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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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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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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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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8.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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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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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 오크 (2)

DUMMY

“그래서 붙잡혀서 수감된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우리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냐는 듯 그의 눈썹이 위로 당겨졌다.


“그런데······, 그런데 방금 지나갔잖아요.”

“탈옥······, 이라도 하신 걸까요.”


음유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걱정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마법을 쓰시던데······. 이거, 걸리면 사형이겠군요.”

“사, 사형이요?”

“예. 이 나라는 마법에 관해서 혹독합니다. 마법을 행한 범법 행위는 최소 무기징역, 최대 사형을 금치 못하지요. 마법을 써서 탈옥, 즉결처분입니다.”


그는 오른쪽 검지와 엄지를 입가에 문질렀다.


틀림없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판타지 세상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혹시 어디로 갔을지 짐작이 되십니까?


하고 즉각 묻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알 길이 없지 않은가.


나는 인사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나와 일상이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느낌상 형식적인 질문 같았다.


“그냥 친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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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찌해야 할까.


소지품도 뒤져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수소문해서 찾는 수밖에 없을까.


할 수 있는 것은 걷는 일뿐이었다.


일상이가 마치 말린 오징어 포 마냥 흐느적 날아간 방향으로 다만 걷고 또 걸었다.


“어이, 형씨. 그렇게 다니면 아주 큰 일 날 텐데.”


돌아보니 그곳에는 구릿빛 피부의 대머리 중년이 있었다.


UFC 선수 마냥 키와 덩치가 매우 거대했다.


“네?”

“무기 하나 없잖아. 레인 왕자가 이곳에 있다고 해도, 이곳은 에드나니까. 정신 차려. 안 그럼 훅 간다고?”


얼빠진 반응을 해서일까,


남자는 내 오른팔을 강제로 잡아끌었다.


자신의 가게 안으로 이끌었다.


“아르고니아의 턱 뼈로 만든 튼튼한 갑옷, 산체 가루를 뿌린 누구라도 들고 휘두를 수 있는 철제 방패, 와이번의 눈물로 가공한 롱소드까지. 없는 게 없으니, 마음껏 둘러보다 가쇼!”


돈 한 푼 없는뎁쇼, 하고 말하려고 했으나 상대는 끊임없이 떠들었다.


겨우 타이밍을 잡고 “죄송하지만, 저······, 돈이 없어요.” 하고 말하자 캭! 퉷! 하고 자신의 가게 바닥에 침을 내뱉고는 문 밖으로 밀쳐 내쫓았다.




계속해서 걸었다.


그런 일이 한 네 번은 더 일어났다.


광장 입구로 보이는 골목 끝에 다다른 그 시점에도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저 돈 없어요.” 하고 익숙하게 응수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자네, 설마, 그 자와 아는 사이 아닌가?”

“예?”


달걀 썩은내가 나는 작달막한 등이 굽은 노파였다.


보랏빛으로 문드러진 짧디짧은 손톱 끝으로 내 배를 가리킨다.


손이 옷에 맞닿는 그때에는 솔직히 뒷걸음질 칠까 진심으로 고민했다.


“그 옷 말일세. 그 자도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지.”


그렇다는 소린, 일상이를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정확히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노파는 떠듬떠듬 마치 옛 추억이라도 떠올리는 늙은이처럼 그렇게 일상이의 자취를 이야기했다.


역시 맞았다.


신일상. 맞았다.


“맞아요! 제 친구에요!”


그래서 어디로 갔는지 좀 알 수 있을까요? 하고 묻기도 전에,


그 노파는 갑작스레 비명을 질렀다.


“여기다! 왕자님의 팬던트를 훔쳐 달아난 도둑 패거리 중 한 명이!”


그러자 거의 모든 행인과 노점상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미친!


냅다 달렸다.


나는 내가 대체 왜 달려야 하는지조차 모른 채로 미친 듯이 달렸다.


죽기 살기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래봤자였지만.


“거기 서라! 즉결처분 당하기 싫으면 꼼짝 마라!”


