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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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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58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9.06 00:08
조회
53
추천
1
글자
8쪽

3. 호문쿨루스 (5)

DUMMY

7.




세레투 라는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논과 밭이 있었고, 종종 비닐하우스도 있었다. 과일을 재배하는 하우스라며 넬은 간략히 소개했다.


둘째 날이었다. 에이리는 할 일이 있다며 지하실(?)에 틀어박혔고 나와 일상이 넬, 이렇게 셋이서 반나절도 안 걸려 마을을 전부 돌았다. 사람들은 친절했다. 넬을 보자 기쁜 얼굴로 무언가를 잔뜩 쥐여주었다. 대부분 감자나 채소, 과일 등 기본적인 식재료였다. “응, 백작님은 잘 계시죠?” 하고 물어왔다. 넬이 우리를 백작님의 친구 분이라고 소개했고, 그러자 그들은 더 깎듯해졌다.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 우리는 평지로 갔다. 넬은 그곳을 ‘평지’라고 했다가, ‘일터’라고 했다. 논과 밭과 과일 재배용 하우스로 한가득인 드넓은 곳이었다. 오전에 마을을 둘러 보았을 때에 꽤 한산했었는데, 다들 이곳에 와서 땀 흘리고 있었다. 젊은이, 노부부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노래 부르며 일을 했다. 대체로 올해도 풍년이라는 내용의 노래였다. 그리고 우리를 마주칠 때마다 블래스트 가문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특히나 실바스트 님께선 다 쓰러져 가던 이 마을을 일으키신 위대하신 분이시라며, 그분의 친구 분인 우리에게라면 간 정도는 떼어줄 수도 있다고 그랬다. 그 말을 한, 재미 있는 중년 여성이 길 건너편 비닐하우스 무더기를 가리키면서 그에 관한 일화를 장황히도 늘어놓았다. 5년간 고생한 끝에 겨우 실용화시킬 수 있었다, 그게 벌써 10년도 전 일이라며 실바스트 님은 십대 때부터 우리 소작농을 위해 힘 써 주셨단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그렇게 훌륭하신 분이······, 어쩌다 저렇게······.” 왜요? 하고 내가 물었다.


“응?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유머스런 태도를 일관하던 사람이 돌변해 멈짓거렸다. 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러나 재차 추궁하기도 전에, 여드름투성이에 덩치 큰 젊은 남자 하나가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다 그 새끼들 때문이지! 아스트! 모르쇼?” 그러자 주변 어른들이 제지했다. 아무리 그래도 왕족의 이름을 함부로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뭐요!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뜬 소문에 사람 병신 만들기나 하고. 그놈은 이제 왕도 아니야!”


노망난 노친네지! 하고 그는 소리쳤다.


누군가가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진짜 노인 - 그 남자의 친할아버지라 자신을 소개했다 - 이었다.


“악! 그, 그만 좀 때려요······!”

“어디서, 고놈의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대!”


노인 분들의 손 맛은 매운 법이다.


소동으로부터 벗어나 우리는 숲길을 지났다. 실바스트의 저택에서 마을까지 걸으면 삼십 분 거리였다. 내가 물었다. “실바스트 님께,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넬은 갑자기 걷는 속도를 줄였다. 붉은 단발이 노을을 반사해 더 붉게 빛났다.


“레일리아 왕비가 시해 당하신 건 아시죠?”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문인지, 어떤지, 알레프 아스트 왕께서 미치셨거든요.”


‘미’와 ‘치’ 사이의 발성에 떨림이 많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 변화는 없다. 나는 그녀가 그런 말을 하다니, 하고 약간 의외라고 여겼다.


“미쳐버렸다구요?” 일상이가 되물었다.

“네.”


