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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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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32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8.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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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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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 두 고등학생 (2)

DUMMY

1.




“Teamfight Tactics. 즉, '전략적 팀 전투'를 뜻하지.”


그녀는 설명했다.


자기 외에도 전세계 각지에서 천재 게이머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그 수는 수수께끼, 다만 너희는 간택 받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말이 길어지더라.


그래서 물었다.


“처음부터 우리를······?”

“응? 아니. 그건 아니야.”


거짓말 같았다.


일상이는 안도했다.


아무래도 거짓말인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튼, 너희는 선택 받았어. 알겠지?”

“선택 받았다고 말씀하셔도······.” 하고 나는 삐걱거리는 목소리로 말대꾸했다.


내 친구는 우선 수긍했다. 전적으로 이 누님을 신뢰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단 계속해서 설명해 보라고, 그는 심각한 얼굴로 보챘다.


“시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잠깐 여기에 앉았다가, 약 한 시간 정도 꿈을 꾸면 돼.”


그녀는 이어 말했다.


“그런데, 꿈이 아니야. 현실이지.” 그녀는 ‘현실’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그랬다.


일종의 가상현실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만들어낸 ‘가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


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다른 행성, 다른 세상.


우리 둘의 육체는 이 지구 위, 이 피방 아래, 이 창고 안의 이상한 의자 위에 놓이겠지만,


우리의 영혼은 이 우주 어딘가 이름 모를 행성 어느 장소, 어느 문명 사회 아래 툭하고 내던져진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런데, 실재하는 새로운 육체 속에, 너희의 영혼이 링크되는 거지.”


이럴 때는 참 잘 맞는다.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그게 뭔 판타지 소설이에요.”


정정하겠다. 이 어여쁜 피방 알바생(이자 잠시-얼마 동안만 내 절친의 여친을 자처해버린) 누님은 ‘천사’가 아닌 ‘외계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외계인은 말했다.


내가 대답했다.


“아니, 그래서 어떡할래라뇨!”


(잠시간만) 남친이도 말했다.


“좀 더 설명을 해 줘야······.”

“알겠어. 그럼 일단 여기에 앉아 봐.”


네?


나는 일상이를 응시했다. 그도 이쪽을 응대했다.


우리는 멍청한 한쌍이었다.


“일단 체험해 보는 게 낫겠지. 뭐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그랬던가?”

“언제적 사자성어를 쓰시는 거예요······. 요즘은 백문도 백문이어야, 네, 호갱 안 당한다구요.”

“야······, 그래도 내 여친한테 말이 좀 심하지 않냐.”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날 믿어 봐······, 아! 알았어! 정말이지, 요즘애들은 의심이 많다니까.”

“예에······.”


그때 일상이가 어르듯이 달랬다. 다정한 목소리로 우선 게임의 목표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뜬금없이 침착해지는 이 모습에서, 실은 옛부터 많이 구원 받았다.


누님은 의자 팔걸이에 청바지를 입은 엉덩이를 걸치면서 조근조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 목표, 살아남을 것. 두 번째 목표, 트로피를 찾을 것. 그뿐이야. 기한은 없고, 그쪽 세계와 이쪽 세계를 들락날락 하는 건 게이머 자유. 다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 이쪽 세계로 와도 그쪽 세계의 육체는 그대로 존재하는 거니까. 잠을 자고 있는 걸로 되는 거지.”

“이쪽도 마찬가지고요? 그쪽 세계로 넘어가면 이쪽도 자고 있는 거라고. 아까 말씀하셨던 대로요.”


내 추임새에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앙 다문 입술이 귀여웠다. 눈빛만은 먹이를 발견한 독수리와도 같이 번들거렸지만.


“트로피라는 건 대체 뭐죠?” 일상이가 힘 있게 질문했다.

“게임의 최종 목적인 거지. 그 팀은 우승하게 돼 있어. 우승하기만 하면,”


우승하기만 하면? 그러나 그녀는 말을 잇지 않았다. 어째서?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말이 믿겨져?”

“아뇨.”


나는 담담히 말했다.

일상이 녀석은 그저 멋쩍은 미소로 자신의 뒷머리만 긁적일 뿐이었다.


“내······, 내 모든 걸 걸게.”


그녀는 갑자기 일상이 앞으로 스르르 걸어왔다. 그의, 머리를 긁적이고 있던 한 팔을 자연스럽게 낚아채더니 마치 이구아나처럼 자신의 보드라운 양팔로 옭아맸다.


“부탁이야. 그래, 믿기지 않으니까. 믿을 수 있도록 잠깐만 테스트하게 해줄게.”


나는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네······. 헤헤······.”

“자, 이쪽으로.”


일상이는 아직도 촉촉할 자신의 오른쪽 뺨을 가볍게 문질렀다. 부러운 녀석······ 부러운 녀서어어억!


