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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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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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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수 :
14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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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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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 오크 (5)

DUMMY

아무리 둘러봐도 모나리자는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 어디였을 텐데······.”

“마법이야.”


에이리가 말했다.


“이건,” 그녀는 행위 예술이라도 하는 듯이 갑자기 양팔을 휘저었다. “저주?”


그녀의 눈빛이 두려움에 휩싸였다.


“저주라니?” 일상도 그런 그녀의 변화를 눈치챘다.


“신! 그리고 너! 숨 참아!”


숨을 참으라니?


일상이를 보니 진즉에 입과 코를 틀어막고 있다.


나도 재빠르게 틀어막았다.


에이리가 또 알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세상이 검은 빛으로 물들어갔다.


검은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원래부터 있었다는 듯이 안개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꿈틀거리며 우리와, 전시된 그림들을 뒤덮었다.


나는 일상이 옆에 꼭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 혼자였다.


“야, 야. 일상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는 완벽한 혼자였다.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검다.


검은 심연 속에 홀로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도 확인할 수 없었다.


두렵다. 폐쇄공포증과도 같이, 공황장애를 일으킬 것만 같다.


그때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나약했어?


남자의 목소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


아니잖아. 넌 강해. 강한 새끼야.


반문하고 싶었다.


“내가 강하다고?”


그래.


“아닌데.”


물론 혼자라면 약해 빠질 수야 있지. 그런데 아니잖아.


뭘 말하려고 하는 걸까?


지금 둘이잖아. 그때처럼.


“둘? 그때라니?”


멍청한 새끼.


답답했다. 분명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럼 그냥 뒤지든가, 하고 그 목소리는 마지막으로 메아리쳤다.





*⠀⠀⠀⠀⠀⠀⠀*⠀⠀⠀⠀⠀⠀⠀*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은, 빛에 둘러싸였던 날이었다.


우리 둘은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내가 소리치자 일상이 녀석도 소리쳤다. 뭐라고 소리쳤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학교 1학년 한여름이었다.


수업 중에 우리는 꾀병을 부려 밖으로 나왔다.


그대로 피씨방으로 향했다.


“난 또, 전교 1등이라도 되는 줄 알았잖아.”


일상이가 말했다.


전학 갈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였다. 나는 그해 여름 전학 왔었다.


“왠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더라.”

“분위기가 그래.”


범생이 분위기, 하면서 걔는 RPG게임을 켰다.


나도 같은 게임을 켰다.


우연히 말이 통했기 때문이었다.


땡땡이 치자고 제안했던 건 물론 나였다.


우리를 만나게 했던 건, 자그마한 우연과, 그 당시 유행했던 하나의 게임이었다.





*⠀⠀⠀⠀⠀⠀⠀*⠀⠀⠀⠀⠀⠀⠀*





“정신 차려! 민수야!”


이번에는 정체가 확실한 목소리였다.


일상이의 얼굴, 잘생긴 외국 소년의 얼굴이 있었다.


“너,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내가 떠듬떠듬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나를 보지 않았다.


그 표정은 난생 처음 보는 심각함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누워, 그의 팔에 들려 있었기에 시야는 90도쯤 기울어 있었다.


아직 몽롱한 탓도 있었다.


붉었다.


온통 붉었다.


동시에 밝았다.


화염에 휩싸여 에이리의 살점이 녹아들었다.


밀랍인형 같았다.


“에이리······?”


내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상은 고개를 빳빳이 세운 채 그것을 보았다.


처음 그녀를 마주쳤을 때처럼 그녀는 2미터쯤 높은 공중에서 멀찍이 떠 있었다.


천장까지 맞닿은 새빨간 불꽃 속에 온몸을 맞닿아 녹아내린 채로.


“크꺅꺅꺅꺅! 죽어! 죽어 버려!”


자세히 보니 그녀 발 밑 저편으로 기다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마녀래······” 일상이는 말했다. “악령을 숭배하는 족속.” 이라고 에이리는 설명했단다.


“넌 지금 뭘 보고만 있는 거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세우며 소리쳤다.


일상이는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멍청히 바라만 본다.


얌마.


나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 정신이 몽롱했지만, 최대한 똑바로 서려 노력했다.


온몸이 후끈거렸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지옥의 불꽃.


전시방 한가운데에서 그 장면은 연출되었다.


그러나 그림들이 타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녹아내리고 있기는 하리라.


그래, 저 작은 소녀와도 같이 말이다.


그러나 기이했다. 비명 하나 들리지 않았다.


설마······?


일상이의 표정을 보니 그 설마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체를······, 능욕하는 것인가.


문뜩 구역질이 올라왔다.


이제야 올라오다니, 너도 참 현실 감각 뒤떨어지는 놈이었구나.


“신일상, 정신 차려.” 마른 침을 삼켜 대며 내가 말했다.


