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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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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60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9.24 19:52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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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6. 첫 번째 경기 (2)

DUMMY

16.





“알프레인! 뭐하나! 숙녀 분을 기다리시게 할 작정인가!” 아크가 소리쳤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이틀인지 삼일인지만에 다시 알프레인의 카페에 올 수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언덕 아래 정경은 변함없이 평화로웠다. 그때 그 자리, 테라스 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공, 타국의 대공이, 그러니까 말입니다, 타국의 일개 대공이라는 작자를, 여왕님께서는 과연 어떻게 생각하실지. 흠······.”

“글쎄요.” 세이나가 말했다.


나와 일상이, 그 옆으로 아크, 그 옆으로 또 내 맞은편 세이나 이렇게 넷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에이리는 예정대로 그 위대한 뭐시기에게 갔다.


“뭐, 기도해보는 수밖에 없겠지요.”


기대해 보는 것도 아니고 기도해 본다 라. 아크는 참 신기하다. 심지어 가장 외국인스러운 세이나조차 한국어를 이렇게 잘 하는데. 뭐, 실제 원어민이어도 말이 어눌한 사람이란 꽤 있으니까.


나는 계피향 커피를 받아들면서 하늘을 보았다. 고요-하다. 이 거리는 상류층과 성(城)을 향하고 있어서 그런지 고요하고 평화로울 뿐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트로피는 대체 어떤 방식으로, 그, 돌아가는 거야?” 하고 내가 말했다.

“그래, 맞아.” 일상이가 옆에서 그걸 좀 진작에 알려줬어야지, 하면서 거들었다.


너무 바쁘기도 했고, 어쩐지 물어보면 안 될 타이밍뿐이 없었어서 지금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미뤄지고 미뤄졌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 때마침 평화로운 공기에 나는 오랜만에 게이머의 피가 끓는 것을 느꼈다. 옆을 보니 일상이도 마찬가지였다.


“잠시만요, 지금, 트로피가 뭔지도 모르면서, 참가하시려고 하시는 건가요?” 세이나의 두 눈은 흐리멍텅했다. 당혹스러움을 넘어선 것 같았다.

“아아! 그게 말입니다······.” 아크가 안절부절 못하다가 이윽고 헛헛 하면서 웃음소리를 내버렸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도 어이가 없긴 없었나보다.


“세이나 씨, 걱정마세요. 저희는 적응력이 월등히 뛰어나니까.”


야······, 창피한 소리 하지 마라. 하지만, 뭐.


“뭐, ‘게임’이라고 한다면 절대 질 자신이 없거든요.” 하고 내가 자신 있게 말했다.


아크와 세이나는 대놓고 황당하다는 얼굴로 우리 둘을 보았다.


“자신이 없는데, 그러니까, 질 자신이 없다는 말씀이시죠?”

“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멘트. 대회 준결승, 결승 직전 인터뷰마다 해왔던 그 한마디는, 바로 내 멘토였던 이세돌 바둑 프로기사의 어록이었다.


세이나와 아크가 동시에 가벼운 느낌으로 즐겁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일상이와 내가 따랐다. 아크는 재미있군요, 재미있습니다, 하고는 트로피의 규칙 및 유래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유래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일상이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는 규칙을, 기억의 궁전에 아로새겨 넣었다. 다른 사사로운 것들에는 전혀 활용할 수 없었지만 이런 게임의 규칙 등만큼에는 기억의 궁전 기억술의 효용이 컸다. 초등학교 6학년쯤 몇몇 보드게임에 심취해 있었을 때, 하도 기억이 안 되어서 인터넷에 기억술을 검색해 본 결과 이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트로피란, 5인 1그룹 팀 게임이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며, 콜로세움에서 양쪽 극단에 ‘넥서스’라는 거대한 유리구를 각 팀마다 소유한다. 양 팀은 서로 상대 팀의 그 넥서스를 부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살생도 오케이였지만, 과거 이십 여년간 살생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단순한 즐길 거리, 문화적인 축제로서 자리잡은지 오래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살생도 가능, 이라는 부분에서 나는 모종의 불안을 감지했다. 마녀의 뇌수를 빨아먹던 덩치 큰 녹색의 괴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꽤 단순한데.”


