 그녀는 테이블 위를 쾅 하고 찍어 내렸다. 나는 퍼뜩 놀랐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크가 진동하고 있는 테이블을 내려다보면서 읊조리듯 말했다. “둘 중 하나가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요. 국경지에 있는 그것이 가짜이거나, 지금 우리가 쫓고 있는, 남자의 펜던트가 가짜이거나.”


흔히 위치추적 장치를 속이거나 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지만, ‘실바스트의 보고’ 란 것이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메일 교환에 불과하다면, 아주 순전히 둘 중 하나가 가짜일 경우의 가능성이 크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겠지.” 하고 내가 조심스럽게 대화에 꼈다.


“그럼, 어떻게 할까.” 에이리는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자신의 손가락 놀이를 줄곧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잡아야겠지. 양쪽 모두.]


실바스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의 굵은 샛노란 눈썹이 한차례 꿈틀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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