레일리아 왕비는 마법을 쓰는 자들로부터 살해 당했다. 범인으로부터는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었지만 항간에 블래스트 가문의 짓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엄중한 경비를 뚫고, 왕비를 독살하듯 살해한 그 마법은 고위급 마법일 수밖에 없었다. 마침 그 시기 궁정에 자주 들락거렸던 실바스트가 의심을 샀다. 궁정 도서에 볼 일이 좀 있어서 도서관을 들렸을 뿐이었는데, 그를 목격한 증인이 수 명 있었음에도 알레프 왕은 그를 독방에 가두고 무려 한 달간 고문을 시행했다. 반발 했던 신하 수십 명도 죽였다. 결국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자 그제야 실바스트를 풀어주었는데, 대신에 테리우스 블래스트, 실바스트의 아버지인 블래스트 공작의 목숨을 앗았다.


그것도 수 백 인의 백성과, 당사자의 아들 실바스트의 눈앞에서 레일리아 왕비가 살해 당한 똑같은 수법으로 살해했다.


넬은 울었다. 울면서 설명했다. 나와 일상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만 이야기해도 된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듣지 않았다.


“벌써 2년이 지난 이야기네요······. 엇그제 같은데······.”

“그런 일이 있었다니······.” 내가 말했다.


우리는 정원을 지나 응접실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백작과 에이리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 마을은 잘 둘러보셨습니까?”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앉은 채로 그는 우리를 환대했다.

에이리는 이쪽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소파에 앉은 채로 두 다리를 꼬고 한 손을 턱에 대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다들 친절하시던데요. 다들 백작님 말씀만 하셨어요.”

“공기도 맑고, 풍요롭고.”


우리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블래스트 가문의 사실 몇 가지를 주워 들으므로써 우리는 그를 이전처럼 대할 수 없었다. 어쩜 저렇게 밝은 얼굴로 점잖은 말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게 귀족일까?


그의 제안으로 우리는 그의 옆, 에이리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가 소리친 건 그때였다.


“마나석이야! 그래서 카이트국으로 넘어간 거지.”

“그렇군. 펜던트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반쯤 몸을 일으켰던 에이리는 털썩 다시 앉은 채로 나와 일상이, 우리 둘을 번갈아 보았다.


“마나석이야.”


나와 일상이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깨를 으쓱.


“실바스트의 소식통······, 그런 게 있어. 아무튼 그거에 따르면, 펜던트는 카이트국으로 넘어갔어.”

“카이트국?”

“몰라?”


그 경멸에 찬 시선이 다시금 날아왔다. 넹, 모릅니다요.


“지리에 좀 약하거든······.” 내가 변명했다.


고맙게도, 실바스트 백작 님께서 직접 설명해주셨다. 에이리의 설명은 뭔가 모자른 감이 많다.


“카이트 국이란, 인접 국가입니다. 마법으로 유명하죠. 마나석이 최다량으로 채굴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세레투 마을로부터 서북쪽으로 마차를 탄다면 사흘 내로 갈 수 있을 겁니다. 험한 산맥이 유일하게 없는 접경지죠. 마법을 연구하고자 한다면 누구라도 가는 곳입니다.”


그의 말을 받아서 에이리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봉인을 풀기 위해선, 고놈의 마나석이 필요해.”


그런데 그 뒤에 “아마도.” 하고, 눈을 내리깔더니 소리 낮춰 말했다. 아마도?


“추측일 따름입니다만. 음. 뭐, 에이리의 추측이니까요.” 백작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에이리는 대놓고 기분 나쁘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헝크러진 갈색 머리가 살짝 떴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그녀는 다시 우리 둘을 바라보면서 진지한 어투로 이렇게 해명했다.


“시도때도 없이 봉인이 풀려서는 아무 의미 없을 거 아니야. 어렸을 때 들은 기억이 있어, ‘막대한 마력으로 봉인은 완전해졌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런 뉘앙스였을 거야. 막대한 마력이란, 보통 마나의 양을 뜻하지.”


그런 거야? 하고 묻자 그녀는 또다시 그 포상과도 같은 경멸의 눈초리를 던졌다.


“당연하지. 모든 마법은 마나가 필요해. 그 양이 클수록 마력은 세지지.”


나는 일상이를 보았다. 어깨를 으쓱.


백작이 말했다. “에이리의 감은, 꽤 적중률이 높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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