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2,800,000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53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9.14 10:57
조회
49
추천
1
글자
7쪽

4. 트로피 (5)

DUMMY

⠀⠀⠀⠀⠀⠀⠀⠀⠀⠀⠀⠀⠀⠀⠀⠀⠀⠀⠀⠀⠀⠀⠀⠀⠀⠀⠀⠀⠀⠀⠀⠀⠀⠀⠀⠀⠀⠀⠀⠀⠀⠀⠀⠀⠀

자세를 다시 잡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 건물로부터 십여 미터 떨어진 판자촌 골목의 북쪽 출입구였다. 그 건물 뒤편으로 이동한 것이다. 작은 후문이 보여 불안한 마음이 들어 얼른 이동하자고 나는 제안했다. 아크는 일상이의 뒤를 쫓으면서도 회중시계를 꺼내 들어 에이리의 위치 확인 나침반을 다시금 꺼내 보였다. 그가 탄성을 내질렀다.


“아까 그 방 뒤편, 그러니까 건물 뒤편······ 이쪽을 가리켜고 있던 것이었군요.”


나는 그를 한 대 치고 싶었다. 겨우 참아내며 나무라자, 일상이가 옆에서 그래도 재밌었지 않았느냐며 두둔했다. 뭐, 색다른 경험이긴 경험이었지만······.


매춘부의 골목이 끝나는 길로 들어서자 다시금 주택가로 들어서게 되었다. 잠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지긋지긋했던 홍등은 이제 사라지고 푸른 가로등과 하얀 불빛만이 거리를 수놓고 있었다. 그나마 탁 트인 곳으로 나오게 되니까 바람도 불고, 방금 전까지 꽤나 식은땀을 흘렸던지라 땀도 식어서 선선하니 살 것 같았다.


하늘을 보니 수 천 개의 점점이 별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달은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저 어딘가에 두 개의 보름달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거리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지만 웬만한 서울 도심 한복판보다 훨씬 밝았다.


“잠깐, 저거 에이리 아니야?”


그때 일상이가 소리쳤다.


“맞습니다! 아아! 드디어 찾았군요! 에이리! 레이디 에이리!”


급발진하는 아크의 뒤를 우리 둘은 뒤쫓았다.


“에이리!”


내가 숨을 고르면서 그녀 앞에 우뚝 섰다.


그런데 어쩐지 그녀는 무슨 벌레라도 씹는 표정으로 우리 셋을 한차례씩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우리가?”


나무람에도 끄덕도 없이 그녀는 그 표정을 일관했다.


“왜 그런 표정으로 보십니까? 레이디 에이리?” 아크가 물었다.

“남자들이란······.”

“자, 잠깐. 이거, 제 생각이 맞다면······.”

“드러우니까 저리 꺼져줄래요? 여러분?”

“아, 아니!”


에이리는 자신의 코를 한쪽 손으로 부여잡으며 홍등가 좌측 주택가 골목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그녀는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저, 저기요? 뭔가 오해하고 있으신 듯한데.” 내가 말했다.


그녀의 발걸음이 어찌나 빨랐던지, 우리 남자 셋은 반쯤 뛰면서 그녀의 뒤에 가까스로 붙을 따름이었다.


“우린 다만 널 찾으려고!”

“예! 맞습니다! 레이디 에이리? 설마 저, 같은 멋쟁이 신사 분께서 저런 저급한 골목에 그런 저급한 이유 하에 발을 들였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요? 결단코! 오해입니다! 오해예요!”

“그, 그래! 아! 진짜 걸음 하나 오지게 빠르네! 야, 일상아. 너도 좀 뭐라고 말 좀 해봐.”


일상이는 종종 걸음으로 가볍게 옆으로 붙으면서 다만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이 녀석······.


에이리가 그런 일상이의 반응을 흘깃 보았고 아주 하찮다는 듯이 흥! 하고 콧방귀를 한차례 뀌었다.


“역시 맞네, 뭘! 냄새 나니까 저리 꺼지라니까, 그러네.”

“내, 냄새? 어, 어디?”


나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옷 이곳저곳을 쥐어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확실히 진한 향수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거 참, 빨래해야겠군요.”


아크레인의 그 말을 들은 에이리는 그런다고 해도 당신 몸에서 나는 냄새는 뺄 수 없을걸, 하고 한 소리했다.


아크와 나는 좌절했다.






10.




“다들, 로렌초 대공 알지?”


에이리는 로브를 벗어 침대 위에 걸쳐 두면서 말했다. 아크가 즉각 받아쳤다. “물론 알지요. 저희 세대에대공을 모르면 말이나 되겠습니까?” 안 그런가요, 민수? 하는 눈길이었다. 응, 안 그래.


“뭐, 저번에 너한테 듣긴 했으니.”


일상이는 침대 위에 걸터앉아 말없이 자신의 레이피어만 손질했다. 칼집과 손잡이를 옷깃으로 꼼꼼히 닦았다.


눈부신 전등이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물론 전선 따위는 없이 자체 마나석으로 가동했다. 창밖은 어둡지 않았다. 여기서도 달은 안 보였다. 살짝 열린 창문 밑 틈으로 시원한 공기가 들어왔다.


에이리는 로브 위에 앉으면서, 서 있는 나와 아크레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대공을 만나고 왔어. 우리에게 의뢰가 떨어졌다.”

“로렌초 대공을 직접 만났다는 겁니까? 아니! 언제, 어디서요? 의뢰라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크가 소리쳤다.


나는 벙쪘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발생할까.

그녀는 설명했다.