배설물인지 음식물 쓰레기인지 모르는, 역겨운 더미로 가득 찬 어둑어둑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난! 난 아무 잘못도 없어요!”

“그 어색함! 말투에서부터 이미 범죄를 고백하고 있지 않나!”

“아니······, 이건 떨려서······.”

“거짓말하지 마라!”

“아니, 진짜로······.”


은제 투구 너머로 주홍빛 콧수염이 꿈틀했다.


현 상황이 몹시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나는 웃었다.


저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그······! 그 비열한 미소는 뭔가! 전원! A태세로!”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숙련된 움직임으로 그들 총 여섯은 골목 입구를 에워 싸며 학익진 형태로 오목 거울을 그렸다.


“창을 제대로 들게! 상대는 마법을 부리는 족속들이야!”


마법이라뇨.


어쩌지? 어쩌지!


일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실은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야말로 녀석의 담당이었다.


내 담당은 철두철미한 사전 조사와 그에 맞물리는 빈틈없는 계획.


이건 뭐, 사전조사고 뭐고 계획이고, 그럴 시간을 채 주지 않았다.


그때 뇌리를 또 울리는 그 여자의 목소리.


‘죽기 전에는 이 세상에 올 수 없으니까, 꼭 트로피 찾으라구.’


그냥 콱 죽어 버릴까? 그것도 하나의 계획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현실감. 죽는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나······.”


경비대는 외쳤다.


“돌격!”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까지, 이런 식으로 소리를 쳐본 적은 처음이었다.


신.일.상.


하고 뭔지 모르는 짜증, 분노, 억울함 따위의 응어리진 감정을 송두리째 토해냈다.


기다란 창 대여섯 대가 시야를 한가득 메웠을 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철푸덕 하는,


어느 한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나? 나는 아니다. 그럼 누구?


두 눈을 뜨려던 참에 그 쓰러지는 소리는 연이어 들려서 총 여섯 번 골목 안을 메웠다.


탕, 타다당, 하는 창들이 땅 위를 뒹구르는 소리도 났다.


“민수야······, 너 대체 어디서 뭐하다 이제 나타난 거야······.”


그 목소리는 친근했다. 너무 친근해서···


때려 죽이고 싶었다.


눈앞에 일상이가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임마.”


괜시리 센 척 하면서 나는 털썩 주저앉아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와 완전히 동일한 복장이었다.


다만 한손으로 펜싱 칼(?) 아니, 아무래도 그 흔한 RPG게임에서 보아 왔던 레이피어를 든 채 각이 잡힌 자세를 하고 있었다.


손목을 유연하게 휘둘러 검신에 묻은 피를 공중으로 흩뿌린 뒤, 왼편 옆구리 검집에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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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우리는 테이블 앞에 둘러 앉았다.


다 쓰러져 가는 썩은 나무였다.


축축한 곰팡내가 연신 코끝을 건드렸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그게 그렇게 됐단 말이지······.”


내 설명을 모두 들은 일상이는 딱히 놀라는 기색 없이 무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 뭔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뭘······. 고작 오 일 정도인데.”


그러다 문뜩 어떤 생각이 떠오른 건지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아니면, 이 얼굴 말하는 거야?”

“존내 어색해!”


너 누구냐! 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물론 우리는 어느 정도 서로 마음이 맞기에 아무리 외견이 달라져도 서로를 대하는 자세는 결코 달라지지 않으리라.


아이돌급 여성이나 뭐, 여배우마냥 미녀로 변신해버린다 해도 그건 변함이 없으리라.


나는 다만, 이녀석이 이렇게 잘생겨지고 또 남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니까, 어쩐지 어색해서 그냥 때려 버리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별 일 없었어.”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어법까지, 유럽인이 다 됐다.


“아니, 그 검은 뭔데.” 내가 물었다.

“검?”


레이피어의 검집을 왼손으로 살짝 움켜잡는 신일상.


“이건 이분이 설명해 주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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