그런데 그인 것치고는 정신이 말짱해지기까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녀석은 내 얼굴을 멀뚱히 바라보며 턱으로, 미친 이상한 의자를 가리켰다.

냅다 한쪽 팔을 뒤로 뺐다가 녀석에게 등짝 스매시를 날렸다.


“자, 내 남친. 이쪽으로.”


내 남친, 이라는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은 건 어째서일까. 그 점을 분석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일은 진행되었다.


“오오, 따뜻해······. 그리고 맨질맨질하네.”

“뭐, 대리석 같냐?”

“아니, 대리석이라기보다······.”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새하얀 빛이 창고 안을 가득 메웠다.


“미, 민수야······!”

“어! 왜! 야!”


창고가 이렇게 더러웠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일상이의 목소리는 툭 끊겼다. 그와 동시에 놀랍도록 다시 방 안은 본래 빛깔, 어두컴컴하고 통풍이 의외로 잘 되는, 기이한 에메랄드 빛의 은은한 잔상만이 남아 돌 뿐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전혀 변함이 없었다. 다만, 일상이 녀석만이 의자 위에 축 하고 늘어진 채로 정말 편안한 모습으로 숨을 내쉬고 들이마실 뿐이었다.


“갔어.”

“가, 갔어요? 성공이에요?”


그녀는 말없이 일상이의 묵직한 몸을 양팔로 어기적어기적 움직여 힘을 쓰더니 바닥 한구석으로 내려 앉혔다. ‘이제 네 차례야.’ 하는 시선이 이윽고 날아왔다.


“시간이 없어. 얼른!”


그 박력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제 장기(臟器)는 정말이지, 쓸 데가 없답니다.”


쓰담쓰담. 걱정하지 말라며 그녀는 내 윗머리를 보듬었다. 더 무서운데요.


“자, 한시간이니까.”

“넵.”

“그쪽 세계 시간으로는 약 네 달 정도일 거야.”

“넵.”

“죽기 전에는 이 세상에 올 수 없으니까, 꼭 트로피 찾으라구.”


···네?


꿈이라도 꾸는 기분이었다.

어떤 꿈이냐면, 아, 그래······ 그 꿈이다.

오크 소년이 나오던 그 꿈······. 지겨우리만치 반복되던 그 꿈.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다.





*⠀⠀⠀⠀⠀⠀⠀*⠀⠀⠀⠀⠀⠀⠀*





일상이와 나는 같은 부류의 인간이다. 어딜 가나 인정 받지 못하는 인간. 오해 받기 쉽상인 인간. 할 줄 아는 건 다만 혼자서 열심히 몰두해서, 그러기만 한다면 쉽사리 쾌락을 성취할 수 있는 그런 것뿐.


나는 멀리 있었다. 그래서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그러나 그런 기쁨도 얼마 안 갔다. 사회는 우리를 매장시켰다. 둘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실은 하나였던 것이다.


우리는 하나였다.


하나······ 였다.





*⠀⠀⠀⠀⠀⠀⠀*⠀⠀⠀⠀⠀⠀⠀*





중세 도시 한복판이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수로(水路)로 빼곡한 유럽이었다.


시끌시끌, 노점상들이 호객을 했다.


첫 감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눈 부시고 덥다, 바다 냄새 나네.” 였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그러고 서 있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보슈. 아니, 정신 나갔나?”


우락부락한 키 큰 유럽인이었다. 영화 300에 나오는 스파르타군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피로 물든 건지 어떤 건지 너적대기처럼 더러운 붉은색 망토 뒤편으로 커다란 검의 자루가 얼핏 보였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날씨가 참 좋네요.”

“미치광이구만.”


그는 그렇게 슥 지나갔다.


인터넷으로 보던 베네치아가 아니었다. 그와 비슷한 느낌인데, 그러니까 우선 그곳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여덟이면 여덟, 대개 이런 모양새였다.


그렇다고 어둑칙칙한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 느낌도 아니었다. 왕좌의 게임 느낌도 아니었다. 밝았다. 무척이나 밝았다.


“굳이 설명하자면, 넥슨의······.”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거 정말 꿈 아니지? 내 볼을 꼬집고, 입술을 깨물어보기도 했다.


엄연한 현실이었다.


얼른 정신을 추스르자.


그럼 그 여자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다, 그 얘기였다. 나는 양볼을 툭툭 쳐서 정신을 맑게 하고자, 이 바다 향 나는 쾌청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아······, 이런 공기 처음이야.


그런데, 그럼, 잠깐만, 일상이 녀석은 어딨지?


주변을 돌아보았다.


“없어. 뭐야.”


중세 유럽인의 밝은 활기참이 피부를 쿡쿡 찔러왔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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