“아크의 스승을 만나러 가는 길에, 낯익은 얼굴이 지나가더라고. 혹시나 해서 따라가 봤지. 그렇게 꽁꽁 싸매도 내 눈은 못 속여. 역시나 대공이었어.”

“로렌초 대공이 이 발테르에······!”

“가서 눈치를 주니까, 나를 알아보더라고.”


표정이나 말투에서 전혀 그런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지만 그 선정된 말 자체에서 어쩐지 뽐내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로렌초 대공을 아십니까? 아니, 제 말은, 서로 아시는 사이입니까?” 아크가 소리쳤다.


에이리는 빠르고 짧게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서로의 은밀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잘 아는사이라고 할 수 있지······.”


두 눈을 아래로 깔았다. 속눈썹이 저리 길었구나.


아크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고 소리쳤지만, 이내 목을 가다듬고 실례했습니다, 하면서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솔직히 나도 궁금해 미치겠다. 그런 위대한 인물을······ 아, 생각해 보면 처음 그녀가 대공에 대해서 말했을 때, 그녀의 태도를 돌이켜 보면 수상한 뭔가가 있기는 했었다.


“뭐, 그런 게 있어.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그 대공으로부터 의뢰를 받았다는 것이야.”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의뢰라니, 대체 무슨 의뢰 말입니까?”

“고농축마나석이야.”


그 한마디에 방 안은 정적이 감돌았다.


고농축마나석, 트로피. 에이리를 찾으러 가기 전에 아크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우리의 미녀 엘프 세이나를 동료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앞으로 출전해야 하는 발테르 연중행사였다. 5인 한 팀으로 이루어지는 토너먼트 형식 배틀게임이다. 우승 상품은 1년에 단 한 개밖에 만들어낼 수 없다는 고농축마나석. 아크의 추측에 따르면 그 펜던트의 봉인 해제에도 쓰인다면 아무래도 고농축마나석이 아닐까 하는 점도 있었다.


“트로피 말씀이십니까?” 아크가 중저음으로 물었다.


그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나와 일상이에 눈짓을 주었다.


“그래, 맞아. 트로피에 참가해야 해.”


그녀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이로써 모든 것이 맞물리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800,00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7. 두 번째 경기 (8) 19.10.15 32 0 6쪽
43 7. 두 번째 경기 (7) 19.10.14 27 1 5쪽
42 7. 두 번째 경기 (6) 19.10.07 21 1 7쪽
41 7. 두 번째 경기 (5) 19.10.05 56 1 7쪽
40 7. 두 번째 경기 (4) 19.10.05 20 1 8쪽
39 7. 두 번째 경기 (3) 19.10.03 24 1 8쪽
38 7. 두 번째 경기 (2) 19.10.02 36 1 7쪽
37 7. 두 번째 경기 (1) 19.10.01 25 1 7쪽
36 6. 첫 번째 경기 (8) 19.09.30 29 1 7쪽
35 6. 첫 번째 경기 (7) 19.09.29 23 1 5쪽
34 6. 첫 번째 경기 (6) 19.09.28 25 1 7쪽
33 6. 첫 번째 경기 (5) 19.09.27 22 1 7쪽
32 6. 첫 번째 경기 (4) 19.09.26 24 1 7쪽
31 6. 첫 번째 경기 (3) 19.09.25 34 1 7쪽
30 6. 첫 번째 경기 (2) 19.09.24 28 1 7쪽
29 6. 첫 번째 경기 (1) 19.09.23 38 1 7쪽
28 5. 또 한 명의 게이머 (8) 19.09.22 34 1 7쪽
27 5. 또 한 명의 게이머 (7) 19.09.21 31 1 7쪽
26 5. 또 한 명의 게이머 (6) 19.09.20 43 1 7쪽
25 5. 또 한 명의 게이머 (5) 19.09.19 43 1 7쪽
24 5. 또 한 명의 게이머 (4) 19.09.18 40 1 7쪽
23 5. 또 한 명의 게이머 (3) +2 19.09.17 59 1 7쪽
22 5. 또 한 명의 게이머 (2) 19.09.16 60 1 9쪽
21 5. 또 한 명의 게이머 (1) 19.09.14 65 1 7쪽
» 4. 트로피 (5) 19.09.14 50 1 7쪽
19 4. 트로피 (4) 19.09.13 49 1 7쪽
18 4. 트로피 (3) 19.09.12 49 1 7쪽
17 4. 트로피 (2) 19.09.11 43 1 7쪽
16 4. 트로피 (1) 19.09.10 45 1 7쪽
15 3. 호문쿨루스 (8) 19.09.09 80 1 7쪽
14 3. 호문쿨루스 (7) 19.09.08 42 1 7쪽
13 3. 호문쿨루스 (6) 19.09.07 54 1 7쪽
12 3. 호문쿨루스 (5) 19.09.06 53 1 8쪽
11 3. 호문쿨루스 (4) 19.09.05 58 2 7쪽
10 3. 호문쿨루스 (3) 19.09.04 58 1 7쪽
9 3. 호문쿨루스 (2) 19.09.03 54 1 8쪽
8 3. 호문쿨루스 (1) 19.09.02 68 1 8쪽
7 2. 오크 (5) +1 19.09.01 76 2 9쪽
6 2. 오크 (4) 19.08.31 104 1 9쪽
5 2. 오크 (3) 19.08.31 145 2 9쪽
4 2. 오크 (2) 19.08.30 157 4 9쪽
3 2. 오크 (1) 19.08.29 237 4 9쪽
2 1. 두 고등학생 (2) 19.08.28 352 4 9쪽
1 1. 두 고등학생 (1) +1 19.08.27 826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