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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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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57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9.18 19:47
조회
40
추천
1
글자
7쪽

5. 또 한 명의 게이머 (4)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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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평쯤 될까 하는 드넓은 공간에 검은 철 왕좌가 하나 덩그러니 있었다. 서너 계단 낮은 턱을 내려와서 그 양쪽에 신하 넷이 서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우리가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오른편 구석에 위치한 기다란 나무 테이블 앞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빼곡히 무언가가 쓰인 양피지들로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그 모든 게, 왕좌 뒤편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쇠창살 틈 햇빛으로 어스름하게 비쳤다. 사방 구석 틈틈이 횃불이 나머지 빛을 만들어냈다.


“이쪽으로!” 우리 방향에서 왼편에 서 있던 한, 마른 중년 남성이 째질 것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중앙 빈 공간에 나란히 서자 방안이 울리면서 유일한 출입문이 닫혔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카이트국의 여왕이자 지금은 시험관일 뿐인, 데일라라고 합니다.”


여왕······. 여왕이 있단 소리는 전혀 못 들었다.


푸른 곱슬머리를 한쪽으로 말아올린 귀여운 소녀였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유난히 밝은 활기찬 여자아이였다. 우리와 동갑 내지는 더 어릴 것이다. 그럼에도 에이리보다는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가볍지만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양 어깨와 무릎에 각반(?)을 매달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검정빛 목재로 마감이 훌륭했다.


여왕이 한 템포 쉬자, 그 새를 못 참고 아크가 목을 높였다.


“시험관일 뿐이라뇨! 언제나 겸손하심에 저, 아크레인, 하늘 같은 존경심에 온몸이 떨려옵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고, 한 손을 자신의 가슴 한 편에 올렸다.


“야······, 여왕이 있단 소린 못 들었는데······.” 내가 에이리에게 귓속말했다.

“조용히 해. 눈치껏 행동해.”


그때 우리 맞은 편, 즉 오른편에 있던 한 은제 갑옷으로 완전무장을 한 거구의 남성이 소리 높혔다. 그의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은빛 투구는 턱 아래까지 멋들어지게 내려왔다.


“심사는 간단히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첫째, 사상 테스트. 둘째, 마력 테스트. 셋째, 완력 테스트, 이다.” 남성의 걸죽한 목소리는 무감정하지만 모종의 공포심이 느껴질 정도로 우렁 차 방 안을 울렸다. 분명 수십 번도, 수백 번도 더 해왔을 대사일 터, 그럼에도 정확히 이쪽을 향해 전달하는 듯한 감동이 있었다.


“그럼, 사상 테스트부터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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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테스트라니. 흔히 사상검증이라고 해서, 빨갱이니, 뭐니 , 친일이니, 뭐니, 좌파니, 우파니, 그런 것밖에 몰랐다. 옆에서 아크가 속삭였다.


“걱정 마시지요. 간단한 정오답 문제일 뿐이니.”


정오답? 오엑스 퀴즈라도 되는 걸까.


여왕이 오른손을 올리자 오른편 - 여왕의 시점에서 - 두 신하 중 한 신하, 째질 것 같은 소리로 우리를 이끌었던 마른, 긴 갈색 수염의 중년 남자가 다시금 찢길 것 같은 목소리로 어떤 대사를 읊었다. 그의 양손에는 발밑까지 내려오는 두루마리 양피지가 들려 있었다.


“카이트국에! 발을 들인 이상! 그대들은 어느 소속도 아닌 몸이 되오. 발테르의 신에 맹세해, 그대들은 오직 이그드라실 대륙 전체의 평안만을 위할 것임을 한 치의 의구심 없이 맹세하는 바.”


그러자 남성의 바로 옆에 서 있던 비슷한 복장의 또 다른 남성이 - 이번에는 이십대 정도로 보였다 - “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점잖은 투로 물어보았다.


나는 손가락을 세워 아크레인의 옆구리에 푹 쑤셔 넣었다. 뭔놈의 오엑스냐!


멋쩍게 웃는 그.


그때, 에이리가 한 발짝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먼저 말을 꺼낸 건 세이나였다.


“저희 엘프는, 이 세상이 창조되었을 무렵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한 치 변함없이, 이그드라실의 명과 십육 종족의 안영만을 궁리하며 이바지할 따름입니다.”


도중에 난 재빠르게 주변 모든 사람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다. 에이리와 일상이를 제외한 모두가 흡족해 마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나와 일상이는 결단코 현재 웃을 상황이 아니었다.


“엘프들은 언제나 카이트국에 우호적이었죠. 엘프를 배척하는 문명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영광입니다, 여왕님.”


세이나는 겸손과 존중을 담은 미소로 자신의 가슴을 한쪽 손으로 가리며 끄덕였다.


“그럼 다음 분 말씀해주시죠.” 몇 초의 텀이 있고 젊은 신하는 친절하게 다시 진행했다.


이번에야말로 말하고 말겠다는 기세로 에이리는 한 걸음 더 나서서 여왕의 얼굴을 정면에서 보았다. 당차고 똑똑한 우등생처럼 그녀는 말했다.


“카이트국은 수 천년의 역사 동안 단 한 번도 중립국이지 않은 적이 없었죠.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발테르 서약과 카이트 제1규율에 대해서 다 꿰고 있습니다. 지금 읊어보라 하신다면 읊을 자신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른, 긴 수염의 중년 남자가 뜬금없이 삿대질을 하면서 빼액 높은 음을 내었다.


“아아! 그런 사전적인 걸 말하라는 게 아니다!”

“뭐?”


위험, 위험하다. 에이리의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이 갈리는 소리가 바로 옆까지 다 들려왔다.


“거! 자중하시게!”


칼 같은 목소리로 은빛 갑주의 남성이 소리쳤다.


그러자 방 안은 고요해졌고, 이윽고 여왕이 미소를 띠우며 여유로운 듯 입을 떼었다.


“역사를 꿰하고 계신다면, 별 문제를 일으키시지 않을 거라 저는 확신합니다.”


데일라 여왕은 끄덕였고, 젊은 신하가 다음으로 넘어 갔다. 아크레인의 차례가 왔다.


아크는 별 말 없이 안주머니에서 금빛 훈장을 하나 꺼내 보였다. 그러자 여왕은 꺄르르 웃으며 박수까지 칠 기세로 그를 환영했다. 그리고 너무도 빠르게 내 차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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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6. 첫 번째 경기 (2) 19.09.24 28 1 7쪽
29 6. 첫 번째 경기 (1) 19.09.23 38 1 7쪽
28 5. 또 한 명의 게이머 (8) 19.09.22 3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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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5. 또 한 명의 게이머 (6) 19.09.20 43 1 7쪽
25 5. 또 한 명의 게이머 (5) 19.09.19 43 1 7쪽
» 5. 또 한 명의 게이머 (4) 19.09.18 41 1 7쪽
23 5. 또 한 명의 게이머 (3) +2 19.09.17 5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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