일상이의 감상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중대한 요소 한 가지를 캐물었다.


“중요한 건 맵이지. 아니, 그 콜로세움, 전장은 어떻죠?”

“오오! 핵심을 짚으시는군요, 전장은 마법적 에리아로 지정돼 있습니다. 거대해요. 정확히는······”


대강 환산하자면 오백 미터는 더 된다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넥서스의 끝과 끝 말이다. 마차와 달리기로 비교해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보통 야구장의 다섯 배 정도 되는 넓이를 자랑한다는 듯싶었다.


“숲이나 설원, 사막 등 다양한 장소와 연결되어 있죠. 일종의 대형 공간 연동 장치입니다만, 상세한 것은 발테르의 고위층밖에 알지 못한답니다.”

“실제로 그런 장소가 있고, 잠깐 빌린다는 건가?” 내가 중얼거리듯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경계선 같은 건?” 내 부족한 질문에도 아크는 명확히 의도에 맞춰 대답해 주었다.


“각 넥서스의 위치가 확인될 수 있도록 하늘 높이 빛이 쏘아올려지듯, 경기장임을 확신시켜주는 테두리 영역도 일종의 보호 마법처럼 둘러쳐져 있습니다. 신체의 일부가 닿게 되면 그 즉시 그 선수는 탈락하고 말게 되지요.”


게임장 밖으로 이탈해버리는 순간 콜로세움의 관전석으로 강제 이송된단다.


신기하고, 또 철저하구만.


“한 팀당 다섯 명인만큼, 다양한 전략이 오고 갈 수 있겠는데.” 일상이는 자신의 레이피어의 칼 자루를 왼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네. 몇 명을 적진에 침투시킬지, 또 몇 명을 방어쪽으로 돌릴지 등 실제 전장을 방불케 하는 전술들이 많이 나오곤 한다더라고요.”


실제로 참가하는 것, 아니, 경기장 자체를 그녀는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발테르 근방 레스티나 숲이라는 곳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까 얻어 듣는 건 많다며 덧붙였다.


아크는? 하고 내가 묻자, 그는 면목없지만 발테르에서 약 오 년 산 것이 전부였으면서 매년 열리는 축제 따위는 고사하고 어떤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으며 건물 등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다만 스승님의 작업실에 쳐박혀 있었기에 세이나 양이 훨씬 더 잘 알면 알았지 자신에게 기대하지는 말라고 말했다.


그럼 그 마법력수색대인지 뭔지는 뭐냐며 훈장에 대해서 이참에 물어보았지만 그는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흐지부지 넘어갔다.


자, 아무튼 나는 대강 어떤 식으로 해야 이 게임에서 최종 승리할 수 있을지, 나름 완벽한 플랜을 세웠다.


“작전참모 씨, 어떨 것 같냐?”

“큰 틀은 잡혔어.”


언제나처럼 내가 큰 틀을 잡고, 비상시에는 신일상을 믿는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언제나 승리를 쟁취해 왔다.


“오오! 저기 레이디 에이리가 오시는데요.”


우리는 일제히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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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6. 첫 번째 경기 (3) 19.09.25 35 1 7쪽
» 6. 첫 번째 경기 (2) 19.09.24 29 1 7쪽
29 6. 첫 번째 경기 (1) 19.09.23 3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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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5. 또 한 명의 게이머 (5) 19.09.19 43 1 7쪽
24 5. 또 한 명의 게이머 (4) 19.09.18 41 1 7쪽
23 5. 또 한 명의 게이머 (3) +2 19.09.17 59 1 7쪽
22 5. 또 한 명의 게이머 (2) 19.09.16 60 1 9쪽
21 5. 또 한 명의 게이머 (1) 19.09.14 6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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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4. 트로피 (3) 19.09.12 4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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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4. 트로피 (1) 19.09.10 4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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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 호문쿨루스 (7) 19.09.08 4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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