어, 어? 하면서 무슨 일이냐는 듯이 이쪽을 쳐다보는 녀석의 얼빠진 모습에서 화가 치밀었다.


이런 녀석이었냐? 너.


아니, 이런 녀석들이었냐? 우리.


아무리 게임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서니와.


“어떻게든 해봐, 임마! 그 검은 뭐 장식이냐?! 잠재력 증강인지 뭔지도 받았다며!”


설마 이 마당에 와서 도망치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띨빵한 얼굴로 가만히 내 얼굴을 응시할 뿐이었다.


답답했다.


나는 녀석의 검집을 잡아뜯었다.


벨트는 쉽사리 떨어져 나갔다.


“안 하면 내가 한다!”


나는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걸까?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칼을 뽑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달려갔다.


“야! 이 멍청한 년아! 나다! 내가 왔다!”


“크끽? 너······. 넌 또 뭐야.”


마녀는 이쪽을 돌아본다. 전신이 다 비치는 검정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키가 나 - 이 육체 - 만큼 크고, 그러나 굉장히 말라서 정말이지 귀신이라도 목격하는 것 같았다.


빈약한 몸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붉은’ 머리카락.


피 눈물을 흘리는 붉은 눈동자, 붉은 입술.


뼈마디가 드러나는 창백한 피부.


손톱마저도 십 센티 정도로 길어서 누렇게 떠 있었다.


나는 그것 앞에 섰다.


그러자 불길이 순식간에 소멸했다. 털썩, 하고 2미터 위 공중에서 에이리의 반쯤 녹아내린 육신이 딱딱한 대리석 위로 떨어져 내렸다.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얼핏 보았을 뿐이지만 이쪽의 내장이 다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정신 줄이 끊긴 지는 오래됐다.


“죽어!” 내가 외쳤다.


크끼이이이! 하면서 그 ‘마녀’는 양팔을 들어올렸다.


내가 레이피어의 검집 채로 한 발짝 달려든 그 순간이다.


기다란 열 개의 손톱이 허공을 쓸어담았다.


내 육신이 갈가리 찢어진다.


피와 살점이 튀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어째선지 새하얬다.


그냥 뒤지든가.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마등일까?


현재부터 1분 전부터 5분 전부터 수 시간 전부터 모든 일들이 명백히 떠올랐다.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걸까.


과거 오크 마을까지 넘어갔다. 잠깐, 오크 마을?


꿈이 분명했다. 그런데 꿈치고는 너무 생생한 기억이다.


나는 오크였다.


최종적으로 어떤 한 어린 여자 인간과 놀고 있었다.


나는 그녀보다도 더 어렸다.


“민수!”


누구의 목소리였을까. 아니, 이건······ 에이리의 목소리다. 난 죽어 버린 걸까?


시야는 색을 되찾았다.


“xe dix le la maidiaco(잠재력증강)!”


분명 바닥에 널브러져 녹아 내리다 못해 촛농마냥 굳어 있어야 할 터였던 그녀가,


그녀가 훨씬 더 높은 천장에서부터 떨어져 내리며 멀쩡한 모습으로 외쳤다.


뭐지. 힘이 솟는다.


패닉도, 통증도 사라졌다.


세상은 명료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 숨소리도 들리고, 들이마쉬고 내쉬는 공기의 감촉마저도 느껴졌다.


키가 좀 더 커진 것 같다.


찢긴 옷 틈으로 거대한 대흉근이 보였다.


모든 핏물이 에메랄드 빛으로 발했다.


재흡수된다, 펌핑된 근육,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


모든 상처가 아물었다.


다시 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피부를 뚫고 에메랄드 빛줄기는 비쳤다.


전신에 소용돌이쳤다.


나는 느꼈다.


“크, 크으, 크으아아아아아!”


달렸다.


자신의 울음소리도,


야수적인 순발력에도 놀랄 기색 없이 모든 사건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았다.


마녀를 찢어 발긴다.


머리부터 뽑았다.


척수를 빨아먹는다.


눈알을 뜯었다.


하나씩 씹어 육즙을 음미한다.


수많은 뼈, 뼈, 뼈, 뼈,


그 하나하나를 바르고 또 바른다.


분지르고 또 분지른다.


똑. 똑. 똑. 이제 질렸다.


다 뭉갠다.


뭉개고 뭉개고 또 뭉갠다.


짓뭉갠다.


꾸덕하니 기분이 좋다.


"민수야!"


왜 불러.


저쪽에서 외국인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날 보고 있다.


내 발길은 그쪽으로 향한다.


향한다고 생각한 그 순간, 이미 앞에 있었다.


"민수!"


한 번 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또 뭐야.


눈에 익은 여자아이였다.


누구더라?


그때 나는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녀는 에르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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