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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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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23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9.03 18:51
조회
53
추천
1
글자
8쪽

3. 호문쿨루스 (2)

DUMMY

⠀⠀⠀⠀⠀⠀⠀⠀⠀⠀⠀⠀⠀⠀⠀⠀⠀⠀⠀⠀⠀⠀⠀⠀⠀⠀⠀⠀⠀⠀⠀⠀⠀⠀⠀


마차는 갑자기 멈췄다. “다 왔나?” 하고 내가 말했다.


에이리가 천막을 살짝 걷어 밖을 내다보았다.


“뭐지?” 일상이가 불안하다는 듯 말했다.


에이리가 다시 들어왔다.


“다들 준비해.”


뭘?


“왔다.”


굉음이 울렸다. 폭파음이었다. 에이리를 선두로 우리는 나왔다. 아직 숲 한가운데였다. 길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잔디가 무성한 숲속 한가운데였다. 하늘은 밝았다. 아침 햇살로 세상은 아름답게 빛이 났다.


“레일리아 왕비님을 위하여!”


중년 남성의 목소리, 강직한 연륜이 묻어 나오는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에이리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안 돼.” 하면서 읊조렸다.


“카덴!” 그녀는 소리쳤다.


에이리는 힘껏 발돋움하더니 마차 천막 위로 모습을 감췄다.


“뭐야, 뭐야!”

“일단 가보자.” 내가 말했다.


한바퀴 빙 돌았을 때, 우리는 볼 수 있었다. 검은 수도승 일곱 명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빡빡 밀고 있었다. 창백했고, 비쩍 꼴아있었다. 자세히 보니 심지어 눈썹마저 없었다. 여자 둘, 남자 다섯. 검은 후드는 의외로 깨끗했다.


눈앞의 광경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피를 토하며 피범벅이 된 손으로 피범벅이 된 가슴을 꾹 누르고 있는 한 남성을 에이리가 부등켜 안은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일곱의 정체불명의 집단, 그 앞에서 죽어 가고 있는 남자를 끌어안고 있는 소녀. 무엇보다도 현실 같은 빛 속에서 비현실이 솟아 났다.


“저는 괜찮습니다······.” 노익장은 말했다. “명예롭게······.”


잔디는 적셔졌다. 그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뭘, 명예롭게야.”


에이리는 그의 눈을 가렸다. 한동안 기도를 올리듯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노익장의 두 눈이 감겨 있었다.


복장으로 보아서 마부가 분명했다.


“에이리······.” 내가 말했다.

그녀는 스르르 일어나서 자신의 무릎을 툭툭 털었다.


“이 사람은 레일리아 왕비의 직속 기사였어. 수호자 중 한 명이었지. 여기까지만 말해도 알겠지.”


그녀는 정면에 띄엄띄엄 길게 서 있는 칠인의 멍크들을 바라보았다. 멍한 눈초리였다.


“이 찢어 씹어 발라 씹어 먹어도 못할 것들.”


적어도 나는 그 목소리에서 소름이 돋았다. 살짝 주춤하기까지 했다.


상대는, 그들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들도 어떻게 보면 멍했다. 아니, 그들은 진짜,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죽어!”


찢기는 듯한 고함을 지르며 에이리는 달렸다. 직전과 마찬가지로 도움닫기를 시전하는 그 순간 다시금 그 공중부양이 시전되었다. 까마득히 높이 올라갔다 싶었다. 십 미터? 알 수 없다. 조그마한 그림자만이 보일 따름이었다. 그때, 옆에서 일상이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나는 녀석의 눈을 보았고, 녀석도 내 눈을 보았다.


자리를 이탈하는 게 우선이다.


다시금 쾅! 하는 굉음이 일대를 울렸다. 새소리와 늑대가 우는 소리 등, 가장 크게는 나뭇잎이 서로 부대끼며 종이 구기는 소리를 내었다.


우리를 죽일 셈인가?


일대는 쑥대밭이 되어 갔다. 수십 미터 위에서부터, 뿌리째 뽑혀 나간 나무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나타난 나무일까.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 나무들은 원래 있던 나무들을 초토화시켰다.


“야야, 야! 야! 야아아아아!”


살려줘!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하지만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전신에 알이 배어 있었다.


“민수야! 최민수!”

“야, 야야야! 나, 나 좀 어떻게 해줘 봐!”

“아이고야.”


짜증나게도 일상이 녀석은 예의 그 최고무술의 경지에 다다른 움직임으로 요리조리 잘 피하고 있었다. 녀석이 내 오른팔을 낚아챘다.


“야야야! 위, 위에!” 내가 소리쳤다.


일상이는 그제야 위를 보았다. 개 집만한 바위 하나가 날아오고 있었다. 내 팔뚝을 놓더니, 오른손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레이피어를 꺼내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정중앙을 찔러 넣었다.


산산조각 났다.


“대박인데······.?”

“야.” 일상이가 내 등 뒤를 향해 레이피어를 내밀었다.


오싹. 뒤를 돌아보려던 그 순간, 강력한 힘에 의해 앞으로 잡아 끌려졌다. 일상이의 아구힘이 왼쪽 손목에 전달되었다.


내가 있던 자리에는 누가 삽으로 헤져 놓은 듯한 자국이 여러 군데 생겨 있었다.


“고, 고맙다······.”

“나 멋지지?”


녀석의 가슴팍이 어째선지 크게만 느껴졌다. 물론, 귓가에 맞닿은 그 목소리를 들을 때에는 이미 명치를 한차례 가격했다. “흐헉!” “선은 넘지 마시길.”


물론 이럴 때가 아니었다.


나와 일상이는 나란히 서서 두 명의 멍크를 마주보았다. 둘 다 우리보다 머리 하나쯤 작은 여성이었다. 머리카락과 눈썹이 없어서일까, 쌍둥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똑같은 표정으로 똑같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쩌냐.” 내가 말했다.

“어쩌긴 어째.” 일상이가 레이피어를 내지르고 상반신을 75도쯤 틀면서 말했다.


한차례 쿵! 하고 - 보나마나 나무가 지면에 곤두박질쳤던 것이겠지만 - 굉음이 울렸다. 그 후 한 3분간은 고요와 정적으로 휩싸였던 것 같다. 물론 실제 시간은 더 짧았으리라.


상대 둘이 양팔을 올리는 것으로 게임은 시작됐다.


나도 이제 한다면 한다. 한 번도 아니고, 이렇게 열댓 번씩이나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또 직면하면, 그래, 누구라도 변할 것이다. 나는 일상이의 뒤로 숨었다.


녀석을 믿었다. 그래서 주변을 샅샅히 훑어보았다. 근방에 괴상하게 꼬부라져 쓰러져 있는 커다란 나무가 하나 보였다. 나는 그곳으로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이쪽으로!”


일단 몸을 숨기자. 주마등처럼 어제 일이 스쳐 지나갔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양팔을 들어올렸을 때는 일단 무조건 피하고 봐야 한다. 뼛속까지 새겨졌다.


슬라이딩하며 나무 뒤편으로 몸을 감췄다. 빛과 그늘이 엉켜 있는 아늑한 곳이었다. 더 뒤쪽은 멀쩡한 숲속이었다.


숨을 고르며 비틀어진 나무 틈 사이로 정면 상황을 보았다.


“일상아······!”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듯이 몸부림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두 상대는 이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자신의 두 팔만 직선으로 내뻗은 채 일말의 움직임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머리를 쥐어 짜내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저 평화로운 숲이었다. 에이리와 나머지 다섯은 어디에 있을까? 아무래도 우리는 꽤 멀리 떨어진 모양이었다.


이대로 두면 곧 죽는다. 질식사라도 할 것 같이 일상이의 두 눈이 뒤집어 까지기 시작했다.


제발! 빨리! 뭔가!


어떻게 해야 하지? 오크. 그래, 오크야. 어째선지 어제의 사건이 눈앞에 똑똑히도 펼쳐지는 것 같았다. 나는 마녀를 찢어 죽였다. 그때의 나는 오크였다. 명백한 오크였다.


변할 수 있을 거야. 그건 나였다. 잠재력증강 효과를 받은 새로운 나였다.


하지만 어떻게?


나무 틈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 보니 일상이의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서서히 올라간다. 오 미터쯤 올라갔을까, 정지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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